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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35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6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35화

온몸의 뼈마디가 비명을 질렀다. 누가 근육을 손으로 잡아서 잘게 찢는 듯했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팔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통스럽긴 해도 몸을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침상을 짚고 가까스로 일어선 그는 심호흡을 했다. 고통이 조금이나마 가라앉은 듯했다.

서너 번 심호흡을 해서 몸을 안정시킨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현월이 보이지 않았다.

‘은천동에서 찾지 못했나?’

그게 아니라면 다른 곳에 놔두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나마 다행히도 연검이 허리에 감겨 있었다. 공 노인이 옷을 벗기지는 않아서 연검을 보지 못한 듯했다.

그는 현월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발걸음을 떼었다.

공 노인이 불청객들을 이긴다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찾아온 자의 목소리가 너무나 여유만만 했다.

공 노인이 패한다면 자신의 목숨은 고스란히 저들 손에 들어갈 수밖에 없으리라.

장천운은 최대한 조심조심 이동한 후 뒷벽 쪽의 쪽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움직일 때마다 뒷골이 쭈뼛쭈뼛 설 정도로 고통이 심했지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장천운이 통나무집에서 십여 장 정도 떨어진 곳, 떡갈나무가 우거진 곳에 도착했을 때 “쫓아라!”라는 고함이 들렸다.

공 노인이 패했나?

이제 곧 자신이 방에서 사라졌다는 게 알려질 것이다. 지금 같은 속도로 이동해서는 저들의 손을 피할 수 없었다.

장천운은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빨리 했다. 온몸의 근육과 관절이 비명을 질러댔다.

아무리 철골 같은 기개를 지닌 자라 해도 제풀에 주저앉을 만큼 극렬한 고통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내달렸다.

하지만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고통을 참고 떡갈나무 안쪽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뒷벽의 쪽문이 열렸을 때는 나뭇잎이 무성한 떡갈나무 안쪽으로 완전히 들어설 수 있었다.

안쪽은 떡갈나무와 칡넝쿨로 우거져 있어서 앞도, 하늘도 보이지 않았다.

장천운은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전진했다.

그렇게 오 장쯤 나아갔을 때였다. 떡갈나무 숲이 끝나는가 싶더니 앞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다급한 마음에 무심코 걸음을 내딛던 장천운은 머리끝이 쭈뼛 서는 불길한 느낌이 들자 멈칫했다.

그 순간, 마지막으로 내딛은 발이 밑으로 쑥 꺼졌다.

‘이런!’

순간적으로 헛발을 내딛으면서 중심이 앞으로 쏠리자, 온몸 구석구석에서 기회만 엿보던 통증이 기다렸다는 듯 그의 정신을 강타했다.

그 직후 몸이 허공에 붕 떴다.

아래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걸 보니 협곡인 듯했다.

깊이는 알 필요도 없었다. 깊이와 상관없이 그에게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빌어먹을! 또야?’

하지만 정신이 흐릿한 와중에도 이를 악다물고 비명을 내지르지 않았다.

다행히 삼 장 정도 떨어졌을 때 뭔가가 그의 몸을 받쳤다.

장천운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서 자신의 몸을 받치고 있는 물체를 움켜쥐었다. 자신의 손목만큼이나 굵은 넝쿨이었다.

몸을 받친 넝쿨은 한두 줄기가 아니었다. 적어도 서너 줄기 이상이 몸 전체를 받치고 있었다.

그는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했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도 고통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몸을 움직일 때의 고통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몸속에서 벼락이 치는 듯했으니까.

‘조금만 더 참자. 그래도 절독곡에서 독을 먹었을 때보단 낫잖아?’

그가 스스로를 달래며 고통을 참고 있을 때 위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다. 게다가 그 소리조차도 점점 멀어졌다.

자신이 절벽에서 떨어진 것을 모르고 찾아다니다가 싸움이 벌어진 듯했다.

‘후우우우, 그나마 다행…….’

장천운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극도로 당겨졌던 긴장이 풀리자 몸이 축 늘어졌다. 정신도 아득해졌다. 그 와중에도 넝쿨을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눈을 뜬 장천운은 무의식중에 몸을 일으키려다가 대경실색했다.

“헉!”

넝쿨이 출렁거렸다. 반사적으로 황급히 넝쿨을 잡은 그는 납작 엎드렸다.

‘맞아, 내가 넝쿨 위에 떨어졌었지?’

뒤늦게 처한 상황을 떠올린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멋모르고 일어나다가 떨어지기라도 했으면 어쩔 건가.

넝쿨을 힘껏 잡아서 몸을 안정시킨 그는 동쪽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동이 터오고 있었다. 자신이 허공에 매달려서 두 시진 넘게 있었다는 말이었다.

또한 불청객의 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문제는 언제까지나 넝쿨위에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밑은 안개로 가려진 까마득한 절벽이고, 위까지는 삼 장쯤 되었다.

몸이 멀쩡할 때였다면야 눈곱만큼도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걸음을 옮기는 것도 힘들 만큼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내려갈 수도, 올라갈 수도 없는 상태. 몸이 호전되지 않으면 이대로 넝쿨에 걸쳐진 채 말라 비틀어져 죽을지도 모를 판이었다.

‘어떡하지?’

그때였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하늘과 땅이 다 막혀도 넝쿨에서 벗어날 구멍이 보였다.

바로 절벽, 자신이 있는 곳에서 이 장 정도 아래쪽에 진짜 구멍이 있었다. 상당히 큰 동굴이.

넝쿨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요행히 그가 있는 방향에서는 벌어진 틈이 보였다.

‘저 동굴에서 몸을 추스르고 올라가면 되겠어.’

어쩌면 공 노인조차도 저 동굴은 모를 가능성이 크다. 넝쿨에 매달려보지 않으면 발견조차 할 수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추적자의 눈도 피할 수 있을 테니 일석이조였다.

 

넝쿨 위에 엎드린 채로 반 시진 정도 지나자 몸이 조금 편해졌다.

장천운은 넝쿨을 단단히 붙잡고 동굴 쪽으로 천천히 방향을 틀었다.

제일 튼튼해 보이는 넝쿨을 잡은 그는 이를 악다물고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넝쿨은 그가 의도한대로 그네처럼 흔들렸다. 처음에는 약하게, 그러다 점점 간격이 벌어지며 세게 흔들렸다.

그는 절벽과의 거리가 최대한 가까워졌을 때 동굴을 향해 몸을 날렸다.

뼈마디가 모조리 분해되어서 날아가는 듯했다. 그 와중에도 동굴 앞의 넝쿨을 잡기 위해서 두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다행히 아직 죽을 팔자는 아닌 모양이었다. 동굴 앞의 넝쿨이 정확히 손에 잡혔다.

장천운은 넝쿨이 출렁거리는 반동을 이용해서 동굴 안으로 몸을 던졌다.

거기까지는 생각했던 것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문제는 동굴 안으로 날아든 후였다.

빌어먹게도 동굴 안쪽 통로가 아래쪽으로 경사져 있었다.

‘이런, 제길!’

바닥에 떨어진 장천운은 눈을 부릅뜬 채 떼굴떼굴 굴러갔다.

‘윽! 억! 컥! 빌어…… 악!’

몸속의 뼈마디가 제멋대로 해체되는 듯했다. 마차바퀴가 경사로를 굴러 내려가다가 산산이 분해된다면 이럴까 싶었다.

경사면은 십 장 정도 계속되다가 석벽이 나오면서 갑자기 끝이 났다.

장천운도 석벽에 몸을 세차게 부딪치며 멈췄다.

퍽!

“끄억!”

반사적으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번만큼은 장천운조차도 참지 못했다.

그나마 그대로 정신을 잃어서 그 후의 고통을 겪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 * *

 

구름이 잔뜩 낀 어느 날, 공회와 장천운이 떠난 통나무집 앞에 한 사람이 유령처럼 내려섰다.

우곡이었다.

그는 은천궁 일대가 조용해진 후에야 조사를 시작했다. 남들보다 며칠 늦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최소한 네 군데의 세력이 장천운을 찾아보았을 것이다.

하늘 밖에 있는 자들, 파천회, 구천성, 그리고 무림맹까지.

그들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자신이 서두른다고 해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소사조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 은천동 내에 사람들이 발견할 수 없는 장소가 있던가, 아니면 빠져나왔던가.’

소사조가 익힌 환신술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아마 소사조가 환신술을 펼쳤다면 최소한 목숨은 건졌을 것이었다.

 

은천동에 들어간 우곡은 남들이 살펴보지 못했을 법한 곳까지 세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결국 틈바구니 밑의 동공을 발견했다.

동공 밑으로 내려간 그는 그곳에서 누군가가 움직인 흔적을 찾아냈다.

약이 들었던 것으로 보이는 작은 함도 구석에 떨어져 있었다.

함을 주워든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럼 그렇지.’

소사조 본인이 스스로 나간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가 소사조를 발견해서 데리고 나갔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쨌든 죽어서 시신이 되었다면 이미 소문이 났겠지.

아직까지 아무런 소문도 없다는 건 최소한 죽이려고 데려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우곡은 은천동을 나와서 침석산 일대를 둘러보았다. 공회의 통나무집을 발견한 것은 다음 날 정오 무렵이었다.

 

통나무집 마당과 근처를 자세히 살펴본 우곡은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누군가가 이곳에서 엄청난 싸움을 벌였다. 결코 내 밑이라 할 수 없는 자들이.’

이런 외진 곳에서 절대경지에 오른 고수들이 왜 싸웠을까?

‘소사조 때문이겠지.’

시신을 가져가겠다고 싸우지는 않았을 터. 그렇다면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치료 때문에 깊숙한 곳에 처박혀 있을 수도 있고.

‘살아 있으면 연락이라도 하시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생각하던 우곡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게 아니다.’

이제야 소사조의 생각을 알 것 같다.

부상이 심하다면 죽은 것으로 놔두는 게 낫다. 죽었다고 알려지면 그만큼 위험이 덜어질 테니까.

‘그렇게 몸을 숨기고 치료를 한 다음에 나타나서 뒤통수를 치면……?’

실제 벌어진 상황과는 약간 달랐다. 그래도 결론은 비슷했다. 그 덕분에 우곡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할 수 있었다.

‘그럼 이곳은 둔가에게 맡겨놓고 친구들을 만나봐야겠군.’

 

 

93장: 폭풍은 피를 부르고

 

 

대별산 깊은 산중의 도관.

쪽빛 청의를 입고 하얀 수염이 가슴으로 길게 내려온 노도인이 앞에 앉아 있는 정도하를 보며 혀를 찼다.

“쯔쯔쯔, 어리석기는…….”

그의 옆에는 백발의 영산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토록 대단해 보이던 그조차 백염의 노도인 옆에 있으니 평범한 도인처럼 느껴졌다.

백설처럼 하얀 백염의 노도인, 그가 바로 천외삼성 중 하나이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청산자인 것이다.

“죄송합니다, 사부님.”

정도하는 고개를 푹 숙였다. 호법 둘과 목령사자 열둘을 데리고 갔다. 살아서 돌아온 사람은 자신과 호법 하나, 목령사자 셋뿐이었다.

그나마도 부상이 심해서 전력에 구멍이 생긴 상태였다.

“제자가 상황을 너무 가볍게 봤습니다.”

“이번 일을 꾸민 자의 진짜 목적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느냐?”

“그야 장천운을 제거하기 위해서…….”

청산자가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보면 어리석은 제자가 한심해서 한숨을 짓는 표정이었고, 어떻게 보면 흥미가 동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하오면……?”

“그자는 아마 우리의 전력을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을 것이다. 겸사겸사 약화시킬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 생각했겠지.”

“그자가 우리를 어떻게 알고……?”

“너에게 정보를 주었다는 것은 우리를 잘 알고 있다는 말 아니겠느냐? 그런데도 너는 어리석게도 그들이 던진 미끼를 덥석 문 것이니라.”

정도하의 얼굴이 벌게졌다.

청산자가 한마디 덧붙였다.

“하긴 그 영악한 손우곤조차 넘어갔으니 어찌 너만 탓할 수 있겠느냐.”

정도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문득 장천운의 말이 떠올랐다. 장천운은 자신에게 이용물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용물로도 모자라서 뒤통수까지 맞았으니…….

‘파천회, 그 죽일 놈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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