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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360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80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360화

서문주경이 황급히 소리쳤다.

천애사룡 중 키가 작고 얼굴이 검은 자가 모용문태에게 달려들며 벼락같이 장력을 떨쳤다.

모용문태는 몸을 호신강기로 보호하며 그대로 창문을 부수었다.

와장창!

싸울 시간이 없었다. 아들과 조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을 제거하려고 했다면 그들에게도 손을 썼을 가능성이 컸다.

쾅!

얼굴이 검은 자의 장력이 모용문태의 등 뒤를 덮쳤다.

장력에 얻어맞으면서 모용문태의 몸이 더 빨리 밖으로 날아갔다.

마당으로 내려선 그는 비틀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서문주경의 수하들이 건물 일대를 포위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맞서다 당한 듯, 자신을 따르던 무사 십여 명이 부상을 당한 채 널브러져 있었다.

“부회주!”

황기주 보경안이 악을 쓰듯 소리쳤다.

“숙부님! 이 개 같은 자들이 우리 형제들을 쳤습니다!”

모용산강이 분노에 찬 늑대처럼 울부짖었다.

그는 무릎을 꿇다시피 한 상태였는데, 몸 여기저기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저희는 놔두고 어서 이곳을 떠나십시오!”

모용문태는 이를 악다물었다.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노야를 외면한 벌을 이렇게 받는 건가?’

그런데 모용진강이 보이지 않았다.

저들의 손을 벗어났을까?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조카와 수하들을 살리고 싶으면 어리석은 짓 하지 마라, 모용문태.”

서문주경이 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모용문태는 고개를 돌려서 그를 쳐다보았다.

득의에 찬 표정이었다. 마치 원하던 대로 모든 것을 이룬 사람처럼.

모용문태는 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마침 근처에 쓰러져 있던 무사의 옆에 검이 떨어져 있었다. 손을 뻗은 그가 허공섭물의 수법을 펼치자, 검이 그의 손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와 동시, 방에서 나온 천애사룡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서문주경도 한발 뒤로 처져서 그들과 함께 움직이며 소리쳤다.

“모용문태는 우리 파천회에 등을 돌렸다! 이제부터 저자는 부회주가 아니다! 이는 회주의 명령이니, 파천회의 무사들은 동요하지 말고 모용문태와 그 일당을 잡아라!”

모용문태는 서문주경의 외침을 들으며 검을 움켜쥐었다.

칼과는 느낌이 완연히 달랐다. 그렇다 해서 어색할 정도는 아니었다.

절대 경지의 고수에게는 갈대 한 가닥조차 치명적인 무기가 되는 법.

하물며 검이 그의 손에 쥐어진 이상 어떤 보검보도보다도 더 무서운 무기라 할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

천애사룡과 서문주경의 공세가 폭풍처럼 모용문태를 향해 밀려갔다.

모용문태는 그들을 맞상대하지 않았다.

오랜 세월 복수만 생각하며 살아온 그였다.

조카와 수하들의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에 연연하기에는 살아온 세월이 너무 처절했다.

“와하하하하하! 무제여! 욕망이 결국 그대의 눈을 가렸구나!”

처절함이 느껴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모용문태가 땅을 박차고 솟구쳤다.

“오늘의 빚은 반드시 갚아 주마, 서문주경!”

서문주경의 수하 대여섯 명이 앞뒤 가리지 않고 모용문태의 앞을 막으려 했다.

“비켜라!”

노성을 터트린 모용문태가 검을 칼처럼 휘둘러서 허공을 베었다.

시퍼런 기운이 채찍처럼 휘어서 뻗어나가며 무사들의 무기와 몸을 동시에 튕겨냈다.

가공할 위세에 다른 무사들은 덤벼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모용문태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포위망을 빠져나갔다.

눈을 치켜뜬 서문주경은 멀어지는 모용문태를 쫓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이런, 빌어먹을!’

천하의 도왕이 혈육과 수하들을 놔둔 채 빠져나갈 줄이야.

그렇다고 해서 그를 무조건 뒤쫓을 수도 없었다.

그보다는 혼란에 빠질지 모를 파천회를 수습하는 게 더 중요했다.

“모두 명심해라! 모용문태는 적을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향해 칼을 들이댔다! 이제부터 모용문태가 이끌던 좌군도 모두 나의 명령에 따라야 할 것이다!”

파천회 무사 중 모용문태를 따르던 자들 상당수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서문주경에게로 넘어가 있었다.

그는 흔들리고 있는 무사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여세를 몰아 은현곡을 공격하기로 작정했다.

“천외의 세력인 청산궁의 지부를 칠 것이다! 모두 출발준비를 해라!”

 

* * *

 

‘윽!’

장천운은 인상을 찡그리며 오른손으로 심장을 눌렀다.

마침 등을 보인 채 창문 밖을 보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사마경에게 들킬 뻔했다.

자신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그녀가 봤다면 귀찮을 정도로 꼬치꼬치 캐물었을 것이다.

‘제기랄. 이러다 백일이 되기도 전에 폭주하는 거 아냐?’

기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나름대로 전력을 다해 노력 중이다.

어차피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던 터였다.

쉬운 일이었다면 금룡신군이 모험이라고 하지도 않았겠지.

독에 대해서도 신경을 썼다.

일단 독기를 거궐혈과 관중혈 사이의 구미혈에 봉인해 놓았다.

독왕의 해독단도 한 알 복용했고, 독왕으로부터 시간 날 때마다 점검을 받았다.

어떤 때는 하루, 어떤 때는 이틀 간격이었다.

아직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하루에 두어 번,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심장을 바늘로 콕콕 찔러대는 고통이 느껴지는 것 외에는 별다른 증상도 없었다.

“왜 그래? 어디 아픈 거야?”

뒤에서 사마경이 물었다. 행동이 이상해 보였나보다.

“아닙니다, 소성주. 바람이 시원해서요.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아하, 천운은 바람이 시원하면 가슴을 부여잡는구나.”

하여간 소성주는 이상하게 속을 쑤시는 재주가 있다.

안 되겠다 싶어진 장천운이 말을 돌렸다.

“대령주가 생각보다 조용한데요?”

사마경도 공손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지금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언제까지나 조용히 있지는 않을 거야. 대령주뿐만 아니라 다른 자들도.”

구천오대를 들쑤신 지 하루가 지났다. 정보만 취합하며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만 해도 청묵전이 들썩거렸다.

그 바람에 장로원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비령조에 비상이 걸렸었다.

그런데 의외로 별 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움직이면 한방 되받아치려 했거늘.

청산궁 역시 조용했다. 그들이야 큰 피해가 없는 상황이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반면 금룡장은 은밀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노괴의 자존심을 건드렸으니 조용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인내를 거두고 칼을 들이댈지도.

“그런데 청산궁에서 찾고 있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된 거지? 그들이 청산궁을 조금만 더 괴롭혔으면 좋겠는데. 떠나버렸나?”

“청산궁을 두려워하지 않는 걸 보면 쉽게 떠날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럼 어디에 몰래 숨어 있나? 왜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도 있잖아.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몰라.”

사마경의 말을 듣고 있던 장천운의 뇌리에 어떤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잠깐 나갔다 와도 되겠습니까?”

“어딜 가려고? 함께 갈까?”

“개인적으로 볼 일이 조금 있습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내일 아침까지는 올 수 있는 거야?”

이제 막 신시(申時: 오후 3시~5시)가 되었다. 태양이 한창인 때.

한마디로 장천운을 놀리는 말이었다.

“해지기 전까지는 돌아오겠습니다.”

“알았어. 갔다 와. 일 벌리지 말고.”

마지막까지 쑤시는 걸 잊지 않는다. 그래도 어쩌랴, 그 말에 불만을 표할 수도 없잖은가.

“감사합니다.”

“나가는 길에 길바닥 바람 냄새가 어떤지 확인해 봐. 비릿한지, 짭짤한지.”

말투는 가벼웠다. 뜻도 모호했다.

그러나 장천운은 그 말에 담긴 깊은 뜻을 바로 눈치 챘다.

“예, 소성주.”

 

사마경은 장천운이 밖으로 나간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 아저씨.”

천장에서 대답이 들렸다.

“예, 소성주.”

“천운에게 무슨 일 있는 것 같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정확히 모른다? 그럼 조금은 안다는 거네?”

“가끔…… 고통을 느끼는 표정을 짓곤 했습니다.”

“그거야 워낙 자주 다쳐서 들어오잖아.”

꼭 그래서만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철무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장천운이 말하지 않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차라리 소성주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했다.

“근데 철 아저씨, 이번 겨울에 눈을 볼 수 있을까?”

사마경이 다시 말했다.

조금은 뜬금없는 말일 수 있었다.

하지만 철무는 그 말에도 바로 대답을 못했다.

눈을 볼 수 있냐고?

이번 겨울에도 눈은 내릴 것이다. 살아 있고 장님이 아닌 한 볼 수 있을 것이다.

볼 수 없을 때는…… 죽었을 때뿐이다.

석 달 안에 임시성주로서 자격을 마지막으로 시험하게 될 것이다.

설령 통과한다 해도 공손백이 그냥 보고만 있을 리 없다.

하지만 그조차도 천외가 방관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해가 가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욕망을 드러내겠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철무의 무뚝뚝한 표정이 금이 갔다.

전에 비하면 탈태환골이라 해도 될 만큼 강해진 소성주지만, 그래봐야 아직 가슴에 꽃망울이 맺힌 스무 살 여인 아닌가.

“불안하십니까?”

“겨우겨우 버텨나가긴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어깨가 더 무거워져.”

그 마음은 장천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에게 더 무거운 짐만 얹어주는 셈이 될 테니까.

“그래도 버틸 거야. 어떻게든. 그리고 모든 걸 밝혀낼 거야. 그게 내가 사는 목적이거든.”

사마경은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고 입술 끝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거야.’

 

 

 

136장 짧은 만남

 

 

동문 밖 길거리의 바람 냄새는 비릿했다. 짭짤함도 함께 느껴졌다.

석양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시각.

전이었다면 시끌벅적할 길거리가 오늘은 한산했다.

‘사람들이 겁을 먹고 돌아다니지 않는군.’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특히 동문 쪽에서 주로 사건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무사만 보면 눈알을 급히 굴렸다. 또 누가 죽는 것 아닐까? 그런 표정.

더구나 천외에 대한 소문이 강호를 폭풍처럼 휩쓸었다. 그 발원지가 바로 구천성 아닌가.

말 많은 자들은 둘 이상 모이기만 하면 수군댔다.

곧 구천성을 중심으로 강호의 패권을 다투는 싸움이 벌어질 거라고.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죽을지 모른다고.

겁이 난 사람들은 짐을 싸서 떠났다.

반면 이 기회에 명성을 얻어 보려는 사람들이 구천성으로 몰려왔다.

떠난 사람, 남은 사람, 그리고 새로 유입된 사람.

사람들이 많이 교체되면서 분위기가 전과 많이 달라졌다.

장천운은 차분하게 길거리의 분위기를 살피면서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간 골목은 전에 무 노인이 살았던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청산궁에 원한이 큰 사람들이라면 멀리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 청산자가 이곳에 있는 한.’

 

그때 그 집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장천운은 천천히 허름한 방과 좁은 마당을 둘러보았다.

노을빛을 받은 집안은 을씨년스러움과 황량함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가늘게 뜬 그의 눈에서 언젠가부터 차가운 광채가 번뜩였다.

‘우리가 떠난 후 누군가가 왔다 갔다.’

멋모르고 들어온 것이 아니다. 하찮은 물건이긴 하나 생활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을 가져갔다.

집안을 세밀하게 둘러본 그는 지하의 토굴로 들어갔다.

손에는 급조해서 만든 횃불이 들려 있었다.

토굴 안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언뜻 보면 달라진 것이 없는 듯했다.

그러나 장천운은 그곳에서 최소한 세 가지의 변화를 찾아냈다.

특히 현월이 놓여 있던 곳 근처에서 전에 보지 못한 발자국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 발자국 옆에 매우 특이한 자국이 나란히 찍혀 있었다.

둥근 나무막대로 쿡쿡 찍은 것처럼 보이는 자국. 지팡이를 사용하는 자인 듯했다.

‘아직 구천성 인근에 있나?’

장천운은 토굴의 안쪽 통로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갖고 온 횃불이 반쯤 타서 오래 버틸 수 없을 듯했다.

그러나 한 가닥 빛만 있다면 어둠 정도는 꿰뚫어볼 수 있는 그였다.

컴컴한 토굴 안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던 그의 몸에서 어느 순간 은은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컴컴했던 토굴 안쪽에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자신의 횃불에서 비친 빛이 아니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모습을 드러내시오.”

그가 토굴 안쪽을 향해 말했다.

사람이 있다면 절정 경지를 넘어선 고수라고 봐야 했다.

십여 장 거리 안에서 그의 감각을 속일 정도의 고수는 강호에 많지 않았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후회하시게 될 거요.”

툭, 툭, 툭, 툭.

어두운 토굴 안에서 뭔가로 땅을 찍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지팡이로 땅을 찍듯이.

그 소리는 장천운이 있는 광장을 향해 점점 가까워졌다. 빛도 조금씩 밝아왔다.

장천운의 심장박동이 이상할 정도로 빨라졌다.

그는 본인도 생각지 못한 몸의 반응에 흠칫했다.

지금의 반응은 본능에 의한 것이었다. 그가 지닌 능력과도 관련이 있는 반응.

도대체 저 안에 있는 자가 누구기에!

그때 토굴 안쪽, 통로가 꺾어진 곳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초롱불을 들고 있어서 모습이 뚜렷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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