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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07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0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07화

장천운을 중심으로 반경 석 자 안쪽이 거무스름했다. 언뜻 누런색도 보였다.

냄새야 방안에 꽉 차서 몸에 배일까 걱정될 정도였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 그만하고 창문이나 열어.”

“그게 아니면 왜 이런 독한 냄새가 나요?”

“그렇게 독해?”

“예?”

창문을 열고 돌아서던 연송하는 어이가 없었다. 썩은 똥간에 코를 처박은 기분이 들 정도로 지독한 냄새였다.

그런데 독하냐고?

“내가 방귀를 좀 심하게 뀌었나?”

장천운은 대충 얼버무렸다. 말도 안 되는 핑계였지만 독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지금은 달리 댈 핑계도 없었다.

“어휴, 무슨 방귀가 이렇게 심해요? 꼭 내장이 썩은 거 같잖아요. 혹시 속병 있는 거 아니에요?”

“없는데?”

열린 창문을 통해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더니 잠깐 사이 냄새가 많이 약해졌다.

대신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윽! 어디서 이런 썩은 똥 냄새가 나는 거지? 어떤 개새끼가 싸질러 댄 거야?”

냄새가 독하긴 독한가 보다.

‘그런다고 개새끼가 뭐야, 개새끼가?’

자신의 코만 이상한가?

독 배출이 잘못 되었나?

언뜻 그런 생각이 든 장천운은 연송하의 눈치를 보며 몸을 점검해보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뭔지 몰라도 전과 다르다.

자연스러움. 장강의 물줄기처럼 막힘이 없는 흐름. 그리고 부드러움 속에 깃든 강렬한 힘!

완벽하진 않지만 내상도 상당부분 치유된 듯했다.

지금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하나뿐이다.

공력증진!

전보다 공력이 늘어났다. 환골탈태를 했다든가 해서 엄청난 차이가 나는 건 아니지만.

문득 독왕의 해독단에 영약이 섞여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맞아, 그 영약 때문에 공력이 늘어난 건가?’

사실이라면 악취 따위는 아무 문제도 안 되었다. 연송하 말대로 진짜 앉아서 쌌다고 해도 견딜 수 있었다.

뭐 한 동안 놀림은 당하겠지만.

‘끝까지 가보지는 못했지만 나쁘진 않군.’

그는 그 끝이 어디인지 생각도 못했다. 끝까지 갔다면 돌아올 수 없었을 거라는 걸.

어쨌든 냄새나는 옷을 계속 입고 있을 수도 없는 일. 기분 좋게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 그가 말했다.

“송하야, 오빠 옷 좀 갈아입게 나가 있을래?”

“그냥 갈아입어요. 어차피 강련곡에서 지겹게 본 몸이잖아요. 그리고 동생이 오빠 몸 좀 본다고 해서 뭔 일이야 있겠어요?”

‘응?’

공력은 자신이 늘었는데, 간덩이는 송하가 더 많이 부은 것 같다.

하지만 장천운도 오기라면 남에게 뒤지지 않았다.

“보고 싶으면 보든가.”

그는 더 묻지 않고 무복을 훌렁훌렁 벗었다.

송하도 자신이 설마 바로 옷을 벗을 줄은 몰랐을 것이었다.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도망치듯 방을 나가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흐흐흐흐…….’

하지만 착각이었다. 연송하는 눈도 깜박이지 않고 그의 몸을 감상했다. 오히려 그가 무안해서 바지를 바로 벗지 못했다.

“저기, 송하야…….”

“어휴, 냄새. 근데 왜 벗다 말아요?”

“…….”

간덩이만 부은 게 아니었다. 성격도 바뀐 듯했다.

“물 떠올 테니까 기다려요. 새 옷 걸친다고 냄새가 안날 줄 알아요?”

홱 몸을 돌린 연송하는 방을 나섰다.

심장이 터질 듯했다. 강련곡에서 숱하게 본 몸인데도 느낌이 달랐다.

피식, 웃음을 지은 그녀는 물을 가져오기 위해서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몸 하나는 예술이라니까.’

 

* * *

 

지난 밤 사이, 장천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을 떠다 바친 연송하도 알지 못했다.

심지어 당사자인 장천운도 마지막 변화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변수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날이 밝았다.

 

삼월 십오일의 아침이 밝자 구천성 전체가 분주해졌다.

대령주와 대장로가 이로(二路)의 대군을 이끌고 적을 상대하기 위해 출정하는 날이었다.

공손백이 일천오백 무사를 이끌고 안휘로 가고, 나극이 오백 무사를 이끌고 장강으로 내려갈 계획.

총 인원 이천. 한발 앞서서 안휘로 간 무사들까지 합하면 이천오백에 달하는 대군이 며칠 사이에 구천성을 나서는 것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며칠 뒤에는 소성주가 무림맹을 상대하기 위해서 대군을 이끌고 출정할 예정이었다.

긴장과 뜨거운 열기가 복합된 분위기 속에서 시간은 신시를 향해 달려갔다.

 

“출정준비를 마쳤습니다, 소성주!”

구산이 큰 소리로 외쳤다.

사마경이 호위를 받으며 구천무원을 나섰다.

구천호령과 흑월대, 백천대, 수혼대가 그녀를 철통같이 에워싼 채 대연무장으로 향했다.

천궁마신 사마중천 사후 그렇게 위엄 넘치는 호위대의 행렬은 처음이었다.

장천운은 사마경 왼쪽에 서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분명히 움직일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슬쩍 사마경을 살펴보았다.

조금 굳은 듯 느껴지는 표정이다.

‘하긴 긴장을 안 할 수 없겠지.’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걸 알리는 첫걸음이다.

이제 천하가 혈풍에 휩싸이리라!

 

신시 초.

삼천 평이나 되는 대연무장에 삼천 무사가 빼곡히 서 있었다.

“부디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겠어요, 백부! 그리고 대장로!”

사마경이 두 손을 맞잡고 무사들을 향해 예를 취했다.

맨 앞에 서 있던 공손백과 나극도 포권을 취했다.

“구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구천의 뜻에 반하는 무리를 섬멸하고 돌아오마!”

“참으로 오랜만이야. 소성주, 천하의 누구도 구천을 넘보지 못하게 하겠네!”

사마경은 포권을 취한 채, 대연무장에 서 있는 모든 무사들을 향해서 인사를 건넸다.

“구천성이 왜 구천성인지! 천하에 알리고 돌아오세요!”

늘어서 있던 무사들이 한손을 머리 위로 쭉 뻗으면서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

“소성주!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소성주!”

특히 청년무사들은 사마경이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주길 바라는 듯 힘껏 소리쳤다.

사마경은 손을 맞잡고 들어서 무사들을 향해 흔들었다.

“여러분을 믿겠어요!”

최고조에 달했던 분위기가 서서히 가라앉을 즈음, 단상에 서있던 장로 구평추가 외쳤다.

“출바아아알!”

둥! 둥! 둥! 둥……!

웅장한 북소리와 함께 거대한 정문이 활짝 열렸다. 거센 봄바람이 휘파람소리를 내며 세차게 정문을 통과해서 내달렸다.

장로 열둘, 호법 일곱. 일전, 이단, 삼당을 비롯해서 신입무사로 새롭게 구성된 오대 중 금호대와 선풍대 등 이천 무사가 바람을 따라서 질서정연하게 구천성을 나섰다.

행렬은 장엄했고 패기가 넘쳤다.

공손백과 나극이 그들을 이끌었다. 백리호와 문인동도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동행했다.

그러나 독고태와 백리우진은 동행하지 않았다.

사정이야 어쨌든 백리우진과 백천대는 사마경의 호위대였고, 독고태는 따라갈 마음이 없었다.

교왕 둔가부와 환마 우곡도 따라가지 않았다. 그들은 전쟁보다 편한 생활이 좋다는, 그야말로 일반인의 가장 보편적인 희망을 이유로 내세우며 장로원에 눌러앉았다.

그 때문인지, 출정하는 공손백의 이마에 주름이 한 줄 더 늘어나 있었다.

 

사마경은 연무장 단상에 오연히 서서 행렬의 꼬리가 정문을 빠져나갈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일 각 후, 무사대 행렬이 모두 빠져나갔고, 정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무렵에서야 무채색의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천운, 우리까지 나서면 그들이 모습을 드러낼까?”

장천운은 약간 창백한 표정이었다. 내상이 대부분 나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안 좋은 척했다. 심지어 사마경에게도 정확한 상태는 말하지 않았다.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그가 대답했다. 그는 사마경이 말한 ‘그들’이 누군지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이 예상한 것보다 더 크다면 바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 천운까지 부상을 당했으니 기회라고 생각할 텐데.”

“껍질만 삼키는 것으로는 양이 차지 않을 테니까요.”

“하긴…….”

그럴 마음이었다면 지금까지 기다리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일부분은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정말로 그들이 구천성을 노리고 있다면. 먹음직한 먹이를 다른 자들이 삼키는 꼴을 보고 싶지도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상대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일부는 움직일 거라는 뜻.

“어쩌다 구천성이 먹이로 전락한 거지?”

사마경이 중얼거리듯 말하며 자조의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구천성이 그런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 자체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장천운의 눈빛도 더욱 깊게 가라앉았다.

“그들에게는 구천성이 군침 도는 먹이로 보일지 몰라도, 함부로 삼키려 했다가는 목에 걸려서 뱉지도 못하고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어쩌면 갖고 놀기 좋은 장난감처럼 생각할 수도 있었다.

구천성의 이십여 년 세월을 농락했듯이.

사마경은 그래서 더 화가 났다. 농락당한 사람이 아버지 아닌가. 결국은 독살까지 당하셨고 말이다.

“그 목구멍에 비수를 쑤셔 넣고 말겠어.”

사마경이 냉랭히 말하고 몸을 돌렸다.

“그만 들어가. 준비해야할 것이 많으니까.”

이제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천하무림의 모든 눈과 귀가 구천성과 무림맹이 벌일 전쟁을 향해서 집결 될 것이었다.

승자만이 전쟁이 끝나고 웃을 수 있다.

웃기 위해서는 이겨야만 한다.

 

반면 장천운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금호대와 선풍대 속에도 그들이 섞여 있다고 봐야겠지? 그런데 그들의 진짜 목적이 뭔지 모르겠군.’

고완, 모용예와 맺은 협상 중 하나가 금호대와 선풍대 속에 섞여 있는 그들 일행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단, 소성주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조건 하에서.

공손백과 나극이 목표물이라면 쌍수를 들고 도와줄 일.

하지만 그들의 정확한 목적을 모른다는 것이 왠지 마음에 걸렸다.

‘할 수 없지. 일단 두고 보면서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수밖에.’

 

 

85장: 깨어나다

 

 

대령주와 대장로가 출정에 나서자 구천성 전역에서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이 흘렀다.

그 즈음, 남문 쪽에서 십오 리 정도 떨어진 한적한 산촌의 작은 토담집에 네 사람이 모여 있었다.

묵묵히 앉아있던 그들은 은은한 다향이 풍기는 찻잔이 앞에 놓인 후에야 말문을 열었다.

“공손백과 나극이 안휘로 가기 위해 구천성을 나섰다.”

색 바랜 쪽빛 도복을 걸친 백발백염의 도인이 먼저 운을 떼었다.

건너편에 앉아 있던 두 사람 중 왼쪽 뺨에 엄지손톱만 한 점이 박힌 중년남자가 말을 받았다.

“그들이 진짜로 나설 줄은 몰랐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특히 공손백은. 사마경을 이긴다 해도 구천성이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다는 걸 잘 알 테니까.”

백발도인의 그 말에 건너편 두 사람 중 오른쪽 남자가 입을 열었다.

“교활한 공손백이 그걸 모를 리 없지요.”

그는 입술이 얇고 눈매가 길게 찢어져서 어지간한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는 것도 부담스러울 듯했다.

막소광과 수은귀라면야 ‘제법 생겼는데?’하면서 피식 웃겠지만.

“어쨌든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하는 바람에 곤란하게 되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다른 두 늙은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사마경이 이렇게까지 잘 버틸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장천운이라는 아이 영향이 크다며?”

“예, 진인. 게다가 천한마검 구양명도 사마경 곁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재미있군. 그가 구천성에 있다니. 보기보다 사람이 잘 따르는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사마경의 세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백발도인은 잠시 입을 닫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 그의 좌측에 앉아 있던 중년남자가 입술 끝을 비틀며 말했다.

“곧 사마경도 출정할 겁니다. 밖으로 나오면 기회를 봐서 곁에 있는 방해물들부터 제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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