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29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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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90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291화
움직임이 워낙 자연스러워서 손을 그저 교차시킨 듯 보일 뿐이었다.
기형무기는 한 자 다섯 치 정도 되는 세 개의 날이 손등에서 뻗어있고, 그 중 양쪽의 두 날은 끝이 갈고리처럼 휘어져 있었다.
상대의 도검을 사이에 끼워 꺾을 수도 있고, 찌르기와 베기도 어느 정도 가능할 듯했다.
그 기형무기를 본 장천운의 눈에서 이채가 번뜩였다.
‘저건…… 삼혼마겸도?’
동시에 강호인물록의 상단에 있는 이름 중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광천삼혼도 이종곽?”
이종곽의 명성은 천중십마에 뒤지지 않았다.
수년 째 강호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아 잊히다시피 한 것일 뿐.
무림십룡 중 둘을 혼자 상대한 것만 봐도 그의 강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알면 되었다!”
냉랭히 일갈을 내지른 이종곽이 장천운을 향해 신형을 날리며 우수를 휘둘렀다.
그의 우수에 끼워진 삼혼마겸도에서 시퍼런 강기가 채찍처럼 휘어지며 장천운을 향해 날아들었다.
장천운은 우수를 장포 안으로 넣었다 뺐다.
스르르릉.
그의 손을 따라서 연검이 빠져나왔다 싶은 순간, 두 사람 사이에서 벼락이 번쩍였다.
쩌저저정!
이종곽의 공세가 막히면서 찰나에 대여섯 번의 폭음이 터져 나왔다.
연검으로 펼쳐지는 천뢰구검은 현월로 펼쳐질 때와 또 달랐다.
강맹함은 조금 약해진 대신 변화가 더욱 심해서 살기가 가중되었다.
허공을 갈가리 찢어발기며 파도처럼 밀려드는 수백 개의 검영.
이종곽은 자신의 공격이 막힌 것으로도 모자라서 거꾸로 무시무시한 살기가 밀려들자 가슴이 섬뜩해졌다.
‘헛! 뭐 이런 놈이……!’
대운과 무경이 빠져나가면서 움직임이 자유로워진 장천운이다.
조금 전과는 상황 자체가 달랐다.
또한 그는 무리를 하더라도 이 기회에 천외의 전력을 줄일 작정이었다.
그는 이종곽이 반격에 밀려서 주춤거리자 연검을 흔들며 반격에 나섰다.
흔들리는 검에서 춤을 추며 구름처럼 일어난 검기가 이종곽을 향해 밀려갔다.
츠츠츠츠츠…….
눈을 부릅뜬 이종곽은 우수의 삼혼마겸도를 미친 듯이 그으며 장천운의 공세에 맞섰다.
삼혼마겸도에서도 시퍼런 기운이 피어나며 직경 다섯 자 크기의 강기벽을 형성했다.
그는 일단 상대의 공세를 막은 후 반격할 기회를 노리려 했다.
하지만 장천운의 공격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력했다.
천뢰검의 기운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자, 강기벽이 갈라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벌어졌다.
쩌저저저저적!
이를 악문 이종곽이 초식에 변화를 주려고 했을 때는 이미 연검이 강기벽을 찢어발긴 후였다.
“헛!”
대경한 이종곽은 다급히 뒤로 몸을 빼며 거리를 두었다.
장천운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연검을 십자로 가르며 뻗었다.
신법에 나름대로 자신이 있던 이종곽은 자신이 따라잡힐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상대는 신법에 관한한 천하제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장천운이었다.
안전한 범위라 생각했던 거리가 순간적으로 좁혀지자, 이종곽은 눈을 치켜뜨고 삼혼마겸도를 뻗었다.
“이놈이!”
츠츠츠츠츠!
장천운의 연검에서 뻗어나간 검강이 넉 자 거리를 두고서 그의 가슴을 훑었다.
동시에 삼혼마겸도의 칼날 세 개 중 중앙의 칼날이 손등에서 튀어나왔다.
슈욱!
예상치 못했던 공격. 거리마저 가까운데다 절대고수의 공력이 실린 터라 번개가 따로 없었다.
장천운은 반사적으로 몸을 틀면서 연검을 마저 휘둘렀다.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끝낼 때 확실히 끝내야 뒤탈이 없는 법.
“크읍!”
‘윽!’
가슴 옷자락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간 이종곽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깊숙이 파고든 검강에 옷자락 안쪽의 살과 뼈도 갈라져서 핏물이 뭉클거리며 뿜어져 나왔다.
장천운 역시 날아든 칼날이 가슴에 박혀서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슴에 불꼬챙이가 꽂힌 듯했다.
호신진기가 몸을 보호했지만 절대고수의 공력이 실린 칼날을 완벽히 막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몸을 틀어서 치명상을 피한 게 다행이었다.
‘제길! 무기에 그런 장치가 있었다니.’
“놈이 부상을 당했다. 쳐라!”
좌우에서 기회만 엿보던 복면인 증 넷이 동시에 몸을 날리며 공격했다.
그들의 공세는 그물처럼 촘촘해서 주먹 하나도 빠져나갈 틈이 없을 듯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그들의 공세가 장천운을 뒤덮었다.
거짓말처럼 산산조각 나서 가루로 변한 장천운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복면인들은 당황해서 좌우를 둘러보았다.
“놈이 빠져나갔다!”
“찾아 봐!”
“위를 조심해!”
복면인 중 하나가 고개를 번쩍 쳐들고 소리친 순간, 하늘에서 검기의 소나기가 쏟아졌다.
대경한 복면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대항하며 몸을 날렸다.
지켜보던 또 다른 복면인 넷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광경을 지켜보기만 했다.
어둑해진 허공 어디에서도 적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 사이 장천운의 검이 복면인들을 휩쓸었다.
피하려던 복면인들의 목이 잘리고, 가슴이 갈라지고, 팔이 잘려서 펄떡거렸다.
“크억!”
“으아악!”
처참한 비명이 거의 동시에 터져 나왔다.
장천운은 냉혹하게 손을 썼다.
상대의 몸을 가르면서도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비명에 이어 핏줄기가 여기저기서 분수처럼 솟구쳤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복면인 넷의 몸을 가른 검세가 또 다른 복면인들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남은 복면인은 넷.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그들의 눈에도 공포가 떠올랐다.
환귀자의 술법은 절대경지의 고수들마저 신경을 곤두세워야 기의 흐름을 느낄 정도로 기기묘묘했다.
복면인들의 능력으로는 감조차 잡기 힘든 절고의 술법.
더구나 장천운은 연검을 사용하고 환술법을 쓴 이상 한 사람도 살려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유령처럼 복면인들 사이로 스며든 그의 연검에서 천뢰구검 중 삼초식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복면인들이 섬뜩함을 느끼고 피하려 했을 때는 이미 천뢰구검의 검세가 그들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서걱!
“끄어억!”
쾅!
벼락 치는 검세 사이에서 뇌정무극수도 번쩍였다.
한 사람은 목이 반쯤 잘려서 기괴한 각도로 꺾인 채 쓰러지고, 한 사람은 이 장 밖으로 날아가서 담에 처박혔다.
그때 남은 두 복면인이 담장과 후문을 향해서 발작적으로 몸을 날렸다.
‘놓치면 안 돼!’
장천운은 급한 마음에 공력을 연검에 주입해서 날렸다.
쒜에에엑!
칼이 박힌 어깨에서 찡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이를 악문 그는 날아가는 연검과 연결된 기운을 끝까지 조종했다.
연검은 담장을 막 넘어가던 복면인의 심장을 등에서부터 관통한 후 방향을 틀었다.
후문 쪽으로 몸을 날린 자가 급히 고개를 돌리더니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말을 더듬거렸다.
“이, 이기어검……?”
그 말과 동시, 벼락처럼 날아든 연검이 그의 목을 갈라버리고는 장천운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장천운은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연검을 받아들었다.
그 자리에서 서서 들끓는 진기를 가라앉히는 그의 얼굴에 들뜬 표정이 떠올랐다.
급한 나머지 천뢰구검 중 천뢰회공의 구결을 응용해서 비검을 펼쳤는데, 전설의 이기어검처럼 기로써 검을 조종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검을 무심코 펼침으로써 보다 더 큰 것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잘하면 무적삼검의 묘리 중 막힌 부분을 뚫을 수 있겠어.’
장천운은 내심 만족해하며 가슴에 박힌 칼날을 잡아 뺐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출혈 때문에라도 빼지 않는 게 나았다.
그러나 움직일 때마다 칼날이 상처를 건드려서 무공을 펼치는데 방해가 될 듯했다.
다행히 칼날은 깊이 박히지 않아서 큰 이상은 없었다.
그렇다 해도 질긴 살가죽과 호신진기가 고통까지 제거해주지는 못했다.
장천운은 혈도를 짚어서 급한 대로 지혈을 하고는 이종곽 쪽으로 몸을 돌렸다.
비틀거리는 이종곽의 가슴에서 핏물이 뿜어지고 있었다.
가슴을 부여잡은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자신이 당한 게 믿어지지 않는 듯 허망한 눈빛이었다.
장천운은 칼날이 꽂혔던 상처를 손바닥으로 누른 채 이종곽에게 다가갔다.
“이 이종곽이 새파란 애송이 칼에 당하다니…….”
이종곽이 다가오는 장천운을 보며 불만스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말을 내뱉을 때마다 핏물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어떤 노인네 밑에 있소? 금룡? 청산? 아니면 암천?”
장천운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얼굴이 일그러진 이종곽이 멈칫했다.
“무,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지 모르겠군.”
“거 참, 그게 무슨 비밀이라고. 설마 내가 그 늙은이들을 죽일까봐 겁나서 그러나?”
장천운이 다 알고 있다는 듯 비웃음 깔린 목소리로 말하며 슬쩍 이공곽을 건드렸다.
그러나 이종곽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넘어가기는커녕 오히려 장천운을 위협했다.
“네놈도 제법 강하긴 하다면…… 그분께는 어림도 없다. 후후후…… 먼저 가서…… 기다리마.”
복면 속 눈 가장자리로 비웃음이 떠올랐다.
그의 가슴에서 뿜어지던 핏줄기가 서서히 약해졌다.
발밑에는 피 웅덩이가 생겨났고,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스르르, 그의 몸이 옆으로 기울어졌다.
그 와중에도 눈 가장자리의 그 웃음은 여전했다.
장천운은 이종곽이 쓰러질 때까지 바라보기만 했다.
단순히 질문을 하나 던졌을 뿐이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상태였다.
이종곽은 금룡이라는 말에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청산이라는 말에는 담담했고, 암천이라는 말에는 움찔했다.
‘암천에서 나를 죽이려고 작정했나 보군.’
독고광이 보냈을까? 아니면 공손백?
장천운은 죽어가는 이종곽을 무심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이종곽의 숨이 완전히 멎은 후에야 몸을 돌렸다.
객잔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생기가 모두 빠져나간 사자의 몸뚱어리처럼.
어슴푸레한 회랑 저편에 언뜻 검은 그림자 서넛이 기괴한 형태로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객잔의 주인과 점소이는 물론 서너 명 있던 손님들마저 복면인들에게 모두 죽임을 당한 듯했다.
그리고 이 정도 싸움이 벌어졌는데 구천성의 순찰경비가 아무도 오지 않는다.
철저한 계획 하에 움직였다는 뜻.
‘빌어먹을, 공격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군.’
바로 그때, 그의 예측을 확인시켜주기라도 하려는 듯, 어둠이 깔린 객잔 밖에서 살기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 * *
어둠이 점점 짙어지는 시각.
눅눅한 대기를 뚫고 무사 몇 명이 빠르게 이동했다.
그들이 비연객잔에서 삼십여 장 떨어진 곳에 도착했을 때, 어둑한 골목 안에서 한 사람이 나오며 말했다.
“조금 전에 비연객잔 쪽이 조용해졌습니다, 령주.”
무사 중 가운데 서서 보고를 받은 오십대 중노인이 이마를 찌푸렸다.
혈마령주 모진태, 바로 그였다.
‘느낌이 좋지 않아.’
기껏해야 율검당의 조장 하나를 처리하는 일이다.
아무리 그놈이 절정고수인 장로들을 잡아간 놈이라 해도 상대는 광천삼혼도 이종곽 아닌가.
게다가 이종곽과 함께 간 마천대도 절정고수 두셋은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는 고수들이다.
“이종곽은?”
“아직 객잔에서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모진태는 망설이지 않고 비연객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객잔으로 가보자.”
모진태 일행이 비연객잔의 뒷마당으로 들어섰을 때 장천운은 이미 그곳을 벗어난 후였다.
“이미 숨이 끊어졌습니다. 가슴이 산산조각 나서 도주도 하지 못한 것처럼 보입니다.”
먼저 이종곽을 살펴본 중년무사 하나가 돌덩이처럼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모진태의 이마에 깊은 골이 파였다.
“어이가 없군. 이종곽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다니.”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그는 피구덩이 속에 쓰러져 있는 이종곽에게 다가갔다.
“율검당 오대 이조장이란 놈을 제거해주게. 놈의 동선에 대해선 우리가 알려주겠네.”
공손백으로부터 그 말을 듣고 자존심이 상했지만 받아들였다.
그런데 놈을 제거하기는커녕 거꾸로 광천삼혼도 이종곽이 죽다니.
다른 누군가의 지원이 있었나?
율검당 조장이란 놈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홀로 이종곽 등을 죽였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 짐작을 증명하듯 객잔 안에 상당한 고수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어떤 자들이 그놈을 도운 거지?’
구천성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금룡장이나 청산궁에서 나섰을지도 모른다.
대운과 청무의 존재를 모르는 그로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자응,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율검당 조장이란 놈의 정체부터 정확히 알아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