무적호위 1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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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27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134화
수혼대원들이 일차로 그들을 막았다. 구멍을 뚫고 안으로 들어서는 자들은 흑월대가 상대했다.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한 수혼대원들은 이제 반밖에 남지 않았다.
악착같이 버티던 흑월대원 중에서도 전교와 문등천이 피로 물든 채 비틀거렸다.
소연추와 류화, 연송하는 호위대 무사들이 쓰러지는 걸 보면서도 나설 수가 없었다.
이제 사마경 곁에 남은 사람은 그녀들뿐. 그녀들마저 나서면 위기 상황을 사마경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소성주! 우리가 막을 테니 이쪽으로 빠져나가시오!”
혁련광이 비장한 표정으로 외치고는 천경전 무사 십여 명과 함께 벽을 형성했다.
“기아야! 이 애비는 이곳에서 죽을 터이니, 너는 반드시 살아서 소성주를 모시고 나가야 하느니라!”
“아버님!”
“남아로 태어나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면 무엇이 아쉽겠느냐! 와라! 좀도둑 같은 무림맹 놈들아!”
푸른 도복을 입은 노도인이 무림맹 무사들과 함께 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혁련광이 불길처럼 검기가 일어난 거검을 쳐들고 광소를 터트렸다.
“으하하하! 우리를 넘어가려면 그대들의 목숨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혁련광과 천경전 무사들은 공세가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데도 물러서지 않았다.
소성주 사마경을 위해서 벽을 형성하는 것으로 마지막 충정을 바칠 작정인 것이었다.
“폭풍의 무사들아! 우리가 소성주를 위해 길을 뚫자!”
혁련광의 의기에 전염된 듯 하후경이 외치고는 말의 배를 후려 찼다.
“이랴! 가자!”
그가 탄 말이 미친 듯이 달렸다.
두두두두두두!
폭풍철기대원 중 살아남은 자는 칠팔십 명 정도. 그들 역시 창을 앞세우고 하후경의 뒤를 따라서 전력으로 말을 몰았다.
그들은 반격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 공격했다.
―그냥 죽지는 않겠다! 최소한 하나는 죽이고 죽으리라!
목숨을 내던진 자들의 공세는 광폭하고 거칠었다.
무작정 공격만하다 십여 명이 말과 함께 쓰러졌지만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광폭한 기세에 무림맹과 파천회 무사들조차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하지만 무림맹과 파천회 무사들도 기를 쓰며 사마경의 탈출을 막았다.
자신들이 우세하다고 하나 큰 차이가 아니었다. 사마경마저 놓치면 이겨도 이겼다고 볼 수 없었다.
“아미타불!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라!”
“어딜 감히! 너는 절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무림맹의 지휘자라 할 수 있는 원각대사와 운성자가 노성을 내지르며 날아들었다.
파천회에서도 악조백이 홍기무사 삼십여 명을 데리고 합류했다.
“사마경을 놓쳐선 안 되오, 대사!”
구양명과 철무는 전력을 다해서 방어진을 뚫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두 사람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전력을 다한 공격이 거듭되면서 공력이 상당부분 소모된 터였다.
그 사이 파천회 무사들이 몰려들면서 포위망이 다시 두터워졌다.
풍혼단과 무혼단은 무림맹을 막기에 바빠서 사마경 일행을 도와주지도 못했다.
그때까지 멀리서 지켜만 보고 있던 서문주경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검을 뽑았다.
“후후후, 피해가 생각보다 크긴 해도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어. 이제 머리를 칠 때가 된 것 같군.”
사마경 곁에 생각지 못했던 고수가 있다는 걸 파악하지 못해서 자신이 나서기도 전에 피해가 커졌다. 하지만 사마경만 잡는다면야 그 정도 피해는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는다.
“어디 얼마나 강한지 보자, 이놈들.”
전장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전신에서 기의 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대하는 전장이다. 젊을 때만은 못해도 가슴 저 깊이 잠들어 있던 웅심이 꿈틀거리며 깨어났다.
그 시각, 직접 나서서 파천회 무사들을 지휘하던 제갈승우 역시 득의해서 소리쳤다.
“흥! 절대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사마경! 누구도 네 목숨을 구해주진 못한다!”
드디어 구천성의 소성주 사마경을 잡기 직전이다. 저 계집만 잡으면 천하에 자신의 이름이 울려 퍼질 것이다.
자신의 꿈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희망에 부푼 그가 명령을 내렸다.
“모두 공격해! 저 계집을 잡아라!”
그때였다.
그의 명령에 대답하듯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렸다.
콰르르르릉!
‘뭐, 뭐야?’
오싹 소름이 끼친 제갈승우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쳐들어서 뒤를 돌아다보았다.
쒜에에엑!
가공할 위력의 뇌전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제기랄!”
그는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전력을 다해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콰과광!
뇌전이 떨어진 곳에 있던 파천회 무사 셋이 튕겨지듯 날아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허공에서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거무스름한 빛을 띤 회오리바람은 그 정체를 간파할 시간도 주지 않고 파천회와 무림맹 무사들 속으로 스며들었다.
“으아악!”
“조심해! 바람 속에 적이 숨어있다!”
누군가가 바람을 수상히 여기고 소리쳤다. 그러나 알고도 막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고, 막아봐야 소용이 없었다.
쩌저정! 콰광!
무기가 부러지고, 사지가 잘렸다.
피분수가 사방에서 솟구쳤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나름대로 한가락 한다는 고수 십여 명이 무너졌다.
아주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위기에 처한 입장에서는 적은 숫자도 아니었다.
구양명과 철무는 얇아진 포위망을 향해서 전력으로 공세를 퍼부었다.
“천운!”
사마경이 소리쳤다.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가 왔다! 그토록 기다렸던 그가!
장천운은 대답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 적진 속으로 뛰어들며 현월을 휘둘렀다.
현월에서 뻗어나간 검강이 직경 일 장 안의 모든 것을 부쉈다.
콰과과광!
누구도 그와 마주치면 무사하지 못했다. 악조백조차 안색이 해쓱해져서 정신없이 물러서기에 바빴다.
그 사이 사공명신과 두양양, 구산 등이 하나둘 도착했다.
그들은 장천운이 흘리고 간 자들을 처리했다.
“여긴 우리에게 맡기고 소성주를 구하쇼, 대주!”
“어서 가요!”
장천운은 뒤를 그들에게 맡겨놓고 사마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급격한 공력소모와 연속된 충돌로 가슴이 터질 듯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참으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적들은 지금 난데없는 벼락에 놀라서 정신이 없을 뿐이었다.
자신에게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안 순간 먹이를 본 늑대 떼처럼 달려들 것이었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였다.
세상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법이었다.
“왜 이제 와!”
사마경이 버럭 화부터 냈다.
장천운은 아무 말 없이 파천회 무사의 목을 뎅강 잘라버렸다.
잘린 목에서 피분수가 두 줄기 솟구쳤다.
누가 늦게 오고 싶어서 늦었나?
그래도 어쨌든 자신이 약속시간보다 늦은 것은 사실이니 할 말이 없다.
“저 인간을 죽여! 그럼 봐줄 테니까!”
사마경이 손가락을 뻗으며 소리쳤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 걸린 사람은 제갈승우였다.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제갈승우가 한 말을 들은 것이다.
장천운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의 몸이 흐릿하니 사라져갔다.
사마경 쪽을 바라보고 있던 제갈승우는 혼이 달아날 정도로 기겁해서 전력을 다해 경공을 펼쳤다.
‘저 빌어먹을 년이!’
아마 그가 장천운을 조금만 얕보았다면 그날 염왕을 만나러 갔을 것이다.
그러나 장천운의 강함을 본능적으로 느낀 그는 자존심도 내던지고 일단 그 자리를 벗어났다. 목숨은 하나니까.
그의 곁에 있던 파천회 무사들은 그걸 몰랐기에 제갈승우를 대신해서 지옥으로 달려가야 했다.
삼전비격으로 파천회 무사 셋을 쓰러뜨린 장천운은 멀찌감치 달아난 제갈승우를 보며 이를 갈았다.
“여우같은 놈. 눈치하난 빠르군.”
그는 제갈승우를 쫓지 않고, 전장으로 다가오다 멈춰선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제갈승우 따위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아마도 저들의 수장쯤 되는 자인 듯했다.
저런 고수라면 강호인명록 최상층에 이름이 있을 터.
기억창고를 재빨리 뒤져본 그는 노인에게 걸맞은 이름 하나를 추려냈다.
‘청운신검! 저자가 중원십검 중 하나라는 청운신검 서문주경이구나!’
순간적으로 장천운과 서문주경의 눈이 삼십여 장 거리를 두고 마주쳤다. 제대로 보이지 않을 거리임에도 두 사람은 상대의 눈빛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사마경이 빽 소리쳐 불렀다.
“거기서 뭐해!”
장천운은 서문주경을 향해 입을 두어 번 달싹인 후 미련을 두지 않고 사마경 곁으로 돌아갔다.
사마경의 몸 곳곳에 피가 묻어 있었다. 몇 군데는 적의 피였지만 두어 곳은 본인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였다.
안색이 창백한 걸 보니 내상마저 입은 듯하다.
소연추와 류화, 연송하는 그녀보다 상태가 더 좋지 않았다.
“멀리 떨어지지 마쇼!”
“알았으니까 길부터 뚫어!”
사마경이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안색이 창백하긴 해도 표정만큼은 조금 전보다 훨씬 밝았다.
그녀에게 장천운은 불사신이었다. 그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두려움이 사라졌다.
“송하야! 너도 선자와 함께 바짝 따라와!”
장천운이 소리치며 몸을 날렸다.
연송하도 사마경과 같은 마음이었다. 장천운의 말이 떨어지자 몸이 저절로 따라갔다.
장천운과 흑월대가 나타나면서 순식간에 수십 명이 쓰러졌다.
게다가 사마경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된 구양명과 철무는 지옥사신이 따로 없었다.
그들의 무자비한 살수에 무림맹과 파천회 무사들이 짚단처럼 베어졌다.
사마경을 잡기 위해서 무리를 해가며 무사들을 집중 투입했던 무림맹과 파천회로선 목적을 이루지 못하자 기세가 급격히 약화되었다.
그 바람에 전쟁의 균형이 팽팽해졌다.
바로 그때, 한쪽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무림맹이 구천성에 검을 겨누다니! 간덩이가 부었구나!”
“소성주! 우리가 왔소이다!”
와아아아아!
함성이 들린 곳을 바라본 사람들은 나타난 자들의 정체를 알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풍운산장이 왔다!”
와아아아아!
“놈들을 쳐라!”
사마경은 불끈 검을 움켜쥐었다.
‘됐어! 아주 적당한 때에 나타났어!’
풍운산장의 장주인 풍운대도(風雲大刀) 모강은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하기에 서신을 보내긴 했어도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거늘, 가장 중요한 시기에 그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한편, 막 전장으로 들어서던 서문주경은 전황이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흐르자 걸음을 멈추었다.
“이런……. 빌어먹을!”
그때 전황을 뒤바꿔 놓은 놈과 눈이 마주쳤다.
젊은 놈이었다. 잘 봐준다 해도 이십대 중반쯤 될까?
그놈에 의해서 파천회 무사 수십 명이 숨 몇 번 쉬기도 전에 쓰러졌다.
자신이 전력을 다한다 해도 가능할까 싶은 일을 새파란 놈이 해낸 것이다. 더 짜증이 나는 것은, 눈이 마주친 놈에게서 전율에 가까운 강함이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놈이!’
그 역시 다른 많은 사람과 비슷한 의문을 품었다.
전음이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수하들을 모두 죽이고 싶지 않으면 돌아가시지!>
자신이 뛰어들기에는 늦어버린 상황. 사마경을 놓친 것으로도 모자라서 파천회 무사들마저 잃을 판이었다.
“부회주,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옆에 있던 중년 무사가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서문주경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명령을 내리는 말투에서 짜증이 잔뜩 묻어나왔다.
“나도 알아! 모두 후퇴시켜!”
***
무림맹은 풍운산장 무사들이 나타나고 파천회마저 후퇴하자 싸움을 포기하고 썰물처럼 물러갔다.
삼파연합 무사들도 혈전이 구천성의 승리로 끝나자 허겁지겁 신천장으로 후퇴했다.
그들이 사라진 시뻘건 들판에는 혼백이 떠난 일천 구의 시신과 신음하는 부상자들만 남았다.
코를 찌르는 역겨운 악취와 피비린내.
전쟁의 상흔은 너무 참혹해서 구토가 일 지경이었다.
“빨리 빨리 움직여라!”
“시신은 저쪽으로 옮기고, 부상자는 이쪽으로 옮겨서 풀 위로 눕혀!”
구천성의 살아남은 간부들은 수하들로 하여금 사상자를 정리하게 하고 사마경 곁으로 모여들었다.
오전에 보았던 간부 중 많은 수가 보이지 않았다.
호법인 엽등광과 장로인 마동곽, 이만양도 시신으로 변했고, 손득환과 혁련광 역시 장렬하게 싸우다 죽었다.
혁련광의 시신은 혁련기가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있었는데, 황소처럼 커다란 그의 눈에서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나왔다.
“장천운, 도대체 어디 갔다가 이제 온 거냐? 네 임무가 뭔지 잊었더란 말이냐!”
백리호가 장천운을 다그쳤다.
그 역시 온전한 몸이 아니었다. 허벅지의 살이 쩍 벌어지고, 팔과 몸은 물론 얼굴에조차 한 줄기 상흔이 새롭게 새겨져 있었다.
얼굴이 온통 피로 물든 그는 이번 피해의 원인이 장천운에게 있는 것처럼 눈을 부라리고 노려보았다.
그는 장천운이 나타난 곳과 반대쪽에 있었다. 그 바람에 장천운과 흑월대가 싸우는 걸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엽가승은 두 눈 똑바로 뜨고 장천운이 싸우는 걸 목도했다.
선우상을 데려간다고 했을 때 강제로 막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백리호의 말에 무심코 그때의 광경을 떠오르자 살이 푸들푸들 떨렸다.
‘허어, 백리호도 운이 다됐군. 하필 저 친구를 적으로 삼다니…….’
그런데 장천운은 어디를 갔다 온 걸까? 항상 사마경 곁에 있던 자가.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사마경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