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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180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06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180화

간부들의 눈이 일제히 입구 쪽으로 향했다.

곧 문이 열리더니 선등경 등이 안내를 받아서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난생 처음 겪는 엄중한 침묵 속에서 걸음을 옮겼다. 공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광양삼절과 쌍위는 입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짝바짝 마르고 움켜쥔 손 안에 식은땀이 찼다.

사마경이 낭랑한 목소리로 그들을 소개했다.

“무적장의 선등경 장로와 채응도 대협, 그리고 광양산장의 용화성 소협과 광양삼절이세요. 이분들께서 당시 귀독마종을 찾으러 간 장 대주와 함께 귀독마종의 증언을 들었어요.”

그녀가 말하는 동안 선등경 등이 그녀 앞에 도착했다.

“선 대협께서 당시의 상황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선등경은 먼저 구천성의 간부들을 향해서 포권을 취했다.

“선등경이라 하오. 장주님의 명을 받고, 당시 들은 이야기를 사실대로 말하고자 이곳까지 왔소이다.”

그는 일단 삼장무적의 위명을 내세워서 자신의 말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구천성 간부들은 그저 구천성과 협력하기 위해 온 줄로만 알았던 선등경 등이 독살의 증인이라는 걸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선 장로님, 귀독마종에게 들은 이야기를 말씀해보세요.”

“예, 소성주.”

선등경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귀독마종을 만났던 때부터 시작해서, 귀독마종이 장천운의 심문을 받고 뇌혈산에 대해서 밝힌 부분까지. 그는 모든 이야기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 후 장강을 건넌 우리는 대벽보에 찾아가서 엄효익을 추궁하여, 그가 노회현 장로의 명령으로 당초당에게 뇌혈산이라는 독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소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는 대다수의 간부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병으로 죽은 줄 알았던 성주가 독살을 당했다고?

노회현이 성주를 독살한 독을 구입했다고?

사실이라면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선등경의 이야기가 끝나자, 사마경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노 장로가 사라졌어요. 우연의 일치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두 가지 일이 전혀 무관하지만은 않다는 게 저의 생각이에요.”

그녀의 시선이 공손백에게로 향했다.

“대령주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손백이 가래 끓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놀랍고도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네.”

“누가, 왜! 아버님에게 독을 썼을까요?”

사마경의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높아졌다. 참으려 해도 심장이 터질 듯 고동쳐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거야 전대 성주를 죽여야만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자들의 소행이 아니겠는가?”

정말 뻔뻔하다.

—당신이 황사중에게 독을 쓰게 만들었잖아!

사마경은 그렇게 외치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맞아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경우 누가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요?”

장내가 다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해졌다.

그 말이 마치 나극과 공손백을 겨냥해서 한 말처럼 들리는 것이다.

대장로 나극이 성주와 암투를 벌였다는 것을 모르는 이 누가 있으랴. 공손백은 구천대령주가 되어서 차대 성주가 될 뻔했던 사람 아닌가.

누가 생각해도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사람은 그 두 사람이다.

사람들은 공손백이나 나극이 당장 고함을 치며 반박할지 모른다 생각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니까.

그러나 공손백은 목소리조차 흔들리지 않았다.

“누가 큰 이득을 얻느냐? 그야 최근의 정세를 보면, 무림맹과 파천회를 첫손에 꼽을 수 있을 거네. 그리고 검왕문과 장강팔련도 마찬가지지.”

“재작년만 해도 그들은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어요.”

“흉심을 품은 자들이 속셈을 숨기는 거야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럼 내부의 사람이 그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시나요?”

“내부에서라…….”

공손백이 말꼬리를 길게 끌었다.

대전 내의 간부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움직이기라도 하면 대전 안이 폭발해버릴 듯했다.

그때 나극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성주, 너무 지나친 생각인 것 같구먼. 솔직히 노 장로가 뇌혈산이라는 독을 구입했다는 것 외에 전대 성주께서 독살을 당하셨다는 어떤 증거도 없잖은가? 알지 모르겠네만, 노 장로 외에도 독을 구해서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네.”

“독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많을지 몰라도,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극독과 같은 독효를 보이는 독은 뇌혈산밖에 없어요.”

“내 독의 전문가가 아니니 그에 대해선 뭐라고 하기가 그렇군. 어쨌든 소성주의 말은 너무 엄청나서 좀 더 깊게 생각해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저도 처음에는 경황이 없어서 깊은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너무 많더군요. 황 당주가 자결한 것도 그렇고, 절대경지에 이른 아버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어요.”

“세상에는 왕왕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네.”

“그럼 노 장로가 뇌혈산을 어디에 쓰려고 구입했다고 보시나요?”

“그거야 노부보다는 노회현을 잡아서 물어봐야할 일 아닌가?”

“물론 저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노 장로를 찾기 위해 장 대주가 조사를 시작한 거죠.”

“듣자 하니 이청에서 노 장로를 봤다고 하더군.”

“저도 들었어요. 그런데 그 소문은 헛소문일 가능성이 농후해요.”

“노부가 들은 바로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던데, 왜 헛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사마경이 고개를 돌려서 장천운을 바라보았다.

“장 대주, 노 장로의 행방을 조사한 내용에 대해서 말해 봐.”

사마경의 좌측 두어 걸음 뒤에 서 있던 장천운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지난 며칠 동안 노 장로의 행방을 조사하던 중 척산농장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척산농장의 돼지우리에서 사람의 뼈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 후 농장의 일꾼들을 추궁했더니 토막 난 시체 두 구가 돼지에게 던져졌다고 합니다. 날짜는 노 장로가 사라진 다음 날이었지요.”

숨 죽이고 있던 간부들이 다시 웅성거렸다.

“그럼 그 시체가 노 장로의 것이었단 말인가?”

육선기가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쳐 물었다.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열 중 아홉입니다.”

“뼈만 발견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떻게 노 장로의 것이라 확신하는가?”

“뼈와 함께 돼지들이 삼키지 못한 옷가지도 발견했지요. 비록 찢어지고 헤져서 알아보기가 쉽진 않았습니다만, 깨끗하게 빨아서 조사한 결과 노 장로님이 입으셨던 옷과 색깔이나 옷감이 같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사실 짐작만 할 뿐이다. 옷 조각은 돼지 분뇨 때문에 색이 거무스름하게 바래서 정확히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다른 시체 한 구는 장로원 하인 중 호삼이라는 자일 것이 확실합니다.”

그에 대해서는 누구도 묻지 않았다. 하인의 죽음은 관심 밖이었다.

공손백 역시 호삼의 죽음에 대해서는 눈도 깜박이지 않았다.

“옷 조각이 비슷하다 해서 노 장로일 거라는 생각은 너무 비약이 심한 것 같군. 그렇다면 그가 이청에 어떻게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노 장로는 이청에 나타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소문은 헛소문이라는 것이지요.”

“거꾸로 말하면, 노 장로가 이청에 나타난 게 확실할 경우 돼지우리의 뼈가 노 장로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 되겠군.”

“그야 물론이지요. 그런데 그 토막 난 시신을 왜 장로원의 경비무사들이 척산농장으로 가져왔는지 그게 의문입니다.”

“장로원의 선경대가 토막 난 시신을 척산농장으로 가져갔다고?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설마 농장에서 수 년 간 일한 사람들이 장로원의 경비무사도 못 알아보겠습니까?”

“그 경비무사가 누군지 아는가?”

“아쉽게도 그 경비무사의 지시를 받고 토막 난 시신을 돼지우리에 던져 넣은 자가 자결했습니다. 그 바람에 경비무사의 정체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정말 아쉽군. 그자를 찾아내기만 하면 사실관계를 확실히 알아낼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진정 얼굴에 철판을 댄 것이 않고서야 어찌 저렇게 태연히 말한단 말인가.

장천운은 공손백의 태연함에 가슴이 싸늘하게 식었다.

하지만 그도 공손백 못지않았다.

“곧 알아낼 것이니 너무 실망하지 마십시오. 알아내면 대령주께 제일 먼저 알려드리지요.”

공손백은 자신도 모르게 속이 울컥했다.

왠지 자신을 조롱하는 말처럼 들린 것이다.

“돼지우리의 뼈가 노 장로 것이라는 증거로 옷 조각을 말했는데, 그 외에 또 다른 증거가 있는가?”

“아직은 없습니다만, 곧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보가 들어왔으니까요.”

“그래? 그거 잘 됐군. 그 증거가 뭔지 말해보게나.”

“죄송합니다만, 확인할 때까지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습니다. 비밀이 새어나가면 범인이 그 증거를 없애버릴지 몰라서 그런 것이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말일까?

어쩌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계속 물어볼 수도 없었다.

범인이 증거를 없애버릴지 몰라? 그 말이 꼭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처럼 들렸다.

공손백은 살기가 칼날처럼 침잠된 눈으로 장천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죽일 놈. 네놈이 감히 나를 놀리려 하다니.’

그러나 지금 분노를 드러내봐야 간부들의 의심만 살 뿐이다.

“좋아, 노 장로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차후 밝혀질 것이고…… 소성주, 전대 성주님께서 정말로 독살을 당했는지, 그 사실을 밝혀낼 방법은 있는가?”

“물론이에요. 하지만 방법을 말씀드리기 전에 짚고 넘어갈 것이 있어요.”

“말씀해보시게나.”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구천성에 충성을 맹세한 분들이에요. 그러니 전대 성주님께서 독살 당하신 것이 확실하게 밝혀지면 범인을 잡는 일에 최대한 협조해주시길 바라겠어요.”

절반 정도는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옆을 살피며 눈치를 봤다.

“만약 조사를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누구든! 범인과 한편이라고 생각하고 구천율에 따라서 처리할 거예요.”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사마경의 목소리가 구천대전을 쩌렁쩌렁 울렸다.

눈치를 보던 자들도 마지못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댔다.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자 공손백이 나섰다.

“그야 당연한 일 아닌가? 조사를 방해하는 자는 즉결처분을 해도 할 말이 없을 거네. 자, 그럼 이제 독살을 밝혀낼 방법을 말해보게나.”

듣는 이의 가슴이 답답해지는 무채색의 목소리였다.

사마경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

 

뇌혈산에 당해서 죽은 시신에는 한 가지 특징이 남는다고 했다.

문제는 사마중천이 죽은 지 이미 일 년 육 개월이나 지나서 과연 그 특징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날 오후.

군웅들은 사마중천의 무덤인 마신총(魔神塚) 앞에 서서 초조함과 어떤 기대감을 품고 전면을 주시했다.

사마경과 공손백, 나극, 우문각 등 최고위급 간부들이 맨 앞에 서서 사자(死者)에게 올리는 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사자의 대지로 들어가는 일인 만큼 넋을 위로하고 용서를 비는 제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제물이 바쳐진 제단 위에서 향이 타오르고, 영생을 비는 경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근 이 각에 걸친 제가 끝나자 천경전 무사들이 마신총 입구로 다가갔다.

그때까지도 문인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신총을 만들기 위해서 백여 장 떨어진 곳에 있던 작은 동산 하나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내부에 들어갈 천근 거석을 나르기 위해서 구천성의 고수 수백 명이 나섰고, 돌을 손질하는 일에 석공이 삼십여 명, 절정고수 십여 명이 동원되었다.

마지막으로 동산의 흙을 퍼서 마신총 위에 덮을 때는 일천 무사가 달려들었다.

그렇게 장례기간 단 보름 만에 완성된 마신총은 높이가 십 장이나 되었고, 직경 역시 삼십 장을 넘었다.

입구의 석문은 높이가 일곱 자나 되었는데, 어지간히 키가 큰 사람도 서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드드드드.

구천성의 간부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동안 천경전 무사들이 마신총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쿠쿠쿠궁.

석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대지가 잘게 몸을 떨었다.

 

사마경은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이를 악물었다.

거대한 마신총의 입이 서서히 벌어지면서 어두컴컴한 내부가 보였다.

무덤의 내부는 비스듬히 아래쪽으로 내려가게끔 만들어져 있었다.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 안쪽에서 퀴퀴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냄새 때문에 코를 찡그리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문이 완전히 열리자, 천경전 무사 넷이 초롱을 들고 앞장서서 무덤으로 들어갔다.

무덤 안으로 들어갈 사람은 엄격히 제한되었다.

사마경과 공손백, 나극이 각자 호위무사를 두 명씩 대동했다. 우문각과 백리호, 독고태는 호위를 대동하지 못했다.

그나마도 무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그들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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