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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337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8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337화

한마디만 삐끗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공손백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누가 그런 말을 하는지 데려와 보시오. 만약 증거도 없이 헛소리를 하는 거라면 이 공손백이 죄를 물을 것이오.”

“그럼 아니란 말이오?”

“이 공손백은 열여덟 살 때부터 구천성의 사람이었소. 그리고 지금 역시 뼛속까지 구천성 사람이오.”

조금도 머뭇거림이 없는 당당한 대답.

거짓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그 태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하후등안도 그 기세에 밀려서 더 이상 몰아붙이지 못했다.

“부디 그 마음 변치 않길 바라겠소이다.”

“걱정 마시오. 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소성주께서 잘 아시니까 말이오.”

공손백이 은근슬쩍 사마경을 끼워 넣었다.

간부들도 의외라는 표정으로 사마경을 바라보았다.

결국 사마경이 그에 대해 답했다.

“맞아요. 대령주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암천문과 싸우기로 저와 약조하셨어요. 그에 대해서는 믿어도 좋아요.”

교묘한 말이었다.

그녀의 말 어디에도 공손백이 암천문과 관계없다는 말은 없었다.

오히려 암천문과 싸우겠다고 사마경과 약조했다는 말만 강조되었다.

공손백은 그 차이점을 알고 입맛이 썼지만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교활한 계집.’

만에 하나 장천운이란 놈이 전서를 공개한다면, 자신이 지금까지 한 말 모두가 거짓이 되는 것이다.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꾹 참고 최대한 담담히 말했다.

“하후 보주, 이제 의문이 풀리셨소?”

하후등안도 사마경의 말만큼은 무시하지 않았다.

“소성주께서 하신 말씀이니 믿어야지요.”

―네 말은 못 믿어도 소성주의 말은 믿겠다.

그런 말투.

공손백은 입을 꾹 닫은 채 고개를 돌렸다. 보고 있으면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사마경은 그의 마음을 눈치 채고도 모른 척했다.

“그럼 이제 암천문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이야기해보도록 해요.”

“그 전에 하나 묻겠습니다.”

천주검문의 문주인 천주일섬 하중산이 일어서며 말했다.

“말씀해보세요.”

“천외의 세력이 모두 셋이라 들었습니다. 암천문 외에 나머지 두 곳에 대해서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머지 두 곳은 금룡장과 청산궁이에요. 그 중 청산궁은 본 맹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암천문을 상대하기로 약속했어요.”

사실은 공손백과 싸우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금룡장 역시 우리 구천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해요.”

“그들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어쨌든 청산궁은 청산자의 사제이신 영산진인이 직접 나서서 지난 일을 사과하고 약속했어요. 그리고 이번 응한곡의 암천문 지부를 공격할 때도 선봉에 섰지요.”

모르고 있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금룡장도…… 이번에 응한곡을 치는데 큰 도움을 줬어요. 그들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줬으니까요.”

사마경은 청산궁과 금룡장을 확실하게 드러내면서 보이지 않는 올가미를 씌웠다.

이제 암천문은 응한곡이 어떻게 드러나고 공격당했는지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이 혹시 일전에 흑월대주를 죽이려 했던 자들 아닙니까?”

“맞아요. 그런 일이 있었죠. 하지만 장 대주는 이번에 그들의 도움을 받아들이면서 그 일을 잊기로 했어요. 개인의 원한보다 형제들의 복수를 하는 일이 최우선이니까요.”

사마경이 슬쩍 장천운을 추켜세웠다.

“아! 그랬군요. 그렇다면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과연 장 대주는 사내대장부입니다!”

장내의 간부들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수긍했다.

개중 몇 사람의 눈빛이 묘하게 번뜩였지만, 그에 대해서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갑론을박하면서도 천외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자는 의견은 일치했다.

금룡장과 청산궁 역시 해가 된다면 당장 공격하자고 할 태세였다.

사마경이 그 말을 꺼낸 것은 열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였다.

“천외를 상대하기 위한 첫 번째 대책으로 성주 직속의 한시적인 특수조직을 만들겠어요.”

시장통처럼 시끌벅적하던 구천대전 안이 조용해졌다.

특수조직.

상황을 보면 당연한 조치일 수 있었다.

그런데 사마경과 공손백, 나극이 권력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시기라는 점이 문제였다.

사마경은 질문이 나오기 전에 먼저 청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름은 멸천단. 인원은 사십에서 오십인 정도. 기준은 최소 절정에 근접한 정도의 무위거나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로 뽑을 겁니다. 단, 상시적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만 운용할 생각이에요.”

공손백도 반박하기가 어정쩡했다.

천외를 상대하겠다는데 무슨 명분으로 막는단 말인가.

게다가 필요할 때만 운용한다면 부담도 크지 않았다.

“그럼 책임은 누구에게 맡기실 생각이오?”

“염치불구하고 제가 맡을 생각이에요.”

예상치 못한 답변에 공손백이 눈을 크게 떴다.

장천운에게 맡길 거라 생각했거늘.

그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했다. 당장 소성주 측근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그였으니까.

“소성주가 말이오?”

“비록 임시지만 성주는 성주에요. 성주가 남에게만 일을 시키고 편히 쉬면 안 되잖아요. 왜요? 제가 못미더우세요? 그럼 대령주께서 맡아주시던가요.”

“험! 죄송하오만, 이 공손백이 맡기에는 버거운 역할일 것 같소.”

암천문과 싸우는 것만 해도 부담이다. 그런데 선봉에 서서 싸우라고?

미쳤지.

“아니면…… 대장로께서 맡아주시겠어요?”

나극은 점잖게 사양했다.

“나처럼 다 늙은 사람이 선봉에 나서는 건 옳지 않은 일 같네. 그냥 소성주가 하시게.”

“다른 분들, 의견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본인의 마음이야 어떠하든, 공손백과 나극이 꼬리를 마는 것처럼 보이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던 사람들조차 말을 아꼈다.

“없으시다면 할 수 없이 제가 하는 수밖에 없군요.”

처음에만 해도 사마경의 의지였다. 욕심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공손백과 나극이 사양하는 바람에 사정이 달라졌다. 더구나 나극은 사마경을 콕 짚어서 지목했지 않은가.

명분마저 얻었으니 날개를 단 셈이었다.

사마경은 그 사안에 대해서 더 묻지 않고 바로 결정을 지었다.

“그럼 며칠 안으로 멸천단원의 명단을 추려서 알려드리겠어요. 각 조직의 수장들께서는 단원으로 뽑힌 사람들을 보내주세요.”

 

구천대평의회는 신시 말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구천대전을 나서는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소리 없이 내쉬었다.

최악의 경우 소성주와 공손백, 나극이 한판 벌일지 모른다는 가정까지 했던 터였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둘 중 하나의 결과를 각오해야 했다.

구천성이 갈라지든가, 공멸하든가.

그런데 신경전만 몇 번 벌이고 무사히 끝났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말이다.

비록 금방 터질 것처럼 살벌할 때도 있긴 했지만.

 

사마경은 구천무원으로 돌아온 후에야 긴장이 풀어졌다.

“이제 겨우 한 걸음 나아간 건가?”

장천운이 나직하게 답했다.

“드디어 한 걸음 내딛은 겁니다.”

“근데 대령주와 대장로는 알까? 내가 멸천단을 만들려고 하는 진짜 이유를.”

“아마 장로원으로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알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지요.”

우문각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소성주는, 멸천단을 만들어서 암중에 숨겨진 대장로와 대령주의 힘을 밖으로 끌어내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녀의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았다.

공손백과 나극으로선 소성주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절묘하게 옆구리를 쳐서 통과시켜버렸다.

물론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야 공손백이 물러서니 더 이상 따지지 않았지만, 대장로조차 아무 말도 하지 않다니…… 아무래도 이상해.’

 

* * *

 

공손백은 청묵전으로 돌아와서 태사의에 앉을 때까지 이마에 그어진 주름이 펴지지 않았다.

뭔가 께름칙한 기분 때문이었다.

그런데 태사의에 막 등을 기댔을 때 번뜩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이런!”

벌떡 일어선 그는 구천대전 쪽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어린 계집에게 당했어!”

“왜 그러십니까?”

평소 볼 수 없는 그의 모습에 동백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구천대전에는 서열 백위 이내의 간부들만 들어갈 수 있기에 사계는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니 모를 수밖에.

공손백은 간략하게 멸천단의 신설에 대해 말했다.

동백의 표정도 급변했다.

“소성주는 저희와 대장로의 전력 중 드러나 있는 핵심고수들을 멸천단에 포함시킬 겁니다. 그럼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아직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전력을 불러내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네 말이 맞다. 그 계집은 나와 대장로의 숨겨놓은 전력을 밖으로 끌어낼 생각이야. 교활한 년.”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할 수도 없었다.

모두가 모인 구천대평의회에서 공식적으로 만들어진 조직 아닌가 말이다.

게다가 멸천단에 속한 사람들은 소성주의 명령을 거역할 수도 없었다. 거역하면 명령불복종으로 처벌해도 아무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암천문 때문에 정신이 없다 보니 깊게 생각하지를 못했어!”

그때 문제점을 눈치 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대했을 것이다.

장천운이 암천과의 관계를 밝히더라도. 그 자리에서 한판 승부가 벌어지더라도!

하다못해 자신에게 책임을 맡으라고 했을 때라도 못이긴 척하고 맡아야 했다.

그런데 떠넘기는 것처럼 보이는 표정과 말투에 깜박 속아버렸다.

“젠장!”

으드득, 이를 간 공손백이 불길이 이는 눈으로 말했다.

“일단 명단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

“만약 최악의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럼…… 엎어야지. 그때는 양패구상도 상관없다. 어차피 눌리면 끝장이니까! 가자, 대장로를 만나서 그 일을 상의해봐야겠다.”

 

* * *

 

“대령주가 급히 대장로를 만나러 갔다고 합니다.”

사마경은 장천운의 보고를 들으며 찻잔을 들었다.

“지금쯤 녹이 잔뜩 낀 머리들 굴리느라 정신없겠군.”

“그래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능구렁이가 몇 마리씩 들어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나도 알아.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두 사람에게 없는 것이 있어.”

“뭐가 말입니까?”

사마경이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쳤다.

“이거. 젊은 머리. 대령주와 대장로의 경륜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최소한 속도전에는 우리를 못 따라와.”

“저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속도감 있는 계획을 짠다?”

“바로 그거야. 거기다 재치 있는 계획이면 더 좋겠지. 나이 먹으면 팍팍 튀는 생각이 잘 안 떠오른다고 하거든. 나는 그 점을 철저히 이용해볼 생각이야. 그 두 사람이 자신의 핏속에 널브러질 때까지.”

사마경이 말하고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장천운은 그녀가 새삼 대단해 보였다.

일 년 전의 사마경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짧은 시간에 사람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우문각의 말대로 사마중천의 피를 그대로 이어받은 듯했다.

‘소성주도 보기보다 독하단 말이야…….’

그때 사마경이 고개를 돌려서 그를 바라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봐? 꼭 독한 시어미 뒤통수 노려보는 며느리 눈빛 같은데?”

장천운은 슬그머니 눈길을 돌렸다.

사마경이 피식 웃고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잠깐 사이에 표정이 다시 차갑게 변했다.

“총사와 함께 멸천단에 속할 사람들 뽑아봐. 진짜 꼴 보기 싫은 사람 있으면 집어넣어.”

 

* * *

 

“헐헐, 공손백이 당했군.”

“예?”

영산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청산자를 바라보았다.

“사마경이 절묘하게 일을 처리했어. 우리와 금룡장이야 골치가 아파졌지만.”

영산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묻기 전에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곧 한두 가지 문제점이 떠올랐다.

공손백이 당한 거야 문제라고 할 것도 없었다. 청산궁으로선 손해 볼 것이 없으니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청산궁과 금룡장이 암천문 공격에 참여했다는 것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밝혔다는 것이다.

이제는 암천문 공격에 대한 도움을 공식적으로 요청해도 마다하기가 어려워져버렸다.

“이대로 저들의 뜻에 따라주는 것도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무작정 따라줄 수는 없지.”

“하오면…….”

“우리의 목적은 구천성을 차지하는 것이니라.”

그래야 내기에서 이길 수 있으니까.

“한데 장천운이란 아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무량수불. 사형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놈을 제거하지 못하면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입니다.”

“얻을 수 없는 놈이라면 제거하는 게 최선이지.”

청산자는 미소를 지었다.

섬뜩함마저 느껴지는 살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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