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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323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9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323화

“대령주, 물러서시오!”

전무궁이 소리쳤다.

그는 아직 사마경과 공손백의 회담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만약 공손백이 독고광을 돕겠다고 나선다면 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될 터. 전무궁은 그 점이 두려웠다.

하지만 괜한 우려였다.

공손백이 우수를 들어서 독고광을 향해 뒤집었다.

“죽을 땐 미련 없이 죽는 것이 최고라 했소. 그러니 당신도 미련두지 말고 그냥 저 세상으로 가시구려.”

쾅!

독고광의 몸뚱이가 삼장이나 날아가더니 커다란 정원석에 처박혔다.

한 아름이나 되는 정원석이 모래바위처럼 부서졌다.

“끄으으으으.”

독고광의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입에서는 핏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하얗게 웃은 공손백은 시퍼런 기운이 불길처럼 일렁거리는 우수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뻗었다.

“안 되오, 대령주!”

전무궁이 이번에는 독고광의 죽음을 우려해서 소리쳤다.

그러나 공손백은 독고광을 살려둘 마음이 없었다.

그가 살아서 입을 열면 안 될 비밀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고오오오오!

가공할 장력이 독고광을 집어삼킨 순간, 대항할 힘을 잃은 독고광의 칠공에서 피분수가 뿜어졌다.

“멈추쇼!”

지붕을 넘어서 앞마당으로 날아들던 장천운이 뇌정무극수를 쳐냈다.

콰아아앙!

고막을 터트릴 것 같은 굉음.

공손백은 이마를 일그러뜨리며 두어 걸음 물러섰다.

전면을 노려보는 그의 눈에 경악이 떠올랐다.

허공에서 튕기듯 떠올랐던 장천운이 독고광 앞에 내려서고 있었다.

그다지 큰 충격을 받지 않은 듯 보였다.

이미 독고광과 싸워서 공력을 소진했을 놈이.

‘전보다 더 강해졌다. 도대체 저놈은 이해할 수가 없구나.’

장천운은 일단 독고광부터 살펴보았다.

눈, 코, 귀, 입. 칠공에서 흘러나온 피로 인해서 머리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숨결은 거의 끊어지다시피 한 상태, 맥도 간당간당했다.

장천운은 기해혈에 손을 얹고 곧장 진기를 주입해보았다.

소용이 없었다. 독고광의 기해혈에는 진기가 고이지 않았고, 기맥은 이미 대부분 막힌 상태였다.

그런데 미미하나마 영향은 있었는지 독고광이 파르르 눈꺼풀을 떨며 실눈을 떴다.

그는 장천운을 알아본 듯 입술을 바들바들 떨었다.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은 듯했다.

장천운은 고개를 바짝 숙여서 그의 입에 귀를 갖다 댔다.

그 모습을 본 공손백은 갈등이 일었다.

독고광이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혹시 자신에 대해서 정보를 주려고 하는 건 아닐까?

장천운을 공격한다면 승산이 있을까? 저놈을 죽일 수 있을까?

만약 죽이려다가 실패한다면?

그가 갈등하고 있는 사이, 장천운이 독고광에게서 천천히 귀를 뗐다.

한참 동안 독고광을 바라본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노인은 노인이군. 묘 자리를 미리 봐놓았다니.”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전무궁이 물었다.

“무슨 말이냐?”

“서쪽으로 오십 리 가면 양강산이라는 작은 산이 있는데, 그 산 중턱에 묘 자리를 봐놓았으니, 거기에 묻어달랍니다.”

“…….”

정말일까?

전무궁 뿐만 아니라 그 말을 들은 모두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공손백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그는 장천운의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그때 장천운이 공손백을 노려보며 물었다.

“그런데 대령주, 왜 겨우 잡아놓은 사람을 죽인 겁니까?”

독고민을 뺏긴 후 독고광이라도 챙기려고 바로 돌아왔다.

독고광의 입을 열면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오지 않을 줄 알았던 공손백이 나타나서 산통을 깨버렸다. 화가 날 수밖에.

“나는 늦게 와서 제압된 줄 몰랐다. 그래서 보자마자 공격했지.”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계속 추궁하기도 애매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무사 중 반 이상이 공손백 쪽 사람들이었다.

“좌우간 독고 노인에게 암천문에 대한 걸 물어보려 했는데, 다 틀렸군요. 할 수 없이 대령주께서 알려주셔야겠습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이냐?”

“그럼 아는 게 뭡니까!”

불쑥, 외치듯 던져진 질문.

아주 단순한 반문이었다. 말끝이 약간 높고 날카로웠을 뿐.

그런데도 공손백은 이상하게 기분이 더러웠다. 그리고 대답하기도 어려웠다.

눈에 힘을 준 그는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언젠가는 저놈의 주둥이를 찢어서 소금에 절인 다음 술안주로 먹고 말리라.’

장천운은 공손백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입술을 입안으로 말아 넣었다 빼며 짜증내듯 말했다.

“에이,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네. 독고민도 놓치고…….”

순간, 공손백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뭐야? 독고민을 놓쳤단 말이냐? 이런 멍청한……!”

쓱, 고개를 돌린 장천운이 말했다.

“암천의 주인이 중간에서 채갔습니다.”

움찔.

“뭐, 뭐라? 누구?”

“탁무겸이란 인간이 채갔단 말입니다!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비겁한 인간 아닙니까? 생긴 건 멀쩡하던데, 왜 남의 밥을 가로채 가냔 말입니다!”

장천운이 입에서 침을 튀기며 바락바락 소리치는 동안 공손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인간, 잘 아시죠? 몰라요? 잘 아시잖습니까? 정말 모르십니까? 에이…….”

장천운은 공손백을 째려보며 입만 달싹거리고는 몸을 홱 돌렸다.

공손백의 이마에 핏대가 불거졌다. 들리진 않았지만 마지막 말에 어떤 뜻이 담겼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보나마나 욕을 한 것이겠지.

입을 꾹 다문 그는 장천운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죽일 놈의 새끼.’

 

* * *

 

“푸하하하하하!”

금룡신군은 살아생전 가장 큰 소리로 대소를 터트렸다.

금룡장이 생긴 이래 가장 큰 웃음소리였다.

손우곤이 한동안 멍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탁무겸을 날치기 취급했단 말이지?”

“예. 자기 밥을 채갔다고 어찌나 화를 내는지, 공손백이 입도 뻥긋 못했다고 합니다.”

“크크크크하하하하! 속이 다 후련하군.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겠어.”

손우곤은 더 할 말이 있었지만 말을 아꼈다.

그는 금룡신군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저 웃음이 끝나고 나면 그 어느 때보다 피냄새 짙은 명령을 내릴지 모른다.

‘많은 사람이 죽을 지도…….’

사람이 죽는 것은 문제될 것 없었다.

가끔 그래왔으니까.

어떤 때는 수백 명도 죽였다.

강호는 그들의 죽음조차도 알지 못했다.

“우곤.”

“예, 태군.”

“무겸이 독고민을 왜 데려갔을 거라고 보느냐?”

“독고민은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독고광과 만난 후 완전히 변했습니다. 독고광과의 사이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일이 있었다는 말이겠지요.”

“그게 뭔지 궁금하군.”

“오래 전에 언뜻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

“촉산의 마령교에는 마신의 영혼을 담은 그릇이 있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십구 년 전, 독고광이 촉산의 마령교를 지웠습니다. 그 이후에는 마신의 영혼을 담은 그릇에 대한 이야기가 더 이상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마령교는 촉산 일대에서 가장 강한 다섯 개의 세력 중 하나였다.

아주 폐쇄적인 문파로, 무림의 세력이라기보다는 사교에 가까웠다.

암천은 그들을 자신의 발아래에 두려고 했다.

마령교는 당연히 거부했다. 그들은 마신을 모시는 사자들이었으니까.

독고광이 마령교를 지상에서 지운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마신의 영혼을 담은 그릇이 독고광의 손에 있었단 말이냐?”

“그랬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게 어떤 물건인 줄 아느냐?”

“정확히는 모릅니다. 다만, 전설에 의하면 마신의 힘이 담겨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 맞다. 마신의 혼이 담긴 그릇에는 마신의 힘이 담겨있지.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손우곤은 흠칫했다. 하지만 곧 그러려니 했다.

금룡신군이 알고 있었다고 해서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청산자도 그렇다.

“독고민이 이지를 상실한 것도 그와 연관이 있다고 봐야겠군요.”

“급하게 취하려다 자신의 혼을 빼앗겼다고 봐야겠지.”

“하면 탁무겸이 그를 데려간 건……?”

“무겸도 그걸 알아봤을 거다. 그래서 이용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 마의 기운을 다스릴 수만 있으면 놈을 꼭두각시처럼 부릴 수 있을 테니까.”

“아쉽군요. 그렇다면 저희가 취해도 됐을 텐데…….”

“아직 득이 될지 해가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소탐대실일 수도 있느니라. 무겸은 독고민을 취함으로써 장천운과 완전히 적이 되었다. 장천운의 독고민에 대한 분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어. 사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평범한 인간들의 분노를 이해하기에는 마천의 가슴이 너무 메말라 있거든.”

“하면 청산자 어른께선……?”

손우곤이 무의식중에 질문을 하다 말고 말꼬리를 흐렸다.

천외삼성의 마음에 대해서 묻는 것은 금기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금룡신군은 담담히 웃으며 말해주었다.

“그 너구리같은 말코야, 딴에는 정파입네 하고 있는 늙은이 아니냐? 체면 때문에라도 욕심을 내지 않았을 거다.”

 

* * *

 

청산자는 영산자의 이야기를 듣고 소리 없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재미있는 아이야.”

“그뿐 아니라, 장천운 때문에 금룡 시주와 탁 시주가 신경전을 벌였다고 합니다.”

칠산사에서의 일을 말함이었다.

“금룡 늙은이가 부쩍 속이 탔나 보군. 직접 나서다니.”

“아무래도 이번 구천대평의회의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흐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각이는 어찌하고 있더냐?”

영산자는 눈을 들어서 청산자를 바라보았다.

고요한 가운데 미미한 파장이 느껴졌다.

“예상했던 대로 마음을 정리한 것 같습니다.”

“그래, 충분히 그럴 아이지. 그 아이는 마음이 너무 약해서 항상 마음에 걸렸거늘…….”

“그대로 놔두실 것인지요?”

“친우가 마지막으로 부탁한 아이니라. 보아하니 그 아이도 본 궁보다 다른 곳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고. 그럼 그것대로 놔두는 것도 나쁘진 않을 터…….”

아쉬웠다. 아마 우문각이 받아들였다면 자신의 제자로 들였을 것이다.

정도하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기재가 바로 우문각이었으니까.

더구나 우문각은 그와 또 다른 인연으로 엮여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이해하지 못하고 겉돌았다.

‘인연이 안 된다면 할 수 없지. 그저 검을 틀지 않기만 바랄 뿐.’

검을 자신에게 향한다면 어쩔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처리하는 수밖에.

“무량수불.”

나직하게 도호를 왼 청산자는 일단 차로 입술부터 축였다.

그가 있는 곳은 구천성에서 멀지 않았다.

직선거리로는 백 리쯤. 한 나절이면 여유 있게 오갈 수 있는 거리였다.

“아마 동방 늙은이도 구천성 근처에 숨어 있을 게야.”

“사방 천 리 이내에 흔적이 없는 것으로 봐서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잘하면 한 번에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겠어.”

“하오면……?”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여라. 어차피 건곤일척의 승부는 구천성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예, 사형.”

영산자가 내심 안도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때 조용히 앉아 있던 정도하가 입을 열었다.

“저도 구천성으로 가겠습니다, 사부님. 허락해주십시오.”

청산자도 이번만큼은 반대하지 않았다.

“그래, 함께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구나. 아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다.”

대신 조건을 달았다.

“장천운과 마주치면 공연히 시끄러워질 수 있으니 거처는 외부에 잡아라.”

정도하는 솔직히 사부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나이 사십대 후반. 남들에게 뭔가를 배울 나이가 아니었다.

특히 구천성 같은 곳에서는.

그가 구천성에 가려는 목적은 하나였다.

그놈, 장천운이라는 그 애송이새끼를 죽이는 것.

다만 거처를 외부에 잡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사부님.”

청산자도 정도하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부딪쳐 보면 알게 될 테니까.

‘무량수불, 이겨낸다면 막힌 벽을 뚫고 도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거다.’

이겨내지 못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어차피 도는 누가 알려준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124장 잃은 것과 얻은 것

 

 

구천성 동문 밖, 회색 벽돌로 지은 평범한 가옥 안쪽에는 나무침상과 부러진 다리를 묶어 놓은 탁자 하나만 달랑 있었다.

썰렁한 집안은 겉으로 보기에 폐가나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 아래쪽 깊은 곳에는 제법 높고 반듯한 토굴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토굴은 단순히 회랑처럼 뻗어 있는 것만이 아니었다.

곳곳에 사람이 기거할 수 있는 방과 창고도 있었다.

장산이 그 중 하나의 방으로 차를 들고 들어가자, 침상 위에 누워 있던 무 노인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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