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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176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5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176화

***

 

사마경을 만난 장천운은 우문각과 나눈 대화를 그대로 말해주었다.

사마경은 두 사람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하지만 그녀도 성공확률이 반반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기에 불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다.

“할 수 있겠어?”

“제가 못한다고 하면 안 할 겁니까?”

“천운이 못한다고 하면 나라도 해야지.”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안할 수가 없다.

자신은 호위무사. 어차피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 할 테니까.

까짓 거, 잘못된다 해도 죽기밖에 더하겠어?

“복주에 간 전이산 령주가 돌아오면 회의를 소집하십시오. 저도 그때까지 준비를 마치겠습니다.”

“알았어. 그리고…… 이리 와봐.”

장천운은 순순히 사마경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안으려 한다는 걸 알고도 가만 놔두었다.

아마 불안과 초조한 마음은 자신보다 몇 배나 더할 것이다.

사마경이 장천운의 넓은 품에 얼굴을 묻으며 허리를 감싸 안았다.

“고마워. 잘못 되어도 천운을 원망하지 않을 거야.”

장천운도 가만히 손을 들어서 그녀의 몸을 안았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친다 해도 절독곡에 들어갈 때보다는 나을 겁니다.”

“그래, 천운 말이 맞아.”

고개를 든 사마경이 능어 같은 손으로 장천운의 목을 휘어 감으며 매달렸다.

 

***

 

문인동에게 무림맹의 소식을 들은 공손백의 입가에 하얀 냉소가 번졌다.

“무림맹이 공식적으로 본 성에 대항하기로 했단 말이지?”

“예, 주군. 이미 구문팔가에 전서가 날아갔다고 합니다.”

“언제쯤 움직일 것 같으냐?”

“그들도 시간을 끌어봐야 좋을 일 없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며칠 안에 어떤 식으로든 움직일 겁니다.”

“무림맹이 움직이는 게 확인되면 대평의회를 소집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계획을 세워 둬라.”

“알겠습니다, 주군.”

 

보고를 마친 문인동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를 악다문 그의 눈에서 싸늘한 살기가 번뜩였다.

‘이번 일만 성공하면 지난 과오는 모두 덮어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시켜야 돼.’

정을 끊고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를 택한 그다.

이대로 꺼꾸러질 순 없었다.

그런데 그가 거처에 도착했을 때였다. 직속 호위무사 중 하나인 양추가 다가와서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로께 아뢸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냐?”

“척산농장에서 연락이 왔는데, 장천운이 사밀령과 함께 농장을 방문했다 합니다.”

“뭐?”

“일꾼이 시신을 돼지 밥으로 던져준 것을 놈이 알아냈습니다.”

“젠장, 골치 아프게 됐군.”

“그래도 그 시신이 누구인지는 확실하게 알지 못할 겁니다. 일꾼들이 알 수 없도록 얼굴 가죽을 완전히 뜯어냈으니까요.”

“어쨌든 앞으로 더 집요하게 파고들겠어.”

문인동은 짜증이 나긴 했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돼지 밥이 된 시신의 주인이 노회현이라는 것을 모르는 한 쉽게 몰아붙이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며칠만 참으면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가 올 것이다.

‘일단 시간을 끌어야 해.’

순간, 괜찮은 계책이 번갯불 치듯 뇌리에 떠오른 그는 이를 드러내며 하얀 웃음을 지었다.

“양추, 노회현을 이창 부근에서 본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라. 소문의 시발점은 이곳이 아닌 이창 쪽에서 온 사람의 입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야 더 믿음이 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즉시 아이들을 보내겠습니다.”

“철저히 처리하라고 해. 며칠만 놈의 눈과 귀를 가리면 되니까.”

“예, 장로. 그리고 저…… 이것을 한번 보시지요.”

양추가 품속에서 작게 접힌 종이를 꺼내 내밀었다.

“그건 뭐지?”

“파천회를 추적하던 오강이 누군가가 보냈다며 가져왔습니다.”

문인동은 위치가 알려지지 않은 파천회의 총단을 찾기 위해서 무사를 파견했다.

구천성을 장악하면 가장 먼저 제거해야할 곳이 파천회다. 하지만 사마경에게 밀릴 경우에는 그들의 힘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느 쪽으로 결과가 나오든 그들의 위치를 알아놓아야 치든, 손을 잡든 할 것 아닌가.

“누가 보낸 것인지 모른단 말이냐?”

“그게…… 아무래도 파천회에서 보낸 것 같습니다.”

문인동은 양추의 말에 눈빛을 번뜩이며 서신을 펴보았다.

 

[긴히 상의할 일이 있소. 서로가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함이니, 승낙한다면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자를 삼월 십이일 은산 목운사(木運寺)로 보내시오. 파(破)]

 

서로가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함이다?

그 말인 즉 ‘나는 공손백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뜻이다.

‘놈들이 무엇 때문에 만나자는 거지?’

어차피 구천성을 장악한다 해도 파천회와는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설령 구천성을 얻지 못한다 해도 이용대상일 뿐이고, 결국에는 적으로 대해야 한다.

그런데 적이 될 사이에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혹시 그쪽도……?’

예상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뿐이다.

파천회 내부에 알력이 있다는 것.

그렇다면 만남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사실이라면 이용하기가 더 쉬워질 테니까.

‘대령주에게 보고해야 하나?’

멈칫했던 문인동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젓고 양추에게 말했다.

“오강에게 가서 그들을 만나보라고 전해라.”

“예, 장로.”

“저쪽에서 어떤 의견을 내비치던 결정을 미루고 날짜를 잡아보라고 해.”

“하면……?”

“내가 먼저 만나서 그들의 속셈을 알아보겠다.”

“알겠습니다, 장로.”

 

***

 

“사형은 이제 모든 걸 문인동하고만 상의하신다.”

백리호가 나직하게 말하며 허공을 응시했다.

백리우진은 그런 백리호를 보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대령주께서 잘못 생각하고 계신 겁니다.”

“무엇을 말이냐?”

“대령주께선 숙부님을 언제든 부릴 수 있다고 보시나 봅니다만, 사람 사는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는 법이잖습니까?”

백리호의 눈썹이 막대에 찔린 송충이처럼 꿈틀거렸다.

“등을 돌리잔 말이냐?”

“그런 말이 아니라…….”

“너는 모른다. 내가 왜 사형을 배신할 수 없는지.”

백리우진도 사실 그 점이 궁금했다.

백리호와 공손백 사이에 금이 간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공손백을 거역할 생각은 아예 없는 듯했다.

자신의 위치를 잘 이용하면 소성주와 공손백의 싸움을 좌우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왜? 무엇이 두려워서?

백리우진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물어봐도 대답해줄 수 없는 일이라면 묻지 않는 게 나았다.

‘언젠가는 알 수 있겠지.’

그때 백리호가 말했다.

“아마 네가 장천운이란 놈을 제거하기만 한다면 사형의 나와 너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백리우진은 자신도 모르게 악다문 턱에 힘이 들어갔다.

어느 곳이든 장천운과 연관되지 않은 일이 없다. 이제는 공손백과 백리호마저 장천운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어느새 그렇게 커버렸던가? 강련곡에서 자신의 말에 꼼짝도 못했던 하찮은 놈이!

‘너는 결국 내 손에 제거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 같구나, 장천운.’

사마경이 마음을 준 유일한 사람이 장천운이다.

공손백과 백리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거하려는 놈.

장천운만 없어진다면 사마경도 자신의 여자로 만들 수 있고, 공손백의 신임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으리라.

“걱정 마십시오, 숙부님. 반드시 제 손으로 놈을 제거할 겁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이고 말겠다는 결연한 표정, 말투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백리호가 숨을 두어 번 천천히 쉬었다. 그러고는 결심을 굳힌 듯 품속에 손을 넣더니 뭔가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한 뼘 크기의 작은 책자였다. 표지가 갈색에 가까운 누런 가죽으로 되어 있는데, 괴이하게도 제목이 쓰여 있지 않았다.

“받아라. 나중에 때가 되면 주려고 했다만, 이제는 줘도 될 만큼 큰 것 같구나. 부지런히 익히면 놈을 죽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다.”

 

***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오후.

갈색 몸통에 머리가 회색인 전서구 한 마리가 남궁세가의 검첩당(劍諜堂) 창문가의 새장 앞에 내려앉았다.

전서구는 새장 안으로 들어가더니 며칠 굶기라도 한 것처럼 모이통에 머리를 처박고 정신없이 모이를 쪼아 먹었다.

그때 창문 안쪽에서 불쑥 튀어나온 손이 전서구를 붙잡고 빨간 매듭이 매달린 전서통을 떼어냈다.

빨간 매듭이 매달렸다는 것은 전서의 내용이 일급비밀이라는 뜻. 일급비밀의 전서는 당주급 이상만 개봉할 수 있었다.

전서통을 떼어낸 자는 통을 개봉하지 않고 곧장 남궁서경에게로 가져갔다.

남궁서경은 통을 개봉하고 전서를 꺼내서 읽어보더니 눈을 부릅떴다.

그로부터 반각 후.

남궁력이 전서를 받아들었다.

그리 긴 내용은 아니었지만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전서를 다 읽고 고개를 든 남궁력의 두 눈에서 정광이 쏟아졌다.

“드디어 맹에서 결정을 내렸군.”

“이 몇 줄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십 년이 넘게 걸리다니, 허탈감마저 듭니다, 가주.”

“그래, 너무 오래 걸렸어.”

남궁력이 묵직한 목소리로 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경, 황산과 남천신문에 연락하고 간부회의를 소집해라.”

 

***

 

“개자식, 약속을 왜 안 지켜? 오늘은 내가 쫓아가서 단단히 따지고 말겠어.”

독고민은 눈을 부라리고 씩씩거리며 무화원으로 향했다.

장천운이 자신과 사마경을 만나게 해준다고 했다. 그 말을 한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그런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 몇 가지 큰일이 생기는 바람에 바쁘다는 말을 듣긴 했다. 그래봐야 그 일과 자신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오늘은 기필코 놈을 만나고 말리라.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가만 안 둘 거다, 개자식!”

그런데 씩씩거리며 무화원으로 향하던 독고민의 앞을 대여섯 사람이 막아섰다.

“네놈들은 뭐야? 뭐 하는 놈들인데 감히 본 공자의 앞을 막는 거냐?”

걸음을 멈춘 독고민은 앞을 막은 자들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말할 때마다 그의 입에서는 지독한 술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앞을 막은 벽호당 무사들은 코를 찌르는 술 냄새에 인상을 썼다.

그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독고 공자, 어젯밤에 경혼당 무사 둘과 싸운 적이 있지요?”

“어젯밤?”

그는 요즘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어젯밤에도 퍼붓듯이 마셨다. 얼마나 마셨는지 몸을 가누기 힘들어서 비틀거리며 길을 걷다가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쳤다.

경혼당 무사들이었다.

경혼당 무사들은 독고민에 대해서 들은 소문이 있기에 그냥 지나치려 했다. 그런데 똥 뀐 놈이 성낸다고 오히려 독고민이 시비를 걸었다.

상대는 경천단주 독고태의 아들이자, 대장로 나극의 외손자다. 경혼당 무사들로서는 아니꼬워도 참는 수밖에.

하지만 독고민은 참지 않았다.

감히 자신을 건드렸다며 느닷없이 두 사람을 공격했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 해도 구천삼공자 중 한 사람 아닌가. 일반 무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강했다.

몇 사람이 그 광경을 봤지만,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듯 못 본 척했다.

독고민은 두 사람을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서 기분이 풀릴 때까지 두들겨 패고 그 자리를 떠났다.

“맞아, 싸웠지. 그래서? 어쩔 거냐?”

독고민이 순순히 인정하자 벽호당 무사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독고 공자를 경혼당 무사 살해범으로 체포하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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