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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341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88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341화

“아마 왕 회주도 이제는 초 형을 무시하지 못할 거요. 사밀령의 사령주가 아니라, 나의 사자로 가는 거니까.”

초광은 장천운의 명령이 마음에 안 들었다.

전에 목숨을 구해준 빚만 없어도 못한다고 했을 텐데…….

솔직히 흑월대의 대주라 하나 지위 상 자신보다 위에 있는 것도 아니잖아?

‘한번 개겨봐?’

그가 용기를 내서 반발하려는데 장천운이 말했다.

“내가 며칠 전에 정리해놓은 검법이 하나 있는데, 적어줄 테니 무창까지 가면서 그거나 익혀보시오. 아마 초 형에게 어울릴 거요.”

어?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장천운 같은 괴물이 평범한 검법을 내밀 리 없다.

“정말……이오?”

“싫으면 다른 사람을 시키겠소. 초형이 조금만 노력하면 절정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절정경지! 그 검을 익히면 자신이 절정고수가 될 수 있다고?

“아, 아니오, 대주. 사실 대머리 회주도 알고 보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습디다. 내가 다녀오겠소.”

“알았소. 그럼 내일 새벽에 무화원으로 나를 찾아오시오.”

 

* * *

 

방성의 소식은 첩밀각의 전서구가 날아들면서 구천성에도 알려졌다.

사건이 벌어진지 하루 만이었다.

첩밀각으로부터 전서를 전달받은 우문각은 사마경을 찾아갔다.

전서를 다 읽고 눈을 든 사마경의 표정은 보는 이의 가슴이 서늘해질 정도로 차가웠다.

“무림맹도 이제 암천문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을 거예요.”

“피바람이 더욱 거세질 거요.”

“그러겠죠. 강하게 부딪칠수록 더 심하게 부서지는 법이니까요.”

“소성주께선 어떻게 하실 생각이오?”

“멸천단을 내보낼 생각이에요. 천운에게 일단 암천문의 총단을 찾아보고,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서 대처하라 했어요.”

“으음, 장 대주가 가면 소성주의 안전이 걱정되는구려.”

사실 사마경도 장천운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공손백과 나극 쪽 사람들을 통솔할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대신 교왕과 패왕, 환마와 쌍노 노선배님들이 제 곁에 있을 거예요.”

출정하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이동해야 한다. 노인네들을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게다가 그들 다섯이라면 장천운과 흑월대원 몇이 빠진 자리를 메워줄 수 있을 듯했다.

“그렇다면 그나마 안심이오.”

“그리고 무림맹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무당파의 명허진인과 소림사의 심혜대선사가 산을 내려왔다는군요.”

우문각도 그 말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내이선이 하산했단 말이오?”

“그래요. 거기다 파천회주인 무제 이천릉까지 나섰다고 해요. 아마 암천문도 당분간 정신이 없을 거예요.”

우문각이 사마경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직 말씀해주시지 않은 것이 또 있소?”

무림맹의 제갈승조와 파천회의 모용문태는 장천운이 직접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총사인 우문각조차 그쪽의 소식은 바로 알 수가 없었다.

우문각은 그 점이 마음에 안 들었다. 왠지 따돌림 당한 기분이랄까?

그러나 사마경도 할 말이 많았다.

“서운해 하실 것 없어요. 숙부도 말하지 않은 것이 있잖아요.”

“내가 뭘 말하지 않았다는 거요?”

“저번 응한곡을 공격할 때 나섰던 사람들, 누구에요?”

영조를 말하는 듯했다. 당시에는 그들에 대해서 비령각의 비밀무사라고만 했었다.

“으음, 그들은…… 영조요.”

“묵조가 마지막이라고 하더니, 영조가 나왔네요. 또 누가 있어요?”

“이제는 진짜로 없소.”

“정말 없어요?”

“없소.”

“정말이죠? 정말 없죠? 만약 나중에 또 다른 자들이 나오면, 그때는 그 사람들을 아무 조건 없이 저에게 넘겨주겠다고 맹세할 수 있어요?”

“…….”

“왜 대답을 못하세요?”

“그게…… 두 사람이 있긴 한데, 그들은 내 수하가 아니오.”

“거봐요, 또 나오잖아요!”

사마경이 빽 소리쳤다.

“수하가 아니어서…….”

“수하든 아니든, 숙부를 위해서 검을 드는 사람들인 것은 분명할 거 아니에요?”

사마경이 얼굴을 들이밀며 몰아붙이자, 우문각이 엉겁결에 변명 같지도 않은 변명을 했다.

“그들은…… 검을 쓰지 않소.”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었다. 막상 말을 한 우문각도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슬쩍 눈을 흘겨서 장천운을 살펴보았다. 자식이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다.

게다가 눈이 마주치자 입술을 비틀며 말하는데, 더 짜증이 났다.

“검을 안 쓰면 도를 씁니까? 아니면 창?”

빌어먹을 놈!

“수하가 아니면 어떤 분들입니까?”

“내 친구다! 됐냐?”

“원래 다 그렇게 말하죠. 전대 성주님과 총사께서 친구였듯이.”

“너 정말……!”

우문각이 발끈해서 눈을 치켜뜨자, 장천운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재빨리 말을 끊었다.

“저는 말입니다.”

“…….”

“그 사람들이 정말 총사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사람들인지, 소성주와 구천성을 위해서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인지, 그것만 궁금할 뿐입니다.”

우문각은 숨이 턱 막혔다.

눈앞에 있는 놈은 지금까지 그가 알고 있던 장천운이 아니었다.

너무 커서 온통 놈만 보였다.

왜 그런지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전에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과 장천운을 비교한다는 건 아직 시기상조라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는가보다.

‘이놈이 언제…… 청산자 어른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컸단 말인가.’

믿어지지 않았다. 결코 정상적인 성장이 아니다.

물론 정신적인 크기나 내면에 쌓인 경륜은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의 경지에 있어서만큼은 청산자와 별 차이가 없을 듯했다.

그는 겨우 말을 짜냈다.

“나는…… 그들을 믿는다. 그들은 내가 가장 어려울 때 나를 위해 나서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솔직히, 소성주를 위해서 나서줄지는 나도 장담할 수 없다. 내가 말한다 해도.”

“알겠습니다. 그럼 그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정도로 알고 있겠습니다.”

장천운은 실망하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급하게 필요할 때는 총사를 인질로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그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걸 물어보았다. 분위기도 바꿀 겸 조금은 장난스런 말투로.

“그 영조라는 사람들, 그 사람들 이름도 묵조처럼 영일, 영이, 영삼…… 그렇게 나갑니까?”

“아니다.”

“다행이군요.”

뭐가 다행이야?

우문각은 왠지 놀림을 당하는 기분이었지만 꾹 참고 영조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그들은 무일, 무이, 무삼, 무사, 무오다.”

“…….”

장천운은 할 말을 잃었다. 처음으로 우문각과의 말싸움에서 패한 기분이었다.

“깔깔깔깔…….”

사마경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얼마나 입을 크게 벌렸는지 목젖이 환하게 보였다.

‘입이 생각보다 크네.’

평소에는 앵두처럼 오므려서 작은 줄 알았는데.

 

* * *

 

어둠이 깔린 구천성 동문 밖.

평상시와 다름없어 보이는 상가와 주택밀집지역에 기이한 기류가 흘렀다.

그 기류의 발단은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을 헤집고 다니는 이십여 명에게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평범한 무사복장을 하고 있었다. 겉만 봐선 구천성 인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무사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나다니는 사람과 건물들을 예리한 눈빛으로 살펴보는 모습은 흔한 무사와 차이가 많았다.

삐이이익!

어디선가 기다린 소성이 울렸다.

골목을 헤집고 다니던 무사 중 절반 정도가 소성이 들린 곳으로 이동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에는 한 사람이 죽어 있었다.

자결한 듯 검이 심장을 관통해 있고, 손잡이를 죽은 자가 잡고 있었다.

“정말 독한 놈이군. 빠져나가기가 어려워지니까 자결을 했어.”

푸른 무복을 입은 사십대 중년무사가 시신 곁에 서서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어쨌든 그자의 은신처가 여기서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청의무사가 말하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중년무사가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 밤에 반드시 찾아낸다. 약간 말썽이 생기더라도 샅샅이 뒤져라.”

그때였다.

“여기가 너희들 놀이터인줄 알아? 뒤지긴 어딜 뒤져?”

화난 목소리가 어둠속에서 들리더니, 몇 사람이 골목 입구 쪽에서 나타났다.

청의를 입은 중년무사는 그들을 보고 이마를 찌푸렸다.

나타난 자들은 모두 다섯. 무기를 지닌 모습과 말투를 보니 구천성의 무사인 듯했다.

그래서 조용히 타이르듯 말했다.

“구천성과는 싸우고 싶지 않으니 그냥 지나가시오.”

그런데 나타난 자들 중 하나가 담장에 기대어져 있는 시신을 발견하고 놀라서 소리쳤다.

“어? 사람을 죽였잖아?”

다른 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한 마디씩 나섰다.

“뭐? 살인을 했다고? 뭐야, 이 새끼들?”

“어쩐지 수상하다 했더니, 살인을 저지른 놈들이구나! 혹시 섭가장을 공격했다는 놈들 아니야?”

“꼼짝 마라, 이놈들!”

중년무사도 슬슬 짜증이 났다.

구천성 무사들과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잡혀갈 마음도 없었다.

그는 마지막 인내심을 발휘해서 구천성 무사들을 설득했다.

“그냥 조용히 가지 그러나. 그럼 몸은 건사할 수 있을 거다.”

“이 새끼가 이제 협박까지! 너 이 자식, 이름이 뭐야!”

인상이 귀신 찜 쪄 먹게 생긴 자가 눈을 부라리며 다그쳤다.

중년무사는 상대의 얼굴을 보고 흠칫했다.

그러잖아도 흉악하게 생긴 얼굴을 밤에 보니 귀신이 따로 없었다.

“정말 인상 한번 더럽게 생긴 자군.”

“네놈 낯짝은 얼마나 잘나서! 눈알도 콩알만 한 게 영락없이 쥐새끼처럼 생겼고만.”

중년무사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

눈이 작다고 놀려대는 건 그에게 있어 가장 큰 욕이다. 그 말을 한 놈은 철천지원수와 동격. 반드시 눈구멍을 파서 죽여야 할 놈이다.

“관을 봐야 눈물을 흘릴 놈이군. 정 죽고 싶다면 소원을 들어주마.”

“뭐? 이 개쉐이가 어디서 주워들은 말은 있어서! 어디 관 한번 내놓아봐라, 이 자식아!”

귀신같은 인상에 욕설까지 걸걸한 사람이 구천성에 몇이나 될까.

달빛에 비친 그는 다름 아닌 막소광이었다.

당연히 함께 나타난 사람들도 흑월대원들이었고.

그들을 이끌고 온 장천운이 손을 들어서 막소광을 막았다.

“뒤로 물러서쇼. 막 형의 상대가 아니오.”

“별로 안 쎄게 생겼는데?”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고.”

“뭐, 대주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지.”

막소광이 머뭇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래도 한마디 남기는 것은 잊지 않았다.

“좌우간, 너 이쉐끼, 운 좋은 줄 알아! 아니지, 너 이 자식, 운 더럽게 없다. 하필 걸려도 우리 대주에게 걸리냐. 쯔쯔쯔.”

막소광이 혀를 차는 사이, 장천운은 중년무사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응에게 연락이 왔다. 청산궁이 수색을 강화했다고 한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던 장천운은 임무가 끝난 이조원 중 사공명신과 두양양, 막소광, 목진화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밖으로 나오자마자 소성이 들렸다.

그래서 소성이 들린 곳으로 왔는데, 시신이 있는 것 아닌가.

“청산궁에서 누굴 찾는 거요?”

대뜸 튀어나온 ‘청산궁’이란 말에 중년무사의 작은 눈이 가늘어졌다.

“너는 누구냐?”

“내가 누군지 말해주면, 당신도 찾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소?”

“그건 말할 수 없다.”

“말할 수 없다? 그럼 할 수 없군. 살인 현행범으로 잡아가서 입을 열어보는 수밖에.”

“네 마음대로는 안 될 거다. 쳐라!”

중년무사가 냉랭히 소리치자, 청의무사들이 신형을 날리며 공격에 나섰다.

기다렸다는 듯 사공명신과 두양양, 목진화가 튀어나갔다.

뒤늦게 막소광도 뛰어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어디다 칼을 들이대, 이 개쉐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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