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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127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09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127화

“나도 잘은 모르네. 사마경의 호위무사 같은데, 당시 그를 본 자가 말하길, 이제 스물서너 살쯤 되는 청년이라고 하더군.”

“예?”

“왜, 못 믿겠나? 솔직히 말하면……. 나도 믿기지 않네. 그래서 물어본 것이야.”

호양청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다. 때로는 작은 변수에 전체 상황이 틀어지곤 했다. 그런데 이건 커도 너무 큰 변수였다.

‘빌어먹을,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사마경을 놓칠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그는 꿈에도 몰랐다.

장천운의 고강한 무력이 워낙 충격적이어서 고중조조차 흑월대의 강력한 전력에 대한 말을 한 귀로 흘려버렸다는 걸.

 

***

 

사마경은 자신의 방에서 철기보의 대표들을 맞이했다.

청년 하나와 사십대 중년인 둘, 삼십대 장한 둘. 모두 다섯 사람이 그녀를 찾아왔다.

“철기보의 하후경이 소성주를 뵈오!”

당당한 체구의 청년이 맨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취했다.

그가 바로 무림십룡 중 하나이며 철기보주 하후등안의 아들인 하후경이었다.

나이는 이제 스물일곱. 부리부리한 눈에 사자갈기처럼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그의 강인한 인상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저 덩치를 태우고 다니려면 말이 고생 좀 하겠군.’

장천운이 하후경의 말을 걱정해주고 있을 때, 다른 네 사람도 거의 동시에 예를 취했다.

“철기보의 사걸이 소성주를 뵙습니다!”

사마경은 도도한 표정으로 그들을 치하했다.

“다행히 제 때 도착했군요. 먼 길 오느라 수고했어요.”

하후경이 당당한 목소리로 겸손하게 답했다.

“소성주께서 친히 부르시는데 어찌 게으름을 피울 수 있겠습니까!”

“내가 아무리 말해도 게으름 피우는 사람은 게으름을 피우지요.”

왜 그 말을 하면서 자신을 힐끔거려?

장천운은 그 ‘게으른 사람’이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참았다.

아직도 입안에서 술 냄새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속도 모르고 하후경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어떤 자가 감히 그런단 말입니까? 그런 자가 있다면 엄벌에 처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그럴 생각이에요.”

사마경은 단호한 어조로 말하고 장천운을 째려보았다.

장천운은 자연스럽게 눈을 돌려서 연송하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입을 삐죽이고 있었다.

‘내 편은 아무도 없군.’

그가 속으로 투덜거리는 동안 사마경이 하후경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모두 몇 명이나 왔는지, 이후에도 지원이 있는지 등등…….

하후경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대답하기 쉽지 않은 사안도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철기보주 하후등안에게 전권을 위임받았다더니 사실인 듯했다.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뜻.

질문과 답변으로 이어진 대화가 일각쯤 지났을 때 사마경이 결론을 내리듯 말했다.

“철기보는 아버님 때부터 충성을 바친 신뢰의 가문이에요. 앞으로도 변함없길 바라겠어요.”

“걱정 마십시오, 소성주! 철기보는 언제까지라도 소성주를 충심으로 따를 것입니다!”

하후경은 정말 그럴 생각이었다.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기분이 드는 미녀를 놔두고 어찌 음흉하고 욕심 많은 늙은이들을 따른단 말인가.

“고마워요. 그 마음, 잊지 않겠어요.”

사마경의 목소리는 꿀을 발라놓은 듯 부드럽고 달콤했다.

몇 마디 말에 하후경은 심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감사합니다, 소성주!”

“가서 편히 쉬세요. 내일부터는 바빠질 테니까.”

“예, 소성주! 제가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하후경은 일어나서 척!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남자다움이 물씬 풍기는 각 잡힌 행동이었다.

 

하후경이 철기사절과 함께 나가자, 사마경은 찻잔을 들어서 앵두처럼 붉은 입술을 촉촉하게 축였다.

“정말 남자답게 생긴 사람이야. 안 그래, 천운?”

“흑월대에도 저 정도의 사람은 많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을 퍼마시는 사람은 많겠지.”

비겁하게!

장천운은 할 수 없이 이야기의 주제를 돌렸다.

“철기보도 도착했는데, 이제 어떡하실 생각이십니까?”

사마경이 ‘네 속마음 다 안다’는 듯 한번 째려보고는 정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밀령과 첩밀각에선 연락 왔나요?”

“예상했던 대로 대봉문과 영천장이 천은방을 돕기 위해서 무사를 파견했습니다.”

“몇 명이나 되죠?”

“양쪽 합하면 삼백이 넘습니다.”

고운 아미를 찡그린 사마경이 다시 물었다.

“사절방 무리는 찾았나요?”

“이랑산 근처에서 그들을 봤다는 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 근처 산에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랑산이 어디쯤 있죠?”

정유는 탁자 위의 지도에서 한 곳을 가리켰다.

당하와 필양 사이에서 남쪽으로 치우친 곳이었다. 석청산에서 삼십 리 정도 떨어진 곳.

“바로 이곳입니다. 우리가 당하에 있는 천은방을 공격하면 뒤를 치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흥! 역시 그랬군요.”

그때 지도를 내려다보던 장천운이 미간을 좁혔다.

“군사, 저들이 손을 잡는다면 우리로선 상당히 곤란해질 수도 있겠군요.”

“당연히 그렇지. 손잡을 가능성은 무척 낮네만, 혹시 모르니 만약을 위한 준비는 해두어야겠지.”

“손잡을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이 할 정도?”

“어차피 구천성과 싸우려는 자들인데 왜 손을 잡으려 하지 않죠?”

“사이가 좋지 않다네.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한이지. 벌써 오십 년 동안이나 그렇게 지내왔네. 더구나 천은방이 구천성과 가깝게 지내면서 더욱 사이가 멀어졌지.”

이해가 갔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가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흐르기도 했다.

“어쨌든 최대한 빨리 사절방을 찾아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밀령과 첩밀각이 찾고 있으니 곧 드러날 거네. 어쩌면 이미 발견되었을지도 모르지.”

 

***

 

정오가 되기도 전에 대봉문과 양가장 무사들이 속속 신천장에 도착했다.

호경담은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그들을 맞이해서 연회를 열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소이다! 이렇듯 구천성의 독선적인 패권에 대항하기 위해 달려와 주신 분들께 이 호경담이 경의를 표하오!”

그가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자, 좌중에 앉아 있던 자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마주 예를 취했다.

“과찬의 말씀이오! 호 방주님이야말로 남들이 엄두도 못내는 일을 분연히 일어나서 이끄시니 참으로 대단하외다!”

“맞는 말씀입니다! 대단한 분은 호 방주님이시오!”

최고조에 달한 분위기.

“허허허허! 별 말씀을 다하시는구려!”

호경담은 만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맞잡은 손을 흔들었다.

호양청에게서 사절방과 연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온 터였다. 게다가 구천성에 불만이 많은 무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모두 합하면 일천오백이 넘는 숫자.

그 정도라면 구천성의 토벌대와 충분히 싸워볼 만 했다.

고수의 숫자에서는 밀릴지 몰라도 두 배의 인원. 하늘을 찌르는 사기. 거기다 공손백이 뭔가 수를 쓴다면 피해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성공한다면 우리 천은방이 배는 더 커진다. 아니, 청아의 능력이라면 그보다 훨씬 더 큰 세력으로 키울 수 있어.’

그때쯤 되면 사람들도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이 왜 무리를 하면서까지 이번 일에 나섰는지!

 

연회는 두 시진이 다 지나서야 끝이 났다.

대봉문과 양가장의 간부들도 쉬기 위해서 정해진 거처로 돌아갔다.

호경잠은 모두가 빠져나간 뒤에야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서 대령주께 말씀드려라. 우린 약속을 충실하게 이행할 거라고. 그러니 대령주께서도 약속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알겠느냐?”

“복명.”

가늘게 울린 목소리의 주인이 곧 천장에서 사라졌다.

기척이 사라짐을 안 호경담의 입술 가에 가느다란 냉소가 떠올랐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다. 구천성도 영원할 수는 없는 법이지. 후후후후.’

 

***

 

구양명은 석양이 진 후에야 운기요상을 마쳤다.

식음을 전폐하고 한나절 내내 운기를 하며 내상을 치료했다는 것은 그의 내상이 심상치 않았다는 반증이었다.

장천운은 그가 일어났음을 알고 찾아갔다. 그리고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구양 대협, 사절방이 지금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미안하지만 사절방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말할 수 없다. 그게 세 번째 부탁이라면 차라리 내 목을 내놓지.”

구양명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사절방과의 마지막 신뢰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장천운도 그의 뜻을 알고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말하기 싫다면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세 번째 부탁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너무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 생각한다니 다행이군. 그럼 세 번째 부탁을 말해봐라.”

“나중에 하죠.”

구양명은 이마를 찌푸렸다.

언제 어떤 부탁을 할지 모른다. 계속 찝찝함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해도 될 일이었다.

지금은 그저 명줄이 조금 더 늘어난 것에 대해서 만족하면 그만이었다.

“좋아. 그렇게 하지.”

“바로 떠나실 겁니까?”

구양명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나름대로 미련이 남아 있던 그는 괜찮은 변명꺼리를 생각해냈다.

“아니. 세 번째 부탁을 들어주기 싫어서 도망쳤다는 소리는 듣기 싫다.”

왠지 이유치고는 미진한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장천운은 토를 달지 않았다. 그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에겐 엄청난 득이 되니까.

“그럼 사절방 외에 다른 곳과 싸움이 벌어지면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사절방만 아니라면 그다지 상관없을 것 같군. 단, 내가 비록 의협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지만, 불의한 일에는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어쨌든 도와주시겠다니 감사합니다.”

포권을 취한 장천운은 은근슬쩍 결론을 내리듯 말하고는, 구양명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화제를 돌렸다.

“배고프실 텐데, 식사하러 가시죠. 소성주께서 함께 식사하셨으면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구양명이 과장된 투로 말하며 벌떡 일어났다.

“그 말을 들으니 배가 고프군. 가세!”

장천운은 그의 밝은 표정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정말 소성주에게 반했나?’

연송하가 말했다. 소성주를 바라보는 구양명의 눈동자가 풀어져 있었다고.

흔히 아름다운 여자에게 넋이 빠진 남자가 그런 눈이라고 했다.

그런데 방금 그가 본 구양명의 눈동자가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도, 연송하도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구양명의 넋을 빼놓은 사람은 사마경이 아니라는 걸.

 

***

 

방은 한 면이 오십 자가 넘을 정도로 컸다. 그 큰방 안에 탁자와 의자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흔한 장식장조차도.

기둥에 붙어 있는 등잔은 여섯 개였지만 타오르는 불빛은 두 개 뿐. 방 규모에 비해서 너무 적었다.

궤궤한 적막감에 불빛마저 흐리니 마치 무덤 속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비밀스런 일을 좋아할,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음모를 꾸미는 자들이 좋아할 실내 풍경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방안, 커다란 탁자 둘레에 다섯 사람이 앉아 있었다.

“사마경은 지금 필양에 머물고 있습니다.”

적막감을 깬 목소리의 주인은 입구에서 봤을 때 좌측 앞쪽에 앉아 있는 자였다.

사십대 초중반쯤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 그는 하관이 뾰족하게 빠졌고, 음침하게 느껴지는 눈빛이 무척 깊었다.

“그들이 언제 움직일 것 같으냐?”

입구를 정면으로 마주보는 곳, 가장 안쪽에 앉아 있던 자가 물었다.

육순의 나이. 머리와 수염이 은백색인 노인이었다.

아마 강호의 이야기꾼들이 그를 보았다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었다.

청운신검(靑雲神劍) 서문주경. 중원십검 중 하나로 꼽히는 절대고수가 수상쩍은 장소에서 수상한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철기보의 폭풍철기대가 도착했으니 내일쯤 공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원은?”

“약 팔백 정도 됩니다.”

“천은방 쪽보다 적군.”

“숫자는 적지만 전체 전력은 훨씬 강력합니다.”

“군사, 그들이 이길 확률은 어느 정도 되는가?”

우측 앞쪽에 앉아 있던 자가 물었다. 나이는 오십대 초중반쯤이었고, 사각형 얼굴에 수염이 짙어서 강인한 인상을 풍겼다.

그가 바로 절풍신창(折風神槍) 악조백. 팔대세가 중 하나인 산동 악가의 둘째 주인으로 파천회 팔기(八旗) 중 홍기 기주였다.

“현재로선 칠 할 정도 된다고 봅니다.”

군사라 불린 중년 남자, 제갈승우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는 와룡 제갈세가의 주인인 제갈선우의 셋째 아우로, 사람들은 그를 귀제갈(鬼諸葛)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현재 팔기 중 백기 기주였다.

“칠 할이든 팔 할이든, 지금 중요한 것은 구천성의 승률이 아니네.”

서문주경이 두 사람의 말을 끊고 좌중을 둘러보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언제 공격해야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야.”

제갈승우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외에 한 가지 더 중요한 점이 있었지만 굳이 자신의 입으로 말하진 않았다.

“그렇습니다. 기회를 잘 포착한다면 소성주를 잡아서 구천성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잠시 생각하던 서문주경이 냉소를 지으며 결정을 내렸다.

“좋아, 그럼 우리도 그곳으로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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