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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67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87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67화

그렇게 도끼눈을 뜨고 얼굴을 들이밀며 묻는데 겁이 안 나겠수?

강도청은 바짝 긴장한 채 대충 얼버무렸다.

“중요한 일인 만큼 말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기억을 더듬어봤을 뿐입니다.”

그럴 듯한 변명이었지만, 유진생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결국 장천운이 사이에 끼어들었다.

“강 조장님, 사실 확인은 해보셨습니까?”

강도청은 고개를 돌려서 유진생의 칼날 같은 시선을 자연스럽게 피했다.

“해봤네. 종이와 붓을 가져간 건 사실이었어.”

“그럼 이제 빈객으로 있는 주진상 대협만 남았군요. 그 사람은 만나보셨습니까?”

“자리에 없어서 만나보지 못했네. 한 시진쯤 후에 다시 가볼 생각이야.”

“장학 당주와 소문량 장로에게서 수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습니까?”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진 않았네.”

“흥! 속이려면 무슨 말을 못해?”

유진생이 싸늘하게 코웃음 쳤다.

그의 말대로, 범인이 ‘내가 범인이오.’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입을 열기 위해서 무력을 써야할지도 모른다.

증거를 찾아서 범인을 밝힐 수 있다면 최상이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대주, 은검수사 주진상에 대해서는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장천운이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진생의 눈빛이 반짝였다.

“네가?”

“최근 들어서 들어온 빈객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겸사겸사 그들도 조사해보겠습니다.”

“흠,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하지만 강도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장천운의 의견이 세상물정 모르는 애송이의 말처럼 들렸다.

“은검수사 주진상은 절정고수로 알려져 있네.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야. 빈객들도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가볍게 보고 대하면 반발을 불러올지 모르네.”

“너무 걱정 마십시오. 그런 일 없도록 할 것이니까요.”

강도청은 장천운의 말이 못미더웠다.

“대주, 허락하실 겁니까? 은검수사가 범인이라면 거꾸로 당할지도 모릅니다.”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은검수사 주진상의 실력으로는 비공을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

“예?”

강도청은 유진생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비공이 절정고수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고?

“정말입니까?”

유진생은 은근히 짜증이 났다.

자식이 말이야, 어른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알 것이지.

“나도 비공을 못 이겨, 인마.”

정체를 감춰야 하니 설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자신과 비교하는 수밖에.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정확한 실력을 알고 싶으면 네가 붙어봐, 이 자식아. 왜 사람이 말을 하면 못 믿어?”

강도청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지만, 이미 봇물은 터진 뒤였다.

“저, 못 믿는다는 게 아니라…….”

“천…… 비공, 저놈한테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좀 알려줘라. 아니지, 오랜만에 내가 좀 뛰어볼까?”

할 수 없이 장천운이 말려야 했다.

“대주, 일단 참으시고…….”

 

* * *

 

겨우 유진생을 말리고 율검당을 나선 장천운은 영빈각으로 향했다.

객당 중에서 최상급인 영빈각은 남서쪽에 있었는데, 빈객들의 거처로 사용되었다.

특별한 직위 없이 손님으로서 머무는 강호의 고수들이 바로 빈객이다.

직위가 없으니 구천성에 얽매이지도 않았다.

대신 머무는 동안만큼은 구천성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힘을 보탰다.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때문에 전에 있던 오십여 명 대부분이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나섰다.

지금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로 모두 서른두 명이었다. 모두가 일류 중에서도 상급 이상의 고수들로 절정고수도 십여 명이나 되었다.

은검수사 주진상은 절정고수 중 중간 정도였는데, 사마경이 출정한 후 사흘쯤 지났을 때 들어온 자였다.

“영빈각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장천운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오른쪽 눈 가장자리가 불룩 튀어나온 강도청이 영빈각 안내를 위해서 반걸음쯤 뒤쳐진 채 따라오고 있었다.

오른쪽에는 단승이, 뒤에는 이조원들이 뒤를 따랐다.

“그냥 조용하네. 너무 조용해서 전쟁 중이란 것도 잊을 정도지.”

강도청이 장천운을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장천운이 유진생보다 강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유진생이 자신의 입으로 그런 거짓말을 할 리는 없겠지만.

‘도대체 뭐야, 이 자식은?’

정말 유진생의 조카가 맞나?

그때 장천운이 다시 물었다.

“강형은 영빈각에 있는 빈객들이 정말 본 성을 위해서 온 사람들이라고 보십니까?”

“응?”

강도청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묘한 뜻이 담긴 말이었다.

“무슨 뜻이지?”

“빈객들이 모두 구천성을 위해서 온 사람들만은 아닐 거라는 말이지요.”

“그리 말하는 이유는?”

“지금 전쟁 중이잖습니까? 적의 첩자가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너무 단순한 이유였다. 그런데 반박할 말이 바로 생각나지 않았다.

“그건 그렇지만…… 음…… 첩자가 두려워서 문을 닫아걸 수도 없지 않은가?”

“그거야 당연하죠. 그래도 첩자가 있으면 골라내는 게 좋겠죠.”

아주 당연한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렇게 했을까?

안 했다.

왜?

구천성이니까.

누가 감히 구천성에 들어와서 엉뚱한 짓을 하랴!

어떻게 보면 자신감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오만함으로 물든 정신적 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으으음, 자네 말대로 첩자를 골라낼 수 있다면 해야겠지.”

대답하던 강도청은 문득 장천운이 영빈각에 직접 가겠다고 한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았다.

‘설마?’

정말 그 이유 때문에 가는 거라면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기가 뭔데?

설마 과대망상증에 걸린 미친놈은 아니겠지?

그에 대한 대답을 하듯 장천운이 말했다.

“오늘은 밑밥만 던져 보죠. 어디 몇 명이나 움직이는지 봅시다.”

“…….”

‘이 쉐끼, 진짜 해보겠다는 건가?’

그런데 참 묘했다.

분명 제정신이 아닌 놈 같은데, 미친놈처럼 보이는데, 그런 놈의 헛소리에 가슴이 후끈 달아올랐다.

‘씨바, 누군 전쟁터에 나가서 죽기 살기로 싸우는데, 나도 한번 모가지 걸고 해봐?’

 

장천운 일행이 영빈각에 들어서자 오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아닌 율검당 무사들이었다.

사건을 조사하고 구천률을 집행하는 무사들.

척!

장천운은 일단 율검당의 영패를 높이 들었다.

“저흰 율검당 제 오대에서 나왔습니다! 몇 가지 조사할 일이 있으니, 지금 이 시간 이후로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도 영빈각을 떠나선 안 됩니다! 빈객들께서는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낭랑한 목소리가 건물 세 채로 이루어진 영빈각 내에 울려 퍼졌다.

내부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지만, 그의 목소리는 영빈각의 담장 바깥으로는 퍼지지 않았다.

“무슨 말인가? 밖으로 나갈 수 없다니?”

정원의 매화나무 밑에 있던 사십대 중년인 하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제저녁, 아주 중요한 첩보가 들어와서 확인차 하는 조사입니다. 자세한 말씀은 드릴 수 없습니다만, 본 성의 안위를 위한 일이니 협조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도대체 영문을 알 수가 없군. 이유도 모른 채 무조건 조사를 받으란 말인가?”

“간단한 조사이니 너무 마음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장천운은 또 다른 반문이 나오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자! 일단 안에 계신 분들 모두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그때 오른쪽 건물의 방문 앞에 서 있던 자가 냉랭한 목소리로 말하며 앞으로 나섰다.

사십대 초반 정도의 나이, 약간 마른 몸매에 눈초리가 위로 올라가서 무척 신경질적인 성격처럼 보이는 자였다.

“나는 조구양이라는 사람이다. 보아하니 율검당의 조장 같은데,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군.”

조구양. 강호에서 산귀검(散鬼劍)이라 불리는 자.

일류 상급의 무위를 지녔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절정 경지에 올랐을 거라고 추정되는 고수였다.

장천운은 전에 읽은 무림인명록의 내용을 떠올리며 담담히 말했다.

“율검당이 구천률을 집행하는 곳이라는 걸 조 대협도 모르시지는 않을 겁니다만.”

“누가 모른다고 했나? 우린 구천성에 손님으로서 온 사람들이야. 그런데 마치 죄인 취급하는 것 같지 않은가?”

“죄인 취급이라니요? 손님이라 해도 간단한 조사 정도는 응해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정 조사를 하고 싶다면 상관을 모셔 와라. 일개 조장에게 조사받고 싶진 않으니까.”

“율검당의 조장은 자격이 없다는 말씀 같군요.”

“맞아. 솔직히 구천성이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날 지경이다.”

장천운과 일 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춘 조구양이 턱을 치켜들고 오만하게 말했다.

“조 대협께서는 자격을 지위로 구분하십니까?”

“물론 실력이 있다면야 지위를 논할 필요는 없겠지.”

비아냥거리는 말투를 내뱉은 조구양의 입가에 조소가 떠올랐다.

장천운이 그런 조구양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단승, 자네가 알려줘.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그러잖아도 속이 뒤틀려 있던 단승이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어디 한번 봅시다. 얼마나 대단한 분이어서 자격을 따지는지.”

“너는 또 뭐냐?”

“율검당 오대 이조 부조장이오.”

“이런, 건방진…….”

눈을 치켜뜬 조구양이 독살스런 눈빛을 번뜩였다.

조장도 아니고 부조장이란 놈이 나서다니. 자신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리 대한단 말인가.

“당장 목을 치고 싶다만, 네깟 놈 죽여 봐야 내 체면만 땅에 떨어질 터, 꺼져라.”

“귀하는 입으로 실력을 평가하는가 보군.”

“뭐라? 네놈이 감히!”

“죽어도 원망하지 않을 테니 어서 검을 뽑아보쇼. 어디 검도 입만큼 강한지 봅시다. 나는 쾌검을 쓰니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요.”

“오냐, 이놈! 나도 너 같은 애송이 따위와 오래 싸우고 싶은 생각 없다!”

인내심이 무너진 조구양이 등의 검을 잡아 뽑으며 단승을 공격했다.

산귀검이라는 별호답게 그의 검은 변화무쌍하고 살기가 넘쳤다.

그가 공격했다 싶은 순간, 독사의 독니 같은 십여 개의 검영이 단승을 덮쳤다.

단승은 그 모습을 보고도 검병을 잡은 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단승이 놀라서 얼어붙은 듯 보였다.

하지만 장천운은 단승의 마음을 눈치 채고 급히 한마디 내뱉었다.

“적당히 하게.”

조구양은 자신에게 한 말인 줄 알고 냉소를 지었다.

“늦었다, 이놈! 죽어!”

바로 그 순간, 단승이 검을 뽑았다.

쩌저정!

연속된 출동음이 거의 동시에 서너번 울렸다.

뒤이어 신음을 삼키는 소리가 들리고,

“크흡!”

단승을 덮치던 검영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르륵, 물러나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조구양의 몸이 잘게 떨렸다.

창백한 안색, 목 부분 어깨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붉은 핏물.

“입만큼 강하지는 않군.”

단승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고 검을 거둔 후에야 사람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굉장한 쾌검이군.”

“눈에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어.”

“허, 과연 구천성이야.”

웅성거림이 점점 커지자, 장천운이 입을 열었다.

“이제 자격은 증명이 된 것 같군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주위에 십여 명이 몰려와 있고, 각 건물에서 나온 사람들이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그 중 오십대로 보이는 중노인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허허허, 정말 멋진 쾌검을 구경했네. 어쨌든 구천성에 왔으니 구천성의 규율에 따라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하지만 조구양의 말도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네. 하다못해 이유 정도는 자세히 알려줘야 하지 않겠나?”

장천운은 그의 정체를 바로 알아챘다.

겉모습은 정파의 대협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마도에서도 유명한 살귀인 오두혈마(五頭血魔) 안귀홍이었다.

그의 외모에 속아서 참혹한 죽음을 당한 사람이 백 명도 넘는다고 했던가?

“사실 실례가 될 것 같아서 말씀드리려 하지 않았는데, 정 궁금하시다면 말씀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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