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348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84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348화
멸천단과 천은방 무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살기를 뿜어냈다.
독고민, 그는 무사가 아닌 악귀였다. 인간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악귀.
삼십 리쯤 가자 저 멀리서 미끄러지듯 걸어가고 있는 자가 보였다.
거리는 삼백여 장. 그자의 앞에는 소나무와 잡목이 우거진 숲이 있었다.
장천운은 깨알처럼 작은 모습인데도 독고민을 알아보았다.
속도를 더 내면서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그런데 거리가 이백 장쯤 되었을 때 독고민이 고개를 돌렸다.
“킬킬킬킬.”
기괴한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거기 서라, 독고민!”
땅을 박찬 장천운이 새처럼 날아갔다.
가히 눈을 의심케 하는 가공할 경공술이었다.
장천운이 다가오는 것은 바라보던 독고민의 눈빛이 흔들렸다.
뭔가 머릿속이 꽉 막혀서 답답한 듯 고개를 비틀어댔다.
거리가 백 장으로 줄어들었을 때다. 눈을 찢어질듯이 치켜뜬 독고민이 기괴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장…천…운…!”
분노와 한이 뭉뚱그려진다면 그런 목소리일까 싶었다.
어떻게 들으면 환희에 찬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한 마디 내뱉은 그의 온몸에서 가공할 기운이 폭사했다.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구치고, 옷자락은 바람도 없는데 찢어질 듯 펄럭거렸다.
그가 서 있던 일대에 회오리바람이 휘돌면서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났다.
“크크크크, 너구나, 네놈이야! 찢어서 씹어 먹을 새끼!”
무딘 칼날로 철판을 긁어댄다면 저런 목소리가 나올까.
독고민은 두 손을 갈고리처럼 구부리고 장천운을 향해 몸을 날렸다.
“너는 그때 그냥 죽었어야 했다, 독고민!”
장천운이 노성을 내지르며 허공에서 뇌정무극수를 펼쳤다.
분노가 실린 뇌정무극수는 벼락이 되어서 독고민을 향해 뻗어갔다.
독고민도 마주 손을 뻗었다.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그의 손에서 푸르스름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콰과과광!
두 사람의 기운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천둥소리 같은 굉음이 터져 나왔다.
허공에서 멈칫했다가 땅에 내려선 장천운의 눈매가 파르르 떨렸다.
‘어이가 없군.’
강해졌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단순히 강해진 것만이 아니었다.
독고민의 몸속에 있는 정체불명의 사악한 힘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여서 자신의 공격에 맞서는 듯했다.
반면 삼 장여를 날아간 뒤 내려선 독고민은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눈에서는 시퍼런 귀화가 넘실거렸다.
“크, 크, 크…… 죽여 버리겠어. 네놈의 심장을 꺼내서 씹어 먹으면 맛이 있겠지?”
말투가 조금 전과 달랐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마치 장천운을 못 알아보는 듯했다.
장천운은 땅을 박차고 독고민을 향해 날아갔다.
독고민이 다시 두 손을 뻗으며 맞섰다.
사악하게 느껴지는 시퍼런 귀화가 그의 전신으로 번졌다.
마치 시퍼런 불길에 휩싸인 듯했다.
콰광!
또 다시 굉음이 울렸다. 독고민이 땅에 고랑을 파며 이 장이나 밀려났다.
장천운은 끝장을 내겠다는 듯 공력을 구성 넘게 끌어 올렸다.
‘반드시 오늘 잡아야 돼!’
순간, 멈칫한 그가 이를 악다물고 이마를 찌푸렸다.
독고민과의 충돌 때문인가? 심장 저 깊은 곳에서 불길이 이는 듯했다.
너무나 뜨거워서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증상은 말 그대로 숨 한번 쉬는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 이 증상이 독왕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그가 잠시 잠깐 상념에 빠져있는 동안, 후위로 처졌던 멸천단원들이 그의 바로 뒤까지 따라왔다.
그때 독고민의 고막을 무음의 파장이 흔들었다.
악귀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던 독고민이 번쩍 고개를 들더니 숲을 향해 날아갔다.
장천운은 다급히 그를 뒤쫓았다.
“멈춰라, 독고민!”
“크카카카카, 주인께서 부르신다. 네 심장은 나중에 씹어 먹으마.”
장천운의 속도가 아무리 빠르다 해도 독고민과 숲의 거리가 너무나 가까웠다.
거리가 오 장으로 줄어들었을 때 독고민이 숲속으로 뛰어들었다.
장천운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뒤따라서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숲속에서 암기 수십 개가 바람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크기는 세 치 정도, 원반 형태의 암기 바깥에는 톱날 같은 이가 삐죽삐죽 솟아 있었다.
쉬쉬쉬쉭! 쉬아악!
불규칙적으로 휘어지며 날아드는 궤적.
퍼벅! 와직!
암기에 맞은 나무가 부러지고, 폭발하듯 부서지며 튀었다. 암기에 강력한 진기가 실렸다는 뜻.
장천운은 허공에 뜬 상태로 쌍장을 휘둘러서 기막을 형성했다.
대여섯 개의 암기가 막에 부딪쳐서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기습에 당하진 않았지만 그로 인해 속도가 줄어들었다.
눈을 가늘게 좁힌 장천운은 숲속 상황을 살펴보았다.
갈색 무복을 입은 자 수십 명이 숲속에 숨어 있었다.
나무나 바위와 한 몸이 된 듯 움직임에 흔들림이 없었다.
‘암천문?’
독고민을 지원하기 위해 나온 듯하다.
어쨌거나 독고민을 이대로 보내줄 수는 없는 일.
장천운은 찰나 간 생각을 정리하며 안으로 빠르게 진입했다.
뒤에서 멸천단이 숲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적이 있소! 조심하시오!”
장천운은 일갈로 경고를 보내고, 숲 안쪽으로 몸을 날리며 쌍장을 뻗었다.
콰과광! 와지직!
가공할 위력의 장력이 아름드리나무를 부러뜨리고 바위를 터트리며 길을 텄다.
은신해 있던 무사들도 함께 튕겨나갔다.
무지막지한 장력에 겁을 집어먹을 만도 한데 암천문 무사들은 불을 본 나방처럼 장천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도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합공에 능하도록 무수한 수련을 거친 듯했다.
장천운은 그들 사이를 유령처럼 누볐다.
때로는 연기처럼, 때로는 물줄기처럼 수많은 장애물을 휘감으며 흘러갔다.
단순히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도검을 들고 달려들던 암천문 무사들이 그가 지나갈 때마다 폭음과 함께 날아가고, 핏줄기와 함께 꼬꾸라졌다.
그러나 장천운의 목표물은 그들이 아니었다. 독고민을 잡아야 했다.
그는 암천문 무사들을 가로질러서 독고민을 쫓았다.
암천문 무사들도 장천운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렸다.
대신 숲속으로 들어온 멸천단원들을 향해 암기를 날리고, 날아가는 암기와 함께 쇄도했다.
생각지 못한 암기의 공격이었지만 멸천단원들은 개개인이 절정경지의 고수들이었다.
장천운의 경고가 있을 때부터 나름대로 경계를 한 그들은 날아드는 암기를 쳐내며 전진했다.
그 사이 안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간 장천운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자신이 지체한 시간은 숨을 서너 번 쉴 정도로 잠깐이었다. 그런데 독고민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간 그는 감각을 극대화시키고 독고민의 기척을 찾아보았다.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어디에서도 독고민이 느껴지지 않았다.
더구나 멸천단과 암천문 무사 사이에 격전이 벌어져서 기척을 분간하기도 쉽지 않았다.
“독고미이이인!”
분노에 찬 외침이 숲을 뒤흔들었다.
백여 장 떨어진 곳에서 장천운을 바라보는 자가 있었다.
헐렁한 핏빛 혈의를 걸친 자, 도악이었다.
‘저놈이 장천운이구나.’
멸천단이 독고민을 쫓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직접 나왔다. 장천운을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그 동안 놈에 대해서 과장되게 표현한 거라 생각했다.
이제 겨우 이십대인 애송이를 천외삼성과 동일하게 취급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주인의 판단이니 일절 토를 달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천외삼성은 인간의 한계를 넘은 신이다.
나이어린 놈은 감히 근접할 수도 없는 절대의 존재.
그런데 장천운을 멀리서 본 순간, 가슴이 서늘해졌다.
거리가 백여 장이나 되는 데도 손에 땀이 찼다.
암천귀혼대 삼십인의 벽을 가볍게 뚫은 실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절대적인 위압감.
백 장 밖에서 절대의 기세로 자신을 압박할 자가 천하에 몇이나 되겠는가.
‘주군께서 왜 높이 사는지 이제야 알겠군.’
그때 장천운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게 보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듯했다.
“탁무겸이 보냈나!”
백 장의 거리가 사라지고, 천둥소리가 귀청을 뒤흔들었다.
“그대가 독고민을 빼돌렸는가!”
허공으로 떠오른 장천운이 도악을 향해서 날아갔다.
도악의 부릅뜬 눈이 파르르 떨렸다.
가슴이 답답했다. 어이없게도 말 몇 마디에 기선을 제압당한 것이다. 거리가 백 장이나 떨어져 있거늘.
자존심 때문에라도 피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오기를 부리지 않았다. 상대는 오기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입술을 깨문 그는 옆을 향해 명을 내렸다.
“돌아간다. 모두 후퇴하라고 해.”
대답 대신 소성이 울렸다.
삐, 삐, 삐이이익!
도악은 소성이 멈추기 전에 이미 뒤로 몸을 날렸다.
이를 악다문 그의 눈에서 살기가 번들거렸다.
‘장천운! 네놈만큼은 반드시 죽이고 말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 * *
코앞에서 독고민을 놓친 장천운은 아쉬움을 접고 조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뜻밖의 소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밀령 대원이 구천성 외곽에서 벌어진 청산궁 무사들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갖고 온 것이다.
장천운은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렸다.
“부상이 심한 사람만 남고 나머지는 돌아갈 거요. 이조장. 점소이에게 이틀 치 건량을 싸달라고 하시오.”
“령주, 서두를 필요가 있겠소? 그들이 죽은 게 무슨 큰일이라고. 차라리 잘 된 일 아니오?”
동백이 토를 달았다. 입가에 보일 듯 말듯 옅은 조소가 피어났다.
최근 그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장천운과 동행한 이후에 생긴 감정이었다.
그 감정의 정체는…… 질시였다.
특히 조금 전, 독고민을 추적하면서 본 장천운의 위세에 질투가 불길처럼 그의 냉정한 부동심을 잠식했다.
장천운의 차갑고 무심한 시선이 동백의 두 눈에 꽂혔다.
두 사람이 마주보면서 방안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귀하라면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진 않을 텐데?”
동백은 아차하며 입을 다물었다.
가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감정이 겉으로 표출되었다.
멍청하게 그런 실수를 하다니.
“주요 간부가 죽고 제자와 사제가 중상을 입었는데, 청산자가 나 몰라라 할 것 같소?”
“…….”
“만약 청산자가 분노를 품고 구천성으로 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소?”
상황이 어떻게 흐를지 아무도 모른다.
분노의 화살이 구천성으로 향할지도.
설령 그게 아니라 해도 금룡신군과 암천신마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그들이 다시 구천성으로 몰려든다면 이번에는 저번처럼 조용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동백도 그런 추측을 하지 못할 만큼 어리석은 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빌어먹게도 실수를 한 마당이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해봐야 제 얼굴에 침 뱉기니까.
“따르기 싫으면 이곳에 남으시든가. 어떻게 하겠소?”
계속 몰아붙이던 장천운이 한 가닥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그제야 동백이 입을 열었다.
“함께 가겠소.”
장천운은 말없이 동백을 쳐다보고는 몸을 돌렸다.
동백은 자신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는 걸 그때서야 알고 다시 이를 악다물었다.
어쩌면 그가 말을 하지 않은 건 실수 때문이 아닐지도 몰랐다. 안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일지도…….
하지만 장천운은 그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어쩌면 진짜 건곤일척의 승부가 벌어질지도 모르겠군.’
사람들은 모른다. 천외삼성이 얼마나 위험한 괴물들인지.
그들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잠시 나갔다 올 테니 출발준비를 해두시오.”
다른 사람들은 장천운이 방을 나서 후에야 겨우 숨을 몰아쉬었다.
객잔을 나선 장천운은 곧장 호경안을 찾아갔다.
“부탁하나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