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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95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0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95화

날아오른 장천운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흩어지듯 사라졌다.

처음 대하는 장천운의 환술에 모진태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감각에 의존해서 검을 뻗어 어둠을 꿰뚫어보지만 사라진 장천운의 위치를 확신할 수 없었다.

“이노오옴!”

노성을 내지른 공손백은 쌍장을 떨쳤다. 푸르스름해진 그의 쌍장에서 가공할 기운이 폭사했다.

전에 장천운을 상대해본 그다.

장천운이 완벽히 사라지면 잡기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

공손백의 쌍장에서 쏟아진 기운은 직경 삼 장을 뒤덮었다.

제아무리 장천운이라 해도 허공에서 눈 깜짝할 순간에 삼 장을 이동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환술을 펼치는 와중에도 팔성의 공력을 공격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천뢰구검 중 천뢰만파를 펼쳐서 모진태와 공손백의 공격에 대응했다.

쿠구구궁!

천둥소리가 어둠을 뒤흔들었다.

아래쪽에 있던 사람들은 고막이 먹먹해져서 얼굴이 일그러졌다.

장천운은 비릿한 핏물이 목구멍을 타고 기어오르는 걸 가까스로 억누르며 한쪽으로 내려섰다.

공손백도 얼굴이 창백해진 채 땅에 내려서서 이를 악물었다.

비틀거리며 두어 걸음 물러선 뒤 중심을 잡은 모진태는 한 모금 핏물을 토해냈다.

참으로 놀랍고도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저놈의 강함은 어디가 끝이란 말인가.

“오늘은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한다, 장-천-운!”

공손백이 으르렁거리며 장천운을 향해 다가갔다.

별채 마당을 뺑 둘러 서 있던 모든 사람이 경악했다.

“장천운이라고? 저놈이?”

“맙소사! 그놈이 살아 있었단 말인가?”

사계에게 발길이 가로막혀 있던 위곤도 눈을 홉떴다.

‘비공이 장천운이라고?’

그 사이 장천운에게 다가가던 공손백이 다시 쌍장을 떨쳤다.

기회를 잡았을 때 확실하게 처리해야 했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놈이 바로 장천운인 것이다.

모진태도 공격을 망설이지 않았다.

장천운은 절대 경지에 오른 두 고수의 공격을 받고 연검을 가슴 높이로 들었다.

‘쉽지 않을 거다, 공손백!’

연검의 끝에서 푸른 광채가 피어났다.

광채는 피어나는가 싶더니 일 장 크기로 퍼졌다.

그리고 공손백과 모진태가 흠칫한 순간 소리 없이 터졌다.

화아아아악!

세 사람의 기운이 정면으로 충돌함과 동시!

콰르르르르르릉!

대지가 들썩이고 허공이 폭발했다.

십 장 거리에 서 있던 자들이 비명을 토하며 튕겨나갔다.

절정 경지의 고수도 예외가 없었다.

“크억!”

“끄으으으으!”

두 발이 땅을 한 뼘이나 파고든 채 일 장 가량 물러난 장천운은 참지 못하고 피를 토해냈다.

“우웩!”

공손백은 일곱 걸음이나 물러나서 온몸을 후들후들 떨었고, 모진태는 주저앉아서 가슴을 부여잡았다.

모진태의 손가락 사이로 핏물이 뭉클거리며 뿜어졌다.

그때였다.

창백해진 얼굴로 한쪽에 서 있던 자응이 신형을 날리며 검을 뻗었다.

목표는 장천운.

전이었다면 어림도 없겠지만 지금 놈은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상태다.

‘죽어라, 이놈!’

장천운은 날아드는 검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슬쩍 몸을 튼 그는 자응 쪽을 향해 좌수를 뻗으며 뇌정무극수를 펼쳤다.

자응의 검이 그의 몸을 꿰뚫기 전, 허공을 격한 뇌정무극수가 먼저 자응의 가슴에 적중했다.

쾅!

“크억!”

자응의 몸이 날아들 때만큼이나 빠르게 튕겨나갔다.

그 대가로 장천운도 핏물을 한 움큼 더 토해냈다.

“후후후후! 어디 또 도망가 보아라, 이놈!”

공손백이 득의의 웃음을 흘리며 장천운을 향해 다가갔다.

장천운은 핏물이 잔뜩 묻은 입술을 소매로 닦으며 히죽 웃었다.

“당신은 나를 죽일 수 없어, 공손백.”

“무슨 개소리냐? 오늘은 누구도 네놈의 죽음을 막지 못할 거다.”

“금룡신군이 원치 않거든.”

“뭐라?”

천하의 공손백도 금룡신군이라는 이름은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

“네놈이 신군과 무슨 사이기에…….”

“계약을 맺은 사이. 그게 무슨 뜻인지는 곧 알게 될 거야.”

공손백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랬던가? 그 늙은이와 연관 있는 놈이어서 저토록 강했던 건가?

그는 자신만의 상상을 사실처럼 포장했다.

그게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득 든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놈은 우문각이 데려왔다. 그것도 어릴 때. 그렇다면 금룡과 연관될 시간이 없었는데?’

사마경과 사라진 이후에 금룡을 만난 걸까?

그렇다면 사마경도 금룡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마경은 금룡과 함께 있을 수 없는 사이다.

설마 거짓말?

결론을 내린 공손백의 눈초리가 점점 위로 치켜 올라갔다.

“네놈이…… 감히 나를 속이겠다는 거냐?”

그가 머뭇거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기껏해야 숨을 다섯 번 정도 쉴 시간.

하지만 장천운에게는 생사가 달린 시간이었다.

잠깐 사이 숨을 몰아쉬며 진기를 진정시킨 그는 장로들이 서 있는 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감히!”

분노한 공손백이 날아오르며 장천운을 향해 쌍장을 뻗었다.

장천운은 연검으로 천뢰만파를 다시 펼쳤다. 천둥소리가 어둠을 터트렸다.

콰르르르릉!

그는 무리가 가더라도 공손백의 공격을 역이용해서 장로원을 벗어날 생각이었다.

콰앙!

일성 굉음이 터져 나오고, 장천운의 몸뚱이가 한쪽으로 날아갔다. 꾹 다문 입술 사이에서 피가 튀었다.

그 와중에도 이를 악물고 눈에 힘을 준 그는 땅에 발을 딛자마자 다시 신형을 날렸다.

공손백도 온전하지만은 않았다.

진기가 들끓고 몸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차갑게 코웃음 친 그는 노성을 내지르며 장천운을 덮쳤다.

장천운의 움직임은 조금 전보다 완연히 느려져 있었다.

이번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흥! 절대 살아서 나갈 수 없다, 이놈!”

몸을 날린 공손백이 쌍장을 가슴으로 모은 뒤 장천운을 향해서 뻗었다.

장심에서 뿜어져 나온 푸르스름한 장력이 용권풍처럼 회오리치며 뻗어나갔다.

전력을 다해서 겨우겨우 공손백의 공격을 막아낸 장천운은 와락 짜증이 났다.

‘이 양반이 진짜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거야, 뭐야? 왜 사밀령만 보낸 거지?’

그때 네 사람이 외곽을 둘러싼 무사들의 머리를 타넘어서 마당으로 날아들었다.

“절대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 되나?”

날아든 자들 중 덩치가 크고 뻣뻣한 수염이 턱을 뒤덮은 노인이 차가운 조소를 지으며 비아냥거렸다.

그 노인은 곧장 공손백과 장천운 사이로 뛰어들더니 다짜고짜 쌍수를 휘둘렀다.

쿠구구궁!

강력한 기가 충돌하면서 공손백이 뒤로 물러섰다.

덩치가 커다란 노인은 삼 장여를 훌쩍 날아가서 내려선 후 공손백을 노려보았다.

“정말 무섭군, 무서워. 공손백이 이렇게 강했나?”

“내가 뭐라고 했나? 혼자서는 어림없다고 했지?”

다른 노인이 핀잔을 주듯 말하며 걸어 나왔다.

친구들을 만나러 갔던 환마 우곡, 그가 돌아온 것이다.

우곡은 변용한 장천운을 바로 알아보았다.

얼굴은 달랐지만 환술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조금 늦었소이다, 소사조.>

나타난 사람은 넷. 환마를 비롯해서 그와 비슷한 나이대의 노인들이었다.

장천운은 그들의 겉모습을 보고 정체를 짐작했다.

하나하나가 우곡에게 뒤지지 않는 명성을 지녔던 고수들이다.

둘은 복우산의 산신령이라 불리는 복우쌍노 같고, 공손백과 일장을 겨룬 덩치 큰 노인은 오왕 중 일인인 패왕(覇王) 진교청인 듯했다.

장천운은 당장 쓰러질 것 같은 데도 웃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공손백, 오늘은 당신이 졌다!’

공손백도 환마 우곡과 패왕을 알아보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둘 뿐만 아니라, 우곡의 옆에 서 있는 두 노인도 예사롭지 않아보였다.

‘저 늙은이들이 왜……?’

겨우 승기를 잡은 지금 네 고수의 출현으로 상황이 변했다.

억지로 밀어붙인다면 패하진 않겠지만 피해가 막대할 것은 자명한 일. 갈등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안 좋게 흘렀다.

“우 형만 온 줄 알았더니 진 형도 왔구먼!”

굉량한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가마가 북쪽에서 마당 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구천무원에서 지내던 교왕 둔가부가 달려온 것이다.

뒤이어서 구양명과 흑월대원 이십여 명이 웅성거리며 장로원으로 진입했다.

“장 대주가 어디 있다는 거야?”

“씨바, 아직 안 뒈졌나?”

“말조심해, 막가야. 그 자식 귀가 얼마나 밝은지 잊었어?”

“어? 저기 다 뒈져가는 친구가 장 대주 같은데?”

어디 그뿐인가?

“모두 멈추시지요!”

우문각이 한소리 외치며 나타났다.

무사 십여 명이 좌우와 뒤에서 그를 보호했는데, 그 어느 때보다 호위가 삼엄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

공손백은 눈을 치켜뜨고 이를 갈았다.

‘이놈들이 한꺼번에 나타나다니……!’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았다.

‘혹시 우문각 저놈이……?’

그때 문득, 장천운의 입가에 떠오른 희미한 조소가 보였다.

‘설마…… 저놈이 꾸민 일?’

금룡신군을 들먹이며 시간을 끈 이유도 저들 때문이었나?

한줄기 냉기가 가슴을 헤집었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무섭고도 집요한 놈이 아닐 수 없었다.

적을 치기 위해서 자신을 불길 한가운데에 던져 넣다니.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흥! 우문각, 그대가 아무리 총사라 해도 장로원에 들어와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네. 뭐하는가? 저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막아라!”

공손백이 코웃음 치며 말하자, 오종과 적두, 배청 등 공손백파라 할 수 있는 장로 일곱이 우문각의 앞을 막아섰다.

청묵전 쪽에서도 무사 수십 명이 달려왔다.

그 동안 함부로 모습을 보이지 않던 비밀호위들까지 모조리 나선 것이다.

때맞춰서 백리호가 천혼전 무사들을 이끌고 별채로 들어섰다.

“사형!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별채의 안팎이 순식간에 무사들로 빼곡하게 들어찼다.

장로원 안쪽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장로원 바깥도 사방에서 몰려온 무사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우문 각주가 오늘 나를 제거하고 싶은가 보다, 사제!”

“예?”

“사제는 흑월대 놈들을 막아라!”

“예, 사형!”

힘차게 대답한 백리호가 천혼전 무사들을 데리고 흑월대와 대치했다.

힘껏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장로원 별채를 짓눌렀다.

어이없게도 장소에 비해서 고수가 너무 많다 보니 오히려 싸움이 벌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좁은 곳에서 개싸움 같은 난전이 벌어지면 엄한 칼에 죽는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대령주! 장로원도 결국은 구천성 소속 아닙니까? 아무리 대령주라 해도 죄인들을 비호할 수는 없습니다.”

우문각이 다그치듯 소리쳤다.

공손백은 냉랭히 대꾸하며 되물었다.

“흥! 내가 언제 죄인들을 비호했다는 건가?”

“저 친구가 소성주의 호위인 장천운이든 율검당의 조장인 비공이든, 자신을 죽이려 했던 자들을 잡으러 온 것 아닙니까? 그걸 알고도 저자들을 보호하고 있지 않습니까?”

“저놈은 나를 죽이고 싶어 안달난 놈이네. 저놈이 나를 해하려고 저 사람들에게 누명을 씌운 것인지 누가 안단 말인가?”

“그거야 조사해보면 알 일. 저자들을 순순히 내놓는다면 더 이상 일이 커지지도 않을 거요.”

“흥! 나는 내 손으로 손님을 내줄 수 없네. 정 데려가고 싶으면 능력껏 알아서 데려가게.”

우문각은 망설이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뭐하는가? 흑월대와 사밀령은 저자들을 잡아라!”

사밀령이 앞을 막고 있는 사계와 청묵전 무사들과의 거리를 좁히며 다가갔다.

흑월대도 사밀령과 보조를 맞추며 앞으로 나아갔다.

고오오오오오.

거대한 기의 회오리가 장로원 별채를 통째로 감싼 채 휘돌았다.

절정고수들조차 숨이 턱턱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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