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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40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9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40화

호양청은 꼬리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화들짝 놀라서 다급히 포권을 취했다.

“처, 천은방의 호양청입니다, 소저.”

“반가워요, 호 방주님.”

그러다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호양청이 다급히 남사명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정신이 없어서 노선배님께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남사명이 못미더워하는 표정으로 쏘아대듯 말했다.

“상황이야 조금 다르지만, 노부도 가끔 초초 때문에 정신이 없을 때가 있지. 자책하지 않아도 되네.”

호양청의 얼굴이 벌게졌다.

남 앞에서 오늘처럼 당황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난화가 부끄러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과 마주서 있는데 어찌 기분이 나쁘겠는가.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때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된 장천운이 한마디 했다.

“초초가 예쁘긴 예쁜가 보다. 곽 대협과 호형이 나는 쳐다보지도 않네.”

곽교진과 호양청이 의아해하는 눈으로 장천운을 바라보았다.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 같긴 한데…….

왕규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가 왔소이다.”

그?

“내 뭐라고 했소? 강호의 소문은 믿을 게 못 된다 하지 않았소?”

무슨 소문?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하다니. 이래서 눈으로 보기 전에는 무슨 말이든 함부로 믿으면 안 된다니까. 쯔쯔쯔.”

왕규가 묘한 표정으로 말하고 혀를 차자, 뒤늦게 말뜻을 알아들은 곽교진과 호양청이 눈에 힘을 주고 장천운을 쳐다보았다.

“그럼 저 젊은 친구가……?”

“장 형?”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그럼 정말로 제가 죽은 줄 알았습니까?”

장천운이 쓴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비틀어졌던 근육이 바로잡히면서 그의 얼굴이 본래대로 되돌아왔다.

비록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수염이 자라서 이전과 다르게 보이긴 해도 분명 장천운이었다.

“정말 자네였군!”

“이거 괜히 걱정했군요.”

근심에 차 있던 곽교진과 호양청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며칠 전부터 소문이 돌았다.

구천성의 소성주 사마경의 호위무사인 장천운이 죽었다는 것이다.

장천운은 일반적인 호위무사가 아니었다. 천하제일세의 임시성주인 사마경의 오른팔이며, 절정고수를 숱하게 때려잡은 호위무사, 그게 바로 장천운이었다.

천하 무림의 청년무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경외의 존재.

오죽하면 ‘무림십룡 위에 무적의 호위가 있다!’는 유행어가 돌 정도다.

그런 장천운이 죽었다는 말에, 장천운의 말을 듣고 무창의 흑도를 정리한 왕규와 곽교진, 호양청은 맥이 쭉 빠졌다.

정말 죽었을까?

처음에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반쯤은 소문을 믿게 되었다.

장천운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전쟁터에서 구천성의 소성주를 지키는 일이 어찌 쉬울까.

더구나 상대는 무림맹 아닌가 말이다.

숱한 고수들을 상대하다 보면 위기상황이 시시때때로 벌어질 터, 죽었다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다.

왕규는 일단 구천성에 사람을 보낸 후 곽교진과 호양청을 불러서 머리를 맞댔다.

장천운이 정말로 죽었다면 이제부터 흑월회의 목적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닷새째인 오늘 아침, 구천성에 갔던 사람이 돌아왔다.

그의 보고는 제법 길었다. 나름대로 상세하게 조사한 듯했다. 그래봐야 한 줄로 다 정리되었지만.

 

—장천운이 정말로 죽었다.

 

왕규와 곽교진, 호양청은 착잡한 마음으로 흑월회의 미래에 대해서 결론을 내렸다.

일단 왕규는 흑월회를 무창에서만 활동하는 세력으로 존재시킬 생각이었다.

사람은 분수를 알아야 한다. 장천운도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나대다가는 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호양청이 무창에 남겠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곽교진은 왕규를 서너 달 동안 도와준 후 여름이 지나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렇게 결정을 했는데 죽었다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아직은 대외적으로 알릴 수 없으니 당분간 함구해주십시오.”

“대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왕규가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물었다.

곽교진과 호양청은 입을 꾹 닫은 채 장천운의 입을 바라보았다.

심지어 남초초도 궁금한 듯 눈을 초롱초롱 뜨고 장천운을 쳐다보았다.

“그게 말입니다.”

장천운은 아주 간략하게 정리해서 말해주었다.

어차피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가 없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하고 저지른 사소한 실수가 엄청난 결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운이 좋았습니다. 다 죽어가는 저를 어떤 노인장이 구해주었죠.”

그 다음은?

사람들은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장천운을 쳐다보았다. 뭔가 비밀스런 이야기가 나올 듯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실망도 컸다.

장천운이 왜 그렇게 보냐는 듯 멀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답니다. 아 참, 부상이 심해서 남 노선배님을 찾아갔죠. 그리고 부상을 치료한 후 여기로 온 겁니다.”

“…….”

“……?”

 

* * *

 

밖에서 여름을 재촉하는 빗소리가 들릴 때, 독고광은 지하 석실에서 침상 위를 주시했다.

침상에 누워 있던 독고민이 막 눈을 뜨고 있었다.

“정신이 드느냐?”

독고광이 말을 걸자 독고민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동공은 기이하게도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독고민은 그 상태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독고광만 바라보았다. 왠지 멍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독고광이 다시 물은 후에야 독고민이 답했다.

“숙조부님…….”

바위에 짓눌린 듯한 목소리가 독고민의 입술 사이를 지집고 흘러나왔다.

“일어나 봐라.”

독고민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제야 자신이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았다는 걸 알고 멈칫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독고광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독고광이 다시 말했다.

“운기를 해봐라.”

독고민은 독고광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곧 그의 전신에서 사이하게 느껴질 정도로 푸르스름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푸르스름한 기운이 점점 짙어졌다.

독고민의 동공에 떠올랐던 파란빛도 짙어졌다.

“수라청혼기(修羅靑魂氣)라는 것이다.”

“수라…… 청혼기?”

“천하에서 가장 무서운 마공 중 하나니라.”

독고광의 말에 놀란 듯 푸르스름한 기운이 출렁댔다.

독고광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이 할애비는 내 손자가 또다시 남의 손에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네 몸에 수라청혼기를 심었느니라.”

출렁거리던 푸르스름한 기운이 다시 잠잠해졌다.

“수라청혼기를 완성한다면 너는 천하에서 가장 강한 고수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다.”

독고민의 입가에 사이한 웃음이 떠올랐다.

“멋진 일이군요.”

“그리고 앞으로 너는 오직 이 할아비의 명령만 들어야 한다. 다른 누구의 명령도 들어선 안 된다.”

설마 부친의 말도 듣지 말아야한단 말인가?

그런데 괴이하게도 독고민은 그 말에 조금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독고광이 숙조부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절대명령이 뇌리에서 울렸다.

 

―이제부터 너의 주인은 본좌이니라.

 

숙조부의 목소리가 아니다. 처음 듣는 목소리.

그럼에도 독고민은 그 명령에 복종했다.

“알겠습니다, 숙조부님.”

그제야 독고광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피어났다.

‘후후후후, 반은 성공했군.’

독고민에게 수라청혼기를 심는 일은 그로서도 모험일 수 있었다. 자칫하면 광기에 사로잡혀서 자신조차 알아보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성공한 듯했다.

물론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수라청혼기는 단순히 수련만 한다 해서 익힐 수 있는 마공이 아니다. 보름에 한 번, 여인의 음기를 취하지 못하면 억눌러 놓은 광기가 폭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본능이 알아서 할 테니까.

그로 인해 강호의 혼란이 가중된다면 그 또한 손해는 아니다.

‘새로운 세상은 혼돈 속에서 탄생하는 법이지.’

암천문의 이인자인 암적마군(暗積魔君) 독고광은 만족한 표정으로 명령을 내렸다.

“이창으로 가서 사마경에게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 다음 내 명령을 기다려라.”

사마경의 이름이 나오자, 독고민의 동공에서 청광이 번뜩였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장천운이 있는 이상 가까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건 걱정할 것 없다. 그놈은 죽었으니까.”

 

* * *

 

무 노인은 자신이 친 사군자에서 눈을 떼고 장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아이가 정말로 죽었다고 생각하느냐?”

“죽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타났을 겁니다.”

“글쎄다. 동굴로 들어간 그 아이를 아무도 찾지 못했다. 시신도 보지 않고 죽었다고 생각하기에는 그 아이의 운세가 예사롭지 않아.”

“저도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바랄 게 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죽음 쪽으로 기울어 있으니 어쩌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무 노인은 담담히 말하고는 다시 사군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말이야, 세상에는 왕왕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서 사람을 놀래키곤 하지. 한번 두고 보자꾸나. 그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살아서 돌아올지, 아니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

장산은 무 노인의 옆모습을 보며 느릿하게 숨을 들이쉬었다.

자신이 손을 썼다는 걸 알고 있을까?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앞만 보는 것 같은 데도 천 리 너머 세상을 꿰뚫어보는 사람이 무 노인이다. 모른다는 것이 더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아무리 그래도 자세한 내막을 모를 것이다.

‘아마 알게 되면…… 또 이용하려 할지도…….’

무 노인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장산은 사실을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문제는 장천운이 무사한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공 노인의 통나무집을 공격한 자들은 금룡과 청산의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암천에서 움직였다는 건데…….’

어디에서도 장천운을 찾지 못했다.

공회의 말에 의하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고 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불가사의한 능력을 보여준 장천운 아닌가. 남들이 다 죽었다고 했을 때도 살아난 그다. 이번에도 기가 막힌 기지를 발휘해서 빠져나가지 않았을까?

‘제발 그러길…….’

숨을 소리 나지 않게 내쉬며 마음을 가다듬은 장산은 그쯤에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금룡과 청산에 이어서 암천도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제 서문 부회주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들에 대해서 알려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긴 때가 되긴 했지.”

파천회에 가담한 사람 대부분은 파천회가 구천성에 대항하기 위해서 설립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그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다만 구천성뿐만 아니라 천외 역시 파천회의 적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뿐.

아마 그 사실을 먼저 말했다면 지금의 파천회가 구성되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천외에서 어떻게든 방해했을 테니까. 파천회 간부 중에도 천외의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일단은 그들부터 솎아내야 했다.

“간부들에 대한 조사는 끝났느냐?”

“대충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들을 가려내기 위해서 무 노인을 미끼로 던졌다.

간부 중에서 군사인 장산을 제외하고 무 노인의 정확한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회주와 두 부회주 뿐이다.

팔기주를 비롯한 나머지 간부들은 그저 회주와 부회주가 노야라는 노인의 말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다.

그나마 천외에 대해 아는 사람은 회주와 두 부회주 중 모용문태 뿐. 심지어 서문주경도 천외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간부 중 몇 사람이 파천회의 배후를 파고드는 게 포착되었다.

개중에는 팔기주 중 세 사람도 끼어 있었다.

백기주 제갈승우야 단순히 호기심인 듯했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천외의 인물이 분명해 보였다.

“저들이 대응할 수 없도록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노야.”

“감추어 놓은 힘이 있을 거다. 단숨에 제거하지 않으면 거꾸로 당할 수 있으니 만반의 준비를 한 다음 진행해라.”

“저 역시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서…… 소천을 투입할까 합니다. 허락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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