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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17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82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17화

단숨에 팔 장을 날아온 대운은 장천운을 향해서 쌍장을 떨쳤다.

반야신공이 실린 대력금강장이 그의 쌍장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나한금강장을 대성해야만 펼칠 수 있다는 대력금강장이다. 혁련기와 대결할 때도 펼치지 않았었다. 위력이 강한 만큼 내력의 소모가 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현오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호승심 때문이었다. 그는 장천운이라는 자를 소림의 무공으로 이기고 싶었던 것이다.

장천운은 현월을 그대로 뻗으면서 좌수로 뇌정무극수를 펼쳤다.

콰앙!

굉음이 고막을 뒤흔들었다. 날아들던 대운이 허공으로 튕겨나갔다.

현월에서 뻗어나간 검강은 현오자의 왼쪽 어깨를 꿰뚫은 후 소멸되었다. 아마 대운의 공격이 아니었다면 심장이 뚫렸을 것이었다.

멈칫한 장천운은 이마를 찌푸렸다. 대운을 튕겨내긴 했지만 그 역시 받은 충격이 작지 않았다.

그 잠깐 사이, 어깨가 꿰뚫린 현오자가 이를 악물고 수풀 속으로 몸을 날렸다. 장천운이 멈칫한 찰나의 시간이 그에게는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모두 후퇴하게!”

그가 악을 쓰듯 소리쳤다.

장천운의 가공할 무공을 직접 대해본 그는 승산이 일 푼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싸워봐야 전멸만 당할 뿐.

그는 다른 사람들이라도 살리고 싶었다.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일단 살아야 했다. 살아야 복수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십여 명이 그를 따라 후퇴했다.

그들은 흑월대와 만나기 전만 해도 자신만만했다.

이번에야말로 구천성에 뜨거운 맛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말뿐만이 아니다. 자신감을 가질 만큼 실력도 있었다. 상대가 흑월대만 아니었다면 목적을 이루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하필 흑월대를 만났고, 동료와 사형제를 시신으로 남긴 채 도주해야만 하는 신세가 되었다.

분노에 치가 떨렸지만 공포가 뇌를 갉아먹은 지금은 도주 외에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생각인 것은 아니었다.

동료가 죽었다. 사형제가 죽었다. 아직 죽진 않았어도 많은 동료, 사형제들이 피를 흘리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들을 놔두고 어찌 도망친단 말인가!

더구나 자신들은 명예를 목숨보다 더 중하게 생각하는 정파인 아닌가 말이다.

공포를 억누른 사람들은 현오자의 말을 따르지 않고 도주 대신 목숨을 내던지기로 작정했다.

모두 이십여 명. 살아남은 사람 중 절반 정도였다.

“이 황보청은 죽어도 여기서 죽을 것이오! 쓰러져 신음하는 내 형제들을 놔두고 가지 않을 것이오!”

“와하하하! 저도 남을 겁니다! 제가 비록 실력은 미천합니다만, 고집은 제법 셉니다! 언젠가는 죽을 거, 여기서 의협을 지키다 죽겠습니다!”

“지나가려면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라!”

이 사람 저 사람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

도주하려던 자들 중 십여 명이 그들 쪽으로 가세했다. 생사의 두려움을 떨친 그들의 기세는 전과 또 달랐다.

대운도 떠나지 않았다.

“저희가 저들을 막을 테니 부상자를 데리고 먼저 가십시오!”

현오자 쪽을 향해 소리친 그는 장천운과 현오자 사이에 서서 반야신공을 운용했다.

그의 전신에서 은은한 빛이 후광처럼 피어났다.

무림맹 무사 삼십여 명이 그의 좌우로 늘어섰다. 죽음을 각오한 결연한 표정. 눈빛도 조금 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그들을 바라보는 장천운의 눈빛 깊은 곳에서 잔떨림이 일었다.

‘저게…… 정파인가?’

사람들은 정파 무리가 의협 운운하는 걸 위선이라 말한다. 진정한 의협은 오래 전에 사라졌고, 독선이 가득한 위선만 남았다고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정파 안에 그런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들이 많다고 해서 이 세상에 진정한 의협이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의협 자체를 어찌 폄훼할 수 있겠는가.

의(義)는 의로써, 협(俠)은 협, 그 자체로써 위대한 것이다.

마도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감히 상상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정신세계가 바로 의협이다.

가슴속이 시기심과 욕심과 똥으로만 가득 찬 잡놈들은 영원히 깨달을 수 없는 그 무엇.

내가 검다고 해서 남들도 다 검을 거라 생각하는 우매한 그들이 어찌 의협을 행하겠다는 저들의 마음을 알 수 있겠느냔 말이다.

비웃겠지. 어리석은 놈들이라고. 의협 따위 쌀 한 주먹만도 못한데 왜 죽냐고 하겠지. 그깟 명예가 뭐 그리 중요해서 목숨을 버리냐고 하겠지.

의협이, 명예가 뭔지도 모르면서.

옛날 홍구로에서 만났던 그 많은 사람들처럼. 뒤에서 침 튀기며 소리치는 사람들처럼.

“미친 쉐이들. 죽고 싶다면 얼마든지 죽여주마.”

“지랄하네.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자존심이 밥 먹여주냐?”

“아, 씨…… 가슴이 찡한데?”

“찡하긴 개뿔이나. 등가야, 가슴에 칼이 박혔냐? 찡하게?”

“그래도 멋은 있잖수, 막 선배.”

“멋은 무슨…… 제길, 뭐 쪼끔 그렇긴 한데…….”

“뭐해? 공격 안 할 거야? 쳐!”

잠시잠깐 멈칫했던 흑월대원들이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장천운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쉽지 않을 거요.’

무림맹무사들이 약해서 밀렸던 게 아니다. 자만과 방심이 빚은 참패였다.

그런데 이제 자만과 방심을 버리고 목숨을 걸겠다는 의지로 검을 들었다. 그들의 검은 조금 전보다 훨씬 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하지만 장천운은 대원들을 말리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나중에 더 큰 싸움을 할 때 오늘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거다.’

그는 차분해진 눈으로 대운을 바라보았다.

소림의 명예를 백 년 만에 되찾을 것으로 기대되는 소림의 기재가 바로 그였다.

“내가 그를 상대하겠소, 대주.”

혁련기가 다시 나섰다. 그는 안다. 조금 전의 대결에서 미미하나마 자신이 밀렸다는 걸.

상대가 소림의 대운이라면 자존심을 상할 것까진 없다. 그저 못 다한 승부를 마저 끝내고 싶을 뿐.

그런데 장천운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상대하겠소. 일조장은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시오.”

혁련기는 이마를 찌푸렸지만 고집을 피우지는 않았다. 장천운이 그렇게 말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알았소.”

장천운은 혁련기를 보내고 대운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현월은 어느새 검집으로 들어가 있었다.

대운은 장천운이 검을 회수하는 걸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검수가 검을 넣다니. 적수공권으로 싸우겠다는 건가?

호승심과 함께 분노가 일었다.

“아미타불. 소림을 무시하겠다는 건가?”

혁련기가 그 말을 듣고 한마디 했다.

“이봐! 그대가 오왕보다 강하지 않다면 분노할 것도 없어.”

오왕?

대운의 눈이 커졌다. 너무 갑작스런 말에 분노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그게 무슨 말……?”

오왕의 제자와 적수공권으로 싸워봤다는 건가?

그러나 혁련기의 말이 그보다 한 발 앞섰다.

“전에 대주가 교왕과 적수공권으로 싸우는 걸 봤거든. 조금 밀리긴 했는데, 큰 차이는 없었지. 아마 검을 들었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걸?”

장천운은 굳이 그의 말을 막지 않았다. 막는 것도 모양이 왠지 우스웠다.

그래서 실소를 지으며 혼천수라권을 펼칠 자세를 취했다.

“혼천수라권이라는 권법이오. 최선을 다해야 할 거요.”

대운은 혁련기의 말을 믿기 힘들었다. 상대가 강하다는 건 자신도 인정한다. 현오자를 도주하게 만든 자 아닌가.

아무리 그렇다고 오왕과 비교하다니.

문제는 그 말을 한 자도 자신보다 약한 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일개 조장이란 자가.

구천성에는 이런 고수가 얼마나 많단 말인가.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이제부터 소림의 무공을 견식해 봅시다.”

장천운은 대운에게 더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선공을 취했다.

격전의 막이 다시 올랐다.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빨리 내리지 않으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 교관님, 이제부터 혼천수라권이 천하제일이라는 소림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입니다.’

 

무림맹무사들은 장천운의 예상대로 처음과 달리 강력하게 대응했다.

잠깐 사이에 딴 사람이 된 듯했다.

흑월대원들은 더 이상 그들을 얕보지 못했다. 얕봤다가는 언제 검에 꼬치처럼 꿰일지 모를 판이었다.

“이 새끼들이 갑자기 약을 처먹었나?”

막소광은 만만해보이던 무림맹무사들이 배는 더 강해진 것처럼 날뛰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특별교육을 떠올리고 곧바로 정신을 차린 것이 다행이었다.

흑월대원 중 상대보다 월등히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예닐곱 명에 불과했다.

혁련기와 사공명신, 두양양, 선우상, 구산, 그리고 백후와 문등천 정도.

그 중에서도 의외인 것은 문등천이었다. 별 말도 없고 순둥이 같던 그가 오늘은 미친놈처럼 날뛰었다.

그의 칼은 그 어느 때보다 살기가 넘쳤다. 무림맹과 철천지원수라도 되는 듯했다. 특히 하북 팽가의 무사들을 상대할 때는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일렁거렸다.

당하전쟁 때도 미친 듯 날뛰다 중상을 입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 정도는 아니었다.

오죽하면 홍산산이 질색한 표정으로 소리를 쳤을까.

“등천! 혼자 날뛰지 말고 보조를 맞춰!”

격전이 절정을 향해 치달릴 때였다.

콰광!

장천운과 대운이 있는 곳에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쿵, 쿵, 쿵.

발자국소리가 북소리처럼 울렸다.

힘겹게 뒷걸음질 치던 대운이 반사적으로 허리를 굽히더니 웩! 하며 피를 토했다.

그 와중에도 시선은 상대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의외로 장천운은 한 걸음 물러선 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그가 소리쳤다.

“모두 물러서시오.”

흑월대원들은 그 말이 떨어지자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

무림맹무사들은 그들이 물러서는 데도 공격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흑월대의 공격이 멈춘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왜 멈춘 거지?’

대운의 의문을 풀어주기라도 하듯 장천운이 말했다.

“돌아가거든 내 말을 전하시오. 전하기 싫으면 말고.”

“……?”

돌아가라고? 그냥 보내주겠다는 건가?

“무림맹이 꼭두각시 춤을 추겠다면 말릴 생각은 없소. 내가 아무리 말한다 해도 당장은 소용이 없겠지. 그래도 나중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거든 내 말을 떠올리시오.”

점점 더 이해할 수 없는 말만 한다.

“무슨 말을……?”

“지금 벌어지는 전쟁은 우리가 원해서 벌어진 것도 아니고, 무림맹이 원해서 벌어진 것도 아니오. 우린 그저 꼭두각시 춤을 추고 있는 것일 뿐.”

“그럼…… 구천성과 본 맹이 누군가의 수작에 속아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거요?”

“이해가 빠른 분이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럼 본 맹의 수뇌부가 남의 손에 놀아나고 있다는 말 아니오? 본 맹의 어른들을 모욕하지 마시오!”

눈을 부릅뜨고 버럭, 소리친 대운의 입에서 피가 튀었다.

“당장 다 설명할 수는 없소. 그럴 권한까지는 없으니까. 설명한다 해서 이해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것 같고. 어쨌든 일단은 그렇게만 아시오.”

“흥! 아미타불. 교묘한 말로 본 맹의 척사위정(斥邪衛正) 의지를 교란시키고 싶은가 본데, 어림도 없소!”

정파인들은 이래서 피곤하다.

그냥 좀 믿어주면 안 되나?

장천운도 더 이상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전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거 아뇨? 가기 싫으면 가지 말고. 다 죽여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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