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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56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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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무적호위 256화

구양명은 여홍과 접전을 벌이느라 사마경을 도와줄 여유가 없었다.

답답한 상황이지만 마땅히 대처할 방법도 없었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소연추조차도 도와줄 여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사이 사마경을 보호하던 호위대가 하나하나 쓰러져갔다.

그런데 바로 그때.

쾅!

사마경을 공격하던 자들 중 하나가 날아가서 널브러졌다.

그를 날려버린 사람은 독고민이었다.

그는 시퍼런 눈빛을 번들거리며 하얀 미소를 지었다.

“소성주, 이자들은 내게 맡기고 잠시 쉬시오.”

그러고는 사마경의 앞으로 나섰다.

사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독고민을 바라보았다.

알 수가 없었다. 독고민이 비록 구천삼공자 중 하나로 불렸지만 저 정도로 강하진 않았다.

사실 독고민이 구천삼공자 중 하나에 든 것은 다분히 독고태의 영향이 컸다. 무공으로 따지자면 젊은 무사 중 그보다 강한 사람이 열 명은 족히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혁련기나 백리우진보다도 강했다.

‘결코 정상적으로 강해진 건 아니야.’

어쨌든 적은 많고 자신은 지친 상태.

그녀는 상대를 독고민에게 맡겨놓고 진기를 안정시켰다.

 

종리성학은 멀찌감치 뒤로 빠져서 상황을 주시했다.

‘흥! 너는 오늘 이곳에서 죽는다, 사마경.’

운 좋게도 호수가 사마경의 퇴로를 막아버렸다.

사마경에게는 악운이지만.

이제 어둠이 짙어지기 전에 사냥을 끝내는 일만 남았다.

여유가 생긴 그는 손우곤 쪽을 바라보았다.

손우곤이 구천성의 장로 셋과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 사실이 종리성학의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정말 엄청나군. 장로 셋을 혼자 상대하면서도 밀리지 않다니.’

밀리지 않는 정도가 아니었다. 미세하지만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저 정도라면 금룡의 최고위급 간부라고 봐야겠군.’

구절신마 여홍보다도 강한 듯하다. 공손백과 나극에 비해서 뒤지지 않는 무위.

손우곤의 진정한 정체가 궁금해진 그는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 전장으로 다가갔다.

 

잠깐 사이 진기를 조금이나마 회복한 사마경은 검을 불끈 쥐고 소연추 쪽으로 몸을 날렸다.

소연추와 연송하, 류화는 상천단 무사 둘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옷은 이미 혈의로 변한지 오래였다. 그녀들의 피인지 적의 피인지조차 모를 지경이었다.

연이은 격전에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듯 안색도 창백했다.

그나마도 흑월대원들이 도와줘서 버티고 있는 것이지, 그들이 아니었다면 진즉 쓰러졌을 것이었다.

“유모! 뒤로 물러나!”

소연추 옆에 내려선 사마경이 소리쳤다.

소연추가 반사적으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비틀거리는 그녀의 얼굴은 회칠을 한 듯 해쓱했다.

“조, 조심하세요, 아가씨.”

“내 걱정 말고 유모 몸이나 살펴 봐!”

차갑게 소리친 사마경은 상천단 무사들을 향해 봉황검을 펼쳤다.

상천단 무사들이 아무리 정예무사라 해도 사마경의 검을 맞상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채 삼초식이 펼쳐지기 전에 상천단 무사 중 하나가 쓰러졌다.

그때 상천단의 간부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섰다.

“내가 상대해주마!”

그자의 무공은 사마경에 비해서 크게 밀리지 않았다. 더구나 다른 상천단 무사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터라 사마경으로선 그들의 공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크억!”

한쪽에서 진철평이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장린과 호문대곡은 전력을 다해보았지만, 그들만으로는 손우곤을 막을 수 없었다.

콰광!

장린이 먼저 손우곤의 태천금룡신공에 휩쓸려서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가장 강한 적을 상대하던 장로와 호법 둘이 쓰러지자 전세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한쪽 갈대숲이 넓게 갈라지며 거대한 가마가 나타났다.

“그는 내가 상대하겠다!”

일갈과 함께 가마의 앞이 열리더니 거대한 덩어리가 손우곤을 향해 날아갔다.

“교왕이다!”

흑월대 두엇이 환호성에 가까운 외침을 내질렀다.

“돼지……!”

하마터면 ‘돼지가 하늘을 나는군!’이라고 소리칠 뻔했던 막소광도 재빨리 말을 고쳤다.

“둔 어르신께서 오셨다! 오늘 살아서 돌아가면 내가 돼지 한 마리 쏜다!”

‘씨발, 이놈의 주둥이.’

어쩔 수 없다. 말실수를 돼지 한 마리로 메울 수만 있다면야…….

손우곤도 심상치 않은 상대가 나타났음을 알고 멈칫했다. 그 사이 둔가부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며 손우곤을 덮쳤다.

둔가부의 가마를 메고 있던 네 거한도 봉을 빼들고 상천단 무사들을 공격했다.

“목숨을 걸고 소성주님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뚫어라!”

냉원상이 처절함마저 느껴지는 목소리로 외쳤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교왕 둔가부가 정체불명의 고수를 막을 동안 빠져나가야 한다.

설령 모두가 죽더라도 소성주만큼은 살려야 한다.

다행히 소성주는 자신들이 알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

포위망만 뚫고 나간다면 소성주의 무공으로 적의 추적을 뿌리칠 수 있으리라!

“길을 뚫어라!”

“한쪽만 쳐!”

“소성주! 우리가 길을 뚫으면 빠져나가십시오!”

와아아아아!

살아남은 수혼대원과 흑월대원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도외시한 채 서쪽을 공격했다.

백천대는 뒤쪽을 방어하며 사마경의 후위를 지켰다.

사마경을 대신해서 적을 상대하던 독고민도 백천대와 함께 움직였다.

사마경은 이를 악물고 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 목숨을 내던진 사람들의 뜻을 어찌 외면할 수 있으랴.

‘내가 여기서 살아난다면, 오늘의 일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똘똘 뭉친 무사들이 밀려가며 필사적으로 공격하자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던 적들도 당황했다.

“사마경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포위망을 유지하시오! 절대 뚫려서는 안 되오!”

종리성학이 냉랭히 소리쳤다. 그의 입가에서 득의의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

이대로 포위망만 유지하고 있어도 사마경 일행은 제풀에 지쳐서 쓰러질 수밖에 없다.

교왕의 등장이 의외이긴 하나 그 혼자만으로는 상황을 바꿀 수 없다.

시간을 조금 늦출 수 있을 뿐.

‘이제 곧 손에 들어오겠군.’

그는 사마경 쪽으로 이동했다. 사마경을 잡는 것만큼은 자신이 직접 손을 쓸 생각이었다.

“사마경! 순순히 무릎을 꿇는다면 목숨만큼은 살려주마! 이제 검을 내리고 항복해라!”

득의에 찬 그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서 사마경과 구천성 무사들을 흔들려고 했다.

사마경이 그에 답하듯 소리쳤다.

“미친 새끼! 개소리 말고, 자신 있으면 직접 나서라!”

설마 사마경이 그런 쌍스런 욕을 할 줄이야.

종리성학은 생각지 못한 욕설에 멈칫했다.

하지만 흑월대는 그 욕설에 더 힘이 솟았다.

“와하하하! 우리 소성주님께서도 욕 좀 하시는데?”

“뭐해! 저 개소리 하는 개새끼들의 목을 치라니까!”

종리성학의 눈에서 살기가 줄기줄기 쏟아졌다.

“흥! 오냐, 죽고 싶다면 모조리 죽여주마!”

검을 불끈 쥔 그가 앞으로 튀어나가려는데, 저 뒤쪽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다! 소성주께서 저기 계신다!”

“빨리 가서 구해!”

상당히 먼 거리서 들려오는 소리.

“뭐야?”

종리성학은 눈을 치켜뜨고 고개를 홱 돌렸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야트막한 언덕 위, 호숫가로 들어오는 길목에 무사 수십 명이 나타나 있었다.

그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호숫가로 달려오는 그들 뒤쪽에서 무사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심지어 길 양편의 풀숲을 넘어서 날듯이 달려오는 자들도 있었다.

대충 봐도 이삼백 명은 될 듯했다.

설마 이창에 있는 구천성 무사들?

“이런, 빌어먹을!”

쌍소리를 내뱉은 종리성학이 사마경을 공격하는 무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빨리 사마경을 죽여!”

반면 교왕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이고 있던 손우곤은 달려오는 구천성 무사들을 보고 짜증난 표정을 지었다.

쾅!

일장 격돌로 교왕과 거리를 벌린 그는 뒤로 신형을 날렸다.

“우리는 이곳에서 빠진다!”

여차하면 거꾸로 포위당할 판이었다. 아니 그 이전에 자신들의 정체가 알려지면 안 되었다.

포위망에서 상천단 무사 십여 명이 이탈했다.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우곤을 따라서 그 자리를 떠났다.

갑작스런 상황에 나머지 무사들도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종리성학은 이를 으드득 갈았다. 속이 부글부글 끓다 못해 머릿속까지 하얗게 타버렸다.

다 된 밥을 솥 째로 엎은 꼴.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단 말인가!

“우리도 간다! 이곳을 벗어나라! 여 대협, 갑시다!”

“이 개새끼들이 어딜 도망가려고!”

“잡아 죽여!”

흑월대원들이 기가 살아서 바락바락 악을 썼다.

하지만 뒤쫓아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백리우진이 뒤쫓아 가려고 땅을 박찼다가 따라오는 사람이 없자 뻘쭘해 했다.

그 사이 사마경은 가마 앞에 서 있는 둔가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교왕 노선배님.”

둔가부는 표정이 굳어 있었다.

‘우가의 말이 사실이었어.’

손우곤과 손을 나눈 것은 몇 수 안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손우곤의 강함을 절절히 느끼고 있었다.

공력이 소모된 상태에서도 자신과 비등한 실력을 발휘한 그였다. 처음부터 싸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서늘해지다 못해 살거죽이 푸르르 떨렸다.

“별 말씀을. 너무 늦게 온 것 같아서 미안할 뿐이네.”

“아니에요. 노선배님께서 조금만 더 늦게 오셨어도 이 사마경은 오늘 이곳에서 뼈를 묻었을 거예요.”

 

달려온 사람들이 사마경 앞에서 멈춰 섰다. 그중에는 우문각을 비롯해서 구평추와 이강, 이호 형제 등 장로와 호법이 셋이나 있었다.

우문각은 온통 피로 물든 사마경 일행의 겉모습만 보고도 얼마나 위급한 상황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소성주, 괜찮으시오?”

사마경은 그 와중에도 어깨를 펴고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괜찮아요.”

“비조의 연락을 받고 다급히 달려왔는데, 늦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오.”

“나야 괜찮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장린 장로와 진철평 장로도 위급하고요.”

“어떤 자들이 감히 소성주를 공격한 거요?”

“아직은 정확히 모르겠어요. 우리가 알아본 사람은 구절마제 여홍이 유일해요.”

구절마제 여홍.

그 이름만으로도 우문각을 비롯한 구천성 간부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구절마제가 나타났단 말이오?”

구평추가 경악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오래 전에 여홍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가 얼마나 강한지도 누구보다 잘 알았고.

“구양 대협께서 그를 막지 못했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었을 거예요.”

“허어…….”

구평추는 천한마검에 대해서 다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아는 한, 천한마검은 구절마제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사마경의 말인 즉 천한마검이 구절마제를 막아냈다는 뜻 아닌가 말이다.

어디 그뿐이랴?

교왕을 곤란지경으로 몰아붙인 자는 또 누구란 말인가.

“아무래도 우리가 모르는 적이 있는 것 같아요. 혹시 총사는 그들에 대해서 아는 것 없나요?”

사마경이 우문각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우문각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르겠소. 한번 조사해보리다.”

사마경은 우문각을 잠시 더 쳐다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그만 이곳을 떠나죠. 사상자들을 부탁해요.”

 

* * *

 

격전이 벌어졌던 호숫가는 밤이 되자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고요해졌다.

간간이 울리는 찌르레기 소리와 물결이 찰랑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장천운이 피비린내 배인 호숫가에 도착한 것은 해시 초였다.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는 그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생각보다 내상이 심해서 진기를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공력을 칠성 정도 회복하고 사마경을 찾아 나섰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황토협곡에서 격전의 흔적을 찾은 이후부터는 추적이 어렵지 않았다. 흔적이 너무나 많이 남아있었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격전이 벌어진 장소에 도착했다.

싸움이 끝난 지 한 시진은 지난 듯했다.

많은 사람이 죽은 듯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시체는 없었다. 누군가가 가져갔다는 뜻이다. 적이 가져갔을 리는 없다.

언덕 쪽 길에서부터 이어진 흔적들. 적어도 수백 명이 이동한 흔적이었다.

이 부근에서 그 정도 인원이 움직일만한 곳은 철기보에 있는 무사들 뿐.

구천성 무사들이 나타나서 사마경을 구했나?

그럴 가능성이 컸다. 사마경이 당했다면 지금도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야 옳았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인데…….’

다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특히 연송하와 흑월대의 피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없어서 걱정이었다.

그때 장천운의 눈이 어느 한곳에 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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