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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339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66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339화

* * *

 

사마경으로부터 명단을 받아본 공손백은 이를 갈았다.

“죽일 놈! 우문각, 이놈이 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었어.”

“그래도 예상했던 것보다는 우리 쪽 사람을 적게 편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군.”

“그건 그렇지. 그런데 너와 추산의 이름도 있다, 동백. 합류할 것이냐?”

“그들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합류해 있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합니다.”

소리 없이 씩씩거리던 공손백이 미간을 좁히고 잠시 생각하더니 동백의 말에 동의했다.

“하긴 네 말도 일리가 있다. 우리 쪽 사람도 단속해야 하니까. 그런데…… 부재 시 구천금령주에게 전권을 맡기겠다고? 교활한 계집, 결국 장천운에게 지휘권을 주겠다는 거군.”

“어차피 장천운을 앞장세울 거라는 것은 주군께서도 짐작하셨지 않습니까?”

공손백도 모르지 않았다. 그래도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생각할수록 구천대평의회에서 그 일을 막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그 계집의 계획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봐라.”

“내부에서 혼란스런 일이 벌어지면 멸천단을 유지해야할 명분을 잃게 될 겁니다. 물론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공손백은 동백의 말을 바로 알아듣고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 그 사이 나는 파천회를 최대한 이용해봐야겠다. 최소한 탁무겸의 한팔 정도는 꺾을 수 있겠지.”

 

* * *

 

무림천하가 폭풍전야처럼 짙은 침묵에 짓눌렸다.

섭가장이 혈겁을 당했을 때만 해도 정파무림은 고소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벽월장이 피바람에 휩쓸리자 바짝 긴장했다.

언제 자신들도 벽월장 꼴이 될지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벽월장이 피로 물든 지 사흘째 되던 날, 종무진인이 천하 일백 정파에 선포문을 보냈다.

선포문은 암천문이 천하마도의 주축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내용은 통상적인 문구로 작성되었다. 마도를 지칭하는 문파로 암천문을 적시하였다는 정도가 다를 뿐.

 

[우리의 형제, 벽월장의 오백 무사가 마도세력 암천문의 공격을 받아 괴멸 당하였다. 이에 본 무림맹은 사악한 마도문파인 암천문을 멸하여 정의를 세울 것이다!

협의를 숭앙하는 무사들이여! 일어나서 무림맹과 함께 마도를 멸하지 않겠는가!

뜻이 있는 천하의 협의지사들은 무림맹으로……!]

 

구천성과의 전쟁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그때는 강호에 대한 기득권을 놓고 벌인 싸움이었다.

그러나 전쟁선포문에 나와 있듯이 암천문과의 전쟁은 흑과 백, 정도와 마도라는 이념이 걸린 싸움이었다.

무림맹의 장로와 간부들 누구도 이견을 내놓지 않았다.

이견은커녕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암천문 척결을 외쳤다.

개중에는 천외의 사람이라고 암중에 분류되어 있던 간부들도 상당수였다.

제갈승조는 그들을 모두 전쟁의 선봉에 배치시킬 작정이었다.

 

* * *

 

무림맹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는 소식이 들리자, 장천운도 보조를 맞춰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금룡신군을 찾아갔다.

금룡장은 분위기부터 전쟁 직전의 사령실 같았다.

장천운은 그 이유를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신군, 저희 구천성과 함께 암천문의 예하세력을 쳐서 탁무겸의 손발부터 잘라내면 어떻겠습니까?”

“괜찮은 생각이군.”

“가능하면 암천문의 총단까지 칠까 합니다만.”

“호오, 암천문의 총단을 친다? 총단의 위치는 알고 있느냐?”

“신군께서 아시면 좀 알려주시지요.”

“허허허, 내 제법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만, 몇 가지 모르는 것이 있느니라. 그 중 하나가 암천문의 총단이다.”

“솔직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신군께서 천외의 어둠을 다스리는 암천문의 총단을 모르시다니요.”

“정확히 말하자면, 암천문의 진정한 총단을 모른다고 해야겠지.”

“하면……?”

“암천문이 왜 어둠의 하늘로 불리는지 아느냐?”

“어둠 속에서 활약하기 때문에 암천이라 하지 않습니까?”

“비슷하긴 하지.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그들이 어둠의 하늘이라 불리는 것은, 어둠 어느 곳에든 있기 때문이니라. 오늘은 이곳이 총단이 될 수도 있고, 내일은 천리 밖이 총단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본거지처럼 쓰는 곳은 있을 것 아닙니까?”

금룡신군은 대답을 미루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가 차를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을 때까지, 장천운은 아무 말도 없이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금빛이 은은하게 일렁이는 눈만 봐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소리 없이 찻잔을 내려놓은 금룡신군이 눈을 들었다.

“원한다면 한때 본거지처럼 사용했던 곳이라도 알려주마. 가봐야 지금은 텅텅 비어 있겠지만.”

“그래도 조사를 해보면 혹시 압니까? 실낱같은 꼬리라도 잡을 수 있을 지요.”

“하긴…… 그렇다면 동백산의 풍혈곡을 찾아가봐라. 오 년 전에는 그곳에 있었으니까. 미리 말해두지만, 삼 년 전 그곳에 갔을 때는 짐승들만 뛰놀고 있었느니라.”

텅 빈 곳이라 하나 처음으로 암천의 본거지를 알아냈다.

그곳이 정말로 비어있다 해도 최소한 모르고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신군께서 많이 도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우리 역시 암천문에 받을 빚이 있다. 도와줄 수 있는 건 얼마든지 도와주마. 단, 공짜로 도와줄 수는 없다.”

“저도 공짜는 싫어합니다. 아마 소성주께서도 같은 마음이실 겁니다. 사실 신군께서 구천성 근처에 계시는 걸 알면서도 저희가 왜 보고만 있었겠습니까. 그것만 해도 저희 역시 성의를 보이고 있는 셈이지요.”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구렁이 담 넘듯 은근슬쩍 넘어가는 장천운이다.

금룡신군은 묘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허튼 짓 했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거다, 그런 뜻이냐?”

“제가 어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신군께서 현명하게 행동하셨다는 말씀이지요.”

돌려 치고 메쳐봐야 결국 그 말이 그 말이다.

금룡신군이 어찌 그 뜻을 모를까.

“허허허허, 못 본 사이에 많이 컸구나. 하늘 아래에서 노부에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다.”

“칭찬으로 알겠습니다.”

“맞다. 칭찬한 것이니라. 다만 노부의 칭찬을 받고 오래 산 놈이 없다는 게 문제이긴 하다만.”

“그거야 그 사람들 문제지요. 저는 명이 길어서 그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저번에도 남들이 다 죽었을 거라고 했을 때 살아서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오히려 저를 죽이려 했던 사람들이 먼저 죽거나 크게 다쳤지요.”

“하긴 너도 좀 질긴 목숨이긴 하지.”

“무창의 점쟁이가 제 명을 제대로 봤다면, 아마 신군보다 더 오래 살 겁니다. 그러니 신군께서는 저보다 신군의 건강부터 챙기십시오.”

화기애애하게 오가는 말투 속에서 독이 발라진 화살이 쉴 새 없이 날아다녔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은 웃고 있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양적과 광호, 찬강은 장천운에 대한 판단을 수정해야만 했다.

‘새파랗게 젊은 놈이 참으로 대단하구나.’

‘태사령이 왜 저놈 때문에 고민이었는지 이제야 알겠어.’

‘정말 내 손으로 직접 목을 따고 싶은 놈이군.’

그때 장천운이 고개를 돌려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저분들이 암천문과의 싸움에서 선봉에 서실 분들인가 보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장천운은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아무런 표를 내지 않았다.

손우곤에게 뒤지지 않는 무위를 지닌 자들이었다.

특히 작은 키에 눈이 실처럼 가느다란 오십대 중반의 중노인. 그는 껍데기만 온화하게 보일 뿐 속은 온통 살기로 뭉쳐 있었다.

아마 무공만 따진다면 손우곤이나 영산자보다 강할 듯했다.

더 놀라운 점은 자신이 아는 인명록에 없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저런 고수들이 금룡장에 몇 명이나 더 숨어 있는 걸까?

장천운이 내심 놀라고 있을 때 금룡신군이 말했다.

“일단 눈앞의 일부터 해결하자꾸나.”

“말씀하시지요.”

“본 장이 파악하고 있는 암천문의 하부문파는 모두 일곱 곳이다. 그 중 하나인 응한곡을 너희가 무너뜨렸으니 이제 여섯 곳 남았다고 봐야겠지. 그 여섯 곳 중 안휘 쪽의 세 곳을 우리가 맡겠다. 하남의 셋은 구천성이 책임져라.”

장천운은 흔쾌히 동의했다.

“좋습니다, 그 세 곳은 저희가 맡죠.”

대신 조건을 붙였다.

“서쪽에 금룡장과 관련된 곳이 있으면 한두 곳만 알려주십시오.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할지 모르니까요.”

금룡신군은 바로 대답을 못했다.

장천운의 말인 즉, 금룡장의 예하세력을 알려달라는 말 아닌가 말이다.

만약 적이 되면 자신들의 비밀을 알려주는 셈이 될 터. 알려주자니 찝찝하고, 알려주지 않자니 트집을 잡을 게 뻔해 보였다.

장천운은 금룡신군이 망설이자 굳이 재촉하지 않았다.

“싫으시다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쩔 수 없지요.”

금룡신군은 그 말이 더 수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장천운이 말했다.

“청산궁 쪽에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요.”

금룡신군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

“허허허, 그럴 거 없다. 언제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모르니 한 곳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좋겠지.”

정말 여우가 따로 없다. 너무 위험한 놈이다.

지금이라도 그냥 죽여야 하나?

하지만 결국 금룡신군은 살기를 접고 장천운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 * *

 

금룡장을 나선 장천운은 구천성으로 돌아오자마자 영산자를 찾아갔다.

영산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점심을 앞두고 찾아온 놈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구천성이 파악한 암천문 예하세력 중 두세 곳을 우리 청산궁이 책임져 달라?”

무슨 의미로 그런 제안을 하는 걸까?

왠지 수상했다.

“그렇습니다. 어차피 암천문을 저대로 놔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다만…….”

“연합한 형태도 좋지만, 그럴 경우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각기 따로 움직여서 공격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 말도 일리가 있긴 한데…….”

“왜요, 싫습니까?”

싫어서가 아니다. 장천운의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이자니 어딘지 모르게 께름칙했다.

어둠 속에 쳐놓은 거미줄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랄까?

“아니다. 좋아, 그에 대해서 사형께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아내마.”

“청산자 어른께서 구천성 근처에 계시는가 보군요. 정도하라는 분이 계신 객잔에 계십니까?”

“그게…….”

저놈하고만 말을 하면 자꾸 더듬거린다.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지,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이 많기 때문이다.

영산자는 그 점이 짜증나서 숨김없이 말해주었다.

“맞다. 그곳에 계신다.”

‘역시 그랬군. 그 겉모습만 도사인 무지막지한 늙은이도 왔어.’

천외삼성 중 금룡신군과 청산자가 구천성 근처에 똬리를 틀었다.

그들의 뜻을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도와주는 척하다가 기회가 생기면 구천성을 집어삼키겠다는 것이겠지.’

남보다 한발 먼저 움직이면 그만큼 내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어이없게도 두 노인네는 비상상황에서도 내기에 열중하고 있는 듯했다.

‘그 점을 최대한 이용하면 서로를 견제하게끔 만들 수 있을 거다.’

어쨌든 금룡신군이 책임을 맡긴 세 곳 중 최소 두 곳은 청산궁에 떠넘겼으니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청산궁에서 파악한 암천문 예하세력을 알려주십시오. 그래야 저희도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장천운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얼굴 가죽이 두꺼워야 했다.

그 점은 자신 있었다. 온갖 치졸한 귀계가 난무하는 흑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덕분이었다.

그에 비하면 영산자는 순진한 편이었다.

‘그래, 우리가 공격하려는 곳 중 일부를 구천성에 떠넘기면, 손해 보는 것 없이 암천문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겠어.’

그렇게 결론을 내린 영산자는 자신들이 파악한 암천문의 예하세력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장천운은 영산자가 알려준 정보를 머릿속에 새겼다.

청산궁이 파악한 암천문의 예하세력은 대부분 금룡장이 파악하고 있는 곳과 동일했다.

하지만 박주(亳州)의 혈살문은 금룡장이 미처 모르고 있던 곳이었다.

“구천성에서 혈살문과 철마교를 맡아주면 우리도 공격을 호북과 하남 서쪽에 집중시킬 수 있을 것 같다만. 어떻게 하겠느냐?”

“알겠습니다. 그 두 곳은 저희가 처리하죠.”

장천운은 당당한 표정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박주의 혈살문뿐만 아니라 철마교도 안휘성과 하남성 경계에 있었다.

게다가 철마교는 금룡장의 공격대상 중 하나였고.

‘혈살문도 금룡장에 떠넘기면 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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