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290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3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290화
장천운은 단도직입적으로 반문을 던졌다.
“나야 이유가 있으니 만나려한 것이고, 무림맹 사람이 구천성에는 왜 들어온 거요?”
자신들이 무림맹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던 말인가?
대운과 무경은 공력을 끌어올리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장천운이야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설마 소림의 대운스님이 환속을 한 것은 아닐 거고…….”
대운이 흠칫하며 눈을 치켜떴다.
“나를 아시오?”
“저분은 누굽니까? 보아하니 무당의 제자 같은데, 혹시…… 무경도장?”
이번에는 무경이 여차하면 검을 뽑을 자세를 취했다.
“도대체 소림과 무당의 미래라는 두 분께서 왜 그런 차림으로 구천성에 들어왔는지 모르겠군요.”
“우리를 어떻게 알아보셨는지 모르겠소만, 만나자고 한 명확한 이유를 대지 않으면 무사히 나갈 수 없을 거요.”
대운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하며 반야금강공을 끌어올렸다. 상대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면 굳이 숨길 것도 없었다.
“쓸데없는 짓을 하시는군. 당신들을 어떻게 하려 했다면 그냥 보내주지도 않았을 거요.”
그 말 또한 일리가 있었기에 대운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장천운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무경은 일단 제압을 해놓고 보자는 마음이었다.
“흥! 어디 그만한 실력이 되나 보자!”
코웃음 친 그는 검을 뽑으며 곧장 장천운을 향해 벼락처럼 뻗었다.
“무경!”
당황한 대운이 무경을 말리려 했다.
그러나 거리라고 해봐야 일 장 정도. 절정고수인 무경이 뻗은 검은 벼락처럼 장천운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보기보다 성격이 급하군.”
차가운 일성과 함께 시간이 정지된 듯했다.
무경은 검을 뻗은 자세 그대로 석상처럼 굳어 있고, 대운 역시 무경을 부르며 손을 뻗은 자세로 멈칫했다.
장천운은 엄지와 검지, 중지, 세 손가락으로 잡고 있던 검첨을 천천히 밀어냈다.
무경의 검이 빠르다 해도 단승의 검보다 느렸고, 공력 역시 청산자의 호법인 백운보다 약했다.
그 정도로는 장천운을 위협할 수 없었다.
무경은 상대가 절정의 공력이 실린 검을 세 손가락으로 잡은 것도 모자라서 자신을 검과 함께 밀어내자 이를 악물고 버텼다.
‘제기랄, 뭐 이런……!’
웅웅웅웅.
검이 울어대며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장천운의 손짓을 따라 무경의 몸이 밀리면서 바닥에 골이 파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장천운이 검을 던지듯 밀어냈다.
무경은 쿵쿵거리며 세 걸음 물러선 뒤 멈춰 서서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창백한 안색, 입술을 깨문 그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는 일을 당한 자의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면 장천운은 무심한 표정으로 두 손을 늘어뜨린 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미타불. 그만 멈추시오.”
대운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장천운은 어차피 싸울 마음이 없었다. 그래도 한마디 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도를 닦으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은 익히지 않았나 보군.”
무경은 다시 공격하지도 못하고 장천운만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그 사이 장천운은 품속에서 서신이 든 봉투를 하나 꺼내서 대운에게 내밀었다.
“이 서신을 맹주께 전해주시오.”
대운은 엉겁결에 서신을 받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서신을 맹주님께?”
“그걸 보고 어떻게 할 것인지는 맹주께서 결정하실 일. 굳이 답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하시오.”
“무슨 내용인지 알려줄 수는 없소? 대략적으로라도 내용을 알아야 말씀 드릴 것 아니오?”
“내 예상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아마 서신을 맹주께 보여드리면 그대에게도 말씀을 하실 거요. 만약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서신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일 것이고.”
“아미타불.”
대운이 곤혹한 표정으로 불호를 외며 손에 들린 서신을 내려다보았다.
그 사이 정신을 가다듬은 무경이 말했다.
“그대를 어떻게 믿고 맹주님께 서신을 전한단 말인가?”
“전하기 싫으면 전하지 않아도 되오. 나로선 손해 볼 것 없으니까. 그럼 기회가 되면 다음에 또 봅시다.”
장천운은 무심한 표정으로 말하고 돌아섰다.
무경은 장천운의 등을 빤히 바라보며 손을 움켜쥐었다. 아직까지도 그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지금 공격한다면 상대가 제아무리 강하다 해도 피할 수 없을 듯했다.
일단 제압해놓고 봐?
가슴 한쪽 구석에서 악의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런데 돌아서서 방문으로 걸음을 내딛던 장천운이 혼잣말처럼 말했다.
“제대로 된 도사가 되려면 한참 더 수양을 닦아야겠군.”
무경은 그 말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걸 알고 얼굴이 벌게졌다.
그때였다.
방문 앞까지 걸어갔던 장천운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쳐들었다.
“제길,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군.”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뜬금없는 투덜거림.
무경은 다시 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하지만 장천운은 그 때문에 걸음을 멈춘 것이 아니었다.
“살아서 돌아가려면 정신 바짝 차리시오.”
“그게 무슨……?”
대운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다 말고 말끝을 흐렸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공포에 질린 비명.
일순간 솜털이 올올이 곤두섰다. 한 여름 찌는 더위인데도 온몸이 싸늘하게 식었다.
무경 역시 뭔가를 느낀 듯 표정이 굳어졌다.
“무량수불. 누구지?”
“하늘 밖에 있는 자들. 그들이 온 것 같소.”
냉소 섞인 무심한 목소리로 대꾸한 장천운이 방문을 향해 두 손을 들어올렸다.
“뒤로 빠져나가시오.”
그 말이 떨어진 직후.
쾅!
폭음과 함께 방문이 터져 나갔다.
잘게 부서진 문 조각이 방 안쪽으로 폭사했다.
동시에 장천운의 전신에서 폭발하듯 뿜어진 기운이 기벽을 형성하면서, 안으로 쏟아지는 문 조각을 튕겨냈다.
“뭐하는 거요? 빨리 가라니까!”
장천운이 아직까지도 방안에 있는 대운과 무경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그러나 두 사람은 떠나지 않았다.
습격자는 모두를 노리고 있는 듯했다.
말 한마디 없이 공격하는 것만 봐도 그들의 의도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죽이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
그렇다면 율검당 이조장이란 자도 이 순간만큼은 동지였다.
동지를 놔두고 도망갈 수는 없었다.
“아미타불. 어떤 자들인지 몰라도 이대로 돌아갈 순 없소이다.”
“흥! 우리도, 그대에게 뒤를 맡겨놓고 도망칠 정도로 약해빠진 사람은 아니야.”
우매하게 느껴질 정도로 고지식한 자들이다.
정파인이 모두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장천운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죽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시오. 하지만 살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떠나시오.”
빠르게 말을 내뱉은 장천운은 부서진 방문 너머로 몸을 날렸다.
대운과 무경도 뒤따라서 방을 빠져나왔다.
그들이 방을 빠져나간 순간!
전방과 좌우, 어둑해진 하늘에서 시커먼 복면을 한 자들 십여 명이 밤바다의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그들에게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살을 에는 살기!
쏴아아아아아!
눈을 치켜뜬 두 사람은 전력을 다해서 살기에 맞섰다.
“감히 구천성 앞에서 구천성 무사들을 살해하려 하다니! 웬 놈들인지 정체를 밝혀라!”
장천운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자신이야 말할 것도 없고, 대운과 무경도 아직은 패룡대 소속 무사다.
근처에 있던 구천성 무사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온다면 상황을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적들은 구천성 무사의 눈이 두렵지 않은 듯했다.
나타난 자는 십여 명. 갈의를 입고 복면을 쓴 그들은 목석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세 사람을 공격했다.
검, 도, 창, 부 등 각양각색의 무기를 들었음에도 그들의 공격은 철저히 이가 맞물려서 돌아갔다.
대운은 반야신공을 끌어 올려서 대력금강장으로, 무경은 태청검과 칠성검으로 적의 공격에 대응했다.
기의 폭풍이 객잔의 마당을 가득 메우고 회오리쳤다.
콰광! 쩌저정!
연이은 폭음.
어둑한 마당 안에서 먼지구름이 일었다.
대운과 무경은 적과 대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타난 자들 개개인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러나 맞물려 돌아가는 협공은 위협적이다 못해 치명적이었다.
대력금강장의 강맹함으로도 태청검의 유장함으로도 적의 공세를 완벽히 막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압박해오는 적의 공세.
대력금강장만으로 막기에 한계가 있다는 걸 느낀 대운은 마침내 반야금강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은은한 금빛 장영이 적의 공세를 차단했다.
무경도 검강지기를 일으켜서 줄기줄기 검화를 쏟아냈다.
그나마 대운보다 나은 점은 검을 무기로 사용했기에 약간의 거리를 더 둘 수 있다는 것 정도였다.
한편, 장천운은 상대가 천외의 무사들임을 확신하고 살수를 아끼지 않았다.
혼천수라권이 악마의 권법으로 불린 것은 살기가 강하기 때문이고, 뇌정무극수는 무쇠도 으스러뜨리는 강맹한 수법이었다.
유령처럼 상대의 공세를 파고든 그는 단호하게 살수를 펼쳤다.
수십 개의 거대한 권영과 수영이 어둑해지는 허공을 가득 메우며 밀려갔다.
떠덩, 퍽!
북소리와 함께 복면인 하나의 머리통이 부서졌다.
콰직!
뼈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또 다른 복면인의 목뼈가 괴상하게 꺾였다.
장천운은 쓰러지는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운 쪽으로 몸을 날렸다.
강맹한 뇌정무극수가 허공을 격한 채, 대운과 무경을 공격하는 복면인들의 뒤를 덮쳤다.
등골이 오싹해진 복면인들은 대운을 놔둔 채 몸을 피했다.
무경을 공격하던 자들도 멈칫했다.
“어서 빠져나가쇼!”
장천운이 대운과 무경을 향해 소리쳤다.
두 사람도 이제는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라는 것을 절절히 느끼고 있었다.
눈짓을 교환한 두 사람은 즉시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바로 그때!
“흥! 너희들은 아무 곳도 갈 수 없다!”
한여름 밤하늘을 얼리는 냉랭한 코웃음과 함께 가공할 압력이 두 사람을 짓눌렀다.
대운과 무경은 전력을 다해서 상대의 공세에 마주쳐갔다.
콰과광! 떠덩!
연이은 폭음이 어둑해진 하늘을 뒤흔들었다.
대운과 무경은 뒤로 튕겨져서 이 장을 날아간 후 땅에 내려섰다.
창백해진 안색이 두 사람의 서늘한 마음을 대변했다.
그때 장천운의 뇌정무극수에 대항하던 복면인이 폭음과 함께 뒤로 날아갔다.
튀어나올 것처럼 치켜떠진 눈. 가루로 변한 가슴 옷자락 안쪽은 기괴하게 보일 만큼 움푹 파여 있었다.
갈비뼈는 물론이고 심장까지 파열된 그자는 땅에 떨어져서 굴러간 후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일수로 복면인 하나를 날려버린 장천운은 뒤늦게 나타난 자와 대운 사이로 끼어들었다.
뒤늦게 나타난 자 역시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건장한 체구, 부리부리한 눈.
무위가 이미 절대의 경지에 올라 있는 자다.
“어디 막아봐!”
버럭, 소리를 내지른 장천운이 쌍장을 흔들었다.
뇌정무극수가 벼락을 일으키며 뻗어나갔다.
뒤늦게 나타난 자도 쌍장을 뻗어서 마주쳐갔다.
콰르르르릉!
둘 사이에서 뇌성이 일며, 가공할 기의 파장이 두 사람 주위를 휘감으며 회오리를 일으켰다.
근처에 있던 서너 사람이 그 회오리에 휘말려서 신음을 토하며 주르륵 물러섰다.
순간적으로 빈틈이 드러나자, 장천운이 일갈을 내질렀다.
“뭐하쇼! 어서 가라니까!”
대운과 무경은 이를 악물고 재차 몸을 날렸다.
복면인 대여섯이 그들의 앞을 막았다.
그러나 두 사람도 명색이 무림십룡에 속한 절정고수다. 게다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력을 다 쏟아낸 터였다.
한번 흔들린 포위망으로는 그들의 앞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대운과 무경은 스쳐가는 검기도기에 살이 갈라지는 느낌을 받고도 멈추지 않았다.
눈 깜짝할 새에 두 사람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뒤늦게 나타난 자,
이종곽은 노기 띤 눈으로 장천운을 노려보며 쌍장을 다시 들었다.
“네놈만큼은 절대 빠져나갈 수 없을 거다, 이놈!”
“복면 속에 숨어 있는 쥐새끼 같은 자! 그깟 실력으로는 나를 막을 수 없을 거다!”
장천운도 마주 소리치며 상대를 도발했다.
복면 속에서 치켜떠진 이종곽의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
기껏해야 율검당의 조장을 제거하는 일이라 했다.
자존심이 상했다.
놈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자신까지 나서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싸움이 벌어지고 보니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마천대 무사들이 죽어가는 판이다.
놓치면 결국 자신이 책임져야 할 터. 그것만 해도 짜증이 나거늘, 감히 자신에게 쥐새끼라고 하다니.
“갈가리 찢어죽이겠다, 애송이!”
분노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장천운을 노려보던 그는 옆구리에서 기형무기를 꺼내 우수에 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