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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322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8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322화

살기등등하던 구천성 무사들도 기가 질린 듯 독고광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는 전막을 더 공격하지 않고 장천운을 주시했다.

누가 뭐래도 오늘 그의 상대는 장천운이었다.

“귀도당과 철혈단까지 나선 걸 보니, 공손백이 나를 제거하려고 작정했나 보군.”

“뭘 착각하시는군요. 그들도 엄연히 구천성 무사들입니다. 대령주도 어쨌든 본질은 구천성 사람이고. 하지만…… 노인장은 아니죠.”

“후후후후, 네놈을 진즉 죽이지 못한 게 탈이었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노인장만 있는 것은 아니죠. 다른 세 노인네들도 같은 생각일 겁니다. 딴에는 모든 걸 아는 것처럼 말합니다만, 세상일이라는 게 어디 생각대로 됩니까?”

“흐흐흐흐 으하하하하! 네 말이 맞다. 찢어죽이고 싶은 놈 말을 듣고 속이 시원하다니. 나도 슬슬 미쳐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시간이 없으니 시작하죠.”

장천운이 말하며 독고광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전에는 환술을 이용해서 독고광의 혼을 빼놓았기에 득을 보았다.

그러나 오늘은 그때와 달리 정면대결이다.

독고광은 공손백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절대고수다.

암천의 이인자. 그는 나이와 잔재주 덕분에 그 위치에 올라간 것이 아니었다.

“오냐, 이놈!”

독고광이 외마디 고함을 내지르고는, 두 손을 활짝 편 채 뻗으며 장천운을 향해 미끄러져갔다.

그의 몸을 휘돌던 검은 안개가 두 손으로 뭉치는가 싶더니 장천운을 향해 밀려갔다.

고오오오오오, 끼이이이이.

일대의 대기가 뒤틀려서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장천운은 암흑마령장의 중심을 향해서 뇌정무극수를 연달아 내질렀다.

콰르르르릉, 쩌저적!

먹구름 속으로 벼락이 파고들었다.

두 사람 주위는 삼 장 정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격돌함과 동시에 삼 장 밖에 있던 자들이 내동댕이쳐졌다.

심지어 서너 사람은 피를 뿜으며 날아갔다.

경천동지!

땅이 솟구치고 흙먼지가 구름처럼 일었다.

콰아아아아!

용권풍이라도 발생한 듯 회오리바람이 두 사람 주위를 맹렬히 휘돌면서 흙먼지를 하늘 높이 빨아올렸다.

시간이 가면서 독고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최소한 공력에서만큼은 자신이 우위일 거라 생각하고 정면대결로 밀어붙였다.

이제 이십대인 놈의 공력이 강하면 얼마나 강하겠는가.

자신의 판단이 잘못 되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 없었다.

장력이 대여섯 번 연속으로 충돌하자 몸이 떨렸다.

열 번째 충돌에서는 진기가 역류하면서 핏대마저 툭툭 불거졌다.

난생 처음 대하는 상황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대로 두어 번 더 충돌하면 혈맥이 모두 터져 나갈지 모르는 것이다.

“노오오옴!”

일갈을 내지른 그는 남은 진기를 집중해서 쏟아냈다.

장천운도 십성 공력으로 뇌정무극수를 떨쳤다.

두 기운이 정면으로 충돌한 순간!

기괴하게도 천지를 울리던 굉음이 뚝 그치더니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주위에서 싸우던 자들이 귀를 막으며 몸부림쳤다.

몇은 눈이 터지고 코와 귀에서 핏줄기가 뿜어지며 쓰러졌다.

쿠과과과광!

뒤늦게 하늘에서 귀청을 찢는 천둥소리가 울렸다.

장천운과 독고광을 중심으로 반경 삼 장 이내의 대지가 통째로 한 자는 떠오른 듯 느껴졌다.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진 독고광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이, 이, 이런…….”

그가 물러설 때마다 발걸음 아래에서 흙먼지가 폭발하듯 솟구쳤다.

우웩!

허리를 굽히고 입을 떡 벌린 독고광이 피를 쏟아냈다.

장천운은 발이 발목까지 땅에 박힌 채 서서 그 광경을 노려보았다.

그 역시도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사실 정면대결은 그로서도 모험이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마다하지 않은 것은 금룡신군이 준 약 때문이었다.

강하게 자극할수록 약의 기운이 빨리, 더 많이 흡수되는 듯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은 모용문태와의 대결 때였다.

빠져나간 공력 이상의 강한 진기가 빠르게 채워졌던 것이다.

빈 그릇에 물이 차듯이.

물을 쥐어짠 솜에 새물이 스며들 듯이.

하지만 우연일 수도 있는 일, 그는 모용문태보다 더 강한 독고광을 상대로 시험을 해볼 작정이었다.

그래서 정면으로 충돌하는 와중에도 구륜심법의 운용을 멈추지 않았다.

‘확실하군.’

잘못 안 것이 아니었다. 금룡신군이 준 약은 운공도 운공이지만, 충격이 클수록 더 많은 기운이 흡수되었다.

공력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전신 곳곳에서 뜨거운 기운이 피어나더니 빠르게 기해혈로 모여든다.

문득 궁금해졌다.

금룡신군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어이가 없구나. 공손백과 나극조차 안중에 없었거늘…… 새파란 애송이에게 이런 꼴을 당하다니.”

독고광이 입에서 피를 흘리며 탄식하듯 말했다.

정면대결은 공력이 승부를 가른다.

새파란 놈에게 공력이 밀릴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실제로 밀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도 패했다.

뭐가 잘못된 거지?

“말했잖습니까? 세상일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장천운은 모여드는 기운을 갈무리하며 땅에서 발을 하나, 하나 뺐다.

그때 풍령장 뒤쪽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독고민이 도망간다!”

“잡아라!”

장천운은 차가운 눈으로 독고광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이제 찾았나 보군요.”

뇌정무극지가 독고광의 요혈 다섯 군데에 꽂혔다.

쓰러지는 독고광의 입술이 묘하게 틀어졌다.

“이미 늦었…… 민아를 잡지 못할 거…….”

장천운은 독고광의 말을 뒤로 한 채 땅을 박차고 장원의 뒤로 날아갔다.

공력이 아직 절반밖에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앞마당의 싸움도 끝나지 않았다.

그래도 독고민을 놓칠 수는 없었다.

 

뒷마당에 도착한 장천운은 이마를 찌푸렸다.

독고민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건물 뒤 넓은 공터에는 비령각과 철혈단 무사 십여 명이 쓰러져 있었다.

개중 대여섯 명은 살이 통째로 뜯겨지거나 심장이 뚫리고, 머리가 반쯤 으깨진 처참한 모습이었다.

부상당한 무사들도 표정이 괴이했다.

장천운은 부상당한 무사들에게 물어보았다.

“독고민은 어디로 갔소?”

“저쪽…….”

“혼자 이렇게 만든 겁니까?”

“그렇습니다. 놈은… 지독할 정도로 강하고… 악랄하고…… 꼭 미친 아수라 같았소.”

나직이 말하던 무사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그의 눈에 공포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추적은?”

“본 각의 비령오조가 뒤를 쫓고 있습니다.”

적어도 오십여 명이 뒤쪽으로 돌아갔다. 나머지는 독고민을 쫓아간 듯했다.

왠지 찜찜했다. 무사들의 표정 때문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놈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다. 그것이 흡정으로 인해서든, 아니면 독고광으로 인해서든. 반드시 잡아야 해!’

장천운은 부상당한 무사가 가르쳐 준 방향의 담을 넘어서 추적에 나섰다.

저 앞쪽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멀리 도망가지는 못한 듯했다.

 

오십여 장을 달려간 장천운의 눈에 비령각과 철혈단 무사들이 독고민을 포위하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피로 물든 독고민은 섬뜩한 느낌이 드는 시퍼런 기운에 휩싸여 있었다. 심지어 눈빛조차 푸르스름했다.

구천성 무사들은 그를 포위하고도 마음대로 공격하지 못했다.

그를 공격했던 무사 칠팔 명이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쓰러졌다.

개중 두어 명의 공격은 독고민에게 적중했는데도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마치 몸이 금강불괴라도 되는 듯했다.

“독고민!”

장천운이 일갈을 내지르며 포위망 안으로 날아들었다.

독고민은 시퍼런 불길이 일렁이는 눈을 들어서 장천운을 바라보았다.

왠지 넋이 반쯤 빠진 것 같던 그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장……천……운……?”

기이했다. 그는 마치 기억을 더듬는 듯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장천운을 몰라서.

장천운은 독고민과 마주하자마자 쌍장을 내쳤다.

길게 이야기 나눌 것도 없었다. 이야기는 제압한 후에 해도 되었다.

독고민도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서 뇌정무극수에 맞섰다.

온몸에서 일렁거리던 시퍼런 기운이 그의 두 손으로 몰려들었다.

콰과광!

장천운과 독고민의 장력이 격돌하면서 기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제야 장천운은 독고민이 전과 다르다는 걸 확연히 깨달았다.

믿을 수 없게도 독고민의 공력은 독고광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단 하루 만에, 아니 한 시진 만에 사람이 이렇게 강해질 수 있단 말인가?

다른 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교활하고 냉혹하던 그가 이지를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미친 아수라!

비령각 무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듯했다.

그렇다면 더욱 더 시간을 끌 수 없었다.

나머지 문제는 제압해놓고 해결하는 수밖에.

장천운은 연검을 빼들고 독고민을 공격했다.

독고민은 이지를 상실한 와중에도 두려움을 느낀 듯 뒤로 물러나며 마구잡이로 쌍장을 휘둘렀다.

그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절정고수들을 능가하는 장력이 펼쳐졌다.

장천운은 천뢰구검 중 삼초를 연달아 펼쳤다.

벼락같은 검강이 줄기줄기 쏟아졌다.

“크아아아!”

독고민이 괴성을 내지르며 시퍼런 기운을 뿜어냈다.

쩌저저정!

두 사람의 공세가 뒤엉키면서 귀청을 뒤흔드는 폭음이 터져 나왔다.

금강불괴 같던 독고민의 몸이 두어 곳 갈라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여력을 이기지 못한 채 정신없이 물러서는 그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시퍼런 불길이 일렁거리던 눈빛도 전보다 더 심하게 흔들렸다.

“이제 끝내자, 독고민!”

장천운은 연검을 중단에서 앞으로 뻗으며 걸음을 내딛었다.

연검을 감싸고 휘돌던 맑고 푸른 기운이 독고민을 향해 쭉 뻗어나갔다.

그때였다.

“으하하하하, 그 아이는 내가 데려가야겠다. 암군이 아주 재미있는 걸 숨겨놓고 있었어.”

하늘을 울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거대무비 한 기운이 두 사람 사이로 내리꽂혔다.

콰아아아아아!

‘그가 왔다!’

장천운은 이를 악물고 연검에 전 공력을 집중시켰다.

“탁ㆍ무ㆍ겸!”

콰르르르릉!

천둥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장천운과 독고민 사이의 대지가 폭발하듯 솟구쳤다.

그리고 독고민의 모습이 눈 깜짝할 순간에 사라졌다.

“이런…… 지이미…….”

 

* * *

 

장천운이 독고광을 쓰러뜨린 이후, 풍령장 앞마당의 전황은 한쪽으로 빠르게 기울었다.

절대의 존재 같던 독고광이 쓰러지자, 그를 따르던 자들의 평정심이 깨진 것이다.

그렇다 해서 단숨에 싸움이 끝날 정도는 아니었다.

풍령장 무사들은 소름 끼칠 정도로 강했다.

구천성 최고위간부인 오단팔당의 주인들이 풍령사마와 일대일로 싸우면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우위는커녕 오히려 밀리고 있는 판이었다.

그나마 독고광이 쓰러지며 정신을 흔들어 놓았기에 우세로 돌아선 것뿐이었다.

사기가 오른 구천성 무사들은 원수를 대하듯 풍령장 무사들을 몰아붙였다.

“개자식들! 한 놈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구천성에 칼을 들이대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마!”

“거기! 힘이 딸리면 두 놈이 달려들어! 쪽수 많은 거 어디다 써먹을 거냐!”

후속 무사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인원수 차이는 여전히 오대 일이었다.

거기다 원한에 찬 복수심마저 검날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런데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울었을 때, 일단의 무리가 풍령장으로 들어섰다.

공손백, 그가 장로들과 함께 도착한 것이다.

“어쩌다 이리 되셨소?”

묵직한 목소리로 말하며 독고광을 향해 나아가는 공손백의 눈에서 독기가 번뜩였다.

그를 본 독고광의 눈빛이 흔들렸다.

장천운이 살수 대신 요혈을 제압한 것은 당장 죽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손백은 달랐다.

그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군이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위험한 적이었다.

풍령장 공격을 묵인했다는 건 자신과 갈라서겠다는 뜻 아닌가 말이다.

“공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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