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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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6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5화
혈하-第 5 章 신비인과 소제제
“하악! 하악!”
말을 탄 듯 그의 사타구니에 걸터앉은 채.
여전히 굳건한 그의 육봉을 조개마냥 꽉 물은 채 빼주지 않는 그녀의 구멍 살.
그녀의 아랫배를 가득 메운 검은 방초림은 이 순간 그녀의 구멍에서 흘러나온 애액과 앵혈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물론 사군보의 사타구니 주변도 마찬가지였다.
[고생했다. 후후후……]
분명 비웃는 웃음이다.
“야! 야! 이 늙은이야!”
사군보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소제제를 밀어냈다.
“엄마!”
육봉이 저절로 빠졌다.
소제제의 몸이 옆으로 뒹굴어질 때 사군보는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야! 이 늙은이야! 어? 풀렸네?”
비로소 그는 자신의 혈도가 풀린 것을 깨달았다.
참으로 귀신같은 솜씨다.
어쨌든, 몸을 일으킨 사군보는 방을 뛰어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제길! 내 옷……”
갈기갈기 찢어진 옷.
벗겨진 바지 위에 점점이 묻어 있는 피.
“빌어먹을!”
이 상대로는 도저히 나갈 수 없었다.
“이봐! 큼!”
괜스레 소제제에게 화풀이하려 했지만 곧 그는 얼굴이 발개져 고개를 돌렸다.
달덩어리처럼 둥근 엉덩이.
미끈한 등.
예쁜 그녀의 알몸 뒤태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춘약 가루에서 해방이 된 소제제가 나신의 몸으로 급히 침대 위에 있는 이불을 끌어당기고 있었던 것이다.
“어맛!”
소제제 역시 볼이 빨개진 채 서둘러 이불로 몸을 가렸다.
그녀의 옷도 아주 걸레가 되어 있었으니까.
“제기랄!”
10년 만에 강호에 첫 발을 내딛었는데 그것이 열탕 지옥일 줄이야.
**
그래도 사군보는 남자였다.
들어오면서 부셔버린 문을 억지로 닫고, 점원을 불러 옷을 사오게 했으니까.
그러나 소제제만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
어색한 침묵.
두 사람은 서로 뒤돌아 앉은 채 멍하니 천장을, 벽만 바라보았다.
“후……!”
사군보는 긴 한숨을 토해냈다.
이어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미안하지만 난 일이 있어서……오늘 일은 잊길 바래요. 나도 잊을 테니까. 그냥 재수가 없었다, 그리 생각합시다.”
그 순간 우레 같은 전음이 그의 고막을 때렸다.
[얌마! 너 그냥 가려고?]
사군보의 눈썹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
그는 아무런 대꾸도 않고 걸음을 떼어 놓았다.
처음에는 이 작자가 묵혈방을 폄하해서 화가 났다.
자꾸 전음으로만 얘기하는 게 화가 났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체도 알 수 없는 자와 실랑이 하고 싶은 맘도 없었다.
더 엮이면 더 똥 밟을 것 같았기에.
[이 새끼 봐라, 처녀를 망쳐놓고 일언반구도 없이 그냥 가려고 하네? 완전히 나쁜 놈일세 그려……]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껐다.
[이놈! 세 걸음만 더 떼어 놓아라! 그 이후에는 발생되는 일은 전적으로 네놈 책임이다.]
“……!”
은근한 살기와 협박에 사군보는 무의식중으로 앞길을 살폈다.
앞에 아무 것도 안보였다.
세 걸음?
흥! 어떤 괴팍한 늙은이가 나를 이래라 저래라 하는지 두고 보겠다.
그는 전음을 못들은 것으로 하고 단숨에 세 걸음을 크게 떼어 놓았다.
객방 문을 막 지나치려는 순간.
사군보의 눈앞이 칠흑을 뿌려놓은 것처럼 캄캄해지면서 괴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허허헛……”
“흐흐흐……”
그것은 귀신의 곡소리 같았다.
뿐만 아니다.
온통 검은 시야 속으로 흐느적거리며 유령처럼 움직이는 사물들이 보였다.
문 앞까지 온 사군보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뭐야? 진이라고?’
어이가 없었다.
아니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처럼 놀라웠다.
좁은 방안이다.
객방을 나서는 문을 지나도 겨우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난간 형식의 복도다.
그 협소한 공간에 진을 펼쳐 놓았다니!
사군보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자 다시 원래의 사물이 보였다.
박살나 위태롭게 달려 있는 객방 문은 여전했다.
“요것 봐라?”
살짝 한 발 앞으로 딛자,
“흐흐흐흐……”
“우히히히히……”
다시 시야는 어두워지고, 귀곡성이 들린다.
역시 객방 문에 진을 펼쳐 놓은 게 분명했다.
“비겁한 늙은이! 이런다고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목청껏 소리를 지르면서 그는 몸을 움직였다.
휘리릭-!
도사투정(倒射投井), 연화부류(蓮花浮流), 지천장표(指天掌標) 등 그가 자신 있게 펼쳐낼 수 있는 신법 초식을 차례로 펼치면서 어둠 속을 뚫으려 했다.
그러나 헛일이다.
“좋아!”
꽈르르릉……!
우-우-우--!
공력을 끌어 올려 사면팔방을 향해 무서운 장풍을 일으켜냈다.
하지만 그것도 헛일이었다.
진법은 마치 장풍을 흡수하듯 장력은 어디에 부딪치는 소리도 없었고, 심지어 되돌릴 수도 없었다.
“허허…… 대단해,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삼뇌 아저씨의 진전을 고스란히 얻은 나다!”
오기가 치밀었다.
그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뇌리에 기억되어 있는 갖가지 진해(陣解)를 떠올렸다.
몸은 그의 것이되 그의 두뇌는 그의 것이 아니다.
바로 삼뇌마자 막여천!
흑도 무림 사상, 가장 머리가 뛰어나다는 그의 지혜가 고스란히 그의 머리 안에 각인되어 있었다.
이깟 진 따위에 굴복할 사군보가 절대 아니었다.
잠시 후.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번졌다.
아마도 진법의 요해를 깨우친 모양이었다.
그런데 곧 그 미소는 사라지고 대신 싸늘한 살기가 전신에 퍼져 나갔다.
인기척.
바로 자신의 한 걸음 정도의 앞에서 인영이 어른거리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그자다!’
더 생각하고 망설이고 할 경황이 없었다.
무조건 신비고수라고 단정을 내렸다.
그는 12성 공력으로 인영을 향해 번개처럼 덮쳐들었다.
“아! 안돼요……”
인영 쪽에서 놀람의 소리가 짧게 들려왔다.
그러나 이미 사군보의 왼손은 인영의 완맥을 낚아채고 오른손은 사혈을 노리며 사정없이 찍어 가고 있었다.
“나예요.”
“아차!”
사군보는 급히 오른손을 거두었다.
정말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인영 쪽에서 들려온 음성이 뜻밖에도 소제제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뭐야?”
사군보는 만약의 일을 생각해 완맥은 잡은 채 다그치듯이 물었다.
“……”
소제제는 아무런 대꾸를 안했다.
“말하지 않으면 죽인다!”
그제야 소제제가 나직이 말을 꺼냈다.
“날 따라오세요.”
엉뚱한 대꾸와 함께 소제제는 앞으로 걸음을 떼어놓았다.
사군보는 소제제를 뒤따라갔다.
그는 사실 자신 스스로의 힘으로 진을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그냥 있었다.
이 여인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와 무슨 관계인지 알고 싶어진 그였다.
분명 관계가 있다.
그렇기에 전음을 보낸 자는 그녀를 구하라고 극성을 부렸던 것이다.
다만 왜 전음을 보낸 자가 직접 구하지 않았는지 그게 궁금했고, 또 이 여인의 정체 역시 궁금했다.
캄캄한 어둠 속을 이리 돌고 저리 돌았다.
앞으로 갔다가 어느새 뒤로 돌아서 있고, 옆으로 움직이다 다시 앞으로 가고……
꽁지에 불붙은 강아지마냥 두 사람은 빙글빙글 돌며 어둠을 헤쳤다.
그리고 어느 순간엔가.
사라라라……
그들 앞에 주루의 풍경이 보였다.
사군보는 소제제의 손을 잡은 채 2층 난간식 복도, 그것도 1층에서 2층 올라오는 계단 위에 서 있었다.
무의식중으로 뒤를 돌아본 순간,
“음!”
사군보는 가볍게 침음을 삼켰다.
덜렁거리는 객방 문 앞.
그 좁은 복도 바닥에 크고 작은 검은 깃발들이 꽂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10여개의 쇠 방울과, 천 조각들이 곳곳이 널려 있었다.
‘저 검은 깃발이 내 시야를 가리고, 방울 소리가 귀곡성! 저 천 조각은 흐느적거리는 유령 같은 모습이겠군.’
객방 문에서 지금 그가 서 있는 곳까지는 고작 3장.
성큼 성큼 걸으면 열 걸음에 불과한 곳을 돌고 돌았다.
그 안에서 장력을 뿜어내고 신법까지 펼치며 생 지랄을 했다 생각하니.
“우라질!”
열 딱지가 났다.
그때 그의 손을 잡았던 소제제가 손을 놨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낭자, 잠깐 얘기 좀 합시다.”
휙!
그녀의 몸을 지나쳐 계단 아래에서 길을 막은 사군보.
“어머!”
소제제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녀는 사군보를 피하겠다고 걸음을 빨리하다 발을 헛디뎌 힘없이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아니, 질 뻔 했다.
와락.
꼬꾸라지는 그녀를 안은 채 사군보가 나지막이 물었다.
“얘기 좀 하자니까.”
“난, 난……”
“이름이 어찌 돼요?”
“제제……소제제……”
모기소리를 흉내 내려는 것인가.
소제제의 음성은 극히 적었다.
“소 낭자, 당신은 어떻게 저 진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지? 그 사람과 어떤 관계가 있는 거요?”
사군보는 궁금한 것을 덮어둘 수 없는 성격이었다.
소제제는 대답은 안했지만 얼굴 표정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는 사이가 맞지?”
소제제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떤 사이지?”
“그건 말할 수 없어요.”
“왜?”
“미안해요.”
그의 다그침에 소제제가 살며시 고개를 들어 사군보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길이 딱 마주쳤을 때 사군보는 가슴이 뜨끔해 지는 것을 느꼈다.
너무나……
정말 너무나 천진하고 맑으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그런 호수 같은 눈이었다.
사군보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왜 그가 직접 낭자를 돕지 않고 날 택한 거지?”
“아무 것도, 아무 것도 묻지 말아 주세요. 죄송해요. 난 그 어떤 것도 말씀드릴 수 없어요.”
사군보의 미간이 찡그려졌다.
“지금 나를 놀려?”
“놀리는 거 아니에요.”
“이게 아니라고? 좋아! 내 설령 낭자에게 죄를 지은 몸이긴 하지만 나를 놀리려 한다면 용서치 않을 거야!”
그의 음성이 높아졌다.
소제제는 도둑질을 하려다가 들킨 사람처럼 몸을 움츠리며 아무런 대꾸도 못했다.
“흥! 그에게 전해! 나는 오늘의 빚을 꼭 갚을 것이라고. 날 건드린 이상 그 대가를 톡톡히 받게 될 것이라고……”
사군보는 그녀를 놔주었다.
“가!”
그는 쌀쌀맞게 등을 돌리며 계단을 내려가 주루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소제제는 하염없이 바라만 볼 뿐이었다.
“아……”
소제제는 계단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두 뺨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해요…….”
**
밖은 깊은 어둠에 물든 저녁이었다.
다른 주루나 객잔을 찾아 갈까 생각도 했지만 사군보는 곧장 마을 밖으로 나갔다.
모든 사물이 잠든 겨울밤이고, 추운 날씨다.
사군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홀로 느긋하게 큰길을 걸어가면서도 소제제와 신비고수에게 자신이 놀림을 당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것이 그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린 것이다.
‘흥! 오늘의 빚은 꼭 갚을 것이다. 꼭!’
그는 은원을 분명히 한다.
다만, 다른 것은 제쳐두고라도 소제제와의 정사만큼은 뇌리에 떠나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