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2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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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252화
고오오오오, 콰아아아아!
허공이 뒤틀리면서 비명을 질러댔다. 태산을 짓눌러 버릴 것 같은 강맹한 기운이 여홍의 쌍장에서 폭류처럼 쏟아졌다.
구양명은 검강이 발현된 검을 들어서 찰나에 팔방을 점했다.
패도적인 검세가 벼락의 그물을 만들며 여홍의 장력을 철저히 틀어막았다.
콰과과과광!
여홍과 구양명의 강력한 기운이 충돌한 순간 천둥소리가 터져 나왔다.
강력한 반탄력에 여홍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구양명도 다리가 발목까지 땅에 박힌 채 뒤로 다섯 자나 밀려나며 대지에 깊은 골이 파였다.
그 사이 검과 도를 든 두 중년무사가 패왕거 쪽을 공격했다.
적을 상대하느라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
“조심하세요, 소성주!”
소연추가 결의에 찬 표정으로 소리치고 앞으로 나섰다. 류화와 연송하도 함께 나서서 상대를 맞이할 자세를 취했다.
그때였다. 마부석의 마부가 검을 든 중년무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검을 든 중년무사는 조소를 지었다.
패왕거를 모는 마부가 평범한 사람일리 없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일개 마부 따위가 감히 자신을 막으려 하다니.
“건방진 놈!”
냉랭히 소리친 그는 날아드는 마부의 심장을 향해 검을 뻗었다. 단숨에 마부를 제거하고 사마경의 목을 취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부의 몸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서너 개의 환영이 생겨났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채찍 대신 검이 들려 있었다.
‘엇?’
순간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중년무사는 다급히 검을 뻗었다. 검첨에서 뻗어나간 시퍼런 검강이 환영의 심장을 꿰뚫었다.
마부의 검에서 뻗친 무형의 기운도 중년무사의 목을 노렸다.
방어를 도외시한 직접적인 공격.
두 사람 모두 한 수에 모든 것을 걸었다.
중년무사는 자존심 때문에 물러설 수 없었고, 마부는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적을 척살해야 했다.
두 사람의 운명이 결정된 것은 찰나였다.
푹! 콰직!
골육이 뚫리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허공에서 피가 튀었다.
퍼벅!
서로가 장력을 펼쳐서 상대를 쳐냈다.
두 사람 모두 벽에 부딪친 것처럼 뒤로 튕겨나갔다.
검을 든 중년무사는 균형을 잃은 채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목을 쥔 손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뿜어졌다.
마부도 패왕거 앞에 내려선 후 비틀거리며 서너 걸음 물러섰다. 그의 왼쪽 어깨에서 피가 뭉클거리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끄윽.”
안간힘을 다해 일어서려던 중년무사가 다시 꼬꾸라졌다.
마부, 철무는 어깨의 지혈도 미룬 채 급히 몸을 돌려서 사마경 쪽을 바라보았다.
도를 든 중년무사 역시 검을 든 자만큼 강했다. 흑월대 등이 아직 몸을 빼내지 못하는 상황. 소연추나 류화, 연송하만으로는 그를 막아낼 수 없을 듯했다.
하지만 그는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사마경이 아름다운 봉황무를 추고 있었다. 화려하면서도 강렬한 춤을.
상대는 봉황의 화려한 날갯짓과 날카로운 발톱에 막혀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멋지군.’
철무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성주가 강해졌다는 것을 모르진 않았다. 지하수련장에서 매일 강도 높은 수련을 했으니까.
그렇다 해도 자신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은 강함이었다.
언제 저렇게 강해졌단 말인가.
구양명도 사마경과 소연추에 대한 우려를 떨치고 여홍의 공격을 막아내는 일에만 전념했다.
자신이 밀리는 건 분명하지만 금방 날 승부는 아니었다.
흑월대와 장로, 호법들에게 도와줄 여유가 생길 때까지만 버틴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으리라.
여홍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천중십마에 적을 올렸다 하나 천한마검은 자신의 적수가 아니었다.
십초지적. 마음만 먹으면 십 초식 안에 꺼꾸러뜨릴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자존심이 상한 그는 공력을 십성 끌어올렸다. 옷자락이 찢어질 듯 펄럭이고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뻗쳤다.
“구양명! 제법이다만, 그 정도로는 나를 막아낼 수 없느니라!”
노성을 내지른 그가 양팔을 독수리 날개처럼 펼치고 구양명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겠지!”
구양명도 모든 공력을 끌어올린 채 마주쳐갔다.
두 사람 주위에서 광풍폭우가 몰아쳤다.
칠팔 장 떨어진 거리인데도 그 영향이 패왕거까지 미쳤다.
치열한 접전 와중에도 많은 이들의 신경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바로 그때, 복면을 쓴 십여 명이 갈대숲 속에서 나타났다.
그들은 곧장 사마경 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종리성학은 갈대숲 속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이를 갈았다.
여산일마가 힘도 못써보고 죽어버릴 줄이야.
저 마부라는 놈은 분명 사마경의 비밀호위라는 구천비령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어쨌든 사마경만 잡으면 되는 일. 그런데 상황이 엉뚱하게 흐르고 있었다.
‘빌어먹을! 사마경이 음산귀도를 홀로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하다니.’
그뿐이 아니었다. 믿었던 여홍이 구양명에게 막힐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종리성학이 짧게 소리쳤다.
“목숨을 던져서라도 사마경을 잡아라!”
복면인들은 아무 대답도 없이 공격을 시작했다.
셋은 철무를, 여섯은 소연추와 류화, 연송하를, 셋은 사마경을 노렸다.
소연추와 류화, 연송하는 굳은 표정으로 적을 맞이했다.
하나하나가 자신들보다 약하지 않은 자들로 보였다. 그런 자들이 여섯이나 되었다.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두려웠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을 듯했다.
오늘 이곳에서 죽는 걸까?
하지만 그녀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소성주를 지키려면 목숨을 던져서라도 막아야 했다.
사마경도 위기를 직감하고 모든 공력을 쏟아냈다.
그녀의 검이 더욱 사나워졌다. 도를 든 중년무사, 음산귀도는 더 버티지 못하고 물러서기에 바빴다. 이미 그의 몸은 피투성이가 된 상태였다.
사마경은 물러서는 상대를 놔둔 채 몸을 돌려서 복면인들을 상대했다.
그 잠깐 사이, 소연추와 류화, 연송하는 위기에 몰렸다.
소연추만 겨우 버티고 있을 뿐, 연송하와 류화는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특히 류화는 어깨에서 가슴까지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류화야! 이 개자식들! 다 죽여버리겠어!”
겨우 몸을 빼낸 구산이 악을 쓰며 류화 쪽으로 몸을 날렸다.
흑월대에서도 두어 명이 빠져나와서 합류했다. 마침내 흑월대에게 약간이나마 여유가 생긴 것이다.
구산은 류화를 공격하던 자 둘을 무지막지하게 몰아붙였다. 자신의 몸에 상처가 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기세에 복면인 하나의 목이 단숨에 달아났다.
자신의 살을 주고 상대의 목을 쳐버린 구산이 류화를 슬쩍 바라보았다.
피투성이가 된 류화가 비틀거리고 있었다.
깜짝 놀란 구산은 뒷걸음질로 류화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그랬다가 핀잔만 들었다.
“이 돼지야! 내 걱정 말고 소성주님부터 도와드려!”
구산에게는 소성주보다 류화가 더 중요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음산귀도와 복면인 셋이 소성주를 합공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급히 사마경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한 사람이 사마경 옆으로 내려서서 음산귀도를 상대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독고민이었다.
“후후후, 이 자는 내가 맡겠소, 소성주!”
독고민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음산귀도를 공격했다.
사마경은 이마를 찌푸렸다. 아마 위급에 처한 상황만 아니라면 ‘당신 할 일이나 잘 해요.’라고 한마디 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린아이의 도움조차 아쉬운 판이었다.
그녀는 음산귀도를 독고민에게 맡기고 복면인들을 상대하는 일에만 치중했다.
‘젠장!’
종리성학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모든 게 예상했던 대로 되는 듯했다. 사마경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강했지만, 그 정도로는 자신의 계획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런데 성공 직전에 상황이 묘하게 흘렀다.
될 듯 말 듯 자꾸만 맥이 끊기는 게 마치 목에 가시가 걸린 듯했다.
더구나 구천성 쪽 고수들이 점점 여유를 찾아가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죽도 밥도 안 될 판이다.
‘여홍을 너무 믿었나?’
구절신마 여홍이라면 천한마검과 장로, 호법까지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여겼거늘.
어쨌든 시간을 더 끌어봐야 피해만 커질 뿐이다. 사마경만 제거할 수만 있다면야 전멸을 당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피해가 크면 다음을 기약하기가 힘들어진다.
지금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
결정을 내린 그가 짜증내듯 소리쳤다.
“모두 후퇴하시오!”
암습자들은 공격해올 때만큼이나 빠르게 물러났다.
처음 암습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그때까지 걸린 시간은 반각 정도.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양측의 무사 백여 명이 죽었다.
남은 자들도 부상자가 많아서 분위기가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놈들은 잠깐 물러간 것일 뿐, 곧 다시 공격해올 거예요. 최대한 빨리 정리를 끝내세요. 그리고 부상자는 상처를 간단하게 손보고, 중상자는 패왕거에 실으세요. 나는 걸어갈 거니까.”
사마경이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일사천리로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적은 패해서 도주한 것이 아니었다. 구절신마도 건재했고, 절정고수들도 칠 할이 살아서 떠났다.
사마경을 척살하지 못한 이상 또 다시 기회를 노릴 것이다.
철기보까지 하루 반나절의 거리. 수작을 부리기에는 시간도 충분했다.
“소성주님의 말씀을 듣지 못했나! 서둘러라!”
장린이 버럭 소리쳤다.
냉원상도 살아남은 수혼대 무사들을 지휘해서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일부는 동료들의 시신을 모아서 땅을 파고 묻었다.
한 시진. 대충 상황이 정리되자 패왕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이십 리쯤 이동한 종리성학은 소나무가 우거진 숲속 공터에서 전열을 추슬렀다.
절반으로 줄어든 숫자를 보니 와락 짜증이 났다.
사마경도 제거하지 못하고 큰 손실만 봤다. 여홍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만 완수했어도 지금쯤 사마경은 구천을 헤매고 있을 텐데.
‘제기랄!’
그렇다고 구절신마에게 화를 낼 수도 없는 일. 화를 속으로만 삭이려니 가슴이 부글부글 끓었다.
‘사마경과 구양명을 너무 무시했어.’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계획을 세울 때 상대의 힘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필수다. 나름대로 철저히 판단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두 사람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었다.
아니, 한 사람이 더 있었다.
독고민. 그 멍청하고 욕심만 많은 놈이 음산귀도와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일 줄 누가 알았으랴.
‘어떻게 된 거지?’
독고민이 살아났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 짧은 시간에 몇 배나 더 강해졌다.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결코 정상적인 방법으로 회복된 것은 아닐 거다. 그렇다면 뭔가 사람들이 모르는 편법이라도……?’
세상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한 법술이 있다.
그러한 법술을 사용하면 보고도 믿기지 않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곤 한다.
물론 정상적인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대부분 사악한 기운을 사용하니까.
그리고 마침 그는 그러한 법술로 독고민을 회복시킬 만한 사람을 알고 있었다.
‘혹시 암군 어르신이……?’
만약 자신의 짐작이 사실이라면, 그가 정말 금지된 법술을 사용했다면 단순하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대령주께 기회가 될 수도 있어!’
종리성학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그때 오른쪽 숲속을 경계하던 무사가 버럭 소리쳤다.
“누구냐!”
한 사람이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청의 무사 셋이 그자의 전면을 막아섰다.
그러나 나타난 자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뒷짐은 진 채 담담히 말했다.
“나는 금룡어른을 따르는 사람이네. 그대들의 주인과 할 말이 있어서 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