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365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3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365화
아무리 숨기려 해도 무뚝뚝한 얼굴에 걱정의 표정이 가득했다.
흑영대가 순수하게 구천성에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장천운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쩌면 무 노인과 관련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의문이 있었지만 먼저 묻지 않았다.
믿고 수하로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믿기로 한 이상 모든 것을 자신이 책임져야 했다.
“부상을 입긴 했지만 무사히 피했소.”
조백의 얼굴에 안도하는 표정이 스치듯 지나가며 지워졌다.
장천운은 못 본 척하고 시선을 돌렸다..
‘그건 그렇고…… 일단 남 노선배님부터 만나봐야겠군.’
심장의 열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진기의 흐름도 불규칙했다.
설마 이러다 진짜로 폭주하는 건 아니겠지?
* * *
비에 젖은 밤, 구천성 전체가 살얼음이라도 언 듯 팽팽한 긴장감에 짓눌렸다.
청산궁과 싸움을 벌인 시간은 잠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싸움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구천무원 사마경의 방에 있는 사람들도 그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창밖을 보고 있는 사마경, 창백한 안색의 장천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우문각, 무심한 표정의 구양명, 한쪽에 조용히 서 있는 영호관과 소연추, 연송하, 모두가 무거운 표정이었다.
“천운, 이제 협정이 깨졌다고 봐야겠지?”
사마경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청산궁과 정체모를 자들의 싸움에 장천운이 끼어든 걸 탓하지 않았다. 이유도 묻지 않았다.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장천운이 청산자와 맞서면서까지 끼어들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장천운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다. 어차피 물어봐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예, 소성주. 협정이 깨졌다는 걸 저들도 알 겁니다.”
그는 담담히 대답하며 사마경을 바라보았다.
사마경은 차가운 눈으로 비 내리는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라리 잘 됐어. 그 동안 대응하기가 어정쩡했는데.”
“그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본 성을 노릴 겁니다.”
“그러겠지. 뭐 언제는 안 그랬나?”
냉랭히 말을 내뱉은 사마경이 몸을 돌렸다. 그녀의 눈이 우문각에게로 향했다.
“우문 숙부, 저들에 대해서 어디까지 파악되어 있죠?”
“구천성 인근에 있는 힘은 대략 파악이 끝났소. 문제는 외곽에 있는 자들이오. 청산궁만 해도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것으로 보이는 자들이 곧 구천성 인근에 도착할 거요.”
“그들이 합류했을 경우 청산궁의 전력이 어느 정도 되죠?”
“그들을 치려면…… 본 성의 무력 중 오 할은 나서야 할 거요.”
우문각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었다. 청산궁을 치는데 구천성 무력의 오 할이 필요하다니.
문제는 오 할의 전력을 동원한다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룡장까지 치려면 본 성의 전력이 모두 나서야겠군요.”
“아마도…… 그래야 할 거요.”
암천문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십이지부에 대한 것도 계산에 넣지 않았다. 청산궁이나 금룡장 역시 지부들이 있으니까.
“총사의 입장에서 저들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신 것이 있으면 말씀해보세요.”
우문각도 특별한 계책은 없었다. 상대는 천외삼세였다.
설령 다른 자들은 어떻게 해본다 해도, 천외의 주인들은 그의 계책으로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초인들이었다.
“일단은 청산궁과 금룡장이 손을 잡지 못하게 해야 하오.”
“금룡신군이 우리의 말을 들을까요?”
사마경의 그 말에, 우문각이 장천운을 바라보았다.
“그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장 대주뿐이오. 장 대주가 그 일을 해결하지 못하면 청산궁을 공격할 수 없소.”
“그럼 그 일은 천운이 해결하면 될 것이고…… 금룡장은 어떡하죠?”
청산궁과의 싸움에서 이긴다 해도 만신창이가 된 상태일 것이다. 그 상태로 금룡장을 공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니, 이제는 금룡장이 구천성을 노릴 경우를 걱정해야 했다.
“금룡장도 우리를 쉽게 공격하지는 못할 거요. 양패구상의 결과가 나오면 암천문만 좋아질 테니까 말이오.”
“그건 그렇죠.”
그때 장천운이 말했다.
“금룡장과 암천문이 연수했을 때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우문각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맞아, 내가 깜박했군.”
천외삼성은 결코 남이 아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오월동주라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장천운이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다.
“그래서 말씀입니다만, 어차피 천외를 칠 거면…… 청산궁이 아닌 다른 곳을 먼저 치는 게 어떨까 합니다.”
“뭐? 다른 곳을 쳐?”
사마경의 눈이 커졌다.
“청산궁은 전력을 수습하는데 며칠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즉, 곧바로 본 성을 공격할 수 없죠. 그리고 금룡신군은 우리가 금룡장을 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을 겁니다.”
우문각도 눈을 치켜떴다.
“설마 금룡장을……?”
“때로는 한순간의 방심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지요. 아마 금룡 영감은 우리와 청산궁의 싸움을 느긋한 마음으로 구경하고 있을 겁니다.”
장천운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흥! 내 몸에 독을 심어놓고 지금쯤 즐거워하고 있겠지.’
물론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금룡장 먼저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금룡장에 대해서 자세한 정보를 알아내는 게 우선이겠군.”
사마경이 그렇게 말하자, 장천운은 우문각을 돌아다보았다.
“그 동안 총사께서 금룡장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내셨습니다. 일단은 그 정도 정보만 해도 해볼 만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총사님?”
우문각이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장 대주 계획대로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소, 소성주.”
고개를 주억거린 사마경이 장천운을 바라보았다.
“좋아, 그럼 천운의 계획대로 해. 그리고 기왕이면 무림맹과 남궁세가에도 우리 계획을 알려줘. 청산궁과 암천문까지 상대하려면 그들의 힘이 필요할 거야.”
* * *
청산자는 피해상황을 보고 받고 이를 악다물었다.
여강이 죽고 백운은 중상을 입었다. 그뿐 아니라 호법과 목령사자들도 사상자가 적지 않았다. 대부분 장천운에게 당한 피해였다.
‘그놈을 무조건 죽였어야 했어.’
청무령과 청호령이 도착한다 해도 바로 움직이기는 힘들 듯했다.
아니, 이제는 구천성의 공격을 걱정해야할 판이었다.
여우같은 장천운이 청산궁의 피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 기회를 그냥 보내지 않을 것이다.
“사형, 청무령과 청호령이 금양관에 도착했다 합니다. 이곳으로 오라고 할까요?”
금양관은 도교사원으로 구천성에서 동쪽으로 사십 리쯤 떨어진 바위산 자락에 있었다. 규모가 제법 커서 몇 백 명이 머물기에는 그만한 곳이 없었다.
“아니다. 노도가 그곳으로 갈 것이니라.”
“하오면 이곳은……?”
“이대로 물러나는 것은 구천성의 잘못된 판단을 유도할 수 있다. 협정은 이미 깨진 거나 다름없으니, 약한 모습을 보이면 구천성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게야. 이곳은 그대로 유지하되, 구천성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마라.”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영산자가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원시천존. 알겠습니다, 사형.”
“그리고 청산십목에 연락해서 청산무영대를 보내라고 해라.”
멈칫한 영산자가 고개를 들었다.
청산무영대는 청산십목에 파견된 청산궁 정예고수들이다. 숫자는 모두 이백여 명, 청산궁이 강호 전역에 심어놓은 세 조직 중 하나다.
청산자가 그들을 불러들인다는 것은 구천성을 공격하기로 결정했다는 뜻과 같았다.
“예, 사형.”
* * *
공손백은 추산의 보고를 받고 눈매를 파르르 떨었다.
“정말 장천운이 청산자와 일대일로 싸웠단 말이냐?”
“예, 대령주.”
“전력을 다해서 싸우고도 멀쩡하다고?”
“그 전에 이미 청산궁의 고수 몇 사람과 싸운 상태였는데, 내상을 약간 입은 것 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공손백은 믿을 수가 없었다. 청산자와 싸우고도 약간의 내상만 입었다니.
더구나 청산자와 싸우기 전에 청산궁의 고수들과 한바탕 했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진정 괴물 같은 놈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라면 청산자와 몇 초식이나 겨룰 수 있을까?
십 초? 이십 초?
그것도 일반적인 싸움일 때 이야기다. 전력을 다해서 정면으로 격돌한다면 승부는 단숨에 날 것이다.
장천운이 예상보다 더 강하다는 걸 알게 된 공손백은 암천신마와 다시 손을 잡자는 동백의 말이 더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 일단은 굴욕을 당하더라도 탁무겸과 손을 잡자. 탁무겸과의 일은 후에 처리해도 되니까.’
보고는 나극에게도 올라갔다.
그는 별 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고, 염사승의 보고를 듣는 동안 아무런 질문도 없이 차만 마셨다.
그러고는 보고가 끝나자 담담히 말했다.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놈이군. 어쨌든 누가 이겨도 우리에게는 해될 것이 없겠어.”
“어쩌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강한 힘끼리 부딪치면, 세게 부딪치는 만큼 기회도 많아질 겁니다.”
“그러겠지.”
담담히 대답한 나극의 눈빛이 싸늘하게 번뜩였다.
‘그들에게 이 나극이 아직 무덤에 들어갈 송장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말 것이니라.’
내심 각오를 다진 그가 나직이 말했다.
“귀마궁과 삼혈방에 연락해라. 장강팔련에는 따로 사람을 보낼 것 없다. 경화는 알아서 장강을 건너올 게야.”
흠칫, 어깨를 떤 염사승이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예, 주군.”
“그리고…… 생사곡의 늙은이들을 불러들여라. 이제 죽을 때가 된 것 같구나.”
참으로 기괴한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내뱉는 나극의 눈에서 강렬한 마기가 일렁거렸다.
“그 늙은이들도 참 질기게 기다렸어.”
138장 그냥 그걸로……
“오랜만이군.”
정원으로 나온 장천운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말을 건넨 자를 바라보았다.
냉원상이었다. 그는 부상이 심해서 구천무원으로 돌아온 후에도 의약당에서 치료만 받고 있었다.
“냉 대주님! 이제 다 나으셨습니까?”
냉원상이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이 살아나 있었다.
“거의 다 나았네. 의약당에서도 밥만 축낸다고 쫓아내더군.”
예전의 냉원상은 농담과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그럭저럭 어울렸다.
다행이었다. 냉원상만큼 믿을 만한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가 소성주 곁으로 돌아온다면 호위에 큰 보탬이 될 듯했다.
“잘 오셨습니다. 안 그래도 냉 대주님 같은 분이 필요했습니다.”
“일 보게나. 나는 소성주께 인사나 드려야겠네.”
“들어가 보십시오. 소성주께서도 무척 반가워하실 겁니다.”
냉원상과 헤어진 장천운은 보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단수인을 찾아보았다.
목을 비틀어버리고 싶었지만 죽일 수는 없으니 주둥이를 퉁퉁 붓게 만들어 놓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갔지? 도망쳤나?’
할 수 없이 단수인을 포기한 장천운은 무화원으로 갔다.
자신이 금룡장 공격을 이야기했더니 사마경이 한마디 했다.
“그 몸으로 금룡신군을 상대할 수 있겠어?”
금룡신군을 상대할 사람이 없으면 거꾸로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구천성에서 금룡신군을 일대일로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큰 부상은 아니니, 몸을 최대한 빨리 다스리면 상대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은데…….”
얼버무리는 자신을 사마경이 째려보았다.
그러고는 혀를 찰 것 같은 표정으로, 말 더럽게 안 듣는 막내 동생 대하듯 말했다.
“잔소리 말고 내상부터 치료해. 나머지 이야기는 낫고 난 다음에 해도 되니까. 괜히 허튼 욕심 부리지 말고. 하여간…….”
그래서 무화원에 간 그는 곧바로 남사명을 찾아갔다.
그런데 증상을 듣고 맥을 살펴본 남사명의 안색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독기가 심장을 자극하고 있긴 한데, 당장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혈맥이 강해진 기운을 받아들일 만큼 튼실하지 못한 상태라는 게 더 문제다. 한마디로 불균형이라고 할 수 있지.”
공력은 빠른 시간에 급격히 늘었지만, 그에 반해서 기운의 통로인 혈맥이 그 공력을 버틸 만큼 강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자칫하면 기운이 폭주할 때 혈맥이 터질 수 있다. 그럼…… 죽는 거지.”
남사명은 손날로 목을 쓱 긋는 시늉을 하며 장천운의 죽음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오죽하면 장천운이 서운함을 느낄 정도였다.
“그럼 초초도 괜찮은 오빠를 하나 잃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