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3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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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8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369화
콰아아앙!
다시 한 번 터져 나온 경천동지의 굉음.
이마가 찌푸려진 금룡신군의 눈빛이 자잘하게 떨렸다.
누군가와 비등하게 싸워본 것이 언제던가.
기억조차 가물거렸다.
청산자와 겨룬 것이 이십오 년 전이던가? 아니, 삼십 년 전이었나?
암천신마와 비무한 것은 이십사 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그들은 장천운처럼 무식하게 저돌적으로 공격하지 않았었다.
나름대로 품위 있는 대결이었고, 서로의 실력을 알아보는 선에서 멈추었었다. 양패구상은 누구도 원치 않았으니까.
결국 그는 비등한 실력을 지닌 사람과 목숨을 걸고 싸운 적이 삼십 년 이내에 거의 없었다.
아주 미미한 경험적 차이. 아니 그보다는 정신적인 차이라고 보는 게 나았다.
그 미미한 차이가 상황을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 갔다.
무지막지한 공격을 연속 퍼붓는 장천운.
방어에 치중한 금룡신군.
굉음이 터져 나올 때마다 금룡신군의 몸이 뒤로 조금씩 밀렸다.
실질적으로는 장천운이 더 많이 물러났지만, 금룡장 수하들은 오직 금룡신군의 상태만 주시했다.
자신들이 하늘처럼 떠받드는 금룡신군이 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광경이 금룡장 무사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심지어 환마와 교왕을 상대하던 찬강조차도 경악어린 눈으로 힐끔거렸다.
천살의 기운을 타고난 자. 금룡신군을 제외하면 금룡장에서 가장 강한 자.
그의 무공은 환마보다 높았고, 교왕보다 강했다.
그러나 장천운과 금룡신군의 격전을 신경 쓰느라 제 실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또 다른 기운이 몰려든 것은 그때쯤이었다.
“장 대주! 뒤는 우리가 맡겠네!”
남쪽에서 무사 백여 명이 나타나더니 무명장 뒤편을 공격했다.
선두에서 그들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단리승이었다. 그리고 하얀 수염을 휘날리는 단리황도 보였다.
마침내 무적장 무사들이 나타난 것이다.
뒤이어서 전검대와 금호대가 달려왔다. 이제는 무사의 숫자에서도 구천성이 세 배나 되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경천단, 풍혼단 무사들마저 합류했다. 그들은 금룡장의 동쪽과 서쪽을 틀어막고 접근했다.
전황이 급격하게 변했다.
숫자가 많은 금룡장 무사들은 뭉쳐서 흑월대와 흑영대를 공격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반격을 받고 나니 뭉쳐있는 게 약점으로 작용했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최상의 전력을 발휘할 수 있거늘, 뭉쳐있다 보니 효과적인 반격을 가할 수 없는 것이다.
금룡장의 군사 역할을 하던 양적은 눈을 홉뜨고 이를 악다물었다.
장천운이 흑월대와 흑영대만 데려와서 싸움을 건 이유를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당했다! 놈은 우리를 한 곳에 뭉쳐놓으려고 소수만 데려온 것이었어!’
또한 자신들이 금룡장으로 물러가지 않았기 때문에 싸움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놈은 처음부터 싸울 작정을 하고 왔다. 철저히 계획을 세워 놓고!
‘태군께서 저 여우같은 놈의 잔꾀에 말려들었어!’
자연스럽게 포위망을 구축한 구천성 무사들은 기세등등해져서 금룡장 무사들을 공격했다.
흑월대 쪽에서 기다렸다는 듯 욕설이 쏟아졌다.
“쪽수 자랑하더니, 왜 입을 조개처럼 다물고 있어, 이 개새들아!”
“입만 털지 말고 놈들을 공격해!”
“오늘 이기면 한 달 동안 교육 없다! 알아서들 해!”
유진생이 흑월대원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말 몇 마디가 어떤 영약보다 효과적이었다.
사공명신과 단승은 물론이고, 흑월대원 모두가 힘을 냈다.
흑영대원들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덩달아서 혼신의 힘을 쏟아냈다.
그 사이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
바람도 조금 전보다 더 거세졌다.
“이노오오옴!”
금룡신군이 벽력같은 고함을 내지르고는 쌍장을 뻗었다.
금빛 휘황한 장세가 장천운을 향해 해일처럼 밀려갔다.
황금빛 장세에 부딪친 빗줄기가 안개로 화하면서 거대한 황금구를 형성했다.
가히 장엄함마저 느껴지는 광경!
장천운은 해일처럼 밀려드는 장세를 향해 현월을 뻗었다.
검신 전체에서 피어난 강기가 천군의 보검처럼 금빛 장세를 뚫고 나아갔다.
고오오오오오.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십여 장 안쪽에 있던 무사들의 안색이 해쓱해졌다.
금룡장 무사도, 구천성 무사도, 무적장 무사도 예외가 없었다.
“크윽!”
공력이 약한 자들은 귀를 틀어막고 비틀거렸다. 입에서 핏줄기가 비친 자도 있었다.
“무, 물러서!”
그러던 어느 순간, 금빛 휘황한 구가 폭발하듯 비산했다.
콰르르르르릉.
나직한 울림이 너울지며 파동 치더니 하늘과 땅이 뒤흔들렸다.
그 직후, 천공에서 금룡신군의 창노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을 벗어나라!”
금룡장 무사들은 포위망을 벗어나기 위해서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어딜 가려고!”
“막아!”
구천삼대와 무적장 무사들이 도주하려는 자들을 막아섰다.
금룡신군이 막아선 자들을 향해서 쌍장을 흔들었다.
“피해에에에!”
격돌 후 땅에 내려선 장천운이 외치듯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구천삼대 무사도, 무적장 무사도 피하는 자는 몇 되지 않았다.
뒤늦게 상대 공격의 강력함을 깨달은 단리황이 무적장 무사들 앞으로 나서며 전력을 다해 장법을 펼쳤다.
“물러서라!”
하지만 무사들이 미처 피하기 전에 금룡신군의 장력이 그들을 덮쳤다.
콰과과광!
구천오대의 무사 여덟 명이 훌훌 날아갔다.
무적장 무사도 세 명이 칠공에서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들은 대부분 일류고수들이었고, 개중에는 절정고수도 둘이나 있었다. 그럼에도 금룡신군의 일장을 버텨내지 못했다.
그나마 단리황이 금룡신군의 장세를 약화시켰기에 그 정도로 그친 것이었다. 대신 단리황의 안색이 창백해졌지만.
소름끼치도록 강력한 위력!
금룡신군의 무서움을 알게 된 구천성과 무적장 무사들은 경악하다 못해 몸이 굳었다.
그 사이 금룡장 무사들이 속속 포위망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일단의 무리가 금룡신군과 금룡장 무사들을 막아섰다.
모용문태 일행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이 정체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변용을 한 모습이었다.
도를 빼든 모용문태가 고완과 함께 금룡신군을 공격했다. 그들은 이미 혼자서 금룡신군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금룡신군은 심상치 않은 고수들이 합공을 하자 노성을 내지르며 쌍장을 떨쳤다.
“죽고 싶다면 죽여주마, 이놈들!”
가공할 금빛 광채가 광란의 파도를 일으키며 밀려갔다.
모용문태와 고완은 눈을 부릅뜨고 전력을 다해서 맞섰다.
그 사이 찬강과 광호 등 금룡장의 주요 고수들은 구천성과 무적장 고수들의 합공을 막아내며 탈출로를 뚫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단리황과 단리승 등 무적장 고수들과 환마, 패왕 등 구천성 고수들의 무위는 그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또 다시 난전이 벌어졌다. 무명장에서 남문 쪽 마을 일대로 전쟁터가 바뀌었을 뿐이었다.
구천성과 무적장 무사들은 새삼 금룡장의 무력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숫자가 세 배를 넘어 네 배나 되는 데도 금룡장을 압도하지 못했다.
참으로 경악하다 못해 턱이 빠질 지경.
금룡신군을 상대하는 북천도왕 모용문태와 천비서생 고완도 마찬가지 마음이었다.
그 두 사람의 합공을 막을 수 있는 자, 천하에 몇이나 있겠는가.
그러나 세상에는 가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광경이 벌어지곤 했다.
지금도 그랬다. 천하의 북천도왕과 천비서생이 단 십 초식을 상대하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자신들이 상대하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금룡신군의 금빛 장력을 맞받아칠 때마다 심장이 터지는 듯했다.
이십 초식째 상대했을 때는 목구멍을 타고 핏물이 넘어오는 듯했다.
이대로 계속 싸운다면 삼십 초식을 버텨내는 것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반면 금룡신군은 두 사람을 상대로 노기를 모두 쏟아냈다.
자식 같았던 사제, 손우곤의 죽음에 대한 분노, 새까맣게 어린놈을 어쩌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분노, 하늘의 위엄을 훼손당한 것에 대한 분노까지.
“모두 죽이리라!”
그의 전신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금빛 광채가 솟구쳤다.
십성 공력의 태천금룡신기가 어스름 속에서 반경 십 장 안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모용문태와 고완은 눈을 홉떴다.
“맙소사……!”
“어찌 인간이……!‘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을 쉴 수 없었다. 무릎이 절로 꺾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절대경지의 고수 아닌가. 이를 악다문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서 전 공력을 끌어올렸다.
과연 이번 공격을 무사히 받아낼 수 있을까?
어쩌면 치명적인 중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죽어도 무사답게 죽으리라!
바로 그때, 금룡신군의 머리 위에서 벼락이 번쩍였다.
“저도 있다는 걸 잊으셨습니까!”
금룡신군의 금빛으로 활활 타오르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장천운!’
그는 모용문태와 고완을 향해 밀려가던 기운의 방향을 하늘로 틀었다.
동시에 하늘 십여 장 위에서 번쩍! 하더니, 말 그대로 천둥을 동반한 벼락이 떨어졌다.
천뢰구검의 마지막 초식인 천뢰파천!
허공으로 솟구친 금빛 기운이 벼락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르르르릉! 콰광!
귀청을 터트릴 것 같은 번천지복의 굉음이 울리며 금빛 기운과 검강이 뒤엉켰다.
허공에서 뒤엉킨 기운은 그대로 십여 장을 흐르며 벼락을 토해냈다.
콰앙!
마지막을 장식한 단발의 굉음!
금룡신군의 몸이 뒤로 훌훌 날아갔다.
허공 높이 십오륙 장까지 튕겨진 장천운은 금룡신군과 칠팔 장 떨어진 곳에 내려섰다.
땅에 내려선 그는 비틀거리며 대여섯 걸음 물러선 후에야 겨우 중심을 잡았다.
먼저 땅에 내려선 금룡신군이 재차 땅을 박차고 포위망 바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왠지 이전과 같은 자연스런 움직임이 아니었다.
한쪽 팔은 축 늘어졌고, 머리는 풀어헤쳐진 상태였다.
찬강을 비롯한 금룡장 고수들 중 일부도 몸을 빼서 금룡신군의 뒤를 따라 도주했다.
싸움이 끝난 무명장 일대는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대지는 시신으로 뒤덮였고, 핏물은 내처럼 흘렀다.
금룡장 쪽은 죽거나 중상을 입어서 떠나지 못한 자가 이백수십 명이고, 도주한 자들은 칠팔십 명 정도였다. 그러나 광호는 결국 진교청의 주먹에 맞고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구천성 쪽도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 삼백여 명이 죽음을 당했다. 부상을 입은 자도 그 이상이었다.
고수들 역시 많은 수가 내상을 입었다. 금룡신군을 막아섰던 모용문태와 고완도 내상을 입었고, 복우쌍노 중 첫째인 궁원은 중상을 입었다.
“시신을 정리하고, 부상자들을 돌봐줘라!”
풍혼단주 엽가승이 악을 쓰듯 소리쳤다.
그도 온전하지 않았다. 어깨가 갈라져서 피가 가슴을 타고 바닥까지 떨어졌다.
흑월대와 흑영대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여섯 명이 사망하고 대부분 부상을 입었다.
막소광도 부상을 입은 사람 중 하나였다.
그래도 입은 멀쩡했지만.
“씨바, 인간 같지 않은 늙은이를 맞상대해서 쫓아내다니. 우리 대주도 진짜 정이 안가는 인간이라니까.”
막소광이 중얼거리며 입가의 피를 닦아냈다.
마침 장천운이 날아와서 그의 옆에 내려섰다.
“대주가 싫은가 보죠?”
“예쁜 구석이 있어야…… 그래도 대주는 진짜 남자다운 분이지, 안 그래, 진화야?”
뒤늦게 목소리의 주인이 장천운이라는 걸 깨달은 막소광은 말을 재빨리 돌리고는, 옆에 있는 목진화를 간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목진화는 모른 척하면서 엉뚱한 소리만 해댔다.
“저번에 보니까, 막 형님 방구석에 술이 두어 병 숨겨져 있던 거 같던데.”
‘이 자식이……!’
아니다. 지금 술이 문젠가?
“응? 아, 그거? 돌아가면 함께 마시자.”
씩, 웃은 목진화가 그제야 장단을 맞춰주었다.
“근데 막 형님은 대주가 남자답다는 걸 이제 알았어요?”
“아니, 진즉부터 알았지.”
“참 대단한 분이죠?
“내 말이 그거라니까. 저 대단한 금룡신군을 도망가게 만들었잖아.”
“지금 뭐하는 거요?”
한쪽에서 하얀 얼굴로 빤히 바라보던 수은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건넸다.
막소광이 눈짓으로 힐끔힐끔 뒤를 가리키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 뭐하긴? 우리 대주님이 대단한 남자라는 걸 이야기하고 있지.”
“갔수.”
“그래, 갔…… 뭐?”
“대주가 저쪽으로 갔다고요.”
“갔어? 에이 씨, 성질 더러운 대주 때문에 내가 진짜 못산…….”
투덜거리던 막소광의 입이 달라붙었다.
수은귀가 분명히 그랬다. 대주가 다른 곳으로 갔다고.
그런데 고개를 돌리니 코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