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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94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86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94화

회의무사 넷이 먼저 장천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상대는 이종곽을 죽인 자.

그들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

작정한 것은 장천운도 마찬가지였다.

설령 이 자리에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다 해도 상관없었다.

쩌저저적!

연검에서 뻗어나간 검기가 어둠을 갈가리 찢으며 회의무사들을 휘감았다.

모진태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조심해라!”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한 반격이었다.

소름끼치는 검기가 어둠을 찢어발긴다 싶더니 회의무사 둘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다른 두 사람도 심각한 부상을 당한 듯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물러서는 그들의 가슴과 어깨가 깊숙하게 갈라져 있었다.

이종곽이 당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상대해주마!”

모진태의 좌우에 있던 두 중년무사가 다급히 공격에 가세했다.

그들의 무위는 회의무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장천운도 그들을 무시하지 못했다.

회의무사에 대한 공격을 멈춘 그는 중년무사들을 상대했다.

단 세 사람이 싸우는데 넓은 마당이 온통 검기, 도기로 가득 찼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공손백은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처음 보는 놈이었다. 무기인 연검도 기억에 없었다.

그런데도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 대해본 것 같은 기운.

그가 바라보는 동안 장천운과 두 중년무사의 기운이 뒤엉켰다.

장천운은 처음에만 해도 천뢰구검을 변형해서 검법을 펼쳤다.

그러나 상대는 절정고수였다.

변형시킨 검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자들.

그의 검에서 서서히 천뢰구검의 강맹한 검세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격전을 바라보던 공손백의 눈빛도 달라졌다.

‘저 검법은?’

동백도 장천운의 검을 눈치 챘다.

“놈의 검법입니다, 주군.”

“그래, 어쩐지 이상하다 했더니, 그 놈이었구나.”

장천운!

율검당 오대 이조장이 그놈이라면 모든 의문이 풀린다.

“죽지 않고 살아서 끝까지 말썽이군.”

몇 마디 씹어뱉은 공손백의 눈에서 파란 불길이 타올랐다.

“놈이 도망치기 전에 죽여야 합니다.”

평소 차갑기가 동짓달 북풍 같던 동백에게서 열기 띤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공손백의 이마에 주름이 접혔다. 그도 당장 장천운의 머리를 터트려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런데 동백의 흥분한 목소리를 듣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결정은 내가 내린다. 성급하게 굴지 마라.”

“죄송합니다, 주군.”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동백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모진태의 무공은 나 못지않다. 놈 혼자서는 모진태 일행을 이길 수 없어. 저들이 놈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고 나면 대가리만 따와.”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동백의 가슴 저 구석에서 불안감이 피어났다.

상대는 장천운이었다. 불가사의한 놈.

그때 장천운의 연검이 기이한 호선을 그리며 검강으로 된 벼락을 뿜어냈다.

천뢰회공. 천뢰구검의 다섯 번째 초식이 연검에서 펼쳐지면서 또 다른 변화를 일으켰다.

휘어지듯이 날아간 검강의 벼락이 오른쪽의 중년무사를 훑고 지나갔다.

“크윽!”

검강에 휩쓸린 중년무사가 가슴이 길게 갈라진 채 뒤로 날아갔다.

모진태가 더 기다리지 못하고 공세에 합류했다.

“내가 죽여주마!”

장천운은 유생처럼 보이는 중년무사, 자응을 공격하려던 걸 포기하고 옆으로 미끄러졌다.

모진태는 중년무사들과 비교할 수 없는 절대고수였다.

손우곤이나 공손백과 비슷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진짜 고수.

가공할 살기를 동반한 검풍이 그물처럼 장천운을 덮쳤다.

장천운은 연검을 좌우로 흔들어서 첩첩이 검막을 만들어냈다.

콰과과광!

두 기운이 충돌하며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 여파에 대지가 뒤집히면서 먼지구름이 피어났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저자들은 누굽니까, 대령주? 누군데 율검당 무사와 싸우는 거요?”

별채로 다가온 사람들 중 두엇이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치듯 물었다.

그야말로 경천동지의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접근조차 힘든 상황.

도대체 싸우는 당사자들이 누구기에 저리도 엄청난 무공을 펼쳐내고 있단 말인가.

하지만 장천운은 그들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이종곽과 싸우며 입은 상처에서 극렬한 통증이 밀려왔다.

천으로 싸맸음에도 살이 갈라지고 피가 다시 뿜어지는 듯했다.

그 와중에도 그는 천뢰구검 중 삼검을 연환해서 펼쳐냈다.

콰아아아아! 쩌저정!

광풍폭우와 같은 기운이 휘몰아치며 충돌했다.

모진태는 상대의 강함을 직접 겪고 나서야 왜 이종곽과 수하들이 당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공손백, 이런 놈이 율검당 조장이라고? 네가 나를 속였던 거냐?’

자신이 공손백의 흉악한 간계에 빠졌다고 생각한 그는 더욱 분노했다.

그의 검에서 쏟아진 혈혈마검의 검세가 장천운을 뒤덮었다.

장천운은 이를 악물고 천뢰구검 중 여섯 번째 초식인 삼전비격을 펼쳤다.

연검으로 펼쳐서인지 이전보다 배는 더 많은 벼락이 그의 검에서 쏟아져 나왔다.

콰과과광!

장로원이 폭발하기라도 하듯, 귀청을 뒤흔드는 폭음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모진태의 악다문 이 사이에서 핏줄기가 뿜어졌다.

두 기운의 격돌로 인한 충격에 몸속 혈관이 터진 것이다.

‘이런……!’

장천운도 무사하지 못했다.

이전에 이미 공력의 이 할은 소모한 상태.

온전하다 해도 수십 초는 겨루어야 할 절대고수와의 싸움에서 그 차이는 무척 컸다.

결국 모진태와 자응의 전력을 다한 공격에 장천운이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가슴의 상처도 점점 더 심해졌다.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바지를 적시고 발까지 붉게 물들였다.

그 모습을 본 공손백의 입가에 득의의 미소가 번졌다.

‘이제 거둘 때가 되었군.’

그 와중에도 연신 뒤로 물러서는 장천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젠장!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이를 악문 장천운은 공력을 구성까지 끌어냈다.

콰아아아아아!

그의 검법이 또 다시 변했다.

광풍폭우 속에서 벼락이 번쩍이며 일대를 휘감았다.

모진태는 경악한 표정으로 장천운의 공세에 대항했다.

‘뭐 이런 놈이!’

이전과 달라진 놈의 검세는 맞받기가 힘들 정도로 강맹했다.

검강이 충돌할 때마다 벼락같은 충격이 온몸을 치달렸다.

참으로 믿을 수 없는 일.

새파란 애송이에게 이 무슨 꼴이란 말인가!

이대로 가다가는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할 수 없이 그는 금기된 무공을 사용하기로 작정하고 어둠 저편에 잠자고 있는 기운을 끌어냈다.

암천의 무공 중 암혈마마공.

공손백에게 보이기 싫어 끝까지 숨기려 했지만 눈앞의 위험을 벗어나는 게 먼저였다.

 

* * *

 

“소성주, 비령각에서 연락이 왔는데, 율검당의 비공이란 자가 혼자 장로원에 들어가서 싸우는 중이라고 합니다.”

사마경은 백리우진의 보고를 받고 벌떡 일어섰다.

“뭐? 그게 정말이야, 백리 대주?”

“예, 소성주.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백리우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사마경은 설명에 앞서 명령부터 내렸다.

“혁련 조장! 밖에 있어?”

“예, 소성주!”

“흑월대원들을 모두 데리고 장로원으로 가! 어서! 구양 대협도 둔 대협을 모시고 함께 가주세요!”

“소성주?”

구양명은 서두르는 사마경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떨어진 한마디가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 인간이 천운이야! 아, 미쳐! 왜 혼자 쳐들어가서 난리를 치는 거야? 나한테 말도 없이! 뭐해? 빨리 가보라니까! 아니지, 나도 가봐야겠어!”

사마경이 부산을 떨며 검을 챙기자, 소연추가 다급히 말렸다.

“아가씨는 여기 계세요! 그곳에 가시면 대령주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구양명은 직설적으로 가면 안 되는 이유를 말했다.

“맞습니다, 소성주. 가시면 안 됩니다. 장천운이 소성주를 신경 쓰다가 마음대로 못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구천호령이 방문 앞에 일렬로 늘어섰다.

영호관은 비켜줄 마음이 없는 듯 팔짱까지 끼고 천장만 올려다보았다. 그에게는 구천성 자체보다 임시성주를 지키는 게 우선이었다.

사마경은 입술을 깨물고 돌아섰다.

“좋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빨리 가 봐! 영호 령주도 비켜줘!”

 

* * *

 

사마경이 방방 떠서 소리치던 그 시각.

콰아앙!

장천운과 모진태의 기운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반경 삼 장 이내의 대지가 한 뼘 쯤 가라앉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 직후 먼지가 화악! 솟구치면서 어둠이 온통 뿌옇게 변했다.

무기를 든 무사 수십 명이 담장을 날아서 넘어온 것은 그때였다.

경비무사들도 별채의 싸움에 정신이 팔려서 그들의 존재를 바로 알지 못했다.

“멈-추-시-오!”

천둥 같은 외마디 고함.

구천성의 하늘이 흔들렸다.

소리가 난 곳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고개를 돌린 공손백은 장로원으로 진입한 자들의 정체를 알고 이마를 찌푸렸다.

‘저놈들이 왜?’

안으로 들어온 자들은 사밀령이었다. 얼굴이 말처럼 기다란 위곤이 그들을 이끌고 있었다.

사밀령이 나타나자, 장천운과 모진태의 격전도 멈추었다.

그러나 싸움은 멈췄어도 가공할 기운이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 주위를 휘감고 있었다.

“율검당의 조장을 살해하려 했던 자들이 이곳에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자들입니까?”

위곤이 낯빛도 변하지 않고 소리치듯 말했다.

그는 아직 장천운이 율검당 오대 이조 조장이란 걸 알지 못했다.

우문각이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율검당 오대 이조 조장이 장로원에서 싸우고 있을 거네. 그를 빼내게. 다쳐도 상관없으니 살려서 빼내기만 하게.”

 

그게 명령의 전부였다.

“제가 율검당의 조장인 비공입니다. 저 자들이 저를 죽이려 했지요. 그래서 여기까지 추적해온 겁니다!”

장천운도 맞장구를 치며 대답했다.

“어찌된 일입니까, 대령주? 왜 이곳에 있는 자들이 율검당의 조장을 죽이려 한 겁니까?”

“누가 누굴 죽이려 했단 말이냐? 나는 모르는 일이다.”

공손백이 냉랭히 말하며 사실을 부정했다.

제 아무리 위곤이 강심장이라 해도 상대는 공손백이었다.

긴장한 위곤은 일단 한발 물러섰다.

“그 일에 대해서는 율검당이 조사하겠지요. 일단 저는 율검당 조장을 데려가겠습니다.”

공손백의 눈매가 송충이처럼 꿈틀거렸다.

사밀령이 조사를 하든 말든 상관없지만, 장천운만큼은 내어줄 생각이 없었다.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될 것 같군. 저자는 증거도 없이 내 손님을 공격해서 죽였다. 내가 직접 그에 대한 죄를 물을 생각이다.”

“대령주.”

“그만! 누구도, 저 자를 이곳에서 데려갈 수 없다.”

공손백의 말이 떨어진 순간, 사계와 청묵전 무사들이 좌우로 퍼지며 사밀령 무사들을 에워쌌다.

위곤은 이를 지그시 깨물고 검을 빼들었다.

“구천률을 무시하겠다는 겁니까?”

“구천률은 구천성을 위해 있는 것 아니더냐. 한데 저 자는 손님들을 죽여서 구천성의 위엄을 손상시켰다. 그것도 구천대령주인 내 손님을. 나에게도 저 자의 죄를 물을 정도의 자격은 있다.”

위곤은 바로 대답을 못했다.

비록 임시성주로 인해 권위가 약해졌다 해도 구천대령주에게는 위급 시 즉결 권한이 있었다.

공손백은 바로 그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위곤은 일단 시간을 끌기 위해서 말을 건넸다.

“손님이라는 저분들은 누굽니까? 누군데 율검당 조장을 공격한 겁니까?”

“그건 알 것 없다.”

냉랭히 대답을 거부한 공손백이 좌우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상대가 진짜 장천운이라면 시간을 끌 수 없었다.

“모 령주! 그 놈을 잡게! 팔사령은 모 령주를 도와서 놈의 퇴로를 막아라!”

뒤쪽에 조용히 서 있던 무사들이 모진태와 장천운 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누구든 저놈을 도우려 하면 내가 용서치 않을 것이다! 사계는 사밀령이 움직이면 망설이지 말고 살수를 써라!”

강경한 공손백의 말에 위곤조차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바로 그 순간, 모진태와 맞서 있던 장천운의 신형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어림없다!”

모진태가 일갈을 내지르며 함께 몸을 날렸다.

공손백 역시 활시위를 떠난 활처럼 극쾌의 속도로 장천운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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