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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145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7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145화

호양청 일행은 객잔을 둘러본 후 창문 쪽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장천운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천운은 지금 흑월대 복장이 아니었다. 게다가 역용을 한 상태였다.

대홍산은 천은방과 사절방 사이에 있었다. 자칫해서 그들과 마주치면 괜한 시간만 낭비할지 몰라서 역용을 한 것이었다.

덕분에 호양청 일행과 마주치고도 피할 필요가 없었다.

“왕 선배, 천은방 사람들이오.”

막 요리에 젓가락을 꽂은 왕규가 슬쩍 눈알만 굴려서 천은방 사람들 쪽을 바라보았다.

“조양의 총단이나 정리할 것이지 왜 이곳에 왔는지 모르겠군.”

“그만큼 절실한 이유가 있겠지요.”

“무슨 말인가?”

“중앙의 청년은 제가 석청산에서 본 자입니다. 사절방 무사들과 함께 있었지요.”

청년의 정체를 알게 됨으로써 장천운은 한 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흑월대가 석청산의 사절방 무리를 치지 않았다면, 천은방과 사절방이 힘을 합쳐서 구천성의 후위를 공격했을 거라는 사실.

만약 그들마저 공격에 가세했다면 전황은 전혀 다른 국면으로 흘러갔을 터, 실로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생김새가 호경담을 닮았군. 게다가 저렇게 호위를 받을 정도라면…….”

머리를 굴리던 왕규가 수수께끼를 풀어낸 사람처럼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호경담에게는 호랑이처럼 용맹하고 머리까지 뛰어난 아들이 있네. 아무래도 그 아들인 호양청 같군.”

호양청이라면 장천운도 귀가 따갑도록 들어보았다.

무림십룡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천은공자 호양청.

그는 학식에도 매우 뛰어나 문무를 겸비한 청년고수로 알려져 있었다.

‘어쩐지 멀리서도 뛰어난 기색이 느껴진다 했더니…….’

한 가지 의문은, 지금쯤 죽은 호경담의 장례로 천은방에 있어야할 그가 수주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왜?

잠시 생각을 정리한 장천운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천은방이 손을 내밀어서 도움을 청할 만한 문파가 이 근처에 몇이나 됩니까?”

“둘 정도? 하나는 효창 쪽에 있는 제검보(帝劍堡)고…… 다른 하나는 이곳 수주 외곽에 있는 설가장이네.”

왕규가 슬쩍 장천운의 표정을 살피고 말을 이었다.

“왜? 천은방이 도움을 청하러 왔을 거라고 보나?”

“천은방 총단에 일천에 가까운 무사들이 남아 있다곤 하나, 주력고수 대부분을 잃은 상태입니다. 당장 구천성의 보복이 걱정되는 상황이니, 슬픔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도움부터 청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도 그렇군.”

그때 호양청이 장천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깊은 눈빛으로 장천운을 쳐다보았다.

대화를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진기로 막혀서 바로 옆 탁자에 앉아 있는 자들도 듣지 못했으니까.

그가 장천운을 바라본 것은 왠지 모를 기이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누구지?’

들어올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 때문에 별 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자리에 앉기 직전에서야 가슴에 거미줄이 쳐진 것 같은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 답답함의 정체를 찾던 그의 시선을 멈춘 곳이 바로 장천운이었다.

평범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자. 왠지 눈에 익은 것처럼 느껴지는 자.

“왜 그러십니까, 소방주? 아는 자입니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중년 무사, 백궁이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호양청의 호위인 천은사호(天銀四護).

호경담이 아들의 안위를 위해서 어릴 적부터 키운 그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절정고수들로, 그 중 첫째가 백궁이다.

“아는 자는 아닌데,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는군요.”

호양청은 이마를 찌푸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제가 가서 정체를 알아보겠습니다.”

백궁의 옆에 앉아 있던 장한이 일어났다.

짙은 수염과 먹처럼 굵은 눈썹이 인상적인 그가 넷째인 백소였다.

그때 객잔의 주렴이 거칠게 열리며 무사 하나가 객잔 안으로 뛰다시피 들어왔다.

천은방 복장을 한 무사였다.

그자는 두리번거리다 호양청 일행을 발견하고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다.

장천운에게 가려던 백소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리 다급한 표정이냐?”

“설가장에서 소방주님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

백소가 반색하며 호양청을 돌아다보았다.

“소방주, 그들이 소방주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호양청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반대일 수도 있소.”

백소가 흠칫하며 조금 전에 들어온 무사를 바라보았다.

무사가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방주님 말씀이 옳은 것 같습니다. 소방주님을 찾기 위한 목적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 자들이 나왔습니다. 게다가 표정도 굳어 있고, 말투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나를 잡아서 구천성과 협상을 하겠다는 건가?”

호양청이 나직하게 말하고 옆에 놓아둔 검을 잡았다.

백궁을 비롯한 천은사호도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사실이라면 이곳에 더 있을 수 없습니다. 식사는 수주를 벗어난 후에 해도 되니 그만 가시지요.”

“죽일 놈들, 언제는 잘 지내보자고 손이 닳도록 비벼대더니…….”

덩치 큰 장한, 백호가 이를 갈았다.

검을 든 호양청이 입을 꾹 다문 채 일어났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장천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장천운은 왕규와 경쟁하듯 열심히 젓가락을 놀리고 있었다.

어찌나 손이 빠른지 열을 세기도 전에 커다란 접시가 깨끗하게 비워질 듯했다.

‘내가 잘못 봤나?’

호양청은 호기심을 접고 자리를 떠났다.

점소이가 ‘곧 요리가 나옵니다요!’하며 소리쳤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점소이 역시 붙잡지 않았다. 요리 값은 이미 선불로 받았으니까.

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반은 자신 몫이 되니 오히려 안 돌아오는 게 나았다.

“루루루, 휘휘휘, 수주의 봄바람은 옷깃 사이로 도망치고…….”

장천운은 점소이가 휘파람을 불며 옆을 지나갈 때 자리에서 일어났다.

왕규가 마지막 남은 요리를 허겁지겁 입안에 집어넣으며 올려다보았다.

“왜……?”

“수주의 봄바람 좀 쐬러가죠.”

“밤인데?”

“그럼 밤바람을 쐬러가는 거죠 뭐.”

 

***

 

설가장(薛家莊)의 현 주인인 설무곡은 쉰세 살이다. 그는 이십 년 만에 바꾼 자신의 결심을 후회하지 않았다.

설가장에게는 멀리 있는 구천성의 강력한 힘보다 천은방과 사절방이 더 두려운 존재였다.

그래서 구천성과는 거리를 두고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하지만 구천성의 코털을 건드렸던 천은방이 재채기 한방에 나가떨어진 걸 보고 생각을 바꾸었다.

공을 세워서 구천성의 인정을 받는다면, 이전에 외면했던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천은방이 다스리던 넓은 구역을 설가장이 차지할 수 있을지도…….

“호양청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설무곡이 희망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앞에 서 있던 중년 무사가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북쪽의 포위망에서 놓쳤는데, 지금 서쪽으로 도주하고 있다 합니다.”

“서쪽은 누가 맡고 있지?”

“동철이 이끌고 있는 검설당이 맡고 있습니다.”

설무곡은 눈살을 찌푸렸다.

호양청의 무공은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더 강하다. 게다가 두뇌의 뛰어남은 정평이 나 있다. 동철과 검성당만으로는 막을 수 없는 자.

그가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자네들이 가서 도와주게. 놈들은 대홍산으로 들어가려고 할 거야. 그 전에 잡아야 하네.”

그의 우측에는 설가장의 장로 여섯 중 넷이 서 있었다.

“알겠소이다, 장주!”

오십대쯤으로 보이는 중년 무사, 설무곡의 사촌형인 설중석이 무거운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장로 셋과 함께 전각을 나섰다.

설무곡은 장로들이 전각을 나가자, 이번에는 좌측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가 바라보는 곳에는 그를 닮은 중년 무사가 조용히 서 있었다.

은연 중 무게감이 느껴지는 그 중년 무사는 설무곡의 아우이자 호원단주인 설무도였다.

설무곡을 제치고 설가장 제일고수로 평가 되는 절정고수.

“아우가 직접 구천성에 다녀와야겠다.”

“알겠습니다, 형님.”

설무곡이 품에서 봉인된 서찰 하나를 꺼내더니 설무도에게 내밀었다.

“이것을 건네주고 말해. 이제부터 설가장은 구천성의 명령을 따를 거라고.”

설무도는 서찰을 받아서 품속에 넣었다.

“누구에게 건네주면 좋겠습니까?”

그 말에 설무곡이 이마를 찌푸렸다. 동생의 말뜻을 알기 때문이다.

구천성의 힘은 셋으로 나누어져 있다.

대령주 공손백과 대장로 나극, 그리고 임시성주인 소성주 사마경.

어느 쪽에 줄을 서는가에 따라 설가장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말을 하지 않았을 뿐 이미 결정은 내려졌다. 그리고 그 결정의 은밀하고 깊은 곳에는 또 다른 목적이 숨어 있었다.

자신보다 잘난 동생을 위해서.

“그야 물론 공손백이지.”

설무도의 눈빛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그는 형이 자신을 직접 보내려는 목적을 조금이나마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러나 토를 달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형님.”

 

***

호양청은 천은사호와 호위무사 이십 명을 대동하고 수주에 왔다.

은밀하게 움직이려면 많은 호위대를 거느릴 수가 없었다.

설가장과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기에 안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당하의 전쟁에서 패했다 해도 설가장 정도는 천은방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

설가장은 겉으로 웃고는 뒤에서 칼을 들이댔다.

호양청은 설가장의 뜻을 눈치 채자마자 수주를 빠져나가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백궁이 설가장과 대화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듣지 않았다.

설무곡은 비정한 성격을 지닌 자다. 천은방과 결별하기로 작정한 이상 결정을 반복할 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굳이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설가장에서 지원무사가 쏟아져 나오기 전에 수주를 빠져나가서 최대한 멀어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설가장의 공격은 생각보다 거세고, 집요했다.

작정을 단단히 한 듯 포위망이 몇 겹이나 펼쳐져 있었다.

호양청 일행은 세 겹의 저항선을 뚫고 북쪽으로 향했다.

북쪽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다른 곳보다 더욱 강력한 방어막이 펼쳐져 있었다.

그들이 천은방으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

호위무사 넷을 잃은 호양청은 즉시 방향을 서쪽으로 틀었다.

서쪽에는 대홍산이 펼쳐져 있었다. 한때 녹림산(綠林山)으로 불리던 곳. 녹림의 수많은 도적들이 성지로 여기는 대산.

그곳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설가장의 추적을 따돌리는 일은 어렵지 않을 듯했다.

설무곡에게 보고가 올라간 것은 그때쯤이었다.

 

호양청 일행은 호위무사 여섯을 희생하고 겨우 수주를 빠져나왔다. 그나마 어둠 덕분에 더 이상의 피해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설가장의 포위망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대홍산을 향해 달려가는 그들 앞에 근 백 명이나 되는 무사들이 나타난 것이다.

“멈춰라, 호양청!”

호양청은 급히 걸음을 멈추고 이를 악다물었다.

그는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고 소리치는 자를 본 적이 있었다.

어둠 속에 거만한 자세로 서 있는 자, 그는 설가장 검설당 당주인 동철이었다.

“동 당주! 진정 본방과 적이 될 생각이오?”

“천은방은 멍청한 짓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으면 우리도 굳이 천은방과 싸울 이유가 없었겠지.”

동철이 냉랭히 말하며 검을 뽑았다.

호양청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이제 자신과 천은사호, 그리고 호위무사 열이 남은 상황.

빠져나가는 일이 쉽진 않겠지만, 절망적인 상황까지는 아니었다.

“어디 막아보시오!”

일갈을 내지른 호양청이 땅을 박차고 동철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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