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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51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97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51화

츠츠츠츠츠츠.

선두에 선 수혼대원들은 스산한 소리에 신경이 곤두섰다.

아직까지 적의 공격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올 때도 무사했으니 갈 때도 무사하지 않겠는가.

그들은 불안한 마음을 다잡으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패왕거는 중간쯤에서 선두를 따라갔다. 마부석에는 마부와 구양명이 앉아 있었다.

구양명은 하늘을 바라보며 이마를 찌푸렸다.

하늘에 끼었던 옅은 구름이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비가 오려는 듯했다.

‘장천운은 살아 있을까, 죽었을까?’

솔직히 그는 장천운이 죽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라면 그보다 강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아는 사람 중 최소한 서너 명은 그보다 강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봤을 때의 장천운은 자신이 아는 누구보다 강해져 있었다.

그런 장천운이 공격을 받아서 죽었다고?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이해할 수 있겠다.

‘그가 정말로 죽었다면, 죽인 자들이 사마경을 흔들려고 시체장사를 했을 거다.’

절대 고의로 장천운의 시체를 없애지는 않았을 거란 말이다.

‘결국은 죽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

그래서 흔들리지 않고 그를 기다릴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었고.

살아서 돌아온다면 또 달라져 있을 테니까.

‘적들에게는 끔찍한 악몽이 되겠지.’

구양명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질 즈음, 마차의 속도가 느려졌다.

갈대밭이 끝나가고 있었다. 강이 나온 것이었다.

올 때도 건너왔던 초하라는 강이었다.

 

초하(草河)라는 이름답게 강 양안이 사람 키보다 더 큰 갈대로 뒤덮여 있었다.

갈대 잎이 떠다니는 물의 깊이는 깊은 곳이 두어 자 정도, 강폭은 이십여 장쯤 되었다.

물살이 세지 않아서 패왕거가 건너가기에 어려움이 없을 듯했다.

일단 수혼대 중 절반이 먼저 강을 건너고 패왕거가 뒤를 따랐다.

흑월대가 양 옆에서 패왕거를 잡고 바퀴가 바닥에 박히지 않도록 받쳐 들었다.

패왕거는 곧 강을 벗어나서 뭍으로 올라갔다.

강 건너 쪽도 광활한 갈대밭이었다.

수혼대 오십여 명이 눈을 부라리며 사위를 경계했다.

“출발!”

냉원상은 패왕거가 강을 건너자 출발을 외쳤다.

먼저 건넌 수혼대가 앞장서고 패왕거가 그 뒤를 따랐다. 흑월대는 패왕거의 좌우를 호위하고, 후미는 백천대와 나머지 수혼대가 맡았다.

호법과 장로들은 패왕거 바로 뒤에서 따라갔다.

따가닥, 따가닥, 쿠르르르르.

말발굽소리와 바퀴 구르는 소리가 갈대숲을 가로질렀다.

쏴아아아아아…….

행렬이 갈대숲에 본격적으로 들어섰을 때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양측에 도열한 갈대가 패왕거를 향해서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마치 만인이 패왕거를 향해 예를 취하는 듯했다.

장엄하기까지 한 풍경은 모든 이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한 감동도 잠시뿐.

“경계를 늦추지 마시오!”

마부석에 앉아 있던 구양명이 벼락처럼 소리쳤다.

뭔가를 느낀 듯 냉원상이 등 뒤의 검을 뽑았다.

“적의 공격에 대비해라!”

패왕거 좌우를 호위하고 있던 흑월대에게서 광폭한 기운이 뿜어졌다.

수혼대도 바짝 긴장해서 무기를 뽑아들었다.

쏴아아아아!

갈대가 스산한 소리를 쏟아내며 고막을 갉아댔다.

바람이 세차게 불긴 하지만, 그로 인해서 갈대가 부대끼는 소리와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게다가 밀려드는 바람에는 진득한 살기마저 실려 있었다.

“뒤쪽도 조심해라!”

후미에서도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때였다.

전면의 양쪽 갈대숲 속에서 칙칙한 청의를 입은 무사들이 솟구쳤다.

한 여름 메뚜기처럼 뛰어오른 그들은 한마디 말도 없이 수혼대를 향해 날아들었다. 언뜻 봐도 오십여 명은 될 듯했다.

“진세를 유지해!”

냉원상이 고함을 내질렀다.

반원형으로 진형을 갖춘 수혼대원들은 이를 악다물고 공력을 끌어올렸다.

청의인들과 수혼대원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진득한 살기가 수혼대원들의 머리 위로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흑월대는 무기만 빼들고 움직이지 않았다.

암습자들은 전면에만 나타난 게 아니었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만 않았을 뿐 좌우와 후미에서도 밀려들고 있었다.

“나와! 비겁한 새끼들아!”

구산이 버럭 소리쳤다.

그에 화답하듯 양쪽 갈대숲이 쫙 갈라지며 청의인들이 나타났다.

회색이 감도는 칙칙한 청색 복장, 무표정한 얼굴, 전신에서 뻗치는 살기.

그들은 나타나자마자 곧장 패왕거를 향해 쇄도했다.

“이 개새끼들이 우리를 허수아비로 아나!”

곡소광이 눈초리를 치켜뜨고 바락바락 악을 썼다.

그의 악쓰는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청의인들과 흑월대가 뒤엉켰다.

수혼대와 백천대는 앞쪽에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후미에서도 청의인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한편, 마부석에 서 있던 구양명은 차가운 눈빛을 번뜩이며 상황을 살펴보았다.

칙칙한 청의를 입은 자들은 수혼대원들이 상대하기 힘들 정도로 강했다. 일개 평무사로 보이는 자들의 무위가 일류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십여 명은 절정수준의 고수고.

강호에 절정고수들이 배급 나왔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아니었다.

진짜 고수들은 아직 나타나지도 않은 것이다.

‘천외 놈들인가?

일원장 무리와 싸워본 구양명이다. 그는 천외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놈들이 작정하고 나섰다면 길보다 흉이 더 많다고 봐야겠군.’

“천외에서 온 자들인가요?”

패왕거 안에서 사마경이 물었다.

목소리에서 한 점의 동요도 느껴지지 않았다. 동요는커녕 너무나 차갑고 냉정했다. 암습 당할 걸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그런 것 같소.”

“전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막아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오.”

“그럼 아직 다 나오지 않았다고 봐야겠군요.”

사마경의 냉정한 판단에 구양명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렇소, 소성주. 기회다 싶으면 튀어나올 거요. 목적을 갖고 왔을 테니까.”

그 목적은 사마경을 제거하려는 것일 테고.

구양명의 불안감은 그 때문이었다.

목적을 갖고 온 자들이 상대의 전력을 알아보지도 않고 왔을 리 없다. 알고 왔다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설령 변수가 작용해서 저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상당한 피해를 보겠지.

문제는 그 다음이다.

‘첫 공격이 실패하면, 저들은 이차 공격에서 끝내려 할 거다. 그럼 최소한의 피해로 이번 공격을 벗어나야 하는데…….’

 

구양명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수혼대원 십여 명이 쓰러졌다.

반면 흑월대는 청의인들을 철저히 막아냈다.

혁련기와 사공명신, 구산, 두양양의 실력은 장로나 호법에 비해서 뒤지지 않았다.

다른 흑월대원들의 무공 역시 일개 조원들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강했다.

그들은 방어에 치중하면서도 청의인 열두어 명을 쓰러뜨려서 힘의 균형을 유지시켰다.

의외라면 백리우진과 독고민이었다.

백천대 대원 대부분은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다. 반면 백리우진과 독고민은 확실한 우세를 점하고서 일방적으로 청의인들을 쓰러뜨렸다.

특히 독고민은 거침없이 상대의 심장을 쑤시고 뼈와 살을 뜯어냈다. 손속이 너무나 냉혹해서 적아 모두가 흠칫할 정도였다.

다행이라면 그로 인해서 적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암습자와 호위대가 혼전으로 치달을 때였다.

“온다!”

구양명이 짧게 소리쳤다.

동시에 양쪽 갈대숲 속에서 각각 네 명씩 여덟 명이 날아들었다.

그들은 곧장 패왕거를 노렸다.

검을 빼들고 그들을 주시하는 구양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선공에 나선 암습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자들이었다.

넷은 자신 쪽을, 넷은 반대편을 공격했다.

“최선을 다해서 막으시오!”

구양명은 공력을 구성까지 끌어올리고 적을 맞이했다.

폭풍 같은 기운이 패왕거를 으스러뜨릴 듯이 밀려들고 있었다.

“와라!”

일갈을 내지른 그의 검에서 검강이 쭉 뻗쳤다.

사공명신과 혁련기, 두양양, 용화성이 암습자들을 흑월대에게 맡겨놓고 그를 돕기 위해 나섰다. 흑월대는 그들이 없어도 당장은 이상이 없을 듯했다.

장린을 비롯한 호법과 장로들은 반대편 공격자들을 맡았다.

“이쪽은 우리가 맡겠네!”

“감히 본 성을 공격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한 놈들이구나!”

 

 

99장 : 내가 갈 때까지만

 

 

떠더덩!

구양명 쪽에서 먼저 폭음이 터져 나왔다.

뒤이어 다른 사람들도 격돌하며 기의 폭풍이 패왕거를 중심으로 휘몰아쳤다.

그때였다.

패왕거를 끄는 말들이 겁에 질려서 땅을 박차고 들썩거렸다.

히히히힝! 히히힝!

마부가 다급히 고삐를 당겼다.

소용이 없었다. 이성을 잃은 말들은 고삐가 당겨지는 데도 더욱 광분하며 날뛰었다.

결국 사마경이 소연추 등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류화와 연송하는 굳은 표정으로 사마경의 좌우를 막아섰다.

“내 걱정 말고 적에게 집중해요!”

사마경이 오연히 서서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흔들림 없는 태도. 도도한 자세.

구천성 무사들은 사마경의 그런 모습을 보고 없던 힘까지 짜냈다.

처음에 암습한 자들의 기세가 서서히 꺾였다.

나중에 나타난 고수들도 구양명과 흑월대 조장, 장로와 호법에 막혀서 패왕거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다.

지금 상태가 유지된다면 곧 상황이 종료될 듯했다.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다.

“과연 천한마검이 거저 얻은 이름은 아니구나!”

중후한 일성과 함께 갈대 사이로 난 길 저편에서 세 사람이 날듯이 다가왔다.

천천히 걷는 것 같은 데도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그들 중 가운데 있는 자는 오십대 중반쯤으로 보였다.

대나무처럼 빼빼한 몸, 키가 좌우의 두 사람보다 머리 절반은 더 큰 듯한 체구.

그의 좌우에서 따라오는 두 사람은 사십대 중년이었다. 오른쪽의 흑의를 입은 자는 등에 검을 맸고, 왼쪽의 녹의를 입은 자는 면이 넓은 칼을 손에 들고 있었다.

상대를 몰아붙여서 떨쳐놓고 슬쩍 시선을 돌린 구양명이 중앙의 키 큰 자를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구절신마 여홍?’

천중십마 중에서도 상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절대고수가 바로 구절신마 여홍이다.

똑같이 천중십마 안에 이름을 올렸다 해도 이름값은 물론 실력에서조차 여홍과 구양명은 차이가 컸다.

구양명이 장천운을 만나기 전까지는.

“모두 조심하시오! 키 큰 자가 바로 구절신마요!”

구양명이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서 여홍의 정체를 밝혔다.

구양명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눈을 부릅떴다.

구절신마 여홍이 왔다고?

더구나 혼자가 아니다. 일행들이 있다. 결코 약한 자들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경악해서 손발이 느려졌을 때 여홍이 땅을 박차고 신형을 날렸다.

“와하하하! 친구가 부탁하더군. 구천성 소성주의 머리가 필요하다고 말이야!”

간발의 차이를 두고 좌우 두 중년 무사도 몸을 날렸다.

놀랍게도 그들의 경공 실력 역시 여홍에 비해서 크게 뒤지지 않았다.

“여기는 너희들이 책임지고 막아라.

다급히 지시를 내린 구양명이 날아드는 여홍의 앞을 막아섰다.

“오늘 너희는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여홍이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며 구양명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 사이 여홍의 좌우에 있던 두 중년무사가 사마경 쪽으로 날아가며 무기를 뽑았다.

오른쪽 중년무사의 검은 폭이 유난히 좁고 얇았다. 그에게서 그 검만큼이나 날카로운 기세가 느껴졌다.

반면 도를 빼든 왼쪽 무사는 목상처럼 표정이 없었는데, 그에게서는 바위도 으스러뜨릴 무거운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구양명은 그들이 소성주를 공격하는 걸 보고도 움직일 수 없었다. 천붕의 위력을 지닌 장력이 머리 위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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