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213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27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213화
당황한 동태국의 안색이 해쓱해졌다.
“청화장 후방을 감시하던 자들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놈들에게 당한 듯…….”
쿵!
공손백이 발을 슬쩍 들었다가 바닥을 찍었다.
건물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바닥에서 먼지가 피어나고, 천장에서는 먼지 덩어리가 쏟아졌다.
“돌아오지 않았다? 놈들에게 당한 것 같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당주라는 자가! 수하들에게 이상이 발생했는데도 술이 들어가던가!”
공손백의 일성에는 절대의 기운이 실려 있었다.
분노가 집중된 동태국은 창백한 얼굴로 비칠비칠 물러섰다.
거센 충격이 몸속 내부에서 공명을 일으켰다. 핏줄이 모조리 터져나가고, 살이 쩍쩍 갈라지는 듯했다. 파랗게 변한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핏물, 온몸이 잘게 떨렸다.
침중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사람들은 공손백의 무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음파만으로 절정고수인 동태국에게 내상을 입히다니.
공손백은 그들이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오종조차 놀랐는지 부릅뜬 눈이 미미하게 떨렸다.
“이번은 처음이니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 하지만 또다시 이번과 같은 실수를 한다면 구천률에 따라서 처리할 것이니 그리 알아라.”
“가, 감사합니다, 대령주.”
동태국은 황급히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공손백은 차가운 시선을 동태국을 일견한 뒤 좌측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가 바라보는 곳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한 사람은 도한경이었고, 한 사람은 오십대로 보이는 중노인이었다.
공손백의 시선은 오십대 중노인에게서 멈췄다.
“일사.”
“예, 대령주.”
“내일부터는 자네들이 나서줘야겠네.”
일사라 불린 중노인, 혈무일사(血霧一士) 엄추의 눈에서 푸르스름한 기운이 일렁거렸다.
“알겠습니다.”
* * *
정파세력도 예상보다 심한 피해로 인해 분위기가 무거웠다.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은 청화장의 내실.
둘러앉은 사람들의 표정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과연 구천성이오. 어느 정도 피해는 예상했지만 그 짧은 시간에 승패가 결정 날 거라고는 생각 못했소. 모두 본인의 불찰이오.”
남궁력이 착잡한 표정으로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방안에는 그 외에도 다섯 사람이 더 있었다.
그 중 육순의 노인이 마주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어찌 가주만의 잘못인가? 우리 모두가 구천성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네.”
백염이 가슴까지 늘어진 노인의 두 눈은 나이답지 않게 맑고도 깊었다.
그가 바로 강남제일검이라 불리는 황산검성 백정천이었다.
“송구하외다, 검성 선배.”
“비록 피해가 많았다 하나,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다음에 더욱 철저히 준비한다면 그 또한 좋은 일 아닌가?”
“옳으신 말씀입니다.”
“괜찮다면 이 백모가 제자들과 함께 선봉에 서겠네.”
남궁력으로선 바라던 바였다.
황산검문은 총 인원이 이백여 명으로 타 세력에 비해서 소수였다. 그러나 전력은 남궁세가나 남천신문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했다.
그들이 선봉에 선다면 구천성의 주력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우리 남천신문이 황산검문의 뒤를 받치겠소이다!”
백색과 청색이 섞인 화려한 무복을 입은 오십대 중반의 초로인이 강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각진 얼굴에 형형한 안광이 번뜩이는 자. 그는 남천신문의 주인인 사공관이었다.
남궁력이 좌중을 향해 다시 한 번 공수의 예를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렇듯 모든 분들이 힘써 나서기를 망설이지 않으니, 이 남궁모는 그저 감읍할 뿐입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했네.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이네!”
“그렇습니다. 자, 힘을 내서 천하가 결코 구천성의 것이 아님을 보여줍시다! 하하하하.”
방안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분위기만 봐서는 승리의 찬가를 부를 날이 머지않은 듯했다.
그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공손백에게 구천성 외의 또 다른 무력이 존재한다는 걸. 천하를 농락한 가공할 무력이 암중에 존재한다는 걸.
혈풍의 전조는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사이 그들을 덮쳤다.
87장: 눈앞의 고기부터
안휘의 상황이 혼전으로 치달을 즈음, 장천운은 거처에 틀어박혀서 구륜심법을 운용하며 대주천에 열중했다.
운이 좋아 구륜심법을 한 단계 끌어올리긴 했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때 얻은 깨달음을 온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출정하면 운공에 전념할 여유가 없을 터.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강해져야 한다. 천외의 괴물들과 싸워 이기려면!
지금의 실력으로 그들을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해서는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다. 지금으로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대주우우우!”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한명후의 목소리였다.
두 번째 대주천을 마치고 막 세 번째 대주천으로 들어가려던 장천운은 운공을 멈췄다.
“무슨 일이야?”
“이청의 철기보가 무림맹의 공격을 받아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하오!”
“뭐?”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다. 구천성의 본진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무림맹 역시 공격을 자제할 거라 생각했거늘.
그들이 왜 서둘러서 공격한 거지?
장천운은 가부좌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기보의 무력은 십이지부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막강했다. 특히 기동력만큼은 강호제일이었다.
속도전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힘을 지닌 곳. 보고가 사실이라면 구천성은 싸우기도 전에 발 하나를 잃은 셈이었다.
장천운이 굳은 표정으로 방을 나갔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방문 앞에 모여 있었다.
“철기보의 피해규모는?”
장천운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팔백 무사 중 절반이 넘는 무사들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 하오.”
한명후의 말을 들은 장천운은 이마를 찌푸렸다.
‘무림맹이 대규모로 움직였는데, 첩밀각과 비령각은 뭐하고 있었던 거야? 왜 그들의 움직임을 모르고 있었던 거지?’
“소성주께서 빨리 모셔오라고 했소. 어서 구천무원으로 가보시오.”
하후경은 소식을 듣자마자 분기탱천해서 철기보무사들과 함께 성을 나섰다. 모증과 모후도 철기보를 지원하겠다며 풍운산장 무사들을 이끌고 함께 떠났다.
사마경은 거경당을 딸려 보내서 철기보를 지원하도록 지시하고 긴급히 간부들을 소집했다.
장천운이 달려갔을 때는 사마경이 막 구천무원을 나서고 있던 참이었다.
구천대전 일대가 살기에 가까운 긴장감으로 뒤덮였다.
총사 우문각과 첩밀각주 홍사중은 물론이고 천경전주 육선기, 무혼단주 진강, 풍혼단주 엽가승, 경천단주 독고태, 율검당주 전무궁, 절검당주 관무독 등 구천성을 움직이는 주요 기존 조직의 수장들과 새로 만들어진 조직의 수장들, 남아있던 장로, 호법이 모두 구천대전에 집결했다.
사마경은 보고를 받자마자 간부들을 긴급히 구천대전으로 소집했다.
“총사, 어떻게 된 거죠? 무림맹이 철기보를 공격할 때까지 움직임조차 파악하지 못하다니요?”
사마경의 날선 목소리가 대전 내부를 뒤흔들었다.
우문각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색이 다른 머리칼이 누렇게 뜬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죄송하오, 소성주. 무림맹이 이청과 총단 사이의 정보망을 차단하고 움직였던 것 같소.”
무림맹이 허창에서 이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전서구가 조금 전에야 도착했다. 철기보가 이미 무너졌거늘.
그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았다. 보고해봤자 뒷북만 치는 셈이 될 터, 공손백과 나극을 따르는 자들이 이리떼처럼 달려들 테니까.
“정보망을 차단하도록 그냥 놔두었다는 게 더 문제 아닌가요?”
사마경의 추궁은 신랄했다. 우문각조차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다음에도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막을 수 없단 말이잖아요?”
“이번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는 바요. 해서 비령각의 군사들에게 최선의 조치를 취하라는 명령을 내려놓았소.”
“오늘은 무림맹의 도발에 대응하는 일이 급하니 그 일은 더 따지지 않겠어요. 하지만 또 다시 이런 실수가 발생한다면…… 총사를 문책하지 않을 수 없어요. 무슨 말인지 알겠지요?”
“제가 어찌 모르겠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소.”
사마경은 우문각을 심하게 다그쳐서 다른 사람들이 그를 추궁할 기회조차 차단했다.
공손백과 나극을 따르는 자들 중 구천성에 남아서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하던 고위간부들은 입맛을 다셨다.
잘하면 우문각을 한방에 보낼 수 있었는데!
그래도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웠는지 배청이 한마디 나섰다.
“소성주, 정보가 차단되는 바람에 철기보의 무사 수백이 죽었소이다. 누군가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소이까?”
“맞는 말씀이외다.”
“그렇소이다.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오.”
“허어, 정보가 차단되었는데도 모르고 있었다니. 정말 어이없는 일이군. 그럼 적이 코앞에 닥쳐도 모를 것 아닌가?”
장로와 호법 서너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배청의 말에 동조했다. 대부분 공손백의 지시를 받고 사마경을 견제하기 위해 남은 자들이었다.
사마경은 그들의 말을 칼로 자르듯 무시했다.
“당장은 무림맹과의 싸움이 중요해요. 이 사람 저 사람 책임을 물어서 뇌옥에 가두면 누가 무림맹과 싸우죠? 여러분들이 선봉으로 나서서 무림맹과 싸우실 건가요?”
그녀가 ‘여러분들이…….’하면서 검지로 몇 사람을 콕콕 찍었다.
“그건…….”
배청은 사마경의 말에 입이 달라붙었다. 사마경의 손가락에 콕콕 찍힌 장로와 호법들도 눈치를 보며 슬며시 눈길을 돌렸다.
그들은 선봉으로 나서서 남보다 일찍 죽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치도 없었다.
‘흥! 죽는 게 겁나긴 겁나는 모양이지?’
사마경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둘러보며 냉랭히 말했다.
“구천성의 임시성주로서 내린 결정이에요. 그에 대한 잘못은 나중에 처리할 것이니 그리 아세요.”
더 이상은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자칫하면 전쟁의 선봉에 서야 할 판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참는 수밖에.
도도한 어조로 배청의 발언을 뭉개버린 사마경은 턱을 쳐들었다.
“모두 들으세요! 철기보가 공격당한 이상 이제 전쟁이 시작되었어요!”
장내가 조용해졌다. 숨 쉬는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았다.
무림맹과의 전쟁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생각을 하자 온몸의 솜털 하나까지도 긴장으로 곤두섰다.
대전 안이 무저의 공동처럼 고요해졌을 때 사마경이 일어났다.
그녀의 입에서 서릿발이 내리듯 단호한 명령이 떨어졌다.
“내일 출정할 거예요. 총사는 출정할 무사와 남아서 성을 지킬 무사를 정리해서 오늘 밤 자시까지 보고하세요!”
“예, 소성주!”
* * *
구천무원으로 돌아온 후에도 사마경의 얼굴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방안을 서성이는 그녀의 눈매도 가늘어졌다.
“뭔가 이상해. 무림맹이 아무리 철저하게 비밀을 지키며 움직였다고 해도, 비령각과 첩밀각의 눈을 이렇게 완벽히 피해서 이동할 수는 없어.”
묵묵히 서 있던 장천운이 자신의 생각을 짧게 말했다.
“누군가가 도와주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누군가가 도와주었다? 누가?”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지 않습니까?”
사마경은 장천운의 말뜻을 이해하고 이마를 찌푸렸다.
“하지만 대령주와 대장로는 지금 안휘에 가 있잖아?”
“그 당시 그들만 몰래 나섰던 것은 아니지요.”
구양명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파천회도 있었지.”
사마경이 그를 돌아다보았다.
“그럼 이번 일에 파천회가 끼어들었다는 거예요?”
“일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지 않겠소?”
장천운도 파천회를 의심하고 있었다.
“파천회를 이루고 있는 주 무력부터가 정파의 무사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 구천성을 무척 싫어하지요.”
“그러고 보니 파천회에 대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사마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천운은 시선을 돌려서, 한쪽에 조용히 앉아 있는 우문각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마 총사께서는 소성주나 저보다 아시는 것이 훨씬 많으실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