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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344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79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344화

오종의 눈이 커졌다.

“뭐야? 독고민이라고?”

“정말 독고민이 혼자서 양가장을 피로 물들였단 말인가?”

조용히 있던 염사승도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장천운은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독고라는 성씨도 흔치 않고, 이십대의 나이에 생김새가 비슷한 사람 중 강호에서 양가장을 홀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가 가명을 썼다?”

“세상에 ‘악(惡)’이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게다가 살아남은 자의 말에 의하면, 그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서 ‘어둠의 하늘이신 주인님’이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암천……?”

장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종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말했다.

“사실이라면 결국 탁무겸인가 뭔가 하는 자가 그 미친놈을 풀었단 말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 문제는 왜 그를 홀로 풀어놓았냐, 하는 것입니다. 우 형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조용히 듣고만 있던 우경이 눈을 반쯤 내리 깔고서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시험을 해보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험?”

“풍령장에서 사라질 때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미쳤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독고광도 이상한 말을 했고요. 그렇다면 독고민이 풍령장에서 뭔가를 얻었고, 그로 인해서 사람이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탁무겸이란 사람은 그걸 알아보고 독고민을 채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경의 말이 이어지면서 장천운의 눈빛도 달라졌다.

‘어? 제법이잖아? 그런데 왜 총사는 이런 사람을 뒤에 처박아놓은 거지? 아직 젊어서 그랬나?’

그 와중에도 우경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시선은 코앞의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자신의 말에 심취해서 주위의 모든 걸 잊은 사람처럼.

“그 후 시간이 흘렀습니다. 독고민이 풍령장에서 뭔가를 얻었고, 그걸 모두 습득했다면 탁무겸은 그에 대한 시험을 해보고 싶었을 겁니다. 그리고 시험을 할 때는 많은 사람을 보낼 필요가 없지요.”

둘러앉은 사람들이 모두 우경만 바라보았다.

우경은 말을 마치고 눈을 들었다. 순간적으로 그의 눈빛이 흔들리고 얼굴이 붉어졌다.

“저……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장천운은 그제야 왜 총사가 우경을 중용 하지 않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우경은 소심한 성격인 듯했다. 부끄러움을 너무 많이 탔다.

총사가 보기에는 아직 못미더웠을 것이다.

“그를 잡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겠소?”

장천운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우경이 발그레한 얼굴로 대답했다.

“독고민은 또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을 겁니다. 아마 남양에 있는 무림맹 지휘부와 적당히 떨어진 곳을 노리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적당히 떨어진 곳? 왜 그렇게 생각하시오?”

“그래야 무림맹도 대대적인 출동을 못하고 소수의 정예를 내보낼 테니까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대답이었다.

“조호이산지계로 적의 정예를 끌어내 지속적인 피해를 줌으로써 사기를 저하시킨다?”

“그렇습니다, 령주. 아마 그런 연후에 본대가 심장부를 겨눌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무리 시험하는 거라 해도 혼자 움직이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장천운도 그 점이 이상했다.

독고민이 아무리 강해졌다 해도 혼자 움직이는 것은 이해되지 않았다.

버리기 위한 패로 쓰기 위해서 데려가지는 않았을 텐데.

왜 탁무겸은 독고민을 혼자 내보냈을까?

그만큼 강해서?

어쨌든 독고민을 찾으면 알게 될 일이다.

“위 령주님, 멸천단도 서쪽으로 갈 겁니다. 될 수 있으면 독고민을 우리가 잡는 게 나으니까요. 독고민의 이동경로를 파악해 주십시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몸이 조금 나아진 류화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독고민이 원래는 자신이 아닌 연송하를 노렸다고.

‘개새끼, 어디서 송하를 넘봐?’

“알겠네.”

장천운의 마음을 모르는 오종이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독고민이 무림맹과 싸우든 말든 그냥 놔두는 게 낫지 않겠나?”

장천운의 시선이 그를 향해 돌아갔다.

“독고민에 대해선 우리 구천성도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독고태 단주의 아들 아닙니까. 무림맹은 물론이고 전 강호 정파무사들의 분노가 본 성으로 향하기 전에 놈을 잡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입니다.”

“음, 그건 그렇네만…….”

“그리고 서쪽으로 가는 길에 들러볼 곳이 있습니다.”

“들러볼 곳?”

“동백산 풍혈곡이라는 곳입니다.”

장천운은 자연스럽게 말하며 동백을 바라보았다.

동백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동 위사께선 풍혈곡을 아시나보군요.”

동백은 부인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물어보는 투였다. 거짓말을 해봐야 역효과만 날 뿐.

“들어본 적이 있네.”

“위치도 아십니까?”

“글쎄, 말로만 들어봐서…….”

아마 위치도 아는 듯했다. 하지만 장천운은 그쯤에서 질문을 멈췄다. 아직은 그와 다툴 때가 아니었다.

‘언젠가는 그 속을 다 뒤집어보고야 말겠어.’

 

* * *

 

장천운이 멸천단과 함께 섭가장을 나서서 서쪽으로 향하던 그날 밤, 구천성 인근에서는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장산이 소천과 함께 청산궁 무사들을 사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말 그대로 사냥이었다.

청화령과 청운령 무사들이 정예고수들이라 하나 그 두 사람과는 차이가 너무 컸다.

영산자가 청산궁 무사들의 연속적인 죽음에 대해 보고를 받았을 때는 이미 십여 명이 당한 후였다.

청운령주 이도산의 보고를 받은 그는 그 동안 쌓인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뒤져라! 샅샅이 뒤져서 놈들을 찾아내!”

구천성의 시선이 염려되긴 하지만, 마침 장천운도 멸천단과 함께 서쪽으로 간 터였다.

그는 청운령주에게 명령을 내리고 정도하를 찾아갔다.

정도하는 장천운의 시선을 피해서 거처를 옮긴 상태였다.

그가 찾아갔을 때 정도하와 용환종이 함께 있었다.

두 사람 다 내상이 많이 나아진 듯 안색이 훨씬 좋아보였다.

“용 호법, 소식 들었는가?”

대답은 정도하가 했다.

“예, 사숙. 그일 때문에 용 호법님과 상의 중이었습니다.”

영산자는 그 말을 듣고 분노가 싸늘하게 식었다.

정도하가 어디 한두 번 말썽을 피웠는가?

모르고 있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득했다.

“속단해서 개인적으로 움직이지 마라. 사형께서도 구천성을 자극하는 일은 당분간 피하라고 하셨다.”

“걱정 마십시오. 본 궁의 무사들을 살해한 자들만 잡을 생각입니다.”

영산자는 불안했지만 당장 가동할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았다.

“명심해라. 자칫해서 엉뚱한 일이 벌어지면 사형의 계획이 어긋난다는 걸.”

세상에 무서울 것 없는 정도하도 청산자만은 두려워했다.

그는 사부인 청산자가 이번 내기에 얼마나 심력을 기울이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내기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천 명의 목숨조차 가벼이 여길 정도였다.

제자라 해도 목이 달아나는 건 한 순간일 터.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구천성에서 한 짓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까?”

“구천성에서 한 짓이라면 우리부터 그냥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말 또한 일리가 있었기에 정도하도 더 이상은 토를 달지 않았다.

“그럼 일단 놈들부터 찾고 보지요.”

그때였다. 밖에서 비명이 들렸다.

“크억!”

“웬 놈이…… 허억!”

영산자와 정도하, 용환종은 급히 밖으로 나가보았다.

청화령과 청운령 무사 서너 명이 피를 뿌리며 쓰러져 있었다.

나머지 여덟 명이 두 사람을 포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은 포위한 자들이 보이지 않는 듯 차갑고 무심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장산과 소천. 그들이 마침내 청산궁의 주요 인물들을 직접 찾아 나선 것이다.

“여기에 숨어 있었군.”

“웬 놈들이냐?”

영산자가 노기를 억누르며 물었다.

장산이 무심한 어조로 말하며 앞으로 나섰다.

“형제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온 사람. 너흰 우리를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소천, 저들의 목숨을 거두게나.”

그 말이 떨어지자, 소천이 뻣뻣이 선 채로 영산자를 향해 날아갔다.

장산도 바짝 긴장해 있는 청화령과 청운령 무사들을 공격했다.

고오오오오오.

소천을 대한 영산자는 천장 절벽이 눈앞에서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이를 악물고 다급히 공력을 끌어올린 그는 전력을 다해서 장력을 떨쳤다.

“이노오오옴!”

최근 들어 장천운에게 밀리긴 했지만, 천하에 자신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자는 열도 안 될 거라 생각했다.

자신이 패할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첫수의 격돌부터 그는 자존심을 팽개쳤다.

무표정한 상대의 공격은 패도적이었다.

찰나 간에 펼쳐진 다섯 번의 공방. 맞부딪칠 때마다 온몸이 울렸다.

주춤거리며 물러선 그는 백짓장처럼 창백해진 안색으로 눈을 부릅떴다.

세상에 이런 패도장법이 있을 줄이야!

그리고 여섯 번째 격돌.

콰아앙!

굉음에 고막이 먹먹해졌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엄청난 충격에 온몸이 울렸다.

퍽!

자신이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 뒤로 주르륵 밀려난 그의 몸이 기둥을 들이받고 멈췄다.

그 순간, 검을 빼든 정도하와 용환종이 동시에 장산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청화령과 청운령 무사들도 이미 셋이 더 쓰러진 상태였다.

남은 사람은 다섯. 그들마저 쓰러지기 전에 상대를 공격해야 그나마 승산이 있을 듯했다.

장산은 느릿하게 몸을 돌리며 검을 뻗었다.

검에서 뻗어 나온 시퍼런 강기가 허공에 호선을 그렸다.

두 사람의 검강과 용환종의 장세가 뒤엉키면서 귀청을 울리는 폭음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떠더더덩! 쿠구궁!

정도하와 용환종은 얼굴이 일그러진 채 혼신의 힘으로 맞섰다.

아무리 부상을 당했다고 하나 그들도 절대의 경지에 올라선 고수들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협공하고도 우세를 점할 수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정도하는 세상에 나올 때만 해도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던 자 아닌가.

장천운에 이어서 또 다시 패배감을 느끼자 그 충격이 더욱 컸다.

“네놈을 죽이고 말겠다!”

눈을 치켜뜬 그는 악을 쓰며 장산에게 달려들었다.

“소공!”

용환종이 놀라서 소리치며 뒤따라 몸을 날렸다.

진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지만 정도하가 당하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장산은 공격해오는 그들을 보며 검을 머리 위로 들었다.

“하늘을 멸하리라!”

일갈! 그리고 대지로 떨어져 내리는 검!

쩌저적!

진정 하늘이 갈라지는 듯했다.

쾅!

정도하의 검이 부서지며 사방으로 튀었다.

용환종의 쌍장이 만들어낸 장막은 종잇장처럼 찢겨졌다.

뒤로 날아간 정도하는 바닥에 떨어진 후 떼굴떼굴 굴렀다.

그나마 장산의 검세가 마지막에 용환종 쪽으로 향하면서 목숨은 구할 수 있었다.

대신 용환종이 장산의 공세를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했다.

비틀거리며 서너 걸음 물러선 용환종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열렸다.

“이, 이건…… 철혈마절(鐵血魔折)…… 어떻게 네가…….”

그의 이마를 타고 시뻘건 혈선이 그어졌다.

점점 굵어진 혈선에 핏방울이 맺히더니 그의 콧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직후 눈이 아득해진 그의 몸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때 영산자가 엉거주춤 일어서는 정도하의 허리를 낚아채서 몸을 날렸다.

장산 역시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여서 그를 쫓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다.

정도하와 용환종은 개개인이 그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절대지경의 고수 아닌가.

용환종을 죽일 수 있었던 것도 정도하의 무리한 공격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소천이 영산자를 쫓으려 하자 급히 말렸다.

“소천, 그는 놔두고 그만 가세.”

 

* * *

 

동문 외곽에서 벌어진 싸움은 구천성에도 알려졌다.

“영산자가 부상을 입고, 청산궁의 무사 중 이십여 명이 죽음을 당했습니다.”

정유의 보고를 받은 우문각은 곤혹스런 마음이었다.

“누가 그들을 공격했다고 보느냐?”

“그걸 알 수가 없습니다. 금룡장은 움직임이 없었고, 암천문도 지금 상황에서 그들을 칠 이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우문각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렇다면 또 다른 제 삼자가 있다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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