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3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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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8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363화
충천하는 살기 속에 전날 느꼈던 기운이 뒤섞여 있었다.
손우곤을 살해한 자들과 비슷한 절대의 기운이.
장천운은 기운이 뻗치는 곳을 향해 날듯이 달려갔다.
세상이 점점 어스름에 잠겨가는 시각.
충천하는 살기 속에서 천둥소리, 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렸다.
동방 노인의 거처가 있는 곳은 두 겹, 세 겹으로 포위망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 중심에서 경천동지의 가공할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장천운은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싸우는 자들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청산자! 그가 직접 나섰어!’
마음이 다급해진 그는 길을 따라가지 않고 건물을 타넘었다.
그렇게 건물을 두어 채 넘어갔을 때였다.
어스름 속에서 금방이라도 튕겨나갈 자세로 서 있는 청산궁 무사들이 보였다.
보이는 자만 대충 세어도 수십 명이었다.
보이지 않는 자들까지 합하면 백 명이 넘을 듯했다.
청산궁 무사들이 날아드는 장천운을 발견하고 앞을 막아섰다.
“멈춰라! 이 안으로는 아무도 못 들어간다!”
“비켜!”
장천운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쌍장을 휘둘렀다.
콰과광!
청산궁 무사 서너 명이 뒤로 훌훌 날아갔다.
“장천운이다!”
누군가가 장천운을 알아보고 소리쳤다.
청산궁 무사 중 칠팔 명이 다시 장천운의 앞을 막았다. 그들은 포위망 외곽에 있던 자들과 달랐다.
칙칙함마저 느껴지는 청의를 입은 자들. 목령사자들이었다.
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펼쳤다. 오랜 세월 연수합격을 익혀온 듯 그들에게서 거의 동시에 일어난 먹구름 같은 검기가 전면에 벽을 형성했다.
개개인은 절정수준에 못 미쳤다. 그러나 합공의 위력은 절대경지의 고수도 얕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은천동에서 그들을 상대해본 장천운은 공력을 팔성까지 끌어올린 채 현월을 뽑았다.
“막는 자는 누구든 죽인다!”
현월을 뽑아들고 살기마저 일으킨 장천운은 빗속에서 승천하는 흑룡 같았다.
어스름 속, 현월에서 뻗어나간 검기가 폭발하듯 비산하며 목령사자들을 덮쳤다.
목령사자들의 연수합격이 강하다 해도 작심한 그의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콰과과광! 떠더덩!
연이어 울린 번천지복의 굉음과 함께 네다섯 명이 피를 뿌리며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
장천운은 벌어진 틈 사이를 뚫고 안쪽으로 진입했다.
그가 목표로 한 장소가 코앞이었다. 그곳에서 가공할 기운이 화산처럼 폭발하며 퍼졌다.
땅을 박찬 장천운은 현월을 움켜쥐고 몸을 날렸다.
“장천운! 협상을 깨겠다는 거냐!”
안쪽에서 영산자가 중년 무사 다섯과 함께 날아들며 그의 앞을 막았다.
영산자와 함께 나타난 자들은 모두 사십대 이상으로, 청산자를 측근에서 호위하는 청산궁의 십이호법 중 다섯이었다.
그 중 하나가 날아들던 기세 그대로 장천운을 공격했다.
장천운은 현월을 뻗으며 검첨을 흔들었다.
검첨에서 묵빛 검기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피어났다.
중년 무사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안개가 자욱해지자 이를 악물고 검을 내질렀다.
떠덩!
중년 무사가 장천운의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하지만 그 바람에 장천운의 전진도 주춤거렸다.
영산자와 청산궁의 호법 넷이 무기를 들고 그의 앞을 틀어막았다.
장천운은 영산자를 노려보았다.
“협상은 누가 먼저 깼는데! 성 밖이라 해도 이곳 역시 구천성의 영역! 다시는 혈풍을 일으키지 말라 했거늘, 우리 구천성의 말이 개방귀처럼 들렸단 말 아니오!”
그가 큰소리로 외쳤다.
안에서 싸우고 있을지 모를 청산자와 무 노인에게 들으라는 말이었다.
또한 뒤 따라올 구천성 무사들을 향한 외침이기도 했다.
“본 궁의 무사들을 죽인 원수를 갚고자 할 뿐이다! 방해한다면 너라 해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영산자가 냉랭히 말하며 검을 뽑았다.
장천운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혼자였다. 반면 이곳에는 청산궁 무사 백 수십 명이 밀집해 있었다. 그 중에는 팔대호법 중 다섯이 포함되어 있고, 절정고수만 해도 이십여 명이나 되었다.
정도하가 당했을 때와는 또 다른 상황.
욕심이 났다. 잘하면 장천운이라는 젊은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설령 잡지 못한다 해도 그 동안의 분풀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놈! 잘 걸렸다!’
츠츠츠츠츠.
청운령 무사 이십여 명이 장천운의 뒤를 막아서고, 영산자와 함께 온 호법들이 장천운을 향해 다가갔다.
정도하와 용환종, 호법 넷을 상대해본 장천운이건만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은 그때와 상황이 달랐다.
그때는 상대가 자신을 얕본 덕에 승부를 수월하게 결정지을 수 있었다. 반면 오늘은 전력을 다한 공격을 상대해야 한다.
더구나 영산자도 합공을 주저하지 않았다.
장천운은 공력을 구성까지 끌어올렸다.
자신의 모든 것이 드러나더라도 하는 수 없었다.
천외의 세 노괴와 싸우는 것은 나중 일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포위망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쿠구구궁!
안쪽에서의 격전도 종점을 향해 달려가는 듯 굉음 울리는 간격이 조금씩 벌어졌다.
장천운도 그 사실을 감지하고 땅을 박찼다.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내 손이 무정타 원망하지 마라!”
일갈을 내지른 그의 신형이 어둠 속으로 녹아들 듯 사라졌다.
영산자가 악을 쓰듯 외쳤다.
“어림없다, 이놈! 놈을 잡아라!”
일갈을 내지른 영산자가 먼저 공격에 나섰다.
호법 넷 역시 거의 동시에 공격을 펼치며 장천운의 진로를 틀어막았다.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던 청산궁 무사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가공할 기의 다발이 장천운을 향해서 회오리치며 밀려갔다.
장천운도 천뢰검 중 여덟 번째 초식인 천뢰만파를 펼쳤다.
구성의 공력이 실린 천뢰만파는 그 어느 때보다 위력적이었다.
어스름으로 물든 대기가 그를 중심으로 정지된 듯 느껴졌다. 하늘에 다섯 자 크기의 구가 형성되었다.
그 순간!
콰광!
귀청을 찢는 폭발음과 함께 기로 이루어진 구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영산자와 호법들이 눈을 홉뜨고 뒤로 주르륵 물러섰다.
그때였다.
“노야! 어서 이곳을 떠나십시오!”
“내 걱정 말고 소천과 함께 빠져나가라! 콜록, 콜록.”
안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기침소리의 주인은 무 노인인 듯했다.
장천운의 표정이 급변했다.
노야. 무 노인을 부르는 호칭이다. 무 노인이 위험에 처한 듯하다.
다급해진 장천운은 전면으로 몸을 날리며 현월을 뻗었다.
천뢰구검 중 구전관천이 펼쳐지자, 현월의 검첨에서 아홉 줄기 강기가 벼락처럼 쭉 뻗어나갔다.
그의 앞을 막아섰던 자들이 입을 반쯤 벌렸다. 눈도 한껏 커졌다. 비록 한순간이었지만, 커진 눈이 지독한 공포로 물들었다.
그들의 눈에는 벼락이 아홉 줄기가 아니라 구십 줄기처럼 보였다.
눈을 가득 메우고 날아드는 벼락은 어느 곳으로 움직여도 피할 수 없을 듯했다.
그들은 반사적으로 무기를 들어서 장천운의 공격에 맞섰다.
“으아아아아!”
그 중 하나는 발작하듯이 악다구니를 내질렀다.
쩌정! 떠덩! 쾅!
절대의 공력이 실린 공격에 검이 부러지고, 도가 튕겨나갔다.
강기의 벼락은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세 사람의 몸을 꿰뚫었다.
장천운은 항거불능 상태가 된 자들의 머리를 타넘었다.
비틀거리는 세 사람의 몸에서 뒤늦게 피분수가 솟구쳤다.
영산자와 호법들도 장천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장천운은 그들의 공격을 신경 쓰지 않고 재차 땅을 박찼다.
무 노인이 있는 곳까지 지척의 거리, 한번만 더 도약하면 도착할 수 있을 듯했다.
바로 그 순간, 세 사람이 전면 담장을 넘어왔다.
그들은 넘어오자마자 장천운을 공격했다.
콰아아아아!
해일처럼 밀려드는 사나운 광풍!
장천운은 몸을 날리던 자세 그대로 천뢰검법을 펼쳤다.
점점 짙어지는 어둠 속에서 벼락이 번쩍이고 천둥소리가 울렸다.
쿠과과광!
또 다시 전진이 막히자, 장천운은 참고 참았던 분노를 터트렸다.
“죽고 싶다면 죽여주지!”
쏴아아아아!
현월에서 뻗친 검강이 강기의 그물처럼 퍼져서 그들을 덮쳤다.
촘촘히 짜인 강기의 그물은 빠져나갈 틈조차 없었다.
방원 삼 장 안이 죽음의 공간이 되었다.
나중에 나타난 자들의 무위는 청산궁의 호법들보다 최소한 반 수 위에 있었다. 이미 절정 경지 상급에 이른 진정한 절정고수들.
하지만 그러한 실력으로도 분노한 장천운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쩌정! 떠더더덩!
연속된 굉음!
달려들던 만큼 빠르게 튕겨나간 세 사람의 몸이 벽에 처박혔다.
개중 한 사람은 벽을 뚫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충돌의 여파로 담장을 넘지 못한 장천운의 등 뒤에서 거센 강기의 소나기가 쏟아졌다.
영산자와 세 호법의 전력을 다한 공세는 바늘귀만 한 틈도 주지 않고 장천운을 가두었다.
“이놈!”
검을 떨치는 영산자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희열에 찬 일성이 터져 나왔다.
이번만큼은 저 괴물 같은 놈도 피할 수 없으리라!
그런데 전진이 막혀서 땅에 내려선 장천운이 몸을 돌리며 그들의 공세 속으로 뛰어들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
영산자조차 흠칫했으니 다른 호법들은 오죽하랴.
흠칫한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혹독했다.
장천운의 신형이 거짓말처럼 분리되며 좌우로 퍼졌다 싶은 순간, 쩡! 하는 일성 굉음과 함께 영산자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동시에 호법 하나가 검과 함께 몸이 반쯤 갈라지며 기괴한 모습으로 튕겨져 나갔다.
장천운도 그들의 공세를 온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그가 영산자와 호법 하나를 떨쳐내는 사이, 다른 두 호법의 공세가 그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등줄기에서 싸한 느낌이 들었다. 강맹한 장력이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나마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어서 심한 부상을 당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옆으로 이 장 정도 밀려난 그는 땅을 밟자마자 다시 날아오르며 환신술을 펼쳤다.
목령사자를 비롯한 청산궁의 무사들마저 그를 공격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다.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한 상황. 한시라도 빨리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환신술을 펼친 그의 신형이 허공에서 밤안개처럼 흩어지며 사라졌다.
청산궁 무사들이 눈을 부릅뜨고 찾는 동안 장천운은 건물을 넘어갔다.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잔해만 가득 쌓여 있었다.
가공할 격전의 결과로 작지 않은 건물 두 채가 가루가 되다시피 부서져서 주저앉은 것이다.
그 와중에도 세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
청산자와 두 중년인.
거기다 청산자 뒤쪽에는 백운과 여강이 서 있었고, 두 중년인 뒤에는 무 노인이 있었다.
장천운은 청산자와 대치 중인 두 중년인을 보고 이마를 좁혔다.
‘그들이다.’
손우곤을 죽인 자들.
하지만 지금은 위기에 처해서 그들이 당하기 직전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대단하군.’
시간 상 청산자와 최소 이십여 초식은 겨루었다고 봐야했다.
위기에 처한 것은 분명하나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경악할 일이었다.
“또 네놈이구나!”
“오냐! 잘 왔다, 이놈!”
장천운이 마당이라 부르기도 뭐한 폐허에 내려서자, 청산자 뒤쪽에 서있던 백운과 여강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장천운은 무 노인을 슬쩍 쳐다본 두 사람을 향해 마주 몸을 날리며 구성 공력을 현월에서 쏟아냈다.
바로 그때, 청산자가 장산과 소천을 향해 한발 내딛으며 두 손을 뻗었다.
고오오오오!
사오 장의 거리가 진공 상태라도 된 듯 바닥의 잔해들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동시에 무쇠도 가루로 만들 것 같은 무시무시한 위력의 거력이 장산과 소천을 덮쳤다.
장산과 소천은 전력을 다해서 청산자의 공세를 상대했다.
땅바닥 가득하던 잔해가 원을 그리며 밀려갔다.
먼지구름이 일어나며 어둑한 마당이 더욱 어두워졌다.
장산과 소천의 몸도 잔해와 함께 뒤로 밀려났다.
창백한 안색의 장산에 비해서 소천의 얼굴은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소천의 턱 밑에서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러나와 가슴을 적셨다.
두 사람이 청산자를 상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천이 칠 할 이상을 감당하고 있었다. 그만큼 충격도 컸다.
콰과광! 떠덩!
이번에는 장천운 쪽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장천운은 천뢰구검 중 삼전비격과 천뢰만파를 연이어 펼쳤다. 초식이 더해질수록 백운과 여강이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이, 이런……!”
“참으로 개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