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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368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92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368화

“신군께서 청산자와 손을 잡는 걸 막기 위해서 왔지요.”

“내가 청산자와 연합할 거라고 보느냐?”

“신군의 마음을 제가 어찌 읽을 수 있겠습니까? 그저 만에 하나 벌어질 일을 미연에 막아보려고 왔을 뿐입니다.”

“하긴…… 사람의 마음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담담히 말한 금룡신군의 눈에서 은은한 금빛이 일렁였다.

“하나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만.”

“말해봐라.”

“제게 주신 것이 뭡니까?”

“아, 그 영약?”

“영약인지 독약인지 몰라도, 저에게 주신 것은 하나밖에 없지 않습니까?”

“왜 그걸 묻느냐? 청산자와 비등한 대결을 벌였다면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

“공력이야 늘었지요. 그런데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신군께서는 제가 왜 묻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내가 뭘 안다는 거냐? 공력을 네 것으로 만들지 못했을 때의 부작용에 대해선 이미 말해줬을 텐데?”

“그 부작용 외에 다른 것도 있지 않습니까?”

“그것 말고 뭐가 있다는 것이냐?”

“정말 모르십니까?”

“모른다고 했잖느냐?”

“독에 대한 것 말입니다.”

“독?”

“그렇습니다. 설마 몰랐다고 말씀하시진 않겠지요?”

장천운은 금룡신군을 계속 압박했다.

그런데 금룡신군은 의외로 그게 무슨 문제냐는 듯 순순히 대답했다.

“당연하지. 나는 그 약에 독이 들어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말씀을 안 해주셨습니까?”

“말해줬잖느냐? 백일 안에 약기운을 다스리지 못하면 기가 폭주하는 부작용에 대해서. 그 이유가 바로 그 독 때문이니라.”

“그럼 처음부터 독이라고 하셨어야지요.”

“본래 그 영약은 독각독룡의 배를 가르고 꺼낸 내단이다. 아주 귀한 것이지. 그런데 독룡 자체가 독기를 품고 있기 때문에 내단에도 독기가 스며 있었을 뿐이다. 내가 따로 독을 넣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말할 필요가 없었을 뿐이니라.”

“그 독기의 부작용이, 정말 백 일 후에 기운이 폭주하는 것 외에 없습니까?”

“글쎄다. 내가 아는 것은 그게 전부니라.”

금룡신군이 담담한 어조로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장천운은 그 미소를 보고 또 다른 뭔가가 있다는 걸 눈치 챘다.

‘너구리같은 영감, 당신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그럴수록 태연하게 행동했다.

“그럼 그 독기를 해독할 수 있는 해독제라도 좀 주시지요.”

“허허허, 물에서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거냐? 내가 준 그 영약이 아니었다면, 엊그제 너는 청산자에게 죽었을 거다.”

“저도 압니다. 하지만 탁무겸을 상대하려면 독기를 눌러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쉽게도 나에게는 해독제가 없다.”

어차피 기대도 하지 않았다. 확인 차원에서 한번 물어본 것일 뿐.

“아쉽군요. 뭐, 어쩔 수 없죠. 그럼 이제 제가 찾아온 이유를 하나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천운이 어깨를 으쓱 추켜올린 후 말을 돌리자 금룡신군의 눈빛이 괴이하게 번뜩였다.

찾아온 이유가 하나 더 있다고?

“말해봐라.”

“내일 새벽이 올 때까지 금룡장으로 돌아가십시오.”

“돌아가라고?”

“그렇습니다.”

“가지 않겠다면?”

“그럼 저도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돌아간다면?”

“돌아가시면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단, 세상으로 나오지 마시고 그곳에서 조용히, 편안하게 지내십시오.”

“허허허허, 네가 지금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

“부탁드리는 겁니다만, 그렇게 들으셨다면 좋으실 대로 생각하십시오.”

“하하하하, 많이 컸군나, 장천운.”

“신군 덕분이지요.”

“그런데 네가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말씀하시지요.”

“네가 얻은 공력이 대단하긴 하지만, 나에게만큼은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느니라.”

무슨 말이지? 그만큼 자신의 공력이 높다는 건가?

하지만 그런 뜻이 아니었다.

금룡신군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어떠하냐? 이 방안의 향기가 참 좋지 않으냐?”

장천운은 고개를 돌려서 구석진 곳을 바라보았다.

연꽃 문양의 향로에서 불그스름한 향연이 가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설마 미혼향? 아니면 공력을 흐트러뜨리는 산공향?

장천운은 숨을 멈추고 진기를 움직여보았다. 진기는 순순히 잘 이동했다.

그럼 산공향은 아니라는 말인데…….

그때 심장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심장이 불꽃을 머금은 듯했다. 그야말로 순식간의 변화였다.

눈꺼풀을 파르르 떤 장천운의 얼굴도 붉게 달아올랐다.

금룡신군이 그 모습을 보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저 향연은 독각독룡 뿔의 가루를 태운 것이니라. 일반 사람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지만, 너에게는 아주 치명적이지. 내단에 깃든 독성을 몇 배나 더 강화시키거든. 후후후후.”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장천운은 이를 악다물었다.

‘크읍!’

심장에 불꼬챙이가 꽂힌 듯 극렬한 고통이 순간적으로 밀려들었다.

‘제기랄, 이 늙은이가 이런 꼼수를 준비하고 있었다니.’

금룡신군의 입술 사이로 하얀 이가 드러났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네가 나를 따르겠다면 해독을 시켜주마.”

해독?

그 말을 듣자 문득 어떤 가능성이 뇌리를 쳤다. 하지만 장천운은 금룡신군을 노려보는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천하의 금룡신군께서…… 이런 치졸한 방법을 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실처럼 가늘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짓 씹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만큼 너를 대우해주었다 생각해라.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하수나 할 짓이지. 더구나 너는 청산자와 비등하게 싸운 사람 아니냐?”

“구천성을 너무 얕보시는군요. 신군의 의도대로 되지는 않을 겁니다.”

“글쎄다. 구천성이 대단하긴 하지만, 사실 너와 몇몇을 빼면 오합지졸에 불과할 뿐이지.”

“어디 그럼 금룡장이 과연 얼마나 대단해서 구천성을 무시할 정도인지 한번 봐야겠군요.”

장천운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사방팔방에서 가공할 기운들이 쏟아졌다.

개중에는 장천운과 함께 온 다섯 노인의 기운도 있었고, 금룡장의 고수들이 뿜어내는 기운도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절대 경지에 도달한 고수들이었다.

그들이 뿜어낸 기운으로 인해서 건물 전체가 금방이라도 가루로 변해버릴 듯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금룡신군과 장천운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아쉽구나. 탁무겸을 잡으라고 귀한 것을 줬거늘, 나를 향해 검을 겨누다니.”

“탁무겸도 잡을 겁니다. 약속은 지켜야하니까요.”

“너에게 그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구나.”

“제 명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신군에게 수십 번이나 죽었는데도 이렇게 살아있지 않습니까?”

“내가 너를 죽여? 수십 번이나?”

금룡신군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이 언제 장천운을 죽였단 말인가. 그것도 수십 번을 죽였다고?

“아주 오래 전에 그런 일이 있었지요. 그래서 말입니다만…… 이제는 그때 받은 빚을 갚을 생각입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만, 아마 너에게는 그럴 기회가 없을 것이다.”

순간, 두 사람의 몸에서 휘황한 빛이 뿜어지듯 가공할 기운이 폭사했다.

먼저 두 사람 사이의 탁자와, 찻잔 등 탁자 위의 물건들이 가루로 변해서 스러졌다.

뒤이어 주위의 물건과 벽과 천장이 부서지고 뒤틀리더니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콰과과광!

엄청난 굉음과 함께 터져 나간 건물 안에서 두 사람이 하늘로 솟구치고, 십여 명이 튀어나왔다.

절대경지에 오른 고수들조차 안색이 창백해졌고, 부릅뜬 눈에서는 경악이 출렁거렸다.

그들은 경악한 와중에도 고개를 쳐들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장천운과 금룡신군이 허공 십 장 위에서 격돌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평생 잊을 수 없는 경천동지의 광경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두 손을 뻗고 있는데, 허공이 구를 이루며 팽창하더니 폭발했다.

쩌저적! 쿠콰과과광!

하늘에서 귀청을 찢는 천둥소리가 울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패왕이 일갈했다.

“놈들을 쳐라!”

흑월대와 흑영대는 기다렸다는 듯 공격을 시작했다.

금룡장 쪽 고수들은 코웃음 쳤다.

“흥! 죽고 싶다면 얼마든지 죽여주마!”

제법 강한 자들이긴 하나 백 명이 안 되었다. 반면 자신들은 삼백 명에 이르렀다. 실력도 나름 자신 있었다.

“구천성 놈들에게 금룡장의 위대함을 알려줘라!”

“진교청! 그대는 내가 상대해주지!”

광호도 냉랭히 소리치고는 패왕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오냐, 이놈! 내가 네놈의 목을 따주마!”

진교청이 노성을 터트리며 쓰고 있던 챙을 벗어서 던졌다.

쐐애애액!

직경 두 자 반 크기의 챙이 원반처럼 돌면서 광호를 향해 날아갔다.

강맹한 기운을 동반한 챙은 빗방울을 튕겨내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광호의 면전에 도착했다.

광호가 번개처럼 칼을 휘둘러서 챙을 쳐냈다.

쩡!

챙을 던지고 뒤따라가던 진교청이 쌍장을 뻗었다.

광호도 물러서지 않고 찰나에 열여덟 번이나 칼을 휘둘렀다.

광풍이 불고 폭우가 내리는 듯했다.

놀랍게도 광호의 무위는 오왕 중 하나인 패왕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그 사실이 진교청의 투쟁심을 자극했다.

최근 들어서 그는 자신의 위명이 헛된 것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던 참이었다.

그런데 자신보다 열댓 살은 젊어 보이는 무명인조차 어떻게 하지 못하자 열불이 뻗쳤다.

“그래! 오늘 어디 한번 누가 죽나 보자!”

진교청이 광호와 한판 대결을 벌일 때 환마 우곡와 교왕 둔가부는 찬강과 마주하고 있었다.

충격이었다. 천중십마와 오왕에 속한 그들조차 본능적인 긴장감에 신경이 팽팽히 당겨졌다.

“그대는 누군가?”

“찬강. 어디 교왕과 환마가 얼마나 강한지 볼까?”

참으로 건방진 말투.

하지만 우곡도 둔가부도 기분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상대는 그런 말을 할 만한 자격이 있었다. 우곡이 말했다.

“들은 적이 있는 이름이군. 십칠 년 전에 사라진 천살광혼이 찬강이라는 이름을 썼다고 하던데.”

찬강의 바위 같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내 이름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군. 그에 대한 예의로 전력을 다해서 상대해주지.”

“내가 먼저 시험해보마!”

둔가부가 그 큰 덩치를 훌쩍 날리며 찬강을 공격했다. 찬강도 망설이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쳐갔다.

우오오오오오!

지독한 살기를 내포한 기운이 호곡성을 발하며 밀려갔다.

우곡은 긴장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격전을 주시했다.

천살광혼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천중십마의 수좌는 그가 되었을지 모른다는 말이 있었다.

둔가부가 강하다 해도 일대일로는 승리를 자신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너 번 정면으로 맞붙던 둔가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초조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던 우곡은 둔가부의 커다란 덩치가 뒤로 밀려나자 망설이지 않고 공격에 가담했다.

“내가 상대해보겠네!”

그는 쌍수를 칼날처럼 세우고 찬강을 공격했다.

그가 천중십마에 든 것은 유령 같은 신법 때문이지만, 신법만이 그의 전부는 아니었다.

오히려 신법에 가려진 그의 유령마수야말로 그가 자랑하는 최고의 절기였다.

우곡과 둔가부가 찬강을 공격하고 있을 때, 허공에서 다시 귀청을 터트리는 천둥소리가 울렸다.

콰르르릉! 콰과광!

천장이 부서지고 기둥이 꺾인 채 겨우 버티고 서 있던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장천운은 심장이 터질 것처럼 뜨거워진 상태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다행히도 그 이상의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전에 복용한 독왕의 해독단 덕분인지, 아니면 금룡신군의 말이 허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당장 심장이 터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반면, 황금색 기운에 휩싸인 금룡신군은 이마를 잔뜩 찌푸렸다.

‘어떻게 된 거지?’

그가 아는 한, 장천운은 독기의 발작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야 옳았다.

오기로 무공을 펼친다 해도 전력을 쏟으면 삼 초식 이상 펼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오 초식을 겨루었다. 놈은 얼굴이 조금 붉어졌을 뿐 멀쩡했다.

아니, 오히려 공력이 더 높아진 듯 느껴졌다.

그때 장천운이 검을 뻗으며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금룡신군도 반사적으로 쌍장을 떨치며 마주 날아갔다.

‘오냐, 이놈! 어디 이번에도 버티는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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