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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293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02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293화

“저를 죽이려 했던 자들이 시신을 처리하고 돌아왔습니다. 구천성, 바로 이곳으로. 그리고 장로원으로 들어갔죠.”

장천운이 손가락을 펴서 장로원 쪽을 콕콕 찍었다.

“뭐야? 그들이 장로원에 들어갔다고?”

“율검당의 조장인 저를 대놓고 제거하려는 걸 보니, 아무래도 공손백이 마음을 굳힌 모양입니다.”

“으으음.”

우문각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한번 제대로 미쳐볼 작정입니다. 일은 제가 벌여놓을 테니 총사께서는 뒤를 좀 받쳐주십쇼.”

“그 몸으로?”

“나을 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습니다. 공손백이 이미 율검당과 천경전을 고립시키려고 수작을 부렸다는 건 아실 겁니다.”

“그 일은 나도 들었다.”

“무혼단과 풍혼단, 절검당까지 당하면 공손백과 싸우고 싶어도 싸울 수가 없습니다.”

우문각도 상황의 심각함을 잘 알고 있었다.

구천성의 주축 무력 중에서 소성주를 적극적으로 따르는 세력은 장천운이 말한 다섯 곳에 불과하다.

십이지부 중 소성주를 따르는 지부가 여덟 곳이나 되지만, 그들은 멀리 있고, 적은 코앞에 있다.

다섯 세력이 고립될 경우, 공손백이 소성주를 제거하려 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내가 뒤를 받쳐준다 해도 너 혼자서 그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다.”

“어차피 정상적인 방법으로 저들을 공격하는 것은 힘듭니다. 그래서 한번 미친 짓을 해보려는 겁니다. 공손백을 잡지 못해도 손해 볼 것은 없습니다. 한번 흔들리면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 테니까요.”

“흐으음.”

콧소리를 내며 장천운을 바라보는 우문각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참으로 무서운 놈이다.

단 한 사람 때문에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철벽에 금이 가는 느낌이다.

“소성주께는 말하지 않을 거냐?”

“말하면 소성주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실 것 같습니까?”

“하긴…….”

죽으러 가는 것처럼 보일 텐데, 허락할 리가 없지.

“어떻게 할 겁니까? 하실 겁니까, 말 겁니까?”

우문각은 더 고민하지 않았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암천의 무리를 장로원 안으로 받아들였다는 건 공손백이 마음을 굳혔다는 뜻.

아니, 암천신마의 명령 하에 진행되는 일일 수도 있다.

어차피 물러설 길이 없다면 모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좋아, 한번 해보자. 언제 할 거냐?”

“상처만 대충 손보고 바로 쳐들어갈 겁니다.”

“뭐?”

우문각의 눈이 커졌다.

“시간 끌어봐야 좋을 것 없습니다. 내일이 오기 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습니까?”

씩, 웃은 장천운은 몸을 돌리고는 막을 새도 없이 방을 나섰다.

 

장천운이 방을 나가고 문이 닫히자, 우문각의 눈빛이 무심하게 굳어졌다.

그는 한 점 흔들림 없는 눈으로 문만 쳐다보았다.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흐트러진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다.

‘어쩌면 천외가 모두 드러나게 될지도 모르겠군. 하긴 그럴 때도 되었어.’

정유가 방에 들어온 것은, 우문각의 머릿속 실타래가 하나 둘 정리되어갈 때였다.

 

정유는 우문각에게 장천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역시 살아 있었군요.”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장천운이 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율검당의 조장으로 있을 줄은 짐작도 못한 터였다.

“차라리 잘 된 것 같습니다, 총사.”

그러잖아도 공손백과 나극을 흔들려고 했다. 그런데 살아서 돌아온 장천운이 먼저 그들을 치려고 한다.

대신 나서주는 셈.

더구나 공손백이 가장 싫어하는 장천운 아닌가 말이다.

“장천운이 싸움을 벌이면 사밀령을 보내라.”

“예, 총사.”

“소성주에게도 정보를 흘려라.”

그 명령은 정유로서도 의외였다.

“괜찮겠습니까? 장천운이 알면…….”

“상관없다. 어차피 장로원이 시끄러워지면 소성주도 알게 될 테니까. 시간 차이야 있겠지만. 그리고 설령 그놈이 내가 알린 걸 안다고 한들 나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 살아난다 해도 다 죽어가는 판일 텐데.”

우문각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입꼬리를 비틀면서.

하지만 그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장천운이 청산자와 싸우고도 살아남았다는 걸.

아마 그 사실만 알았어도 그런 말을 할 때 심각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즉시 묵조와 영조를 불러들여라. 모두.”

그 말에 정유가 움찔했다.

영조(靈組)는 최후의 보루처럼 남겨놓은 힘이었다.

그들까지 내보이면 우문각의 모든 것을 내보이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우문각의 생각을 읽은 정유는 토를 달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예, 총사.”

총사는, 공손백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곡점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 듯하다.

자신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어쩌면 차곡차곡 쌓인 화약 꼭대기에 불이 붙은 상황이 될지도…….’

 

 

113장 너였구나!

 

 

공손백은 동백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냉소를 지었다.

“결국 놈을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이종곽과 마천대 무사들만 잃었단 말이냐?”

“예, 주군.”

“정말 의외군. 광천삼혼도 이종곽이 패사하다니.”

“놈의 정체가 수상합니다, 주군.”

동백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냉소를 짓고 있던 공손백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

동백의 말대로 수상한 점이 많은 놈이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장로와 빈객을 체포한 것도 그렇고, 놈으로 인해서 천외의 사람들 역시 웅크려든 상태였다.

“누구일 거라 생각하느냐?”

“천하에 삼십대 초반의 나이로 그런 실력을 지닌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삼십대 초반이 아니라면?”

“누가 변용을 했단 말씀입니까?”

“그럴 가능성도 있지.”

“그러한 자는 강호를 다 뒤져도 스무 명이 안 될 겁니다.”

“천외라면 가능하지.”

동백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그렇다. 강호에는 없어도 천외에는 있다. 그것도 수십 명은 될 것이다.

‘암천문 사람은 아니니 제외하고, 그렇다면 청산궁이나 금룡장 사람이라는 건데…….’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청산궁 사람으로 추정되던 나승관이 잡혀갔다.

청산궁도 아니라는 말.

남은 것은…….

“만약 놈이 천외의 사람이라면 금룡장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다. 여차하면 일이 커질지도 모르겠군.”

“모 령주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대로 놔두기도 애매해 보입니다만.”

“날이 밝기 전에 모진태의 거처를 다른 곳으로 옮겨라. 외곽에 적당한 곳을 알아봐.”

 

* * *

 

장천운은 운기행공을 해서 내상을 가라앉힌 후 장로원으로 향했다.

가슴의 상처가 조금 걸리긴 했지만, 천으로 단단히 싸매서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거의 없었다.

‘나를 놓친 걸 알면 그들을 빼돌릴지도 모른다. 반격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려면 놈들을 드러나게 해야 해.’

몰래 들어가서 놈들의 목을 따버릴까?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문제는 들켰을 경우다.

정식 조사가 아니라 암습을 하면 살인자가 될 뿐이다. 아무리 자신이 율검당 조장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자칫하면 거꾸로 명분만 잃을 뿐.

오히려 공손백에게 한바탕 피바람을 일으킬 기회만 줄 뿐이다.

우문각을 끌어들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아마 그는 갈등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공손백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고 싶지 않을 테니까.

‘그 여우같은 양반은 이 기회를 철저히 이용하려 할 거다.’

어쩌면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일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것도 나쁘진 않아.’

어차피 이제는 모든 것이 드러날 때가 되었다.

천외든, 세 노괴든.

 

옅은 밤안개가 낀 장로원은 깊은 산속의 산사처럼 고요했다.

간간이 오가는 경비무사들의 발자국소리가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

장천운은 무영무종을 펼쳐서 모습을 감추고 장로원 깊숙이 진입했다.

일단 암천의 무리가 있는 거처를 찾는 게 먼저였다.

나름대로 짐작 가는 장소가 있었다.

청묵전 뒤쪽에 있는 별채. 장로원의 손님들이 묵는 곳.

 

별채의 앞마당에 내려선 장천운은 성큼성큼 별채를 향해 걸어갔다.

“누구요? 누군데 그곳으로 가는 거요?”

경비무사가 뒤늦게 그를 발견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장천운이 별채를 보며 대답했다.

“암천문의 쥐새끼들을 잡으러 왔소!”

“암천문의 쥐새끼라니, 무슨 말이오?”

“바로 저 안에 숨어있는 자들을 말하는 거요. 이봐! 숨어 있지 말고 나오시지!”

기세가 어찌나 등등한지 경비무사는 눈치만 봤다.

그때 별채의 문이 열리더니 모진태와 회의를 입은 무사 몇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대령주의 손님으로 온 사람들이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헛소리? 그럼 당신들이 암천문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 정말 아니라면 암천신마에게 개새끼라고 욕해 보시지.”

“…….”

가늘게 좁혀진 모진태의 눈에서 살광이 넘실거렸다.

“어린놈이 못하는 말이 없구나.”

“나를 죽이려고 사람까지 보낸 자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뭐라? 너를 죽이려고 사람을 보냈다?”

“이제 보니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모양이군. 그것도 모르면서 나를 죽이려고 이종곽을 보냈나?”

모진태는 그제야 장천운의 정체를 알고 표정이 굳어졌다.

“네놈이 율검당의 비공?”

“그걸 알면 내가 왜 왔는지도 알겠군.”

별 다른 명령이 없는 데도 회의무사들이 좌우로 퍼지면서 장천운을 에워쌌다.

그뿐이 아니었다.

청묵전 쪽에서도 십여 명이 다급한 걸음으로 나타나더니 장천운의 퇴로를 차단했다.

“안 그래도 어떤 놈인지 보고 싶었는데 스스로 찾아왔군.”

공손백의 목소리도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공손백이 사계와 함께 다가오는 게 보였다.

일단 판은 만들어졌다. 불씨도 던져 놓았다.

이제 불을 키우기만 하면 된다.

“대령주! 저자들의 정체를 알고도 안으로 들인 겁니까?”

“저 사람들의 정체가 어때서? 언제 본성이 출신성분을 따졌던가?”

“출신성분을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저 자들은 본 성의 율검당 조장을 죽이려 했습니다. 그런데도 죄가 없다는 말은 아니겠지요?”

“그 일은 직접 보지 못했으니 뭐라고 말할 수가 없군. 자네가 거짓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말이야.”

공손백은 아무 문제될 것 없다는 듯 담담히 말했다.

“그럼 그 문제는 제가 저 자들과 해결할 것이니 대령주께선 관여치 마십시오.”

공손백은 별 말 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놈은 혼자다.

혼자서 모진태와 그가 데려온 암천문 무사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라. 대신 죽어도 나를 원망하진 마라.”

설령 모진태와 암천문 무사들이 당한다 해도 상관없다.

그럼 경쟁자가 하나 줄어드니까.

자신은 구경만 하다가 나중에 힘이 빠진 저 놈의 목만 따버리면 된다.

장천운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 정도는 각오하고 들어온 터였다.

스르릉.

연검을 빼든 그는 모진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암습을 해서 구천성의 율검당 조장을 죽이려 한 죄! 즉결로써 죄를 묻겠다!”

장천운의 목소리가 다시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구천성의 무인 중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 사람은 없을 듯했다.

그만큼 목소리가 컸다.

그래야 자신이 왜 장로원에 들어와서 미친 짓을 하는지 사람들도 알 것 아닌가 말이다.

모진태는 그가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었다.

그저 저 주둥이만 닫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어느새 장로원의 사람들이 하나 둘 별채로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저 건방진 놈의 목을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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