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357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8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357화
고위간부가 되고도 남을 만한 자들이 실력을 감추고 있을 때는 그만한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 그런 뜻의 질문이었다.
대답은 바로 나왔다. 조백이 말했다.
“알아보고 나서 선택할 생각이었소. 구천성이 우리가 몸담아도 되는 곳인지. 하지만 처음에는 실망뿐이었소. 떠나야 하나 고민했었소. 그런데 장 대주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소.”
만족할 만한 대답은 아니었다. 뭔가 감추는 게 있는 듯 느껴졌다.
하지만 장천운도 어차피 그 이상의 대답을 바라지는 않았다.
‘차차 알 수 있겠지.’
장천운은 검증에 대한 것은 뒤로 미루고 세 사람을 둘러보았다.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느낌도 좋았다. 설령 다른 뜻이 있다 해도 해가 되지는 않을 듯했다.
일단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정말 목숨을 바칠 수 있소?”
“맹세하겠소. 오늘 이후로 이 조백의 목숨은 장 대주 것이오.”
“하응산도 마찬가지외다.”
“이 명화성의 목숨, 대주께 맡기겠소이다.”
세 사람이 연이어서 충성을 맹세했다.
짐작했던 것보다 더한 그들의 태도에 장천운은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졌다.
예상대로 분명 뭔가가 있다. 그러나 해가 되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
그렇다면 거부할 이유도 없겠지.
마음을 정한 장천운이 세 사람을 향해 말했다.
“좋소, 그럼 그대들의 목숨을 이 장천운이 맡겠소. 대신 그대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나 역시 노력할 거요. 혹시라도 나에게 실망하거든 언제든 말하시오. 보내줄 테니까. 아, 이제부터 당신들을 흑영대라 부르겠소.”
세 사람은 그 말이 떨어지자 그 즉시 무릎을 꿇었다.
“우리 형제들은 이제부터 장 대주를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 충!”
“충!”
“충!”
* * *
장천운은 흐뭇한 기분으로 우문각을 만나러 갔다.
“내부정리를 하겠다고?”
우문각은 장천운을 빤히 바라보았다.
갑자기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청소를 하겠단다.
내부정리라나?
구천성에 들어와 있는 천외의 무사들을 추려내겠다는 뜻이다.
“일단 구천오대부터 정리할 생각입니다.”
“덩치가 너무 커졌는데, 가능하겠느냐?”
“해봐야죠. 마침 괜찮은 방법이 생각났습니다.”
“너무 급하게 하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저도 압니다. 하지만 탁무겸까지 오면 늦습니다. 총사의 말씀대로, 그들은 일단 본 성을 접수한 후 자기들끼리 마지막 승부를 겨룰지 모릅니다.”
“으으음, 그건 네 말이 옳다. 그런데 대령주와 대장로가 보고만 있을지 모르겠다.”
장천운의 입가로 하얀 웃음이 서리처럼 번졌다.
우문각의 염려를 그도 모르지 않았다.
“대령주나 대장로가 알기 전에 끝마칠 생각입니다. 나중에 안다 해도 쉽게 나서지는 못할 겁니다. 그리고 손해 보는 것만 아니라면 나서지도 않을 거고요. 그들 역시 천외를 눈엣가시로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요.”
단순하지만 확실한 이유.
우문각의 눈에서도 광채가 번뜩였다.
‘그것도 그렇군.’
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공손백도 그들의 존재를 반길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공손백과 나극이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지금이 최적의 기회.
우문각도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다.
어차피 파악은 끝난 상태였다. 더 놔두어서 좋을 것도 없었다. 흔히들 아끼다 똥 된다고 하지 않던가.
“좋아, 해보자.”
그때 문득 동방무기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장천운에게 말하는 것이 좋을까? 나중에 알려주지 않은 걸 알면 가만있지 않을 텐데.
잠시 갈등이 일었지만, 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아직은…….’
구차스런 변명일지도 몰랐다. 행여나 일이 틀어질까 봐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도 그는 말해주지 않았다.
장천운은 구천성의 핵심 전력이다.
그가 흔들리면 모든 계획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이 또한 강호의 비정한 일면이라 생각해라.’
그때 장천운이 물었다.
“총사, 암천문의 총단에 대해서 밝혀진 건 없습니까?”
“네가 보낸 물건을 철저히 조사 중이다. 하나하나 추적해나가다 보면 뭐든 밝혀지겠지.”
“아쉽군요. 암천문의 총단만 밝혀져도 수를 써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청산궁과 금룡장을 어떤 식으로든 엮어서 암천문 공격에 나설 수도 있거늘.
“총사, 금룡신군과 청산자가 정말 암천문의 총단을 모르고 있는 걸까요?”
“글쎄다. 안다면 굳이 숨길 이유가 있을까?”
장천운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알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모를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았다.
“하나 해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말해봐라.”
“청산궁과 금룡장의 무사를 납치해서라도 그들이 암천문의 총단을 아는지 알아봐 주십시오. 더불어서 그들 내부에 대한 정보까지 알아내면 더 좋겠지요. 총사님이라면 누구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을 겁니다.”
비령각이 정보를 관장한다는 것을 장천운이 왜 모르겠는가. 그럼에도 뻔한 이야기를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문각도 장천운이 왜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희대의 사공인 섭심마혼공을 써먹어서라도 정보를 캐내라는 압박이었다.
또한 청산궁과 인연을 끊을 거면 확실히 끊으라는 뜻도 숨어 있는 듯했다.
나름대로 뭔가를 진행시키고 있던 그로선 가슴이 뜨끔했다.
‘설마 알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우문각은 잠시 장천운을 살펴본 후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끊을 연이라면 확실하게 끊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알았다. 그 일은 내가 책임지고 알아보마.”
* * *
폭풍처럼 강호를 휩쓸던 혈풍이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수그러들었다.
무림맹도 파천회도 상당한 피해를 본 터였다. 전열을 정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구천성 외곽도 태풍의 눈처럼 고요했다.
그 사이 구월도 어느덧 거의 다 지나갔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그날, 장천운은 그 동안 벼르고 벼르던 내부정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소성주.”
사마경은 장천운을 빤히 올려다보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이야기는 끝난 터였다. 차가운 눈빛에 잔잔한 긴장이 물결쳤다.
“확실히 처리해. 허튼 짓 못하게. 그렇다고 해서 몸 함부로 굴리지는 말고…….”
사마경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구천무원을 나선 장천운은 흑월대와 백천대를 데리고 서문으로 향했다.
밤에 몰래 가서 천외의 주구 노릇을 하는 자들 중 수뇌만 제거할까? 그런 생각도 해보았었다.
이미 비령각에서 적아의 구분이 어느 정도 되어있는 터라 핵심적인 자들을 골라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장천운은 천외의 사주를 받고 들어온 자들을 공개적으로 처리할 작정이었다.
그래야 대령주와 대장로 측 간부들이 소성주에게 허튼 소리를 하지 못할 테니까.
구천성 무사들은 장천운과 흑월대, 백천대가 모두 출동해서 서문으로 향하자 눈과 귀를 기울였다.
눈치를 보며 뒤를 졸졸 따라가는 자들도 상당수였다.
장천운 일행이 구천오대 쪽으로 향하자 긴장감이 점점 더 고조되었다.
구천오대 무사의 숫자가 일천을 넘은 상태였다. 그 중 수백 명이 밖에서 오가다가 장천운 일행을 보고 움직임을 멈췄다.
개중 몇 명은 급히 안쪽으로 달려갔고, 일부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을 예감하고 슬금슬금 뒤로 빠졌다.
장천운은 느긋한 걸음걸이로 웅천대의 거처까지 걸어갔다.
점점 사람이 많아졌다. 통나무집 안에 있던 사람들마저 밖으로 나와서 그 광경을 구경했다.
장천운은 웅천대 입구를 십여 장 남겨놓고 걸음을 멈췄다. 그가 웅천대의 거처를 향해 소리쳤다.
“구천금령의 령주로서 명하오! 웅천대주 이광은 순순히 나와서 죄를 고하시오!”
수백 쌍의 눈이 웅천대를 향해 집중되었다.
흑월대의 대주로서 온 것이 아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지위인 구천금령의 령주로서 왔다. 그것도 웅천대주의 죄를 묻기 위해서.
긴장감이 흐르면서 주위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때 커다란 통나무집의 문이 세차게 열렸다.
장대한 체구에 강인한 인상을 지닌 중년인을 위시해서 수십 명이 쏟아져 나왔다.
커다란 검을 등에 멘 중년인, 그가 바로 웅천대의 대주인 거웅일마 이광이었다.
“이 이모는 구천성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 친구들과 함께 천리길을 마다 않고 달려온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죄를 고하라는 건가!”
“그대는 천외 세력인 암천문과 어떤 관계요?”
장천운은 여유를 주지 않고 직설적으로 공격했다.
이광의 부릅뜬 눈이 파르르 떨렸다.
“내, 내가 암천문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이냐?”
“아무 관계도 없다? 그럼 이건 뭐요?”
장천운이 품속에서 서찰을 하나 꺼내더니 앞으로 내밀었다.
“이건 응한곡에서 찾아낸 서찰 중 하나요. 글씨체가 아주 특이해서 꼭 발에 밟힌 지렁이가 몸부림치는 것 같은데, 조사 결과 그대의 글씨체가 분명한 것으로 판명되었소.”
“나는 그런 서찰을 보낸 적이 없다.”
“없다고? 여기에 웅천대를 맡게 되었다고 적혀 있는데, 끝까지 발뺌을 하시겠다?”
“무, 무슨 말이냐?”
당황한 이광이 말을 더듬었다. 눈꺼풀도 파르르 떨렸다.
장천운은 틈을 주지 않고 마지막까지 몰아붙였다.
“끝까지 발뺌을 하겠다면 할 수 없지. 어차피 본 령주는 적을 잡으러 왔지, 죄를 밝히러 온 것이 아니니까!”
그 말 직후, 뒤쪽에서 병풍처럼 서있던 흑월대와 백천대가 앞으로 나섰다.
산전수전 다 겪은 흑월대는 서두르지 않고 여유 있는 움직임으로 웅천대에 접근했다.
그에 반해서 백천대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무기를 빼들었다.
웅천대 무사들이 우르르 달려 나오더니 앞을 막아섰다.
혁련기가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웅천대주 이광은 암천문의 간자다! 그의 체포를 막는 자 역시 모두 간자로 취급할 것이다! 그와 관계없는 자들은 한쪽으로 물러서라!”
웅천대 무사 중 절반 정도가 우왕좌왕하더니 좌우로 물러섰다. 그러나 구십여 명은 끝까지 남아서 대치했다.
“흥! 이제 대충 추려졌군.”
장천운은 입술 끝을 비틀며 냉랭히 코웃음 쳤다.
공격을 서두르지 말라고 지시해놓았다. 이광과 한패거리인 자들을 골라내기 위해서.
물론 아닌 자들도 있을 것이다. 두 달여 동안 함께 지내면서 정이 들었을 수도 있고,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 남은 자도 있을 것이다.
그들을 잃는 것은 아쉽지만, 어차피 모든 것을 취할 수는 없는 법이다.
“전검대주 천기등은 구천금령의 명을 따르시오!”
“말씀하시오, 령주.”
미리 연락을 받고 나와 있던 천기등이 콧등을 씰룩이더니 포권을 취했다.
“저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북쪽을 막으시오!”
“알았소이다.”
“금호대주는 남쪽을 막으시오!”
마른 체구의 중년인, 금호대주 명호산이 흠칫하더니 포권을 취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나왔다가 졸지에 명을 받들게 된 터였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구천금령주의 명을 거부할 수도 없었다.
“명을 따르리다.”
“선풍대와 패룡대는 흑월대와 백천대를 도와서 저들을 치시오!”
일이 커질 대로 커져서 구천오대의 무사 대부분이 몰려와 있었다.
선풍대와 패룡대도 예외가 아니었다.
긴장한 채 서서 구경만 하던 그들은 장천운이 지목해서 명령을 내리자 웅성대며 머뭇거렸다.
장천운이 그들을 재촉했다.
“아 대주, 동 대주! 뭐하는 겁니까? 구천금령의 명을 거역할 거요?”
선풍대주 아청곽은 마지못한 표정을 지은 채 앞으로 나왔다.
패룡대주 동사광 역시 마뜩치 않은 표정이었다.
그나마 상대가 암천문 쪽 무사들이라는 게 다행이었다.
그들을 제거하는 거라면 못할 것도 없었다.
“명을 따르겠소.”
“알겠소이다. 모두 저들을 잡아라!”
“암천문은 강호의 암적인 존재들! 죽여도 상관없소!”
장천운이 그들의 살심을 부추겼다.
명령이 떨어지자, 선풍대와 패룡대 무사들이 웅천대를 향해 나아갔다.
“이딴 자들로는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거다! 이곳을 빠져나간다! 막는 자는 누구든 죽여라!”
이광이 노성을 내지르며 검을 빼들었다.
흑월대와 백천대 대원들이 먼저 웅천대원들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누굴 죽여?”
“쳐!”
선풍대와 패룡대도 가세했다.
장천운은 예상했던 대로 상황이 전개되자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잘하면 생각보다 일을 쉽게 마무리 지을 수 있겠군.’
그때 이광이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노오오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