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3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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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321화
* * *
장천운이 사마경을 만나고 있던 그 시각. 독고민은 독고광과 마주하고 있었다.
“어리석은 놈, 어찌 그리 성급하게 일을 저질렀느냐?”
“숙조부님께서 마령혼을 주셨다면 그런 일도 없었을 겁니다.”
“그건 네 몸이 아직 마령혼을 받아들일 만큼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독고광이 봐도 독고민의 기는 전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였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문제였다.
마령혼까지 얻어서 자신보다 강해지면 언제든 독아를 들이댈 놈이 독고민이었다.
당분간이야 자신이 다스릴 수 있지만, 어느 한계를 넘어서면 자신이 걸어놓은 제약도 소용이 없을지 몰랐다.
문제는 자신의 위치가 불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당할지 몰랐다.
당하지 않으려면 강한 힘을 손에 쥐는 방법밖에 없다. 그들이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사실 그것이 바로 독고민을 만들어낸 주목적 아닌가.
고민하던 독고광은 모험을 택했다.
당장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하긴 전보다 많이 나아졌구나.”
“그리 생각하신다면 마령혼을 주십시오.”
“흐으음, 좋다. 어차피 너에게 주려고 했던 것이니 주마. 손자가 달라는데 무엇을 못주겠느냐?”
“감사합니다, 숙조부님!”
“대신 명심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말씀하십시오.”
“마령혼을 얻게 되면 이 할애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만약 할애비의 명령을 거부하거나 다른 흑심을 먹게 되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고통을 겪으며 죽게 될 거다.”
어차피 독고민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 명령을 따르는 것 정도가 아니라, 개가 되어도 상관없었다.
“걱정 마십시오. 숙조부님의 명이라면 불속이라도 뛰어들 겁니다!”
123장 그놈은 이제 내 아들이 아니다
경천단에는 아직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장천운은 독고태를 만나서 사실을 모두 말해주었다.
독고태는 얼마나 놀랐는지 벌떡 일어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그게 사실인가?”
“제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그놈이, 그놈이 그런 짓을 저지르다니…….”
힘없이 의자에 앉은 그는 이를 악물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조금은 이상한 반응이었다.
놀랄 거라는 생각은 했다. 그런데 지금 독고태의 표정에는 경악 이상의 예상치 못한 분노가 가득했다.
왠지 몰라도 독고민이 악랄한 짓을 저질렀기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소성주께서는 그 일에 대해서 단주께서도 책임을 지셔야 할 거라고 하셨습니다.”
“책임을 지라…… 그래, 지라면 져야지. 하지만 그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네. 나는…… 어제부터 그놈을 내 아들로 여기지 않기로 했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놈은 이제 내 아들이 아니란 말일세. 우리 단원들에게도 물어보면 알 거네. 경천단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했으니까.”
의외였다. 독고태가 자식을 버리다니.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왜 그런 결정을 내리셨습니까?”
“왜냐고? 아주 간단하네. 그놈이 나를 애비로 여기지 않겠다고 했네. 나도 그런 자식은 필요 없네.”
그래서 그런 분노의 표정이었나?
“그래도 약간의 책임은 면할 수 없을 겁니다.”
“지나치지만 않으면 받아들이지.”
“알겠습니다, 소성주께는 그리 전하지요.”
“그리고 부탁……하나만 해도 되겠나?”
독고태가 머뭇거리는 투로 말을 건넸다.
평소의 그답지 않은 말투에 장천운은 이채 띤 눈빛으로 그를 보며 답했다.
“말씀하시지요.”
“나에게 숙부가 있다는 걸 자네도 알 거네.”
“예, 압니다.”
“그 숙부가 내 아들을 그렇게 만들었네. 애비도 몰라보는 괴물로. 나는 그 숙부를 절대 용서할 수 없네. 만약 자네가 숙부를 처리해준다면, 우리 경천단은 앞으로 소성주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겠네.”
현재 중립 상태에 있는 그가 소성주를 적극적으로 돕는다면 그만큼 소성주의 힘이 강해질 것이다.
게다가 장천운도 독고광을 이대로 둘 생각이 없었다.
사실 독고태를 만난 이유의 절반쯤은 그 일 때문이었다.
독고광을 공격하기 전에 독고태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팽팽한 상황에서 아군이 될 수 있는 세력을 잃을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독고태가 약속만 지켜준다면 걸릴 게 없었다.
“좋습니다. 그는 제가 처리하지요.”
* * *
백리우진은 해독이 되자마자 뒷간부터 들락거렸다.
그 와중에도 이를 박박 갈았다.
“분명히 그 늙은이가 수작을 부린 거야. 누군지 몰라도 절대 가만 안 둔다.”
그 말을 듣고 강조가 넌지시 말했다.
“대주, 그 노인장이 독왕이랍니다.”
“독왕이고 뭐고…… 뭐? 누구?”
“독왕 남사명요.”
“…….”
백리우진은 그제야 자신이 사신을 건드렸다는 걸 알고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씨바…… 장천운, 그 개자식 주위에는 왜 그렇게 이상한 인간들만 있는 거야?”
“소성주도 잘 아나 봅니다.”
* * *
장천운이 구천무원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저만치에서 진명산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거친 숨을 쉬며 장천운 앞에 선 그가 숨도 고르지 않고 말했다.
“헉헉, 령주, 독고민이 풍령장으로 들어간 것을 목격한 자가 나왔습니다.”
장천운의 입가에 차디 찬 살소가 맺혔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군. 잘됐어,”
류화를 성으로 옮기면서 율검당 오대 이조원들에게는 풍령장을 감시하게 했다.
놈이 구천성으로 들어오지 않은 이상 당장 갈 곳은 풍령장밖에 없었다.
강호로 도주한다 해도 풍령장에 들를 수밖에 없을 거라 예상했다.
풍령장은 놈에게 뿌리와 같은 곳이니까.
“가서 당주님께 출동준비를 해 달라 하시오.”
“예, 령주!”
장천운은 진명산을 율검당으로 보내고 자신은 비령각으로 갔다.
우문각도 흔쾌히 무사들을 내주었다.
장천운은 율검당과 비령각 뿐만 아니라 거경당과 귀도당, 철혈단, 풍혼단을 동원했다.
우곡을 비롯한 노고수들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다.
그들은 저번 칠상사 싸움에서 크고 작은 부상은 입은 터였다.
나중을 생각하면 부상부터 완치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일시에 출동명령이 떨어졌지만, 움직이는 것에는 시간 차이가 있었다.
공손백과 나극의 지시를 기다리는 자들 때문이었다.
장천운은 상관하지 않고 일단 모인 사람들만 대동하고 풍령장으로 달려갔다.
독고민이 소식을 듣고 도주하기 전에 포위망을 구축해야 했다.
* * *
풍령장이 발칵 뒤집혔다.
“구천성의 대규모 무사대가 장원을 포위했습니다!”
수하의 보고에 독고광은 눈을 홉떴다.
“뭐야?”
“율검당과 비령각, 풍혼단이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그들 외에도 상당한 수의 무사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습니다.”
독고광은 그들이 몰려온 이유를 짐작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멍청한 놈이 꼬리를 밝혔구나.”
그는 아직 독고민이 류화를 범행대상으로 삼았다가 장천운에게 들킨 사건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독고민이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말하면 마령혼이고 뭐고 독고광이 당장 내쫓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독고민으로서는 현명한 생각이었지만, 독고광에게는 악몽이 되었다.
“나가보자.”
독고광은 그를 호위하는 풍령사마를 대동하고 밖으로 나갔다.
콰앙!
폭음과 함께 장원의 정문이 부서져서 덜렁거렸다.
몇 사람이 덜렁거리는 정문을 발로 차서 부수며 안으로 들어왔다.
“독고광 노선배! 독고민을 내주시지요! 놈은 소성주의 호위인 소진난과 등 당주의 딸인 등민민, 호위 조궁혜를 살해하고 류화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간악한 놈이외다!”
율검당의 책임자인 전무궁이 안에서 나오는 독고광을 보고 소리쳤다.
막 밖으로 나온 독고광은 일단 잡아떼고 봤다.
“독고민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고? 그런데 그 아이를 왜 여기서 찾는가?”
“들어가는 걸 본 사람이 있으니 찾는 것 아닙니까?”
이번에는 장천운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독고광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얼마 전만 해도 실컷 잘해보자고 해놓고 쳐들어오다니.
“글쎄, 난 모르는 일이네.”
“순순히 나오면 살려주겠습니다.”
“난 모르는 일이라니까?”
“전 분명히 살려주겠다고 했습니다. 이제 그럼 그 약속은 끝난 것으로 알아도 되겠습니까?”
뭐? 저 교활한 놈이!
독고광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이만 갈았다.
그때 전무궁이 명령을 내렸다.
“장원 안을 뒤져라!”
독고광이 발끈해서 눈을 치켜떴다.
“어딜 감히! 놈들을 막아라!”
그의 뒤에 서 있던 풍령사마가 좌우로 늘어섰다.
그들의 나이는 사십대에서 오십 대까지 다양했다.
개개인이 절정에 오른 자들.
구천성의 장로들과 비교해도 뒤질 것 없는 실력자들이었다.
또한 장원 안쪽에서 이십여 명이 밖으로 나왔다.
짙은 회색 무복을 입었는데 대부분 삼십대 정도로 보였다.
그들은 백여 명이나 되는 구천성 무사들 앞을 막아서면서도 무표정한 얼굴에 변함이 없었다.
“누구든 안으로 들어가는 놈은 죽여라!”
독고광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장천운을 보며 말했다.
그가 주의해야할 적수는 장천운밖에 없었다.
“흥! 어디서 감히 구천성에 대항한단 말이냐! 뭐하느냐? 놈들을 쳐라!”
뒤늦게 도착한 귀도당주 전막이 분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멈칫했던 구천성 무사들이 풍령장 무사들을 공격했다.
풍령장은 작지 않았지만 대장원에 비하면 크다고 할 수도 없었다.
구천성 무사와 풍령장 무사들이 뒤엉키자 장원의 마당이 꽉 찬 듯 느껴졌다.
오대 일의 싸움. 더구나 구천성 쪽은 율검당과 귀도당, 풍혼단이 나섰다.
비령각 무사들은 보이지 않았는데, 배후를 막기 위해 뒤로 돌아갔다.
지켜보는 간부들의 관심사는 풍령장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 독고민을 누가 잡느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천운은 그들처럼 낙관적이지 않았다.
그가 무력단체인 오당팔단 중 사개 단체와 비령각 무사들까지 동원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 많은 피가 흐를 것이다.
그리고 피의 대가로 알게 될 것이다. 암천이, 천외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으악!”
“커억!”
“조심해! 보통 놈들이 아니다!”
뒤엉킨 무사들 사이에서 피가 튀고, 악다구니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대부분 구천성 쪽 무사들이 뿌리는 피요, 비명이었다.
풍령장의 회의무사들은 무표정한 살인기계처럼 구천성 무사들을 향해 살수를 썼다.
그들도 간혹 부상을 입은 자가 있었지만, 안색하나 변하지 않고 무기를 휘둘렀다.
순식간에 구천성 무사 수십 명이 죽어갔다.
뒤늦게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은 간부들이 혈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이 개자식들이!”
“내가 죽여주마!”
엽가승과 전막을 비롯한 구천성 간부들도 무기를 빼들고 피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졌다.
풍령사마가 말없이 앞으로 나서며 그들의 앞을 막았다.
그때 전막이 방향을 틀더니 독고광을 노렸다.
손을 쓴 이상 수장만큼은 자신이 잡겠다는 의도였다.
“당신은 내가 목을 쳐주지!”
독고광은 날아드는 전막을 보며 차디 찬 살소를 지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그가 우수를 들어서 흔들었다.
검은 기운이 일렁이는 우수가 아수라의 손바닥처럼 거대해지면서 전막을 덮쳤다.
“헛!”
기겁한 전막은 칼을 휘둘러서 찰나에 열두 번이나 허공을 갈랐다.
바위조차 갈라버릴 위력의 폭풍 같은 도세가 독고광의 손 그림자를 난도질했다.
하지만 독고광의 암흑마령장은 거침없이 도세를 뚫고 들어가서 전막을 삼켜버렸다.
“크읍!”
뒤로 이 장이나 튕겨나간 전막을 신음을 토해내며 정신없이 몇 걸음 더 물러섰다.
독고광의 전신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나며 옷자락이 펄럭거렸다.
머리카락도 사방으로 뻗쳐서 평소 때 그의 모습과는 천양지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