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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58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0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58화

“왜?”

장천운도 어제와 똑같이 되물었다.

“여긴 뭐 하러 왔나?”

“볼 일이 있어서. 이제 떠날 거야.”

오자마자 떠난다?

아니지, 어제 저녁에 왔으니 밤새 볼 일을 봤을 수도 있다. 갈수록 수상한 놈이다.

“어디로 갈 건가?”

“남쪽.”

그때 점소이가 삐죽거리며 다가왔다.

장천운은 어제와 똑 같은 요리를 시켰다.

점소이가 주문을 받고 돌아가자, 단승이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이름이 뭐지?”

“비공(秘空).”

가명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사마경과 의견을 논하던 중 무심코 지은 이름인데 제법 그럴 듯했다.

“사문이 어딘가?”

“원래 그렇게 궁금한 것이 많은가?”

아니다. 단승은 말이 많은 사내가 아니었다. 솔직히 단승도 자신이 왜 자꾸 묻는지 의아했다.

“싫다면 그만하지.”

 

식사를 마친 장천운은 객잔을 나섰다. 그런데 단승이 뒤따라 나왔다.

장천운은 모른척하고 자신의 갈 길을 갔다.

이창을 벗어날 즈음에서야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가 묻기도 전에 이 장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 선 단승이 먼저 물었다.

“남쪽 어디로 가지?”

“구천성.”

구천성이라는 한 마디에 단승의 눈빛이 번쩍 빛을 발했다.

“구천성이라…… 그럼 나도 구천성 구경이나 가볼까?”

“좋을 대로.”

두 사람이 동행하게 된 것은 그렇게 엉겁결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훗날 단승은 그 날의 일을 두고두고 후회했지만, 얄궂은 운명이 이미 두 사람을 묶어버린 후였다.

 

* * *

 

장천운과 단승이 이창에서 멀어질 즈음, 이창 북쪽 길에 몇 사람이 들어섰다.

평범한 복장을 한 무사 여섯.

사마경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이창으로 들어온 대운 일행이었다.

그들은 전처럼 중심부로 들어가지 않고 외곽의 객잔에 방을 잡았다.

이번에는 좀 더 적극적인 계획을 세웠다.

“무경과 청기 도우가 철기보에 신입무사로 들어가시오.”

그들은 강호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철기보의 혈전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신입무사로 들어간다 해도 알아보는 자가 거의 없을 것이다.

언홍두와 추명락도 조건은 같았다. 그러나 지난번 싸움 때 순찰무사들에게 얼굴이 드러나서 알아보는 자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

“흑월대 쪽에 접근하면 장천운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거네. 죽었든, 살았든. 어떤 정보를 얻어도 확인을 철저히 하게나.”

“알았네.”

무경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경이 무척 아름답다던데, 이 기회에 실컷 구경하시구려.”

추명락이 농담을 던졌다.

“엉뚱한 생각 말고, 도인 냄새나는 말투나 조심하게.”

대운도 한마디 당부를 잊지 않았다가 반격을 받았다.

“나는 그래도 누구처럼 아미타불을 외어대진 않네.”

“하하하.”

“그 말이 맞소이다. 크크크.”

결국 이사람 저사람 입에서 가벼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덕분에 긴장감 흐르던 분위기가 편안해졌다.

그래선지 팽수도 가슴 속에 있던 말을 꺼냈다.

“그런데 대운, 장천운이란 자의 생사를 알아내기 위해서 우리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오?”

그도 장천운에 대한 이야기를 듣긴 했다. 하지만 너무 허황된 부분이 많아서 믿기지가 않았다.

게다가 자신보다도 젊은 한 사람의 존재가 전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더더욱 의문이었다.

그런 의문을 품은 것은 팽수만이 아니었다. 대운의 말을 무조건 믿는 무경조차도 반신반의하는 상황이었다.

대운은 그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만약 그가 살아 있다면, 군사는 구천성에 대한 공격계획을 다시 짜셔야 할 거요.”

“그가 죽을 정도로 심한 공격을 받았다면, 우리라고 해서 그를 죽이지 못할 것 없잖소?”

“그래서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한 거요. 으음…… 이건 내 생각이오만, 그를 상대하려면 절대경지의 고수가 둘은 나서야 할 거요. 잡으려 한다면 셋은 나서야 할 것이고. 아마 철저히 폐쇄된 곳으로 몰아넣는 것도 일일 거요.”

“…….”

팽수의 입이 반쯤 벌어졌다.

다른 사람들도 불신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대운을 믿긴 하지만, 그의 말은 너무나 엄청나서 농담처럼 들릴 정도였다.

그런데 대운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래도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신법 때문이었다. 유령조차 그를 대하면 머리를 쥐어짤 것이다.

어쩌면 ‘혹시 우리 일족 아냐?’ 할지도…….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어깨를 으쓱한 무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할 이야기 없으면 지금 가보겠네.”

 

* * *

 

무림맹 본진과의 전쟁이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는 동안 안휘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비영곡 무사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전쟁의 양상이 구천성 쪽으로 유리하게 흘렀다.

그들은 단순히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살수는 너무나 냉혹해서 정파연합 무사들에게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파연합도 더 이상 전력을 아끼지 않고 모조리 동원했다.

 

유월의 어느 날 오후, 일천여 명에 이르는 무사들이 합비성 서쪽 들판을 가로질렀다.

“빨리빨리 움직여라! 놈들이 쳐들어오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

선두에선 남궁호가 말 위에서 세가의 무사들을 재촉했다.

남궁세가의 무사 삼백여 명이 그와 함께 빠르게 달렸다. 뒤쪽에는 남궁세가와 남천신문, 황산검문의 본진 일천여 명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은 합비에서 서쪽으로 오십여 리 떨어진 웅성의 삼검보로 가는 중이었다.

연이은 패전으로 웅성까지 밀린 상황. 웅성의 삼검보마저 빼앗긴다면 합비마저 위험해질 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했다.

 

공손백이 이끄는 구천성과 천주검문의 무사들도 속도를 높였다.

정파의 지원무사들이 달려오기 전에 웅성을 장악해야 했다.

웅성의 삼검보만 차지하면 전쟁을 사흘 안에 끝낼 수 있으리라.

“현재 상황은?”

공손백이 묻자, 문인동이 즉시 대답했다.

“놈들의 본진이 웅성으로 집결하고 있습니다.”

“흥! 어느 쪽이든 먼저 도착하는 쪽이 유리해진다. 힘들어도 속도를 늦추지 말라고 해라.”

“예, 대령주!”

“성학에게서는 아직 연락이 오지 않았나?”

“오지 않았습니다.”

“지금쯤이면 결과가 나왔을 텐데…….”

침착한 공손백조차 사마경 공격에 대한 결과가 궁금했다.

그는 사마경이 제거되면 즉시 발길을 돌려서 성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안휘의 전쟁은 나중에 해도 되니까.

하지만 그 결과를 알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안휘의 정파세력을 제압해야 했다.

‘그것도 나쁠 건 없어.’

안휘의 세력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사마경을 따르던 자들도 더 이상 자신을 반대할 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뒤탈 걱정 없이 자신의 감정대로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동안 속으로 삭인 분노를 생각하면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사마경, 네년의 운도 곧 끝날 거다.’

그때 문인동이 공손백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군, 사마경을 제거하는 일이 실패했을 경우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공손백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네 말이 옳다. 그럴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으냐?”

“관련된 꼬리를 잘라내고 철저히 그 일과 관련 없는 것처럼 행동하시는 게 최선일 것 같습니다.”

문인동의 말에 공손백이 이마를 찌푸렸다.

아무리 그라 해도 종리성학의 목을 마음대로 칠 수 없다. 문인동이야 그 사실을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이겠지만.

“다른 방책은?”

“안휘의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대장로와 손잡고 힘으로 소성주파를 쓸어버리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공손백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나는 그 방법이 마음에 드는군. 사실 너무 오래 참았어.”

문인동은 ‘그럴 경우 승률은 반반입니다.’라고 말하려다가 공손백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닫았다.

자신이 아무리 반대해도 뜻을 꺾지 않을 듯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의 말은 무의미했다.

‘이전과는 달라졌어. 하긴 아무리 철저한 성격이라 해도 한없이 인내할 수는 없겠지.’

“그 전에 무리를 해서라도 이곳 싸움부터 끝내야겠다.”

공손백이 냉랭히 말하고 전방을 노려보았다.

이제 웅성까지 십 리 정도 남아 있었다.

 

* * *

 

웅성에 피바람이 몰아칠 즈음, 죽림 속 정자에 들어선 청산자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 후 빈 의자에 앉았다.

창백한 안색의 백운과 침중한 표정의 여강이 그의 뒤에 시립했다.

“좋은 곳에 있었군.”

“일꾼만 남겨놓고 모두 사라졌습니다.”

청산자 앞에 공손한 자세로 서 있던 자가 대답했다. 왼쪽 뺨에 점이 박힌 그는 이번 조사를 책임진 전소였다.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

“일꾼은 나이 먹은 여자 둘과 육순이 넘은 영감 둘뿐이었습니다. 그들은 이곳의 주인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생김새는 알겠지?”

“예, 주군. 하인 영감을 닦달해서 얼굴을 그렸습니다.”

전소는 품속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먼저 사오십 대의 중년인이 그려진 초상이 보였다. 그 아래쪽 종이에는 노인의 초상이 그려져 있었다.

청산자는 중년인의 초상을 제쳐두고 노인의 초상만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노인의 초상을 바라보던 청산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서서히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걸렸다.

“그래, 그래. 어디서 본 것 같다 했더니……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군. 얼굴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가 분명해.”

전소의 눈이 커졌다.

“누군지 아십니까?”

“오래 전에 봤던 친구야. 한 사십 년쯤 되었나? 그때만 해도 한참 젊었지. 아주 지혜롭고 재미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어.”

아주 오래 전, 청산자는 태산 여행 중에 그를 만났다. 사흘 동안 그와 함께 술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아주 독특한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 능력이지만, 사용 방향에 따라서 무척 위험한 능력일 수도 있었다.

사람의 심령을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청산자는 당시 고민을 많이 했다.

없앨 것인가, 아니면 친구로 삼을 것인가.

그런데 사흘째 되던 날, 그가 말없이 떠나버렸다. 한 동안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사십 년이 지난 지금, 종이에 그려진 초상에서 그가 웃고 있었다.

“이름이 동방무기라 했던가?”

나직이 자문(自問)을 던진 청산자의 입가에서 웃음이 지워졌다.

“전소.”

“예, 궁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찾아내라. 최대한 빨리.”

“존명.”

 

* * *

 

구천성과 천주검문 무사들이 삼검보를 코앞에 두었을 때 저편에서 정파연합 무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양쪽 세력이 거의 동시에 도착한 것이다.

“흥! 제법 부지런 떨었군.”

공손백은 냉랭히 코웃음 치고는 명령을 내렸다.

“멈추지 말고 공격해!”

어차피 서로가 마주보며 달려가고 있었다.

삼검보의 전면은 확 트인 벌판. 특별한 계책도 필요 없었다.

구천성과 천주검문 무사들은 몸을 날리면서 일제히 무기를 뽑아들었다.

정파연합 쪽에서도 구천성의 의도를 짐작하고 곧장 마주쳐갔다.

 

순식간에 거리가 이십여 장으로 줄어들었다.

죽느냐, 사느냐. 살기 위해서는 상대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 모두가 비장한 표정이었다.

“쳐라!”

와아아아아!

으아아아아!

무사들이 두려움을 쫓고 용기를 북돋기 위해 악을 썼다.

하늘의 먹구름이 출렁거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

마침내 이천이 넘는 양 세력의 무사들이 선두에서부터 뒤엉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셋을 세기도 전에 비명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뒤이어 피 튀기는 혈전이 벌어졌다.

정파연합에서는 남궁세가의 주인인 남궁력과 황산검성 백정천, 남천신문의 주인 사공관이 모두 나섰다.

“공손백! 그대는 우리가 상대해주마!”

“겁쟁이처럼 뒤로 빠지지 말고 한판 붙어보자, 공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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