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364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91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364화
현월을 움켜쥔 장천운은 상대로 하여금 쉴 틈을 주지 않고 공세의 고삐를 바짝 당겼다.
무 노인이 위험에 처해 있었다. 말 한마디 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기세에서 밀린 백운과 여강은 장천운의 공격을 맞받으며 뒤로 물러섰다.
장천운은 한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두 사람을 공격하던 장천운의 신형이 어둠 속에서 흩어졌다.
“헛!”
“어디로……?”
백운과 여강이 멈칫하며 당황한 순간, 장천운의 공세가 두 사람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조금만 침착했어도, 기세에 밀려서 물러서지만 않았어도 그리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당황한 그들은 연이어서 실수를 하고 말았다.
먼저 천뢰일사 일초가 백운의 옆구리를 깊게 갈랐다.
그가 눈을 홉뜨고 옆구리를 움켜쥔 순간, 이번에는 뇌정무극수가 가슴에 박혔다.
쾅!
단발의 폭음과 함께 백운의 몸이 반쯤 부서진 벽을 마저 부수며 처박혔다.
장천운은 백운을 날려버리고 몸을 비틀었다.
여강의 묵수에서 뻗어 나온 강기가 옷자락을 가루로 만들며 스쳐지나갔다.
이를 악다문 장천운은 현월을 뻗어서 여강을 가리켰다.
검첨이 번쩍 하더니 한 줄기 벼락이 일직선으로 뻗어갔다.
일격이 성공했다고 판단한 여강은 장천운이 곧장 반격을 가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한 듯 멈칫했다.
찰나의 순간, 벼락이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장천운은 속이 울렁거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청산자를 상대하던 두 중년인이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들이 쓰러지면 다음은 무 노인 차례였다.
그는 땅을 박차고 청산자를 향해 날아갔다. 그 와중에 공력을 십성까지 끌어올렸다.
그 순간, 심장에서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도 잠시, 이번에는 불꼬챙이가 박힌 듯 심장이 뜨거워졌다.
순간적으로 남사명의 경고가 떠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멈출 수도 없고, 멈추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장천운은 이를 악다문 채 청산자를 향해 현월을 뻗었다. 다행히 공력은 면면부절 끊이지 않았다.
현월 전체에서 피어난 검강이 꿈틀거리며 여섯 자까지 길어졌다.
마치 흑룡이 현월에서 튀어나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듯했다.
콰아아아아!
장산과 소천을 향해 공격하려던 청산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한번만 더 손을 쓰면 저 끈질긴 두 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 듯했다.
그들만 쓰러지면 동방무기의 목숨을 거두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장천운의 공격이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이다.
동방무기를 처리한다 해도 자신 역시 적지 않은 피해를 감수해야 할 터. 그래서는 남는 게 없었다.
남기는커녕 저 괴물 같은 놈에게 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놈, 끝까지 말썽이구나.’
청산자는 아쉬움을 접고 공격의 방향을 틀었다.
청산자와 장천운의 공세가 찰나에 다섯 번이나 충돌했다.
쿠쿠쿠쿵! 콰광!
고막을 터트릴 것 같은 엄청난 굉음이 연이어서 울렸다.
대지가 들썩거리고, 어둠이 폭발하며 부서졌다.
장천운은 뒤로 훌훌 삼 장을 날아간 후 땅에 내려섰다. 장산과 소천이 있는 근처였다.
청산자는 뒤로 세 걸음을 물러난 후 멈춰 섰다. 눈꺼풀이 경악으로 잘게 떨렸다.
‘이 정도였단 말인가?’
영산자나 정도하의 말을 듣고도 아직은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막상 대해보니 차이가 크지 않았다.
아차 실수하면 승부가 갈릴 만큼 미미한 차이.
더구나 놈은 젊었다.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말이다.
계속 공격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청산자는 잠시 잠깐 갈등했다.
그 사이 장천운은 숨을 골랐다.
가슴의 통증은 여전했다. 뜨거움도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선지 얼굴이 불에 달구어진 쇳덩이처럼 벌게져 있었다.
<빨리 안전한 곳으로 모시고 가쇼!>
재빨리 장산에게 전음을 보낸 그는 아무런 표도 내지 않고 현월을 가슴 높이로 들어 올렸다.
현월에서 묵룡이 꿈틀대며 고개를 쳐들었다.
“네가 정녕 노도의 앞을 막을 생각이냐?”
청산자가 엄한 어조로 아이를 나무라듯 말했다.
“먼저 구천성의 위엄을 무시한 분은 진인이십니다.”
“저들은 본 궁의 사람들을 많이 죽였느니라. 노도는 그에 대한 복수를 하려는 것뿐이다.”
“서로 피장파장 아닙니까? 청산궁도 저쪽 사람들을 많이 죽인 것으로 압니다만. 이제 그만 하시지요. 계속 하시겠다면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너 혼자서는 노도를 막을 수 없을 텐데?”
“제 손발을 묶으시려면 진인께서도 적지 않은 피해를 감수하셔야 할 겁니다. 그럼 금룡신군과 탁무겸만 좋아지겠지요.”
사실이 그렇다는 걸 청산자도 모르지 않았다.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해도 될 터, 계속 막겠다면 네 목숨부터 거둘 것이니라.”
청산자가 그리 말하며 공력을 더욱 강하게 끌어올렸다.
장천운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쉽지 않을 겁니다. 제 명줄이 좀 질기거든요.”
말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뱉었지만 온몸의 힘줄과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듯 당겨졌다.
“그래, 쉽지는 않겠지. 그래도 네가 죽는 것만큼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나직하게 말을 맺은 청산자의 전신에서 웅혼한 기운이 폭사했다.
장천운도 꿈틀거리는 묵룡에 공력을 십성 실었다. 발밑에서 시작된 회오리가 그를 중심으로 휘돌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기운이 머리 이 장 위에서 안개처럼 흩어지며 옆으로 흘렀다.
일대를 뿌옇게 만들며 구의 형태를 이룬 밤안개의 벽이 두 사람을 에워싼 광경은 경이롭다 못해 신비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
“오옴―!”
일성을 내지른 청산자가 합장하고 있던 쌍장을 떼며 장천운을 향해 뻗었다.
두 사람 사이, 오 장 공간의 어둠이 통째로 돌며 장천운을 향해 밀려갔다.
두 발을 정(丁)자로 딛고 선 장천운도 앞으로 발을 내딛으며 가슴 앞에 세우고 있던 현월을 내밀었다.
콰아아아아아!
검첨에서 뻗어나간 묵룡이 용명을 터트리며 튀어나갔다.
두껍게 쌓인 바닥의 잔재가 양쪽으로 밀려나며 두 사람 사이에 길이 만들어지고, 회오리치는 어둠이 장천운을 덮쳤다.
거의 동시에 일 장 크기로 불어난 묵룡이 회오리치는 어둠의 중앙을 파고들었다.
콰르르릉!
천둥소리가 대지와 하늘을 뒤흔들었다. 어둠으로 물들어가던 하늘이 요동쳤다.
벽을 이루고 있던 밤안개가 폭발하듯 천지사방으로 터져나갔다.
이미 인간의 격전이 아니었다. 무신에 근접한 초인의 대전이었다.
장천운은 가슴이 턱 막히는 충격에 이를 악다물었다.
심장 안에서 숯불이 타오르고 있는 듯했다. 너무 뜨겁다 보니 다른 고통은 느낄 정신도 없었다.
두 사람의 격돌은 일대를 폐허로 만들었다.
잔해를 밀어낸 것으로도 모자라서, 삼 장 직경의 땅을 한 자 이상 뒤집어 놓았다.
이를 부서져라 악다문 장천운은 뒤로 주르륵 물러섰다.
청산자도 그답지 않게 굳은 표정으로 대여섯 걸음 뒷걸음질 쳤다.
물러설 때마다 단단한 땅바닥이 푹푹 파였다.
겉으로는 비등하게 보이는 상황.
그러나 장천운은 자신이 밀렸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 표정 변화를 애써 다스리고 있는 것뿐.
청산자는 장천운의 강함이 충격이었다.
우세를 점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정도는 언제든 상황에 따라 뒤집어질 수 있었다.
그는 장천운을 제거하기 위해서 재차 공력을 일으켰다.
오늘이 아니면 장천운을 제거할 기회가 없을지 몰랐다.
장천운도 그의 마음을 눈치 채고 현월을 움켜쥐었다.
천뢰구검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아직 서툴지만 무적삼검 중 두 번째 초식을 펼쳐볼 작정이었다.
문제는 그의 몸에서 일고 있는 이상 반응이었다.
강력한 충격을 받으면 공력이 늘어나긴 하는데, 그만큼 심장에서 전해지는 이상 반응도 커졌다.
이러다 기운이 폭주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
‘제길. 역시 금룡 늙은이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는 게 분명해.’
그런데 그때, 바깥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커졌다.
드디어 흑월대 등 구천성의 지원군이 온 듯했다.
“대주! 우리가 왔수! 아직 살아 있수?”
“아, 씨바. 왜 대답이 없어? 벌써 뒈졌나? 대주우우!”
등평과 곡소광이 악을 써댔다. 죽었기를 바라는 듯한 말투였지만, 오늘만큼은 그조차도 반가웠다.
흑월대가 왔다면 구천성의 고수들도 곧 도착할 것이다.
장천운은 잠깐이라도 시간을 끌기 위해서 억지로 입을 열어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운명은 진인 편이 아닌 것 같군요.”
청산자의 눈매가 눈에 보일 정도로 떨렸다.
단순히 장천운의 지원군이 왔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분 나쁜 운명의 흐름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천괴…… 역시 이놈이었나?’
그렇다면 더더욱 죽여야 할 터.
청산자는 두 손을 머리 높이로 들어올렸다.
지상에 내려앉은 어둠이 그의 손짓을 따라 허공으로 뜨는 듯했다.
장천운도 전 공력을 끌어올려서 현월에 집중했다.
기이하게도 그의 몸과 검 전체가 어둠속에 녹아들어서 하나의 거대한 검처럼 보였다.
청산자는 이마를 좁히고 멈칫했다.
처음 대해보는 무공. 마치 어둠의 검이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는 듯하다.
‘저 무공은 또 뭐지?’
불길함마저 느껴질 정도의 기세.
그가 멈칫한 것은 숨 한번 쉴 시간도 되지 않았다.
그 사이 네 사람이 담장을 넘어왔다.
“소사조! 괜찮으시오!”
“우리가 왔네, 대주!”
환마 우곡과 패왕 진교청이 소리치며 장천운의 옆으로 날아들었다.
내려서자마자 턱, 숨이 막힌 그들은 눈을 부릅뜨고 전 공력을 끌어올렸다.
‘저 도인이 청산자?’
‘젠장, 갈수록 태산이군.’
조백과 하응산은 그들 뒤에 서서 초조한 표정으로 좌우를 둘러보았다.
그 사이 바깥쪽에서의 소음이 점점 가까워졌다.
“너는 내가 상대해주마!”
“뭐, 뭐야? 저게 사람이야, 돼지야?”
“교왕 둔가부다!”
청산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교왕과 복우쌍노도 함께 온 듯했다. 그들 외에 구천성의 다른 고수들도 몰려들고 있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무리를 해서라도 장천운을 죽일 것인가, 안전을 택할 것인가.
‘때를 놓쳤어.’
청산자의 입가에 씁쓸함이 맺혔다.
아쉬웠다. 공격할 생각이었으면 망설이지 말았어야 했다, 내상을 입었다 해도. 장천운 역시 정상이 아니니까.
대화할 시간에 바로 공격했다면 장천운을 제거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때를 놓친 이상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곧 청무령과 청호령이 도착할 터, 그 이후에는 다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찰나에 생각을 정리한 청산자가 온기 한 점 없는 눈으로 장천운을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이쯤에서 멈춰야할 것 같구나.”
그러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둥실 떠오르더니 지붕 위로 날아갔다.
부상이 심한 백운도 여강의 시신을 옆구리에 끼고 마당을 벗어났다.
장천운은 그들을 막지 않았다. 막기는커녕 제발 어서 가라고 등이라도 떠밀어야 할 판이었다.
“청산궁 형제들은 모두 무기를 거두고 뒤로 물러서라!”
창노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장천운은 그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현월을 내렸다. 검첨이 어둠 속에서 미미하게 떨렸다.
‘운이 좋았어.’
간발의 차이였다. 마지막 일초 대결을 펼치고 나면 어떻게 되었을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우곡과 진교청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죽음을 각오해야 했을 것이다.
‘최소한 중상은 피할 수 없었을 거야.’
쓴웃음을 지은 장천운은 뒤를 돌아다보았다.
자신이 보낸 전음을 듣고 떠난 듯 무 노인과 두 중년인이 보이지 않았다. 서운함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할아버지는 괜찮은지 모르겠군.’
청산궁 무리가 썰물처럼 물러간 후, 변죽을 울리며 들어선 사람들은 폐허가 된 광경에 입을 반쯤 벌렸다.
먼저 들어온 환마와 패왕은 이미 질린 표정이었고, 교왕과 복우쌍노, 흑월대와 흑영대, 비령각 무사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대체 여기서 뭔 일이 있었던 거야?”
아무리 봐도 사람이 싸운 흔적이 아니었다.
“언제 이곳에 이런 공터가 있었지? 이상하네.”
오죽하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사이 장천운에게 다가간 조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대주, 이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소? 괜찮소?”
장천운은 조백을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단순히 궁금해서 묻는 투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