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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80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69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80화

예상치 못한 질문. 그러나 독고광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대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 감각을 최대한 활성화 시켰다.

마침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의술이 그렇게 뛰어난 분도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이상한 방법을 쓴 것 아닙니까?”

“너의 정체부터 밝혀라.”

“이따 알려드린다니까요.”

“흥!”

독고광은 번개처럼 오른손을 뻗어서 기둥 쪽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퍽!

기둥에 깊은 구멍이 파였다.

“뭐하시는 겁니까? 왜 기둥에 구멍을 내는 거요?”

“이이…….”

머리카락이 다시 곤두섰다.

이번에는 분노 때문에 열을 받아서 솟구친 것이다.

“노인네가 성격도 이상하군.”

“이노오오옴!”

일갈을 내지른 독고광이 침상에서 붕 뜨더니 창문 쪽을 향해 쌍장을 내밀었다.

콰앙!

창문이 폭죽처럼 터져 나갔다.

그제야 밖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장주님의 방이다!”

“장주님, 무슨 일이신지요?”

장천운도 한마디 했다.

“아예 방을 다 부수는군. 누가 들어와서 보면 치매 걸렸다고 안 할지 모르겠네.”

독고광은 그 말을 듣고 악을 쓰듯 소리쳤다.

“아무도 방에 들어오지 마라!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남들이 보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일 듯했다.

그 꼴을 아랫사람에게 보일 순 없지 않은가.

막 방으로 들어오려던 자들이 황급히 물러섰다.

그들이 아는 독고광은 저승사자도 꼬치로 꿰어서 구워먹을 사람이었다.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자신들이 꼬치에 꿰어질지 몰랐다.

독고광은 사력을 다해서 분노를 가라앉히고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네놈은 누군데 이 밤에 찾아와서 헛소리를 하는 거냐?”

“누가 언제 헛소리를 했다는 겁니까? 그냥 독고민에 대해서 물어본 것뿐인데. 독고민이 이상해졌다는 건 사실 아닙니까?”

여전히 목소리가 방 안 전체에서 울렸다.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

“대답하기 어려워서 그러시나 본데, 그럼 다른 걸 묻죠.”

그 말에 또 다시 정신이 끊어지려고 한다.

누가 지금 질문의 종류 때문에 화난 줄 아나?

독고광은 난생 처음 겪는 상황에 숨이 가빠졌다. 몸도 부들부들 떨렸다.

“응? 어디 아프십니까?”

“이…… 호랑말코 같은 개ㆍ자ㆍ식ㆍ이!”

정말 오랜만에 젊을 적 쓰던 욕을 퍼부었다.

“화는 노인 몸에 안 좋습니다. 잘못하면 뒷골의 핏대가 터지거든요. 조금 참으시고…….”

끝내 인내의 끈이 끊어졌다.

놈이 있을 만한 곳도 짐작이 되었다.

독고광은 자신의 필생절학인 수라마마공을 끌어올려서 천장을 향해 뿜어냈다.

콰아아아아아!

콰과과광!

천장과 지붕이 통째로 터져나가며 직경 일곱 자 크기의 구멍이 뻥 뚫렸다.

그야말로 가공할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장천운을 잡지는 못했지만.

“정말 엄청난 무공이군요. 그런데 천장에 구멍은 왜 뚫으신 겁니까?”

‘너 잡으려고!’

“별을 보고 싶으십니까?”

‘지금 구름 낀 거 안 보이느냐?’

“비오면 어쩌시려고…….”

독고광은 질끈 입술을 씹고 꾹 참았다. 얼마나 세게 씹었는지 입술이 터진 듯 비릿한 피 맛이 났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한바탕 공력을 쏟아내고 났더니 들끓던 분노가 조금이나마 가라앉았다.

그리고 놈이 보였다.

놈은 구멍 난 기둥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는데, 말투만큼이나 삐딱한 자세였다.

건방진 새끼!

“어른 앞에서 몸을 감추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나왔습니다.”

독고광은 유들유들한 저 주둥이를 몽둥이로 뭉개버리고 싶었다.

진작 모습을 보였으면 이런 난리를 피우지도 않았을 것 아닌가!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놈!’

그러든 말든.

장천운은 지붕의 흙더미와 천장의 나뭇조각이 떨어진 의자를 털어내고 털썩 앉았다.

“차 한 잔 마셔도 되겠습니까?”

“네놈이 알아서 따라 마셔라.”

장천운은 탁자 위에 있는 찻주전자를 들어서 찻잔을 채웠다.

그러면서도 독고광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공격을 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독고광의 동공에서 살기가 구슬처럼 맺혔다.

지금 죽여?

놈의 신법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자신이 누군가.

공격하면 최소한 사지 중 하나는 부러뜨릴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실패하면?

뻔하다.

‘저 찢어죽일 놈이 온갖 말로 비아냥대겠지.’

갈등하던 그는 결국 손을 쓰지 못했다.

자신의 이목을 완벽히 속인 놈 아닌가. 실패확률이 성공확률보다 높을 듯했다.

그 사이 차로 입술을 축인 장천운이 고개를 들었다.

입술 뿐 아니라 등줄기도 촉촉했다.

모험을 해보았다.

상대는 자신에게 뒤지지 않는 절대고수. 시선을 놓치는 것만으로도 위험했다.

그러나 제대로 이용해먹으려면 알아봐야 할 것이 있었다.

방심했을 때 자신의 뒤통수를 칠 자인지, 아닌지.

남들이 욕하는 흑도 뿐 아니라, 의협을 외쳐대는 정파에도 한눈팔 때 뒤통수 갈기는 자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독고광은 공격하지 않았다.

자신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

앞으로도 독고광은 자신의 뒤통수를 쉽게 치지 못할 것이다.

“공손백을 잡을 생각입니다.”

장천운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독고광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곧 이마를 찌푸리더니 눈빛을 빛내며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자신을 농락한 놈이다. 공손백도 농락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쉽지 않은 상대더군요.”

“당연하지. 공손백이 어떤 인간인데…….”

“그래서 노선배님을 찾아온 겁니다. 노선배님도 공손백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계실 테니까요.”

“흥! 내가 왜?”

“공손백은 노선배님이 지근거리에 있다는 걸 몹시 불편하게 생각할 겁니다. 누가 자신의 위에 있는 걸 원치 않는 사람이니까요. 그게 노선배님이든, 아니면…… 암천의 주인이든.”

독고광의 두 눈에서 푸른빛이 일렁거렸다.

암천. 그 단어 때문이었다.

“어디서 왔느냐. 청산궁이냐, 금룡장이냐?”

“그제 신군을 뵙고 이번 일을 미리 말씀드렸지요. 신군께서도 흔쾌히 허락하셨습니다.”

장천운은 슬쩍 돌려서 말하고 미소를 지었다.

교묘한 말이었다. 마치 모든 게 금룡신군의 허락 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투.

또한 자신이 바로 금룡신군의 측근이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독고광의 칼날처럼 쫙 찢어졌던 눈이 커졌다.

거짓말 같진 않았다.

자신으로 하여금 방을 이 지경으로 만들게 한 놈이다.

그딴 거짓말이나 하려고 찾아오진 않았을 터.

“금룡신군께서 보냈단 말이냐?”

장천운은 여전히 미소만 지었다.

당신 좋을 대로 생각해. 그런 표정.

독고광은 더 묻지 않았다.

금룡장의 사람이 아니라면 어찌 금룡신군을 들먹일 수 있겠는가. 자신을 농락할 능력이 있겠는가.

한편으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 새파란 놈이 누구기에 금룡신군에게 직접 명을 받는 거지?

‘혹시…… 그분께서 제자를 두셨나?’

결국 장마철 대나무처럼 죽죽 커나간 착각의 가지가 거기까지 뻗었다.

겨우 놀란 마음을 가라앉힌 그는 곤혹한 표정으로 짜증을 내듯 말했다.

“왜 그 말을 먼저 하지 않았느냐?”

그랬으면 방이 이 지경이 되지도 않았을 것 아닌가 말이다.

때려죽일 놈!

“그랬으면 아마 사람을 불러서 저를 쫓아내거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이려 하셨겠지요.”

분명 그랬을 것이다.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말을 돌렸다.

“노부에게 뭘 바라는 것이냐?”

“공손백이 지나치게 설치지 못하도록 나서주셨으면 합니다.”

“훗,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는 나와 한배를 탄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왜 그를 막아야 하지?”

“그렇게 하는 것이 노선배님께도 이익이 될 테니까요.”

“무슨 이익?”

“노선배님이 서열 상 위에 있지 않습니까? 암천의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서열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그럼 공손백도 노선배님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겁니다.”

정말 무섭도록 교활한 놈이다. 소름이 끼칠 정도.

독고광은 눈빛으로 패죽이겠다는 듯 눈에 힘을 주고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찻잔을 든 장천운은 호르륵, 소리가 나도록 차를 마셨다.

“그 정도 이익만으로는 부족해. 다른 대가를 내놓아봐라.”

탁.

찻잔을 내려놓은 장천운이 언제 능글거렸냐는 듯 무심한 표정, 온기 없는 눈빛으로 마주보았다.

“독고민을 한번 살려주죠.”

“뭐라?”

“그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살아났다는 걸 압니다. 그리고 사법에 의해 강해졌다는 것도.”

“……!”

“제 짐작대로라면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완성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해본 말이다.

표정을 보니 제대로 찍은 것 같다.

“그 상태로 설치다가는 언제 죽을지 모릅니다. 만약 그때 제가 옆에 있다면 한번 구해주겠다는 겁니다.”

대신 두 번은 없다.

하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다.

독고광은 얼토당토않은 대가라는 걸 알면서도 거부하지 못했다.

상대의 말대로 독고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앞에 있는 놈은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또한 독고민을 죽일 능력도 있다. 자신이 거부하면 직접 가서 독고민을 죽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는 ‘그거 보세요, 당신이 거부해서 죽었지 않습니까?’ 그렇게 비아냥거릴지도…….

기분은 더럽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

“좋아, 받아들이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말해봐라. 노부가 어떤 식으로 공손백을 막으면 되겠느냐?”

“제가 어찌 노선배님께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겠습니까. 방법은 노선배님께서 알아서 하십시오.”

말투는 공손하다.

하지만 그 말속에는 교묘한 뜻이 숨겨져 있었다.

―당신이 알아서 하고, 책임도 당신이 져.

그런 뜻이.

독고광은 왠지 찝찝했다.

꼭 뒷간에 가서 닦지 않고 그냥 나온, 그런 기분.

하지만 저 시건방진 놈에게 이런저런 잔소리를 듣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딘가.

“알았다. 그런데 아직 너의 이름도 듣지 못했군. 이름이 무엇이냐? 이름도 모른 채 손을 잡을 수는 없지 않느냐?”

“비공입니다.”

“비공?”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독고광의 뇌리 구석에서 곧 그 이름이 떠올랐다.

“혹시…… 율검당의 비공?”

“본명은 아직 밝힐 수 없으니 이해해 주십시오. 은밀하게 일을 해야 하다 보니…… 하, 하.”

‘금룡신군의 명을 받고 율검당에 들어갔나 보군. 어쩐지…….’

독고광은 장천운의 말뜻을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했다.

구천성에 그런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새벽에 비가 올지 모르니 방을 옮겨서 주무셔야할 것 같군요. 그러게 왜 천장에 구멍을 내서…….”

‘이 쳐 죽일 놈이!’

독고광의 이마에 다시 핏대가 솟을 즈음, 장천운이 뻥 뚫린 천장을 통해서 사라졌다.

그날 새벽, 소나기가 세차게 쏟아졌다.

 

* * *

 

비구름이 오락가락 할 때 허창의 무림맹 임시총단에 허름한 마차 한 대가 도착했다.

마차를 살펴본 무림맹 위사는 화들짝 놀랐다.

마차에는 시신 네 구가 실려 있었다.

그때 마부가 제갈승조에게 전해진 것이라며 서찰을 건네주었다.

 

서찰을 다 읽은 제갈승조는 침중하게 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들었다.

마차는 대운과 무경이 보낸 것이었다.

싸움이 벌어진 다음 날 계곡으로 가서 시신을 수습한 것이다.

대운은 서찰만 마부를 통해서 주고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면서.

대운이 쓴 서찰에는 당시의 상황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보고도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대운과 무경이 함께 손을 쓰고도 이십 초를 버티기 힘들만 한 고수가 천하에 몇이나 될까?’

찾으면 이십 명쯤 되지 않을까?

최근 대운의 무공이 발전한 것을 생각하면 그조차도 안 될지 모른다.

그럼 십여 명?

문제는 상대가 정체조차 알려지지 않은 자라는 것이다.

제갈승조의 마음이 무거운 것은 그 때문이었다.

‘결국 맹주님의 말씀이 사실일 확률이 높다는 거군. 그리고 장천운의 말도.’

“후우우우우우.”

저절로 한숨이 길게 나왔다.

어이가 없었다.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싸워왔는지 허탈감이 들 지경이었다.

서신을 탁자 위에 내려놓은 그는 창문가로 가서 밖을 바라보았다.

정의감에 불타는 많은 무사들이 연무장을 오가고 있었다.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 놈들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놈들 뜻대로 농락당하지만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해.’

그때 문득 장천운이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는 무림맹이 꼭두각시 춤을 추고 있다고 했다.

자신들도 원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고 했다.

왜 그 말을 했을까?

‘가만, 원해서 싸우는 게 아니다?’

그 말을 다시 해석하면 싸울 마음이 없었다는 뜻이다.

적이 될 마음이 없다는 말.

게다가 그는 자신의 말을 전하라고 했다.

왜?

어느 순간, 제갈승조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머릿속에서 번갯불이 번쩍였다.

‘그래, 그는 대운을 통해서 자신의 뜻을 전하고 싶었던 거다.’

어쩌면 사마경의 뜻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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