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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29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20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29화

뒤따라 계단을 내려온 묵씨들도 표정이 굳어졌다.

“동굴 안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군.”

“여기에 왜 왔는지, 이젠 말해줄 때도 되었지 않나?”

오랜만에 묵일이 물었다.

장천운은 그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곧 알게 될 거요.”

무겁게 한마디 내뱉은 그는 동굴광장의 중심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동굴광장을 가로질러야 더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열 걸음쯤 걸었을 때였다.

“멍청한 건지, 충성스런 건지 모르겠군. 죽는다는 걸 알고도 오다니.”

냉랭한 목소리가 동굴광장을 울렸다. 그 직후, 전면의 동굴광장 건너편에서 세 사람이 나타났다.

그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움푹 파인 벽면 사이에서도 열두어 명이 더 나타났다. 목석처럼 표정이 없는 자들.

모두 열다섯. 자갈 하나만 굴러도 소리가 울리는 동굴광장에서 발자국소리조차 죽일 수 있는 절정고수들이었다.

특히 먼저 나타난 자들 중에는 장천운의 가슴을 묵직하게 만드는 절대 경지의 고수도 있다.

묵씨들도 그들의 강함을 느꼈는지 잔뜩 긴장했다. 묵삼이 의혹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저들은 누구지?”

“나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난 사람들.”

“뭐?”

생각지 못한 대답인 듯 묵씨들이 눈을 치켜떴다.

“나는 죽으러 이곳에 온 거요.”

그 말은 더 이해할 수 없었다.

죽으러 오다니? 이놈이 미쳤나?

“하지만 나를 죽이기는 쉽지 않을 거요. 설령 죽일 수 있다 해도 저들 역시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요.”

그 말은 이해가 되었다. 이해되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 역시 동의했다.

저자들이 정말 이 놈을 죽일 수 있을까?

오히려 그런 의문이 들었다.

“성주님의 시신은 어디에 있지?”

장천운은 상대가 다른 말을 하기 전에 일단 넘겨짚어 보았다.

그런데 의외였다. 나타난 자들 중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냐? 성주의 시신이라니?”

“설마 이제 와서 모른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전면에서 나타난 세 사람 중 중앙의 중년남자, 정도하가 인상을 찌푸렸다.

“너야말로 헛소리하지 마라. 나는 성주의 시신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그래? 그럼 당신들도 별 볼일 없는 이용물에 불과하군.”

별 볼일 없는 이용물?

정도하의 두 눈에서 차디찬 한광이 번뜩였다.

“애송이가 이름 좀 얻더니 기고만장해졌구나.”

“사실 아닌가? 보아하니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도 모르는 것 같은데.”

그건 사실이었다. 장천운이 왜 이곳에 왔는지 정확한 이유까지는 알지 못했다.

장천운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여서 온 것일 뿐.

“어차피 죽여야 할 놈인데 뭘 더 궁금해 한단 말이냐?”

냉랭하게 답한 정도하가 좌우를 향해서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목석처럼 무표정한 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청산자의 수족인 목령사자로, 특수한 수련법으로 무공을 익혀서 감정이 메말라 있는 자들이었다.

장천운도 현월을 뽑았다.

묵씨들도 동굴벽 만큼이나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무기를 뽑았다.

묵일은 면이 넓은 검을, 묵삼은 도를, 묵사와 묵칠은 기문병기인 륜과 유난히 긴 장검을 주무기로 사용했다.

“자신들 목숨은 알아서 챙기쇼.”

장천운이 무심한 어조로 한마디 던지고 신형을 날렸다.

앞에 있는 자들이 전부일 리 없었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인원을 동원했을까.

왜 자신을 죽이려는 걸까? 자신과 무슨 원수를 졌다고!

 

콰르르르릉! 쩌저정! 콰광!

가공할 기운이 충돌한 여파에 동굴광장이 무너질 것처럼 진동했다.

목령사자 개개인은 장천운의 상대가 아니었다. 묵씨들보다도 약한 듯했다.

하지만 그들 여섯의 연수합격은 수십 년 동안 손발을 맞춰온 듯 톱니처럼 돌아갔다.

게다가 합공으로 인해 위력이 더욱 강해져서 찰나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불행이라면 상대가 장천운이란 것이었다.

오륙 초 정도 공방이 벌어지는가 싶더니 장천운의 신형이 동굴광장에서 사라졌다.

빤히 보이던 사람이 흩어지듯 사라지자, 정도하조차 경악해서 눈을 부릅떴다.

천하에 자신의 눈을 속일 수 있는 신법이 있다니!

하지만 그의 놀라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작정을 하고 펼친 천뢰구검은 목령사자 여섯의 철저한 연수합격을 빠르게 무너뜨렸다.

장천운의 모습이 보이는가 싶으면 현월이 뇌전을 소나기처럼 쏟아냈다.

때로는 먹구름 속에서 내리꽂는 벼락같았고, 때로는 피할 곳 없이 쏟아지는 화살비와도 같았다.

정도하가 경악해서 공격을 잠깐 망설인 사이 목령사자 여섯 중 둘이 쓰러졌다.

그들은 목석처럼 생긴 모습답게 쓰러지면서도 비명을 내지르지 않았다. 동료 둘이 쓰러졌는데도 남의 일인 양 장천운만 공격했다.

정도하가 안 되겠다 싶어서 혈전장에 뛰어들 때쯤에는 한 사람이 더 쓰러졌다. 나머지 셋도 위태위태했다.

다른 쪽에서는 묵씨와 목령사자 여섯이 팽팽한 대결을 벌였는데 금방 승부가 날 것 같지 않았다.

정도하도 그쪽은 신경 쓰지 않고 장천운을 향해 다가갔다.

“제법이긴 하다만, 아무리 그래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장천운이 그의 말투를 흉내 냈다.

“제법이긴 한데, 아직 나를 죽일 수 있는 정도는 아니야!”

바로 그때 정도하가 장천운을 향해서 죽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그의 좌우에 서 있던 두 호법도 공력을 끌어올린 채 좌우로 돌아가며 언제든 뛰어들 자세를 취했다.

 

 

93장: 첩첩산중(疊疊山中)

 

 

정도하는 석 자 보검을 무기로 썼다. 거울처럼 번쩍이는 검신에서는 한눈에 봐도 보통 검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은은한 기가 흘렀다.

푸른색을 띤 검집과 검병에는 용이 세밀하게 새겨져 있었고, 검병 끝에는 커다란 홍옥이 박혀 있었다.

내심 여유만만 했던 그는 자만을 털어냈다.

장천운은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더 강했다. 아차 실수라도 하면 자신이 당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는 일단 호신진기를 일으켜서 몸을 보호하고 나아가던 그대로 땅을 박찼다.

촤아아아아.

그가 신형을 날리며 검을 흔들자, 석자 장검에서 쭉 뻗친 검강이 수십 송이의 검화를 피워내며 장천운을 덮쳐갔다.

장천운도 상대를 경시하지 않았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절대 경지의 고수. 그런 고수가 있을 만한 곳은 천외밖에 없다.

결국 상대가 천외의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방심할 여유도 없고, 경시해서는 더더욱 안 되는 고수.

그 점을 파악함으로써 또 다른 의문을 하나 더 풀 수 있었다. 더구나 상대의 검을 대하면서 어렴풋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꿈속에서 지겹게 봤던 무공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흥! 이제야 누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지 알겠군!”

냉랭히 코웃음 친 장천운은 벼락처럼 현월을 뻗으며 찰나에 십팔검을 내질렀다. 벼락이 하늘을 쪼개며 우수수 쏟아졌다.

콰과광, 쩌저적!

두 사람의 공세가 뒤엉키자 먹구름 속에서 벼락이 치는 듯했다. 반경 삼 장 안이 온통 검기의 파편으로 뒤덮였다.

정도하는 예상보다 강력한 장천운의 반발에 뒤로 물러섰다.

“천외의 늙은이들이 나를 죽이라고 하던가!”

장천운의 일성이 동굴광장을 무너뜨릴 듯이 흔들어댔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정도하가 버럭 소리쳤다.

“성주의 시신이 있다고 속인 후 나를 끌어들여서 죽이려는 것 아니냐?”

“어리석은 놈! 사마중천의 시신과 우리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정말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저들은 일관되게 사마중천의 시신에 대해서 부정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누가?

의문을 풀기 위해서라도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그런데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장천운은 일단 상대를 흔들기 위해서 자존심을 건드렸다.

“하긴 꼭두각시에 불과한 이용물이 사실을 알 리가 없지.”

“네놈이 감히!”

노성을 내지른 정도하가 전력을 다해서 장천운을 공격했다. 그의 전신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퍼졌다.

좌우의 두 호법도 기다렸다는 듯 공격에 가세했다.

장천운은 전력을 다해서 세 사람을 상대했다. 현월에서 천뢰구검이 줄줄이 쏟아졌다.

그는 검을 펼치면서 더 이상 초식에 연연하지 않았다. 때로는 구전관천이 펼쳐지다가 천뢰일사로 돌아가고, 삼전비격이 천뢰회공과 조화를 이루며 선회해서 상대를 압박했다.

팔초식 천뢰만파와 구초식인 천뢰파천을 제외한 칠초식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다.

기본은 칠초식이되 변화는 천변이었다.

물 흐르듯 자유자재로 변화하며 펼쳐지는 천뢰구검은 이제 천뢰만검이라도 된 듯했다.

그럼에도 정도하와 두 호법의 공세에 맞서서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 그들의 공세는 지금껏 겪었던 그 어떤 적들보다 강력했다.

격돌의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온몸의 실핏줄이 모조리 터지는 듯했고, 가슴에 쇳덩이가 들어찬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혔다.

그러던 어느 순간.

쾅!

귀청을 찢는 굉음과 함께 장천운과 정도하의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좌우의 두 호법도 안색이 해쓱하게 변해서 주르륵 물러섰다.

‘크읍, 정말 지독하게 강하군.’

장천운은 목구멍으로 핏물이 넘어오려는 걸 가까스로 억눌러 놓고 현월을 움켜쥐었다.

지금처럼 팽팽한 대결 상황에서는 찰나의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 법이었다. 고통과 충격을 잘 버티는 것도 승부를 결정짓는 요인 중 하나이다.

‘이들이 전부는 아닐 거다. 다른 놈들이 오기 전에 빠져나가야 해!’

자신이 은천동에 들어온 이상 약속은 지켜졌다. 이제는 살아서 나가는 일만 남았다.

이를 악문 그는 바닥을 차고 정도하를 향해 쇄도했다.

격돌하며 퍼져나간 진기의 파편이 네 사람 주위를 휩쓸면서 열두 개의 횃불 중 네 개가 꺼졌다. 그 바람에 동굴광장이 조금 전보다 어두침침했다. 절대고수라 해도 시야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장천운은 그 점을 최대한 이용했다.

쇄도하는 그의 신형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순간적으로 환영이 나타났다. 공격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환신술을 오성 정도만 운용하자 나타난 결과였다.

환영의 숫자는 세 개. 본신까지 합쳐 넷이 된 장천운이 정도하를 공격했다.

환신술이 일반적인 환영술과 다른 점이라면 환영들이 각자 다른 동작을 펼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넷 모두의 공격에서 살을 에는 검기가 흘러나왔다. 상대에게는 환영이되 환영이 아닌, 모두가 진체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그 정도로 절대경지의 고수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가 원한 것은 찰나의 망설임 정도.

상대에게 생사를 건 강호경험이 부족하다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었다.

정도하는 진체를 파악하기 위해 눈을 치켜떴다.

횃불이 몇 개 꺼지면서 눈으로 진체를 가려내기는 더욱 어려운 상태. 그는 진기가 유동하는 차이를 가려내기 위해 감각을 극대화 시켰다.

찰나의 순간, 네 개의 환영 중 하나에서 미미하나마 더 강한 진기가 느껴졌다.

‘좌측에서 두 번째가 놈이다!’

생각이 일면 몸이 따라가는 경지에 오른 그였다. 결정이 내려졌을 때는 이미 그의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노오옴!”

정도하는 한소리 노성을 기합처럼 내지르며 검을 뻗었다.

검첨에서 쭉 뻗어나간 검강이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콰과광!

귀청을 찢는 굉음이 동굴광장을 뒤흔들었다.

그런데 두 기운이 충돌하는 순간, 정도하의 표정이 급변했다. 충돌 직후, 자신이 노렸던 환영에서 진기의 유동이 신기루처럼 사라진 것이다.

‘제기랄!’

대경한 그는 황급히 좌수를 휘둘러서 일장을 쳐내고 공격의 방향을 틀었다.

그와 동시, 우측의 환영에서 소나기처럼 쏟아진 섬전이 정도하의 장력을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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