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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185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5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185화

공손백도 그에 대해선 약속을 해줄 수 없었다.

그리 되면 사마경을 추궁해서 밀어내기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고…….

공손백이 해답을 찾기 위해서 잠시 대답을 미루자, 사마경이 말을 이었다.

“듣자하니 남궁세가를 비롯한 안휘의 세력이 본 성을 노린다고 하더군요. 저는 무림맹 총단을 맡아야 하니, 대령주께서 안휘를 맡아주었으면 해요.”

그 점은 공손백이 바라던 바였다.

“그러잖아도 그 일 때문에 고민이었네. 당하의 전쟁을 치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찌 소성주를 바로 전쟁터로 보낼 수 있겠나?”

“그리고 대장로께서는 장강팔련 쪽을 책임져 주세요.”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군.”

한쪽에 서 있던 우문각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공손백과 나극은 알까? 자신이 한 시진 전 그 이야기를 듣고 고민했다는 걸.

“닷새 후 일진을 안휘로 출발시킬 수 있도록 준비해주세요.”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잠깐 생각하며 숨을 돌린 사이에 주도권이 완전히 사마경에게 넘어왔다.

공손백도 이번만큼은 반발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저 독기가 무심히 가라앉은 눈으로 사마경을 노려보기만 할 뿐.

“명심하게. 이번 전쟁에 본 성의 모든 흥망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네. 어차피 소성주 입에서 나왔으니 하는 말이네만, 만약 대구천령을 발동하고도 큰 피해를 입는다면, 대장로와 나는 소성주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네.”

“저 역시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있어요. 모두가 전력을 다해서 적을 상대했는데도 손실이 크다면 당연히 저의 책임이 크겠지요.”

이러나저러나 패한다면 가만있을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리 떼처럼 달려들어서 물어뜯겠지.

“부디 몸조심하게나. 소성주는 구천성의 성주가 될 사람 아닌가?”

“백부께서도 출정하시거든 조심하세요. 아무래도 무림맹 측이 작정하고 나선 것 같으니까요.”

사마경의 속마음을 공손백이 왜 모를까. 그의 귀에는 사마경의 말이 ‘내 걱정 말고 당신이나 조심해.’ 그렇게 들렸다.

‘죽일 년.’

그래도 겉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내 어찌 그들의 속셈을 모르겠나? 걱정해줘서 고맙네, 소성주. 그런데 설마 내가 출정해 있는 동안 엉뚱한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겠지?”

“그 점은 걱정 마세요. 천궁마신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겠어요.”

사마경이 선친인 천궁마신의 이름까지 내건 이상 함부로 움직이지는 못할 터.

공손백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짙어졌다.

“그렇다면 나도 약속하겠네. 이번에야말로 이 공손백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그 말씀을 들으니 힘이 나는군요.”

사마경도 환한 미소를 지었다. 눈빛이야 얼음구슬처럼 차게 빛났지만.

‘물론 그 말은 너에게도 해당될 거다, 사마경.’

‘쉽진 않을 거예요.’

 

***

 

정오의 태양이 두꺼운 구름을 악착같이 뚫고 나와서 햇살을 쏟아낼 때, 이청으로 떠났던 전이산과 백오가 돌아왔다. 떠난 지 닷새 만이었다.

마침 사마경이 지하 수련실에 들어간 시간. 장천운은 구천무원의 뒤쪽에 있는 호위무사들의 쉼터, 무소각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이청의 그 어디에서도 노 장로에 대한 소문을 들을 수 없었소, 대주. 그 소문을 퍼뜨린 자의 인상착의를 그려서 조사해 봤는데, 그 자에 대해서 아는 자도 없었소.”

장천운은 보고를 받고 미간을 바짝 좁혔다.

사밀령 이개 령뿐만이 아니라 철기보까지 움직였다. 그럼에도 찾지 못했다면 결국 헛소문이란 뜻이다.

더구나 소문을 퍼뜨렸다는 자조차 아는 사람이 없다지 않는가.

문제는 그자가 허깨비든 도깨비든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헛소문이란 걸 밝혀줄 자가.

“알았습니다. 돌아가서 기다리십시오.”

전이산과 백오를 내보낸 장천운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제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게 갈라지겠군.’

이청에서 노 장로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고, 소문을 낸 자가 사라진 걸 보니 헛소문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자.

그래도 어쨌든 소문을 낸 자에게서 확실한 말을 듣지 못했으니 소문이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자.

진실 여부를 떠나서 소성주의 의견이라면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자 등등.

‘피를 봐야할지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억지에는 피로 답해 주는 수밖에.

 

방에서 나온 장천운은 다시 사마경의 거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뜻 저 앞 정원 옆 작은 연못가에 두 사람이 서 있는 게 보였다. 구양명과 소연추였다.

최근 들어서 두 사람이 함께 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다.

사람들이 수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면 제 발 저린 도둑처럼 아니라고 하지만, 두 사람이 무척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가끔은 캄캄한 밤에 사람 눈길이 없는 곳에서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봤다는 소문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도 모르고 소성주에게 홀린 줄 알았는데…….’

피식 웃은 장천운은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못 본 척 몸을 우측으로 돌렸다.

열 걸음이나 옮겼을까? 두 사람이 보이지 않을 즈음, 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어이, 장 대주.”

장천운은 목소리를 알아듣고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역시나 백리우진이 구천무원 입구 쪽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괜찮은 소식 하나 전해주려고. 아마 내 이야기를 들으면 점심식사가 유난히 맛있을 걸?”

“무슨 소식인데?”

바짝 다가와서 주위를 슬쩍 둘러본 백리우진이 얼굴을 내밀며 제법 심각하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 전, 문인 장로가 수하 넷을 데리고 밖에 나갔다 온 일에 대해서 아나?”

장천운은 눈꺼풀을 살짝 올리며 백리우진을 바라보았다.

사밀령이 암암리에 요주의 인물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인동처럼 태상호법 살해용의자로 지목된 요주의 대상이 몰래 나갔다 왔는데도 아무런 보고가 없다니.

게으름을 피워서 몰랐던 것은 아니겠지.

그만큼 은밀하게 움직였다는 말이겠지.

그 말인 즉, 들켜서는 안 되는 어떤 일 때문에 몰래 나갔다는 말 아닌가 말이다.

“무슨 일로 나간 거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누군가를 만나러 간 것 같아.”

“누구를……?”

“나도 상대의 정확한 정체는 몰라.”

“괜찮은 소식이라면서 만난 상대도 모르나? 별 일이 아닌 모양이군.”

장천운은 속마음과 달리 아무 것도 아닌 척하며 낚싯바늘을 던졌다.

백리우진은 낚싯바늘을 쉽게 물지 않았다.

“알고 싶으면 조사해 봐. 은산 쪽으로 간 것을 봤다고 하니까. 저녁 식사 후 나가서 자정이 다 된 시각에 들어왔다고 하니, 오륙십 리 인근에서 만남을 가졌을 거다.”

“그래? 좋아, 조사해보지.”

“정보의 가치가 괜찮다고 느껴지면 너도 나에게 하나만 알려줘라.”

“내 권한 내의 일이라면.”

“당연히 네 권한 내의 일이다.”

백리우진은 입꼬리를 슬쩍 비틀며 답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장천운은 멀어지는 백리우진의 등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사실이라면 백리호와 공손백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는 뜻이 되겠군. 그것만으로도 아주 괜찮은 소식이야.’

백리우진이 건물을 돌아서 사라지자, 장천운도 몸을 돌렸다.

그로부터 삼각 후, 위곤이 이끄는 사밀령과 율검당 대원 백여 명이 구천성을 나섰다.

 

***

 

“장천운에게 문인동 장로가 은산에 간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말없이 고개를 두어 번 주억거린 백리호가 돌아섰다.

“문인 장로가 누굴 만난 것 같더냐?”

“정확한 정체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적일 가능성이 팔 할 이상은 됩니다.”

백리호의 눈빛이 새파랗게 번뜩였다.

“확실하게 알아내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예, 숙부님.”

백리우진은 고개를 슥이며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백리호를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을 위해서다.

문인동의 약점을 밝혀낸다면 사마경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리라.

‘나를 원망할 것 없어, 당신도 나를 믿지 않았으니까.’

백리호에게 받은 무공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구천멸혼수(九天滅魂手).

백리호가 스승이자 구천성의 초대 성주였던 구천무종 담광후에게 이어받은 그 수법은 구결을 읽는 것만으로도 공포가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까지 익혔던 무공과 차원이 다른, 진정한 절대경지의 무공.

그런 것을 왜 숨겨두고 이제야 알려준단 말인가. 이 년 전에만 줬어도 지금쯤 장천운에게 뒤지지 않는 강자가 되어 있을 것 아닌가!

그 점만 해도 아쉬움과 원망이 교차하는데, 백리호가 준 책자는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반쪽짜리 절대경지의 무공.

그가 생각할 때, 반쪽만 준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흥! 주기가 싫었겠지.’

정말로 피가 섞였는지 의심이 갈만큼 먼 친척인 자신을 믿지 못한 것이다.

자식이라도 있었다면 자신에게는 그 반쪽조차도 절대 주었을 리 없었다.

‘나에 대한 불신이 언젠가는 당신 스스로를 절망의 구덩이 속에 빠뜨릴 것이다.’

백리우진은 이를 지그시 악물며 고개를 들었다.

백리호가 여전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명심해라. 한 발만 삐끗해도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걸.”

“숙부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

 

위곤이 돌아온 것은 그날 석양이 질 무렵이었다. 눈빛이 번뜩이는 걸 보니 소득이 있는 듯했다.

“문인 장로가 수하들과 함께 은산에서 십여 리 떨어진 산속에 있는 사찰에 들렸네. 목운사라는 곳인데, 승려가 셋밖에 없는 아주 작은 사찰이네.”

“불공을 드리러 가진 않았을 거고, 거기서 누굴 만난 겁니까?”

“주지의 말에 의하면 상대도 다섯 명이었다고 하더군.”

위곤은 주지에게서 그 네 명의 인상착의를 자세히 들었다. 그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은자 열 냥이 들어가긴 했지만.

“……그러고는 반 시진 정도 머물다가 떠났다고 하더군. 어쨌든 문인동 장로가 은밀히 만난 자라면 결코 평범한 자는 아닐 거네.”

위곤에게서 인상착의를 들은 장천운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첩밀각의 홍 각주님이라면 아실지도 모르겠군요.”

“그럴지도 모르지.”

“일령주께서 홍 각주님을 만나 보십시오.”

“알았네. 아! 문인동 장로가 떠날 때 주지에게서 뭔가를 얻어갔다고 하네.”

 

홍사등은 위곤의 설명을 듣고 몇 사람의 초상을 추려냈다.

위곤은 그 중 한 사람의 얼굴을 지목했다.

“이 사람 같군.”

한쪽에 그자의 인적사항이 적혀 있었다.

제갈승우. 제갈세가의 사람이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귀제갈이라고도 부르지. 전대 가주의 서자인데 모사에 능하다는 소문이 있었네.”

위곤은 홍사등의 말을 들으면서 기억 저편에 있던 얼굴 하나를 정확히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당하에서 봤던 자군.”

파천회의 무리 속에 있던 자.

그렇다면 구천성의 장로인 문인동이 적이라 할 수 있는 파천회 사람을 만났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매우 은밀하게.

위곤의 입가로 새하얀 미소가 떠올랐다.

“오랜만에 밥값을 제대로 한 것 같군.”

당하의 전쟁 때 파천회와 무림맹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었다. 그 때문에 피해가 커진 듯해서 마음에 걸렸던 터였다. 이번 일만 확실히 밝혀낸다면 그 일로 인한 부담을 털어낼 수 있으리라.

 

장천운은 위곤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눈빛이 서릿발처럼 차가워지며 깊이 침잠되었다.

“문인동 장로가 파천회 사람을 만났단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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