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358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83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358화
노성을 내지르며 뻗은 그의 검에서 푸른 광채가 뿜어졌다.
일개 대주가 검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알려진 거웅일마보다 배는 더 강한 무위.
장천운과 이광 사이에 서 있던 백천대 무사 두엇이 대경실색하며 급급히 옆으로 물러섰다.
장천운은 그 모습을 보며 현월을 뽑았다.
갈대밭에 난 길처럼 갈라진 공간 사이로 이광이 날아들고 있었다.
서리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던 장천운이 냉랭히 소리쳤다.
“누구든! 구천성을 농락하려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다!”
쩌정!
고막을 뒤흔드는 맑은 굉음과 함께 이광이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창백해진 그의 얼굴가죽이 푸들푸들 떨렸다.
‘뭐 이런 놈이…….’
그 순간, 장천운이 그를 향해 미끄러져가며 현월을 뻗었다.
“암천문의 주구 따위가 왜 여길 들어와!”
현월의 검첨에서 검은 구슬 하나가 맺히더니 화살처럼 쏘아져나갔다.
검강으로 펼치는 절세의 기법 중 하나인 탄강주(彈罡珠)였다.
“이이익……!”
이광은 혼신의 힘을 다해서 강기의 구슬을 쳐냈다.
쾅!
“크억!”
단발의 폭음. 이광의 목에서 답답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장천운은 비틀거리는 이광을 향해서 손가락을 튕기듯이 뻗었다.
쩌러러렁.
다섯 줄기 지풍이 청량한 소리를 울리며 뇌전처럼 뻗어나갔다.
입술을 깨문 이광은 다급히 몸을 틀었다. 발악에 가까운 몸짓이었다.
이번 공격만 피하고 나면 동귀어진도 마다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눈이라도 달린 듯, 지풍이 방향을 틀면서 이광을 덮쳤다.
한겨울 문풍지처럼 떨리는 이광의 눈매가 암담하게 어두워졌다.
동시에 다섯 줄기 지풍이 이광의 혈도에 틀어박혔다.
움찔거린 이광의 몸뚱이가 발에 걷어차인 썩은 나무처럼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
“놈들의 수괴가 쓰러졌다! 나머지 놈들도 반항하는 자는 모두 죽여라!”
혁련기가 소리치고는 더욱 거세게 상대를 몰아붙였다.
순식간에 난전이 되면서 피가 튀고 시신들이 널브러졌다.
웅천대원 중 암천문 무사들은 개개인이 일류고수 이상이었다. 선풍대와 패룡대 무사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 백천대조차 겨우 비등한 접전을 벌였다.
반면 흑월대원들은 외나무다리에서 철천지원수라도 만난 듯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무공만 강한 게 아니었다. 목소리도 컸다.
“개새끼들! 여기가 너희들 놀이터인 줄 알아!”
“한 놈도 살려서 보내지 마!”
“내 얼굴이 어때서 그렇게 쳐다봐, 개자식아!”
웅천대원들은 그 때문에 더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지금이라도 무기를 던지고 투항하는 자는 살려줄 것이다!”
장천운이 웅혼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웅천대원 중 대여섯 명이 도검을 던지고 뒤로 물러섰다.
“우린 투항하겠소!”
“저는 저자들과 한패가 아닙니다!”
사기가 꺾이면서 웅천대의 무너지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몇 명은 남쪽과 북쪽 포위망을 타넘어서 도주하려 했다.
전검대와 금호대를 상대하는 것이 흑월대원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단 한 사람도 도주에 성공하지 못했다.
언제 나타났는지 외곽마저 이백여 무사에 의해 둘러싸여 있었다.
경천단과 무혼단, 거기에 우문각이 보낸 무사들마저 있었다.
공격을 시작한 지 반각 만에 웅천대원들 중 대항했던 자들은 죽거나 포로가 되었다.
장천운은 마혈이 제압된 이광을 비령각으로 보냈다.
우문각이라면 그의 입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남은 웅천대원들은 천기등에게 맡겼다.
“지금부터 전검대가 웅천대의 남은 무사들을 지휘하시오.”
천기등은 전검대의 무력이 강력해졌음에도 반가워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인원이 너무 많으면 귀찮기만 했다. 사건도 많이 생길 것이고.
“령주, 우린 그냥 지금이…….”
“오대 전체를 지휘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시든가. 제가 밀어드리죠.”
“……힘들긴 하겠지만, 명대로 웅천대 무사들을 받아들이겠소.”
‘진즉 그럴 것이지.’
장천운은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고 몸을 돌렸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럼 이제 다음 순서를 진행해 볼까?’
135장 내가 사는 목적
패룡대주 동사광은 다가오는 장천운을 바라보며 이를 지그시 악다물었다.
저놈이 왜 자신 쪽으로 오는 걸까?
정체가 탄로 났나?
그럴지도 몰랐다. 웅천대주 이광도 암천문의 주구라는 것이 밝혀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장천운과 금룡신군 사이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구천금령의 명을 거역하지도 않았다.
그때 동사광의 이 장 앞에 멈춰 선 장천운이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명을 따랐을 뿐이네.”
“그럼 이제 금룡장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가십시오. 조용히 돌아가겠다면 막지 않겠습니다.”
갑작스런 장천운의 말에 동사광의 눈매 끝이 잘게 떨렸다.
“무슨……?”
“말 길게 해봐야 서로 피곤하다는 거, 잘 아시잖습니까?”
동사광은 눈에 힘을 주고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눈싸움이라면 청산자와 금룡신군에게도 밀리지 않는 장천운이다.
“그렇게 쳐다본다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 어떻게 할 거요? 가지 않겠다면 본인 역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만.”
“신군께서 좋아하지 않으실 거네.”
동사광이 금룡신군의 이름을 빌려서 장천운을 겁박했다.
장천운은 차갑게 얼어붙은 눈으로 잠시 동사광을 바라보더니 툭, 한마디 던졌다.
“가거든 말하쇼. 자꾸 이상한 짓 할 거면 지금 있는 장원에서 떠나라고.”
“그분을 건드려서 좋을 것 없을 텐데?”
“거 말귀 더럽게 못 알아듣네, 정말!”
버럭 소리친 장천운이 우수를 들어서 신경질적으로 흔들었다.
동사광도 반사적으로 공력을 끌어올리고는 우수를 들어 막았다.
석 자 간격을 두고 두 사람의 장력이 충돌했다.
쾅!
눈을 치켜뜬 동사광은 정신없이 뒤로 물러났다. 쿵쿵거리며 물러설 때마다 바닥에 깊은 발자국이 찍혔다.
“가기 싫으면 가지 말라고 하쇼. 열 받으면 내일이라도 공격할 테니까.”
안색이 해쓱해진 동사광은 장천운의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고 입술을 깨물었다.
“후회할 거다, 장천운.”
“후회? 누가 후회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
으르렁거리듯 몇 마디 내뱉은 장천운이 패룡대 무사들을 둘러보았다.
웅천대와의 싸움으로 삼십여 명이 죽거나 부상을 입었다.
남은 자들은 백 오륙십 명, 그 중에서 절반 가까운 무사들이 분노와 긴장이 뒤섞인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죽고 싶은 자는 대항해도 좋아. 얼마든지 죽여줄 테니까.”
단호한 살기가 내포된 나직한 목소리.
입술을 씹어대던 동사광이 좌우를 향해 고갯짓을 했다.
패룡대 무사 중 육십여 명이 천천히 뒤로 물러서며 일반대원들과 거리를 두었다.
동사광은 장천운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는 몸을 돌렸다.
“가자.”
장천운은 그들이 떠나는 것을 막지 않았다. 아직은 금룡신군을 막장까지 몰아붙일 때가 아니었다.
‘이제 하나만 처리하면 되겠군.’
장천운은 그들이 멀어진 후에야 몸을 돌렸다. 그리고 선풍대 쪽을 바라보았다.
선풍대주 아청곽이 수하들과 함께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역시 웅천대와의 싸움에서 상당한 피해를 본 상태였다.
아청곽은 장천운과 눈이 마주치자 표정이 굳어졌다.
선풍대원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초조하게 주시했다.
장천운이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어 대주님, 저에게 할 말 없습니까?”
“무슨 말을 하라는 건가?”
“할 말이 없으시다면 제가 묻죠. 대령주와는 어떤 사이요?”
“그분과는…….”
무심코 말을 내뱉던 어청곽이 입을 꽉 다물고 장천운을 노려보았다.
유도심문에 말려들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가끔 지나가다가 마주친 사이일 뿐이네.”
“오호, 그래서 청묵전을 찾아갔던 겁니까? 가끔 마주친 사이니까 인사나 드리려고? 그것도 서너 번이나?”
아청곽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대령주는 어차피 본 성의 주요간부시니 보고를 드릴 수도 있는 일 아닌가?”
“매번 자시가 다 된 시각에 보고를 하러 간다?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요. 혹시 대령주에게 약점 잡힌 거라도 있습니까?”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었다. 비령각의 감시보고서에 나와 있는 사실이었다.
“지금 나를 모욕하겠다는 건가?”
“모욕이라. 뭐가 진짜 모욕인지 모르시는군.”
걸음을 멈춘 장천운이 아청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검지를 까딱거렸다.
“덤벼보쇼. 삼 초식만 받아내면 인정해줄 테니까.”
무사에게는 무시를 당하는 것 자체가 큰 모욕이다.
하물며 어린놈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는데 참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어청곽도 이마에 핏대가 솟았다.
“어린놈이 정말 건방지구나!”
버럭 소리친 그는 두 손을 뻗었다. 기껏해야 일 장 거리. 땅을 박찼다 싶은 순간 그의 두 손이 장천운의 코앞에 이르러 있었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장천운의 가슴을 쳤다.
‘벌 것도 아닌 놈이…….’
분명히 장천운은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몸을 틀어서 피하지도 않았다. 그의 강력한 장력은 정확히 장천운의 가슴을 때렸다.
그런데…… 손에 걸리는 것이 없었다. 여전히 놈은 그 자리에 서서 웃고 있거늘.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 순간, 아청곽은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순간적인 임기응변을 발휘한 행동이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실수였다.
허공으로 솟구친 그의 오른발이 장천운에게 잡힌 것이다.
대경한 그는 왼발을 휘둘러서 오른발을 잡은 장천운의 손을 후려 찼다.
그 순간 세상이 빙 돌았다. 오른발도 허공만 찼을 뿐이다.
반 바퀴 빙 돈 몸이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꽂혔다.
워낙 빨리 벌어진 일이었다.
아청곽이 공격하는 걸 보고 눈을 부릅떴던 자들이 ‘엇?’하며 소리를 내질렀을 때는 아청곽의 몸뚱이가 땅에 내리꽂히고 있었다.
아청곽은 충격을 완화시키려고 두 손을 뻗었다.
거리가 워낙 가까워서 손을 뻗었을 때는 땅이 코앞이었다.
‘빌어……!’
반사적으로 얼굴부터 막았다. 그나마 얼굴보다 손이 먼저 땅에 닿은 게 다행이었다.
퍽!
장천운은 아청곽을 땅에 내리꽂고, 잡았던 발을 놓았다.
아청곽의 몸뚱이가 풀썩 한번 튀어 올랐다가 널브러졌다.
장천운이 거센 충격을 받아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게 왜 갑자기 덤벼드는 거요? 대령주 체면을 봐서 정식으로 비무를 하려고 했는데.”
“이, 이 개…….”
“죽고 싶으면 원하는 대로 해줄 수도 있죠. 수하들을 살리고 싶으면, 입 닫고 조용히 있으쇼. 당신처럼 달려들면 다 죽일 수밖에 없거든.”
“…….”
장천운은 아청곽을 향해서 소리 없이 차갑게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선풍대원들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분노를 감춘 자들도 있었고, 두려움에 질린 자들도 있었다.
“아 대주와 관련 없는 사람은 저쪽으로 가쇼.”
장천운이 손을 들어서 천기등 쪽을 가리켰다.
이미 두 번이나 비슷한 상황을 본 터였다.
눈치를 보던 선풍대원들이 하나 둘 이동했다. 그러더니 반각쯤 지났을 때에는 절반 정도가 천기등 쪽으로 옮겨갔다.
옮겨가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천기등의 입술도 자주 씰룩거렸다. 아무래도 욕을 하는 듯했다.
장천운은 신경 쓰지 않고 아청곽을 향해 말했다.
“이제부터 선풍대는 당신들만으로 운용될 거요. 대령주에게로 돌아가든 남든 알아서 하쇼. 고자질하고 싶으면 하시고.”
아청곽은 입술을 질겅거리며 씹어댔다.
방법이 없었다. 일단은 따라주는 시늉이라도 하는 수밖에. 나머지는 대령주께서 알아서 하실 것이다.
“좋다. 우리도 어차피 다른 자는 필요치 않다.”
“그래요? 잘됐군.”
속전속결로 구천오대 중 삼대를 정리한 장천운은 마지막으로 금호대주를 바라보았다.
금호대주 명호산은 고완과 모용예가 심어 놓은 자였다. 금호대원 역시 상당수가 그들의 일원이었다.
당장 쳐낼 수도 있지만, 모용문태가 확실한 답을 줄 때까지 기다려도 될 듯했다.
“우리 서로 구차한 변명이나 핑계는 대지 맙시다.”
장천운이 먼저 운을 뗀 후에야 명호산이 입을 열었다.
“우리도 떠나길 바라는 건가?”
“이야기 듣지 못했습니까?”
뜬금없는 말이었다. 명호산은 순간적으로 위에서 내려온 명령을 기억해내고 이마를 찌푸렸다.
“모용 소저와 관련된 거라면 들었네.”
“그럼 됐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죠.”
장천운은 할 말만 하고 몸을 돌렸다.
하나 정도는 남아 있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
‘지금쯤 비상이 걸렸겠군.’
장천운은 구천오대 대원들을 둘러보았다.
불과 이각 전까지만 해도 활기찼던 구천오대가 긴장감에 짓눌려 있었다.
“구천오대는 곧 재편될 것이오! 그 동안 웅천대와 패룡대, 선풍대에서 제외된 대원들은 전검대 천 대주의 지휘를 받도록 하시오!”
천기등의 얼굴이 벌레를 씹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지이미, 오대나 사대나…….’
* * *
“장천운! 내 이놈을……!”
공손백은 보고를 받고 벌떡 일어났다. 그의 전신에서 활화산 같은 노기가 뿜어졌다.
구천오대에 애써 마련해 놓은 힘이 반 쪼가리가 되었다고 한다.
장천운, 그놈이 주도했단다.
“가자! 오늘은 절대 그놈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