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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59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9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59화

백정천과 사공관이 연수해서 공손백을 공격했다.

그들은 내심 승리를 자신했다.

공손백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두 사람의 합공을 막아낼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공손백의 무공은 그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했다.

쌍장에서 뿜어지는 장력은 한여름 번개를 동반한 폭풍 같았다. 거기다 마력이 깃든 기운은 상대의 정신을 그물처럼 옭아맸다.

결국 그들은 둘이 합공하며 백 초식을 겨루고도 승부를 내지 못했다.

자존심 때문에 합공을 거부하려 했던 백정천과 사공관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만약 남궁력의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잘해야 십여 초? 이십 초쯤 견뎠을까?

그 생각을 하면 등골이 서늘해졌다.

더구나 구천성에는 공손백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로와 호법은 물론이고, 사계 역시 절정고수들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비영곡의 고수들은 적은 숫자임에도 정파연합에게 악몽이었다.

그러나 구천성 쪽도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였다.

작심하고 준비한 정파연합의 무력은 그들이 예상한 것보다 더 강력했다.

백정천과 사공관이 합공을 할 정도로 계획도 철저했다.

 

“음흉한 놈들! 몰래 철저히 준비해두었구나!”

공손백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하지만 분노만으로는 승부를 결정지을 수 없었다.

싸움이 벌어진지 한 시진. 밀고 밀리면서 천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났다.

삼검보 일대는 양대 세력 무사들의 시신으로 뒤덮였고, 그들에게서 흘러나온 피가 대지를 붉게 물들였다.

“흥! 공손백! 우린 죽음을 각오했다! 설령 네가 이긴다 해도 몇 명 살아남지 못할 거다!”

온몸이 피로 물든 남궁력이 소리쳤다.

그는 구천성 장로인 오종과 적두를 상대로 싸움을 벌였다. 그 와중에 그도 부상을 입었고, 오종과 적두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오종은 한쪽 팔을 늘어뜨린 채 얼굴이 일그러져 있고, 적두는 옆구리가 갈라진 상태였다.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남궁력이 다른 곳을 돕지 못하게 견제하는 것 정도뿐.

남궁력도 그들의 의도를 모르지 않았다. 오히려 잘 됐다는 마음마저 들었다.

잠깐의 여유를 이용해서 상대를 흔들 수 있으니까.

“와하하하! 결국 구천성은 사마경의 차지가 되겠구나! 안 됐군, 공손백!”

그의 도발은 효과가 있었다.

공손백의 눈매가 역팔자로 꺾어졌다.

“흥! 아무 것도 모르면 입 닥쳐라, 남궁력! 너희들 뜻대로 되진 않을 거다!”

“사마경도 너를 살려두지 않으려 할 텐데?”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후후후, 세상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느니라. 그 동안 남궁세가가 대단해서 존속한 걸로 알고 있다면 큰 착각이다. 사마중천이 힘이 없어서 그냥 놔둔 줄 아느냐?”

공손백의 입가에서 살소가 피어났다.

남궁력은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이 마당에 천궁마신의 이름이 왜 나온단 말인가. 그것도 그를 싫어하는 공손백의 입에서.

“훗, 웃기는 소리. 그럼 누가 사마중천에게 우리 남궁세가를 치지 말라고 부탁이라도 했단 말이냐?”

“부탁이 아니라 협박이었지. 사마중천은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결국 네놈들은 다른 사람의 손바닥 위에 앉은 파리 목숨에 불과했느니라.”

“말도 안 되는 소리. 이제 보니 구천대공 공손백도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정신병자였군.”

“후후후후, 이제 곧 알게 될 거다. 어차피 피의 수레바퀴가 구르기 시작한 이상 곧 피바람이 몰아칠 테니까. 남궁세가 역시 주춧돌 하나 남지 않고 사라지든가, 아니면 굴복하고 복종하든가 해야 할 게다.”

남궁력은 기이한 느낌이 들면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과대망상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자신만만했다. 그 동안 알려진 공손백은 철저한 것을 좋아했고, 허투루 말을 내뱉지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분노해서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안정된 말투였다.

‘도대체 뭘 믿고 저리 자신만만한 거지?’

그때 공손백의 몸에서 가공할 기운이 피어났다.

“이제 싸움을 끝낼 때가 되었다, 남궁력!”

일갈을 내지른 그의 신형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백정천과 사공관도 굳은 표정으로 공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공손백의 말대로 이제는 싸움을 끝내야할 때였다.

 

어둠이 밀려들 즈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후퇴해라!”

남궁력이 악을 쓰듯 명령을 내렸다.

심장이 쇠갈퀴로 훑어 내린 듯 쓰라렸다. 그러나 이곳에서 전멸 당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밤이 되면 저들도 추적하지 못할 터. 일단 남궁세가로 돌아가서 대항할 방법을 찾아보는 게 상책일 듯했다.

결론을 내린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백 대협, 사공 형! 일단 후퇴한 다음에 대응책을 세워봅시다!”

백정천과 사공관도 공손백과 동귀어진 할 마음은 없었다.

그들은 남궁력의 말이 떨어지자, 공손백을 거세게 공격한 후 뒤로 물러섰다.

공손백은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끝장을 보려 했다가는 정말 남궁력이 말한대로 피해가 너무 커진다.

그러한 결과는 그도 원치 않았다.

쏴아아아아아.

썰물이 빠져나가듯 정파연합의 무사들이 물러섰다.

구천성 무사들은 추적하지 않고 공손백의 명령을 기다렸다.

공손백은 추적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어둠이 짙어지고 있었다. 이 근처의 지리도 그들 편이 아니었다.

문인동도 그 점을 알기에 공손백의 의향을 물었다.

“주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냥 놔둬라. 밤에 추적하는 것은 좋지 않아.”

문인동도 반대하지 않았다.

정파연합과 공멸하기 위해서 이곳까지 온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우리가 상대해야할 진정한 적은 남궁세가가 아니다. 안휘의 정파연합을 움직이지 못하게만 하면 목적은 달성한 거나 다름없다.’

투둑, 투두둑…….

우중충하던 하늘에서 끝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공손백은 문인동을 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문인동, 대장로에게 사람을 보내라.”

“예, 주군.”

“사흘 후, 상황이 어떻게 되든 우린 전열을 정비해서 성으로 돌아간다.”

완벽하진 않지만 어쨌든 승리했다. 안휘의 정파연합은 당분간 움직일 수 없다. 움직이기는커녕 자신들이 쳐들어갈까 봐 벌벌 떨고 있을 것이다.

하거늘 복귀한다 해서 누가 자신을 질타할 수 있으랴.

문인동은 자세히 묻지 않았다.

자신이 바라던 바였다.

누가 이기든 빨리 결정 나서 나쁠 건 없다.

“알겠습니다, 주군.”

 

* * *

 

바람이 축축하게 느껴진다 싶더니, 광산을 삼십여 리쯤 남겨놓았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단승의 인내심이 무너진 것은 그때였다. 이창을 출발한지 꼬박 하루하고도 두 시진이 더 지났을 때.

말이 많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입을 닫았는데, 구천성이 가까워지면서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이봐.”

“왜?”

“구천성에는 왜 가는 거지?”

장천운이 단승을 바라보았다.

여태 그것도 모르고 따라왔어? 꼭 그렇게 묻는 표정으로.

단승도 눈치가 빨라서 그 표정의 의미를 바로 눈치 챘다. 그래서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입술을 씰룩이며 말했다.

“아무 말도 안 해주면 내가 어떻게 알아?”

“언제 물어보기나 했나?”

“…….”

입이 무거운 남자가 되기 위해서 하루 종일 열 마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좋아, 그렇게 해, 그러지, 맘대로 해.

생각해보니 그 말 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긴 싫었다.

말 적게 한 것이 잘못은 아니잖아?

“먼저 말해줄 수도 있지 않나?”

“개인적인 일을 아무에게나 떠벌리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

그럼 자신은 떠벌리는 걸 좋아하는 줄 아나?

골이 난 단승의 말투가 까칠해졌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지. 하루를 함께 보냈으면 ‘아무나’는 아니지 않나?”

“하루가 아니라 일 년을 함께 보내도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을 지인이라 할 수는 없지 않아?”

“…….”

단승의 표정이 이지러졌다.

그러고 보니 아직 자신의 이름도 알려주지 않았다.

‘아무나’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내 이름은…… 단승이다.”

일단 이름을 알려주긴 했는데, 꼭 싸움에서 진 기분이었다.

“구천성에 왜 가냐고 했지?”

장천운의 말에 단승의 눈빛이 달라졌다. 언제 이지러졌냐는 듯 표정도 밝아졌고.

진짜 여자처럼 변화무쌍한 성격이었다.

“뭐 좀 조사해보려고 가는 중이야.”

“조사? 무슨 조사?”

“사람에 대한 조사.”

“누굴 조사하려고? 원수라도 찾나?”

“의뢰를 받았거든.”

“의뢰? 그럼 청부업자란 말인가?”

“직업적으로 하는 건 아니야. 아는 사람이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하려는 거야.”

사실이다. 사마경이 부탁했으니까.

장천운은 한마디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설명을 마쳤다.

단승은 장천운의 눈을 빤히 바라본 후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눈살을 찌푸렸다.

“구천성에 들어가서 사람을 조사해달라니, 누군지 몰라도 어려운 부탁을 했군.”

“다행히 무사의 칠 할 정도가 외부로 나가 있으니 그만큼 위험은 덜하다고 봐야겠지.”

“하긴…….”

“함께 가기 싫으면 갈 길로 가봐.

“아니. 함께 가지. 뭔가 몰라도 재미있을 것 같군.”

그때라도 헤어졌어야 했다. 단승에게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랬다면 코를 꿰이지 않았을 텐데…….

더구나 그는 코뚜레 앞에 스스로 자신의 코마저 내밀었다.

“그런데 말이야. 자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고 싶군. 어떤가? 딱 삼초면 될 것 같은데.”

정말 미친 짓이었다.

“원한다면. 그런데 그냥 비무하는 것보다 내기를 하는 건 어때?”

장천운은 순순히 단승의 요구를 받아주었다. 그리고 거기다 더해서 천년잠사보다 더 질긴 오랏줄을 단승의 목에 걸었다.

“그것도 좋지.”

단승은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히죽 웃으며 찬성했다.

‘나중을 위해서 괜찮은 똘마니 하나 키우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대결은 바람이 불고 부슬비가 내리는 언덕 위 푸른 초원에서 벌어졌다.

허리까지 닿는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배경으로 벌어진 대결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었다.

촉촉하게 젖은 풀잎 위에 맺힌 물방울이 두 사람의 기운이 충돌할 때마다 폭발하듯 비산했다.

아마 그 광경을 화공이 화폭에 옮겼다면 역사에 남을 명작이 되었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토록 멋진 광경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비무는 단승의 말마따나 딱 삼초로 끝났다.

단승이 자랑하는 천섬쾌(天閃快) 삼초가 장천운의 손에 잡혔다.

더 해봐야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는 걸 장천운도 알고, 단승도 알았다.

단승은 그 결과를 믿을 수가 없었다.

번갯불처럼 빠르고 귀신이 곡할 것처럼 변화막심한 자신의 천섬쾌가 사람의 손에 잡히다니.

“빠르고 변화도 좋은데, 조금 가벼운 게 아쉽군.”

뒤이은 장천운의 말은 단승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뭉개버렸다.

그의 검이 경지를 넘어서는데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우연이 아니라는 말.

단승은 머릿속이 텅 빈 듯했다.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너…… 누구냐?”

기껏해야 그렇게 물은 게 전부였다.

“비공. 비가 점점 거세지는데, 그만 가지? 약속은 잊지 말고.”

 

* * *

 

광산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계속 내렸다.

어깨가 축 처친 단승의 입은 비무 이후 굳게 닫혀서 열릴 줄 몰랐다.

그러든 말든 장천운은 곧장 일향루로 갔다.

단승도 묵묵히 뒤따라갔다. 표정이 마치 낚시 바늘에 코가 꿰어서 끌려가는 비 맞은 고양이 같았다.

‘내가 미쳤지. 저놈이 누군지 알아보지도 않고 덥썩 미끼를 물다니.’

―일 년간 무조건 상대를 도와주기.

그게 처음에 내건 내기의 조건이었다. 말이 도와주는 것이지, 실제로는 졸개가 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자신이 조건을 조금 바꾸었다.

 

“일 년은 너무 짧잖아? 삼 년으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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