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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45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81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45화

“아미타불.”

상념을 접은 제갈승조가 고개를 돌렸다.

대운이 다가오고 있었다. 전해 비해서 수척해진 얼굴이었다.

흑월대의 조장 중 사공신이라는 자와 싸우며 부상을 입은 그였다. 하지만 얼굴이 수척해진 것은 그 이유 때문만이 아니었다.

“어쩐 일로 나를 찾아왔는가?”

“군사께 물어볼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말씀해보게.”

“아미타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혹시 장천운이라는 자에 대한 건가?”

정곡을 찔린 듯 대운의 눈이 커졌다.

사실 제갈승조는 남의 말을 다 듣기 전에 추측으로 되묻는 사람이 아니었다. 평상시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그런데 대운의 말을 듣자마자 장천운이 떠올랐다.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그 말이 튀어나왔다.

“아미타불, 군사께서도 이상하게 생각하셨나보군요.”

“으으음.”

제갈승조의 입술 사이로 씁쓸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자신이 왜 이렇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걸까?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도 조금 전에 장천운에 대한 걸 생각하고 있었네. 그가 정체불명의 고수들에게 죽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거든.”

“빈승 역시 믿기가 힘듭니다. 장 시주는 천하제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뛰어난 절세의 경공신법을 지니고 있었지요. 아무리 어려운 경우라 해도 최소한 자신의 몸 하나쯤은 빼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죽었다니요?”

“어쨌든 그가 정말로 죽었다면 우리로선 다행 아닌가?”

무림맹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대운은 다른 사람과 생각이 달랐다.

“아미타불, 장 시주를 죽인 사람들이 누군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어둠 속에 있는 자들이 더 신경 쓰입니다.”

“흐으음, 그 말도 맞네.”

제갈승조는 맞장구를 쳐주었다. 자신도 걱정했던 일이지만 모른 척했다.

“그리고 만약…… 장 시주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제갈승조도 미처 생각지 못했다.

장천운이 그리 쉽게 죽었다는 것에 대해서 믿기 힘들었을 뿐 죽음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던 것이다.

“장천운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글쎄, 사마경은 그의 죽음에 대해서 극한 분노를 드러냈었네. 그를 죽음으로 내몬 천하를 대상으로 복수하겠다고도 했지. 그 당시 그녀의 모습은 결코 꾸민 것이 아니었네. 장천운이 사마경까지 속이고 죽음을 가장할 수 있다고 보나?”

“아미타불, 그럴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의 죽음을 증명할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시신이라 우길 수 있는 뼈다귀조차 제대로 발견된 것이 없습니다. 만약 장 시주가 살아 있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보십니까?”

“장천운이 정말로 살아 있다면…….”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장천운이 천하를 속이고 있다면?

‘아냐, 불가능한 일이야. 그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천하를 속인다는 건 그의 능력과 별개의 문제야.’

그 일을 하려면 사람과 조직 등을 철저히 부려야만 가능하다. 사마경이나 구천성이 적극적으로 도와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아는 한 사마경과 구천성은 그의 죽음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도, 그래도…… 살아 있다면?

만약 사마경과 구천성이 세상을 속이고 있다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고 봐야겠지.’

“아미타불, 군사께서 허락해주신다면 제가 조사해보겠습니다.”

“대운스님이?”

제갈승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뜻밖의 제안이었다.

“예, 군사. 최소한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장천운에 대한 조사는 이미 진행 중이다. 경순당 휘하의 정예요원들이라면 오래지 않아 답을 가져올 것이었다.

그럼에도 제갈승조는 대운의 청을 허락했다.

“좋네, 그렇게 하게나.”

조사의 방법, 취지 등이 달랐다. 어디서 어떤 증거가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많은 사람을 지원할 수는 없네. 그 점을 미리 알았으면 싶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몇 명이나 데려갈 건가?”

“무경이 엊그제 도착했습니다. 무경사제와 함께 대여섯 명 정도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무경은 무당파의 희망이라 불리는 천재다. 대운과 함께 무림십룡에 속한 기재 중의 기재.

제갈승조는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였다. 잘하면 대운으로 인해서 한 가지 고민이 풀릴지도 몰랐다.

‘그래, 가서 제발 뭐라도 좀 발견해라.’

 

* * *

 

아침 식사를 마친 직후, 우문각이 정유와 함께 사마경을 찾아왔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 약간의 망설임이 깃든 표정.

차를 마시고 있던 사마경은 심상치 일이 발생했음을 눈치 채고 찻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무슨 일이죠? 파천회의 총단이라도 발견되었나요?”

정유가 머쓱한 표정으로 보고를 올렸다.

“그게 아니라…… 조금전 첩밀각에서 보고가 들어왔는데, 대운사에 불이 났다고 합니다, 소성주.”

“뭐예요? 대운사에 불이 나요?”

대경한 사마경이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 얼음공주처럼 냉정하던 그녀도 대운사의 화재소식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문각은 그런 사마경의 반응을 보고 우려를 금치 못했다.

“그렇다 하오, 소성주.”

“어느 정도 탔죠?”

정유가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전소되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요사채 두어 채만 겨우 화를 모면했을 뿐, 심지어 대웅전까지 모두 타서 주저앉았다고 합니다.”

“극락전은 어떻게 되었죠?”

“전소했습니다.”

“위패는! 극락전에 모신 위패는 무사한가요?”

“세세한 것에 대해서는 아직 보고를 받지 못했습니다. 파악 되는 대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사마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직접 가봐야겠어요.”

구천성의 피해도 무림맹 못지않았다.

철기보를 되찾았으니 일차 목표는 이룬 셈. 당분간은 무리하지 않고 피해를 복구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다 보니 무림맹과의 격전도 소강상태다.

자신이 이삼 일 없다 해서 당장 큰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

우문각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자 그녀를 막으려 했다.

“소성주, 누가 고의로 불을 질러서 소성주를 유인하려는 것일 수도 있소이다.”

소연추와 구양명도 우문각의 의견에 동조했다.

“좀 더 자세한 것을 알아볼 때까지 기다려보세요, 아가씨.”

“지금 가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소, 소성주. 사람을 보내서 자세히 조사해볼 테니 사나흘만 기다려보시구려.”

사마경이 처연함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답했다.

“위험해도 상관없어요. 아버지와 어머니, 조부님의 위패가 불에 탔을지 모르는데, 나만 편안하게 있을 순 없잖아요?”

아직 아버지의 시신도 찾지 못했다.

서신을 보낸 자는 아버지와 함께 사라진 물건만 몇 가지 보내주고는 기다리라고 했다. 자신들의 할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그 때문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데, 이번에는 부모님과 조부님의 혼령이 잠들어 있는 위패가 불에 탔다.

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위패에 고의로 불을 지른 거라면, 영혼을 살해한 것이나 마찬가지.

하늘이 자신을 지옥불에 던져 넣더라도 그들만큼은 절대로 용서치 않으리라!

“우문 숙부, 부탁하는데, 저를 막지 말아주세요. 숙부가 아무리 막아도 저는 갈 거니까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주장.

우문각은 그런 사마경을 보면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위패가 탔다면 자식으로서 가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다.

게다가 오늘 아침까지 사마경은 모든 판단을 한 푼의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냉정하게 내렸다. 때로는 지나치게 느껴져서 등골이 서늘할 정도였다.

뭔가 다른 일이 있지 않고서야 저렇게 흔들릴 리 없다.

사마중천의 시신과 관련된 사안을 모르는 우문각으로선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정녕 가셔야겠다면 호위대를 최대한 거느리고 가시오.” 그것만큼은 사마경도 거부하지 않았다.

“알았어요.”

 

* * *

 

흑월대와 백천대, 그리고 수혼대 백여 명이 사마경을 호위하기로 했다.

호법 중에서는 장린과 호문대곡이, 장로는 서두향과 진철평이 나섰다.

호리호리한 체구의 장린은 사마중천의 기개에 반해서 구천성에 들어온 사람으로, 강호에서 백혈검호라는 별호를 얻은 절정고수였다.

호문대곡은 철면신이라는 별호답게 검은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는 체구였다. 하지만 성격은 이름이나 생긴 모습과 달리 부드럽고 인정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장로 중 유일한 여인인 월향선자 서두향은 사마중천을 짝사랑했던 여고수고, 육십이 다 된 진철평은 진중한 성격에 신의를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들 넷 외에도 두세 명이 더 동행하겠다고 했지만, 사마경이 단호하게 거부했다.

더 많은 사람을 빼내는 것은 철기보에 남은 무사들의 사기 면에서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출발할 시간이 다 되었을 즈음, 독고민이 철기보에 도착했다.

대운사의 일만 아니었다면 독고민의 귀환에 모두의 눈과 귀가 쏠렸을 것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출동명령으로 인해서 독고민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분위기와 얼굴의 생김새가 약간 달라져서 못 알아본 사람도 많았고.

“어? 저 친구, 독고민 아냐?”

“다 나았나 본데?”

“독고 단주가 좋아하시겠군.”

알아본 사람들도 그 정도가 반응의 전부였다.

독고민은 그들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부친인 독고태를 찾기 위해서 두어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마주하고서야 독고민을 알아본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독고태의 거처를 알려주었다.

“저쪽에서 오른 쪽으로 돌아가시면 독고 단주님의 거처가 나올 거요. 경천단원들이 호위를 서고 있으니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오.”

잠시 후.

독고태는 멀쩡하게 돌아온 아들을 보고 눈자위가 붉어졌다.

표정이 싸늘한 것과 얼굴이 마른 것만 제외하면 전보다 더 나은 듯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이제 괜찮아졌느냐?”

독고민은 그런 부친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언제 저런 모습을 보였지? 원래 그러셨던가?

그런 생각도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이전이었다면 가슴이 뛰었겠지만, 지금의 그는 심장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괜찮습니다. 이제부터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아버님께선 저에 대해서 신경 쓰지 마십시오.”

왠지 묘한 느낌이 드는 말이었다. 그러나 독고태는 이전처럼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 그래야지. 너도 이제 다 큰 어른인데…….”

꼭 어른이어서만이 아니다.

이제 독고민에게 독고태는 명령을 내리는 존재가 아니었다. 정도 끊어졌다. 그저 생물학적 아버지일뿐.

“출동준비를 하는 것 같은데, 무슨 일입니까?”

“대운사에 불이 나서 건물 대부분이 탔다는구나. 그 바람에 사마경이 부모와 조부의 위패를 확인하기 위해 대운사에 가려는 거다.”

독고민의 차갑게 보이는 눈에서 한광이 번뜩였다 사라졌다.

“그럼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함께 간다고? 이 애비는 너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만.”

“이야기는 다녀와서 하지요.”

“네 생각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조심해서 다녀오너라.”

 

사마경은 독고민이 귀환했다는 말을 듣고도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 쓸 정신도 없었고.

그런데 독고민이 직접 찾아오자 만나보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이 나았다니 다행이군요, 독고 공자.”

사마경이 방으로 들어선 독고민을 향해 건성으로 인사를 건넸다.

여덟 자 거리를 두고 멈춰선 독고민이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고맙소, 소성주.”

사마경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

느낌이 묘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습한 뭔가가 신경을 자극했다.

독고민을 살펴보던 그녀의 눈에서 이채가 반짝였다.

독고민의 눈동자에서 푸른 기운이 보였다. 그 눈에는 이전의 무지한 욕망 대신 차디찬 오만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들어차 있었다.

사람이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

“지금은 바빠서 이야기 나눌 시간이 없군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요, 독고 공자.”

“이 독고민도 대운사에 함께 가겠소, 소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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