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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131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37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131화

산신각을 나온 장천운 일행은 당하를 향해 달렸다.

별 다른 일만 없다면 약속한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런데 마른풀 위를 스치듯 달리는 장천운의 미간에 언젠가부터 옅은 골이 두 줄기 파였다.

출발한지 일각이 지날 때부터 느낌이 이상하게 찝찝했다.

시간이 가면서 찝찝함이 덜어지기는커녕 더욱 짙어졌다.

문제는 그 찝찝함의 정체가 확실치 않다는 것이었다.

불길함도 아니고, 좋은 느낌은 더더욱 아니고……. 그냥 혼란스러운 느낌이랄까?

‘두고 보면 알겠지.’

그렇게 이십여 리를 달리자 끝도 없이 펼쳐진 갈대밭이 나왔다.

장천운 일행은 갈대밭 사이로 난 길을 달렸다.

그때 저 앞쪽, 길이 교차하는 곳 서쪽에서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제법 많은 숫자였다. 대략 세어 봐도 사오십 명은 될 듯했다.

대부분 무기를 지닌 자들. 절반은 도복을 입었고 절반은 갈색무복을 입고 있었다.

동쪽에서 나타난 그들은 북서쪽으로 가려는 듯했다. 장천운 일행이 가려는 곳과 같은 방향.

장천운은 그들 일행 중 도인들이 많은 걸 보고 눈매를 좁혔다.

강호에 도복을 입은 자들은 많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정파라는 것이었다.

특히 무림맹을 이루는 중심세력 중 무당파와 화산파, 청성파, 공동파, 곤륜파 등이 도문이었다.

“저쪽 몇 사람은 무당파 제자들 같소, 대주.”

“어? 무림맹 사람들 같은데?”

목진화와 탁도광이 거의 동시에 말했다.

장천운은 상대가 무림맹의 무사라는 말을 듣고 이마를 찌푸렸다.

‘좋지 않아.’

 

무림맹 정천무룡단 무사들도 장천운 일행을 보고 속도를 늦추었다.

당하로 가던 중에 길을 잘못 들어서 지나치게 남쪽으로 내려왔고, 뒤늦게 너무 많이 내려왔다는 걸 알고 방향을 튼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자들이 정상적인 행색이라 할 수 없는 무사들이었다.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정신없이 오갔다.

뭐하는 놈들이지? 평범한 놈들은 아닌데? 어디서 한바탕 하고 오는 길인가?

혹시……. 적?

바쁘게 갈 일만 없었어도 붙잡고 진지하게 물어봤을 텐데…….

숫자는 열대여섯. 자신들에 비하면 삼분지 일밖에 안 되었다.

몇 사람의 몸이 피로 물들어 있는 게 눈에 거슬렸다. 게다가 기세도 범상치 않았다.

그나마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갈 길 바쁜 그들로선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하지만 가끔은 생각지 못한 이유로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바로 지금처럼.

“흥! 보아하니 어디서 싸우고 온 모양이군.”

거리가 십 장 이내로 줄어들었을 때, 제갈세가 제자들 몇이 장천운 일행을 보고 조소를 지었다.

특히 인상에서 한가락 하는 막소광이 표적이 되었다.

“정말 인상 한번 더럽군. 생긴 걸 보니 흑도에서 꽤 놀았겠어.”

“그러게, 귀신이 형님이라고 부르겠는데?”

거기다 방호의 눈도 대상에 포함되었다.

“저 친구 보게. 눈알이 따로따로 노는군. 크크크크.”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바람이 장천운 일행 쪽으로 불었다. 덕분에 알아듣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쥐새끼 같은 놈이 주둥아리만 살았군.”

막소광의 말에 정말 쥐처럼 눈이 작은 자가 인상을 썼다.

그때까지만 해도 신경전 정도였다. 막소광이 한마디 덧붙이지만 않았어도 당장 불꽃이 튀진 않았을 것이다.

“하여간 정파 놈들은 재수가 없다니까.”

정천무룡단 무사들이 걸음을 멈췄다.

장천운 일행도 길이 막혔으니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서 오던 친구들인가?”

갈의무복을 입은 자들 중 사십대 중후반의 중년 무사가 물었다.

장천운 일행 중 나이가 가장 많게 보이는 막소광과 등평이 삼십대 중반 정도였다. 나머지는 이십대가 대부분이고.

중년 무사는 장천운 일행 모두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듯하자 얕잡아보았다.

“저어어어쪽에서.”

막소광이 중년 무사를 째려보며 턱짓으로 뒤를 가리켰다.

중년 무사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꽤나 건방진 친구군.”

일이 커지기 전에 장천운이 나섰다.

“그쪽에서 먼저 말을 실수한 것 같으니 그냥 서로 갈 길이나 갑시다.”

“실수? 우리가 뭔 실수를 했다는 거냐?”

“그쪽에서 먼저 우리 쪽 사람을 조롱했지 않습니까?”

“사실대로 말한 게 실수인가?”

중년 무사의 입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그가 봐도 막소광의 얼굴은 귀신과 친구하면 딱 어울릴 듯했다.

장천운도 슬슬 짜증이 났다.

“저 사람도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죠.”

“선배를 대하는 예의가 부족한 걸 보니 정파 무사는 아닌 것 같군.”

장천운은 말싸움을 길게 하고 싶지 않아서 사실대로 말했다.

“우린 구천성 무사들입니다. 그쪽도 갈 길이 바쁜 것 같은데, 그만하죠.”

아무리 무림맹 무인이라 해도 구천성을 얕잡아볼 수 없는 게 현실. 얕잡아보기는커녕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당연히 앞에 있는 자들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평소였다면 그들도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만큼은 달랐다.

장천운의 입에서 구천성이라는 말이 나오자, 정천무룡단 무사들의 표정이 돌변했다.

개중 몇 명은 무기에 손을 가져가며 진기를 일으켰다.

갈의무복 중년 무사, 정천무룡단 제 오대 대주 제갈승민도 싸늘한 표정으로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의외군. 여기서 구천성 무사들을 만나다니.”

스스스스스.

정천무룡단 무사들이 부채꼴로 퍼지며 길을 완전히 가로막았다.

그 직후 오십대쯤으로 보이는 도인이 자신의 도호를 밝히며 앞으로 나섰다.

“원시천존. 빈도는 무당의 청인이라 하네. 구천성의 무사들이라 했던가?”

도인을 똑바로 쳐다보는 장천운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청인도장. 무당파의 장로인 그는 칠성검이라 불리는 무당파 최고수 중 하나였다.

지난 십여 년 간 강호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무당파 장로가 강호에 나서다니.

왠지 모르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도장.”

“사실이라면 보내줄 수 없으니 이해하게나.”

무림맹 사람들이 구천성을 적대시하겠다고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

문득 어떤 가정을 떠올린 장천운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저들은 동쪽에서 와서 자신들과 같은 방향으로 꺾어지던 중이었다. 당하로 가는 길 쪽으로.

중간에서 방향을 틀지도 모르지만, 말투로 봐선 당하로 가는 게 거의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 당하에는 천은방이 장악한 신천장이 있고, 지금 소성주와 구천성 토벌대가 그곳으로 진격하고 있지 않은가.

“혹시 당하로 가시는 길 아닙니까?”

“원시천존. 그렇다네. 그래서 자네들을 보내줄 수 없다는 거네.”

“보내주지 않으면, 저희를 공격하기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못할 이유도 없지.”

“무림맹에서 앞으로 본 성과 적대하기로 결정한 모양이군요.”

“원시천존. 구천성은 너무 오래 패권을 추구했어.”

청인도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검을 뽑았다.

동시에 무림맹 무사들이 공격 자세를 취했다.

장천운은 말로써 해결할 상황이 지나갔음을 알고 대화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한시라도 빨리 당하로 가야만 하는 그로선 상대를 설득시키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싸움을 원한다면 할 수 없지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은명객들이 악을 쓰며 뛰쳐나갔다.

“씨발, 무당파가 별 거야? 어디 누가 죽는지 해보자고!”

“덤벼!”

 

***

 

두두두두두,

폭풍철기대가 선두에 서고, 패왕거가 뒤를 따랐다.

구천성 무사들은 좌우로 날개처럼 진세를 펼치고 패왕거의 전진속도에 맞춰 걸음을 옮겼다.

신천장에서 삼백여 장 떨어진 곳, 드넓은 평원에 천은방을 비롯해서 대봉문과 양가장 등 삼파연합 무사 일천여 명이 늘어서 있었다.

호경담은 사마경이 대화를 청할 거라 생각한 듯 전면에 서서 패왕거가 다가오길 기다렸다.

그의 좌우에는 삼파연합 간부들, 그가 끌어들인 강호고수들이 잔뜩 긴장한 채 도열해 있었다.

“철기보의 폭풍철기대군.”

“빌어먹을, 골치 아픈 놈들이 왔군.”

이미 첩자를 통해서 그들이 합류했다는 걸 전해들은 터였다. 더구나 간부 중에는 폭풍철기대를 대해 본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군이었을 때와 적으로 만났을 때의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방주, 뭔가 이상합니다.”

선두의 폭풍철기대가 십여 장 앞까지 다가왔을 때 천은방 장로 금낙효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말이오?”

“폭풍철기대의 속도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응?”

슬쩍 금낙효 쪽으로 고개를 돌렸던 호경담이 다시 전면을 바라보았다.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졌거늘, 금낙효의 말마따나 달리는 속도가 그대로였다.

기세싸움을 하자는 뜻인가?

‘흥! 내가 그 정도에 눈 하나 깜짝할 줄 아느냐?’

어린 사마경이 언제 전쟁을 해봤을까, 앞을 막아선 일천 무사 앞에 서면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결국 그녀는 구천성을 등에 업고 말로써 자신을 누르려 하겠지.

그럴 경우 자신은 멋들어진 말로 천은방이 신천검문을 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후후후후, 너는 내 상대가 아니니라, 사마경.’

내심 조소를 짓고 있던 그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

‘뭐야?’

이십 장 안으로 들어온 폭풍철기대의 속도가 줄어들기는커녕 전보다 더 빨라진 듯했다.

그때였다.

두두두두두두!

중앙에 있던 하후경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하아! 쳐라!”

그를 중심으로 좌우의 기마들이 화살촉처럼 뾰족한 진형을 이루며 전력질주 했다.

거리가 순식간에 십 장 이내로 줄어들었다.

기마무사대가 들고 있던 철궁이 삼파연합 무사들을 향해 겨누어졌다.

그제야 호경담이 창백해진 얼굴로 소리쳤다.

“조심해! 놈들이 공격한다!”

십 장 거리가 단숨에 줄어드는가 싶더니 철시가 허공을 갈랐다.

쒜에에에엑! 쉬쉬쉬쉭!

폭풍철기대는 결과를 보지도 않고 활을 거둔 후 즉시 옆에 매달린 장창을 쥐었다.

그러고는 전력질주 하던 그대로 삼파연합 무사들을 덮쳤다.

절정 경지의 고수들이야 재빨리 피하며 피해를 덜 수 있었다.

그러나 일반 무사들은 섬전처럼 날아든 철시를 피하기도 쉽지 않았고, 일 장 길이 장창을 막아내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이 비겁한 놈들이……!”

“당황하지 말고 상대해!”

“으아아악!”

“물러서지 말고 막아!”

폭풍철기대는 쐐기처럼 삼파연합 무사들의 중앙을 꿰뚫었다.

절정고수들이 재빨리 대응해서 기마무사 몇을 처리했지만 그 정도로는 폭풍철기대의 기세를 막을 수 없었다.

더구나 그들 뒤에서 구천성의 정예무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고 있었다.

폭풍철기대는 학의 부리가 되고, 무혼단과 풍혼단, 섭가장 무사들은 우측을, 거경당과 절검당, 경천단은 좌측을 맡아서 마치 학이 날개를 펼치듯 공격했다.

“쳐라!”

“저놈들의 피로 신천검문 형제들의 원혼을 위로하자!”

와아아아아아!

백리호와 혁련광이 이끄는 천혼전과 천경전이 뒤를 받쳤고, 장로와 호법들은 폭풍철기대가 꿰뚫은 중앙의 삼파연합 간부들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호경담! 오늘이 네 제삿날인 줄 알아라!”

“구천성이 왜 구천성인지 보여주마!”

 

한편, 사마경은 패왕거를 나와서 마차 위에 올라섰다.

연송화와 류화는 마부석 쪽에 서서 전면을 주시하고, 철무와 구양명이 사마경의 뒤쪽에 섰다.

사마경은 뒷짐을 진 채 오연한 자세로 전장을 주시했다.

그녀의 연붉은 옷자락이 봉황의 날개처럼 바람에 휘날렸다.

철무와 구양명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리려 했지만 그녀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성의 무사들은 목숨을 걸고서 적과 싸우고 있어요. 그런데 나는 그저 마차 위에 올라가 있을 뿐이에요. 이 정도의 위험도 감수하지 않는다면 내가 어찌 무사들과 한 마음으로 적을 칠 수 있겠어요.”

낭랑한 목소리로 그렇게 답한 사마경이 전면을 향해 소리쳤다.

“구천성의 형제들이여! 신의를 저버리고 형제들의 가슴에 검을 꽂은 저들에게 배신의 대가를 알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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