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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356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01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356화

백리우진은 천혼전의 전주가 된 뒤 조용했다.

함부로 나댔다가는 좋을 일 없다는 걸 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로선 사마경과 공손백, 누구에게도 붙을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활용도는 높았다. 장천운도 그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백리우진을 만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천혼전으로 향할 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자였다.

평범한 얼굴, 처음 보는 자였는데 복장으로 봐서는 귀도당의 무사인 듯했다.

장천운이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명화송이라 합니다. 대주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나에게? 말씀해보시오.”

“저와 제 친구들은 구천성의 미래를 위해서 대주를 윗사람으로 모시기로 했습니다.”

“나를?”

“내 친구들은 어느 한 곳이 아니라, 각각의 조직에 있습니다. 우린 오직 구천성의 미래만 걱정할 뿐입니다.”

“그런데 왜 나요? 소성주를 모시면 되는데.”

“어차피 대주를 모시면 소성주를 모시는 셈이 되는 것 아닙니까?”

“꼭 그렇다고 볼 수만은 없소. 나도 사람이어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좀 더 솔직히 말하지요. 우린 소성주가 아니라 대주를 따르고 싶은 겁니다.”

“뭐, 기분이 나쁘진 않은데,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요? 구천성의 미래 운운 말고 다른 이유를 말해보시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대주라면 나와 친구들이 목숨을 바쳐 모실만한 분이라 여긴 것뿐입니다.”

장천운은 명화송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명화송의 무위는 일개 평무사의 수준이 아니었다. 일류수준을 넘어서 절정에 이른 고수였다.

이런 자가 평무사로 있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었다.

다행인 점은 천외의 무공을 익힌 자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에게 목숨을 내놓겠다?”

“그렇습니다.”

“모두 몇 명이나 되오?”

“마흔두 명입니다.”

생각보다 많았다. 다른 사람들이야 앞에 있는 자보다 약하다 해도 마흔두 명이라면 구천성의 한 조직과 맞먹는 힘이다.

그들 중 절정경지의 고수가 한두 명 더 있다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변수.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설령 나중에 자신의 뒤에서 칼을 내민다 해도 당장은 무척 욕심나는 자들이었다.

또한 거절했다가 적이 되는 것보다는 백배 나았다.

“귀하가 수장이오?”

“아닙니다. 제 위로 두 분이 더 있지요.”

금상첨화다. 그렇다면 절정고수가 최소한 셋은 된다는 뜻 아닌가 말이다.

“일단 그들을 만나본 후 결정하겠소. 오늘밤 무화원으로 데려오시오.”

“예, 대주.”

 

장한과 헤어진 장천운은 천혼전으로 가면서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정말 순수한 구천성 무사들일까?

아닐 가능성이 컸다.

천외의 무사들도 아닌 듯했다.

그렇다면 누구지? 무슨 목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거지?

굳이 거리를 둘 것은 없었다. 만약 엉뚱한 욕심으로 접근한 자들이라면 그에 맞게 처리하면 되니까.

“정지! 무슨 일로 온 거요?”

천혼전에 들어가려고 하자 무사 하나가 앞을 막아섰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싶을 만큼 젊은 자였다. 얼굴이 해사하게 맑았는데, 무사보다는 점소이를 하면 크게 성공할 것 같았다.

“전주를 만나러 왔네.”

“전주께서는 아무나 들이지 말라고 하셨소. 신분과 이름을 밝히시오.”

아마도 자신을 모르는 자인가 보다.

“흑월대주 장천운이네.”

“흑월…… 장천……운?”

젊은 무사의 안색이 팔색조처럼 몇 번이나 바뀌었다.

결국은 하얗게 변했지만.

“죄, 죄송합니다. 즉시 안에 기별하겠습니다!”

그는 겁에 질린 듯 더듬거리면서도 빠르게 말을 내뱉고는 안쪽으로 달려 들어갔다.

오히려 장천운이 무안할 지경이었다.

“내가 그렇게 무섭게 보이나?”

 

백리우진은 썩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

“무슨 일로 왔는가?”

“옛 친구가 어떻게 지내는가 보고 싶어서 왔지.”

백리우진의 눈매가 경련을 일으켰다.

옛 친구. 과연 그렇게 말할 만한 사이일까?

그보다는 원수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그래, 어떻게 보이는가?”

“그렇게 행복한 것 같지는 않군.”

“그래? 아쉽군. 나는 행복하게 보였으면 했는데.”

“무사들이 말을 듣지 않나?”

들은 말이 있었다. 천혼전의 중간간부 중 상당수가 백리우진을 거부한다고 했다.

“그건 아니고…….”

“데려와. 아니, 지금 불러.”

“뭐?”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어서 불러, 내가 교육을 단단히 시켜줄 테니까.”

설마 진짜 친구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절대 그럴 놈이 아니다.

어쨌든 그들을 맡아준다면 나쁠 것도 없다.

“알겠네.”

 

백리우진은 자신의 명령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는 자들 넷을 불러들였다.

들어선 자들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귀찮게 왜 불렀냐는 표정이랄까?

하지만 백리우진이 장천운과 함께 있는 걸 보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백리우진과 장천운은 상대가 달랐다.

그들 중 천혼전 삼대의 대주인 사동척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로 부른 것이오, 전주?”

처음부터 장천운이 나섰다.

“내가 부르라고 했소. 구천성에서 지위체계를 부정하는 자들이 있다고 해서.”

“무슨 말씀인지……?”

“무슨 말씀은, 무슨 말씀? 주제도 모르고,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도 모르면서 전주의 말을 무시한다고 하던데.”

“우리는 그런 적 없소이다.”

“혹시 아시오? 당신들 넷이 다 덤벼도 백리 전주를 이기지 못한다는 걸.”

“…….”

말 도 안 되는 소리!

네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장천운이라면 몰라도 백리우진은 그런 고수가 아니었다. 그리고 실력을 떠나서 그들은 백리우진이 전주가 되었다는 사실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백리 전주는 사람이 좋아서 그냥 놔두었는지 몰라도, 나는 성질이 더러워서 그냥 못 보겠소.”

“장 대주가 왜 우리를 다그치는가? 무슨 자격으로?”

“자격? 그거야 구천금령주의 자격으로 하는 말이오. 본 성이 어려움에 처해있는데, 중간간부라는 자들이 전주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소?”

구천금령주라는 말에 네 간부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이제부터 교육을 할 거요. 우리 흑월대에서는 자주 하는 교육인데, 아마 당신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거요.”

교육?

문득 백리우진은 전에 무화원에 갔을 때 들은 말이 기억났다. 그때 자신도 교육에 참여하겠다고 했는데, 천혼전주가 되는 바람에 참여할 시간이 없었다.

“우진, 연무장 좀 빌려도 되지?”

“연무장? 마음대로 해.”

 

천혼전 연무장에서 난데없는 교육이 시작되었다.

흑월대의 교육에 비하면 강도가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켜보던 사람들마저 안색이 해쓱해졌다. 하물며 당사자들은 당장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차례차례 장천운과 대결을 벌이며 잘못된 동작에 대해서 지적을 받는데, 그때마다 뼈마디가 시리도록 얻어맞아야 했다.

반 시진쯤 지나자, 사동척을 비롯한 네 간부의 몸이 오뉴월 개 혓바닥처럼 늘어졌다.

“평소의 절반도 안했는데 저리 늘어지다니. 우리 흑월대원들이 봤으면 웃겠네.”

한쪽에서 지켜보던 백리우진은 이전에 봤던 흑월대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죽하면 그들이 불쌍하게 여겨졌다.

한편으로는 교육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그런데 장천운이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우진, 저번에 교육을 함께 받겠다고 했지? 오늘 하지.”

“아니 난…….”

“괜찮아.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어서 오게.”

축 늘어져 있던 네 간부들의 눈이 처음으로 눈빛다운 눈빛을 발산했다.

장천운이 망설이는 백리우진에게 넌지시 말했다.

“아마 자네가 함께 하면 저들도 마음이 바뀔 거네. 어서 시작하자니까?”

 

그날 백리우진은 공식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악이 바쳐서 결국 구천멸혼수까지 펼쳤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손해 본 것은 없었다.

네 간부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고, 소원했던 그들과 동병상련으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되었으니까.

장천운은 시원하게 몸을 풀고 천혼전을 나섰다.

“그럼 수고하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까지 하고서.

백리우진이야 이를 갈았지만.

‘개자식! 내가 가지 않으니까 고의로 찾아온 것이 분명해.’

그때 천혼전을 나서던 장천운이 멈칫하더니 돌아섰다.

백리우진은 이를 갈던 행동을 멈추고 재빨리 표정을 정리했다.

“우진, 저녁에 구천무원으로 오게. 소성주께서 할 말이 있다고 하더군.”

“소성주께서? 알았네.”

씩, 웃은 장천운은 다시 몸을 돌렸다.

속이 다 시원했다.

‘가끔 들러서 교육을 시켜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그래야 자신의 처지를 확실히 알고 엉뚱한 짓을 못하지.’

 

* * *

 

구천무원으로 돌아간 장천운은 몇 가지 사실을 보고했다. 그 와중에 백리우진에 대한 일도 말했다.

“백리우진을 오라고 했다고? 왜 불렀어?”

“다른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가끔씩 불러서 주의를 주는 게 좋습니다.”

“그럴 듯한 말이네. 하긴 이불도 가끔 두들겨줘야 솜이 한쪽으로 뭉치지 않아.”

“그리고 천혼전이 소성주 쪽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보여주면 망설이던 자들도 하나둘 마음을 정할 겁니다.”

“흠, 그것도 옳은 말이야. 그런데 얼마나 팼어?”

“표 나지 않게 가벼운 교육 정도로 끝냈습니다. 명색이 천혼전의 전주인데 겉으로 표 나게 팰 수는 없잖습니까.”

“잘했어.”

“아, 하나 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데?”

“제가 나름대로 움직일 수 있는 세력이 있습니다.”

사마경은 장천운에게 숨겨둔 힘이 있다는 걸 알고도 별반 의문을 품지 않았다.

“그래? 언제 꿍쳐둔 거야?”

“꿍쳐두었다기보다 비상시를 대비한 거죠.”

“쎄?”

“쓸 만합니다. 장로원이 하나 더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영감들이야?”

“영감들도 좀 있죠. 삼장무적 단리황 대협도 나이를 드셨으니까요.”

그제야 사마경의 눈이 커졌다.

“삼장무적? 그럼 무적장?”

“예.”

한쪽에서 듣고만 있던 소연추와 연송하도 놀라서 입이 살짝 벌어졌다.

사마경의 커진 눈에서 한광이 쏟아졌다.

“그들이 왔다면 해볼 만하겠어.”

장천운은 흑월회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천혼전에 가던 중 만난 자들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마지막 한 수쯤은 남겨두는 게 나았다.

 

백리우진은 술시 초쯤 구천무원으로 찾아왔다.

사마경은 그를 보고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장천운 말대로 표는 나지 않았다. 그러나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씰룩거리는 걸 보니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천혼전에 대한 파악은 다 끝났어?”

“예, 소성주.”

“알겠지만 청산궁과 금룡장의 움직임이 수상해. 아마 앞으로 백리 전주가 할 일이 많아질 거야.”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백리우진은 진심을 담아서 포권을 취했다.

사마경은 대평의회 때와 또 달랐다. 하루하루 성숙해져서 지금은 마주보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구천성의 젊은 무사들에게 그녀가 불길 속으로 뛰어들라고 명을 내리면 서로 먼저 뛰어들겠다고 싸울지도 몰랐다.

사마경은 그로부터 일각 정도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천혼전 생활이 어떠하냐는 둥 사적인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점을 찍었다.

“나도 백리 전주를 지켜볼 거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

“걱정 마십시오, 소성주!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백리우진이 격정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장천운에게 완전히 밀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닌 듯했다.

‘그래, 아직은 끝난 게 아니다, 장천운.’

 

* * *

 

명화송이 두 사람을 대동하고 무화원으로 찾아온 것은 어둠이 짙어진 술시 말이었다.

“조백이라 하오.”

“하응산이오.”

둘 다 사십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둘 중 키가 조금 작은 조백은 탄탄한 체구에 전체적으로 강인한 인상이었고, 하응산은 키가 큰 대신 약간 마른 몸매로 날카로운 눈초리가 인상적이었다.

무위는 장천운이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

절정경지의 중급은 될 듯했다.

장천운은 그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명 형께 말씀을 들었소. 그런데 이해할 수가 없군. 왜 귀하 같은 고수들이 평무사로 들어온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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