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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345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91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345화

“얼마 전에 청산궁에서 누군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찾고 있던 자들에게 거꾸로 당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들을 찾아내라. 어쩌면 최후의 싸움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지도 모르니까.”

“예, 총사.”

우문각은 정유가 나간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영산자와 용환종, 정도하의 무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 패배를 안겼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이 문제가 아니야. 청산자는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피바람이 불지 모르겠군.’

 

* * *

 

계곡 이름이 풍혈곡(風穴谷)인 이유는 단순했다.

바람. 그렇다. 풍혈곡은 계곡 안쪽에 있는 십여 개의 동굴에서 생성된 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댔다.

강할 때는 사람이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약하다 해도 옷자락이 휘날렸다.

그런 곳에서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동굴 근처 곳곳에 사람이 생활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정말 지독한 곳이군.”

장천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풍혈곡을 둘러보았다.

금룡신군 말대로 사람이 산지 오래된 듯했다.

돌을 깎아서 쌓은 석옥들도 반쯤 무너져 있고, 연무장이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넓은 평지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장천운과 멸천단은 무너진 석옥과 동굴 안쪽을 살펴보았다.

동굴 중에선 바람이 불지 않는 곳도 있었다. 그러한 동굴 안에는 사람이 산 흔적이 역력했다.

“최소한 몇 년은 된 것 같군.”

오종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장천운도 이미 금룡신군에게 들은 말이 있던 터라 그러려니 넘어갔다.

‘이곳을 버리고 어디로 갔을까?’

그곳까지 오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동백산 아랫자락에 사는 마을사람들 말에 의하면, 풍혈곡도 항상 바람이 분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아주 오래 전에 바람이 많이 불어서 붙은 이름이 풍혈곡이라고 했다. 그러다 백여 년 전부터는 바람이 잦아들었다고 했다.

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약 오 년 전부터.

암천문도 그래서 총단을 옮긴 것일지 몰랐다.

“대주, 이것 좀 보세요.”

두양양이 동굴 중 하나에 들어가더니 장천운을 불렀다.

장천운은 그녀가 있는 동굴로 들어가 보았다. 상당히 넓은 동굴이었다.

하지만 깊이는 깊지 않아서 바람이 그 동굴에서는 거의 불지 않았다.

두양양이 동굴의 깊은 곳에 있는 벽면을 가리켰다.

단단한 동굴의 석벽이 그물처럼 갈라져 있었다.

“무슨 흔적이라고 보세요?”

그녀가 가리킨 벽면을 보던 장천운이 눈빛을 반짝였다.

“무공에 의한 흔적이군.”

“그렇죠?”

“이 안에서 무공을 익혔는지도 모르지.”

두양양을 졸졸 따라다니던 단승이 아는 척했다.

장천운도 같은 생각이었다.

“맞아. 그것도 굉장한 실력을 지닌 자가 펼친 무공의 흔적이야.”

“그래?”

단승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벽면을 바라보았다.

제법 깊은 흔적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실력을 논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겉이야 별다를 것 없어. 그런데 속을 보면 갈라진 면이 무척 매끄러워.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석벽을 이렇게 가를 수 없어.”

그제야 뭔가를 깨달은 듯 단승이 나직한 탄성을 흘렸다.

“아…….”

장천운은 그 흔적을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살펴보았다. 보면 볼수록 놀라운 흔적이었다.

여러 번 손을 써서 그물처럼 갈라진 것이 아니었다.

많아야 두세 번 만에 석벽이 그물처럼 갈라졌다.

아마 일 년 전의 자신이었다면 흉내 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누굴까, 누군데 이런 무시무시한 검법을 구사한 걸까?’

탁무겸은 아닌 듯했다.

그때 은근슬쩍 근처로 다가온 동백이 흠칫한 표정으로 나직이 읊조렸다.

“설마…… 철혈마절?”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장천운은 그 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서 동백을 바라보았다.

“아는 무공이오?”

“오래 전에 들었던 무공과 비슷한 것 같아서 해본 소리네.”

뭔가를 숨기고 있는 표정.

그러나 장천운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물어봐야 말해주지 않을 테니까.

대신 슬쩍 돌려서 물었다.

“철혈마절은 누가 쓰던 무공이오?”

동백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 무공의 주인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를 아는 척하는 것만으로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나도 모르네.”

“그래요? 어쨌든 철혈마절이라는 무공이 암천문의 무공인 것은 분명한 것 같군요.”

“난 그렇게 말하지 않았네.”

“아니라면 암천문의 총단이었던 이곳에서 그 무공명칭을 말할 이유가 없잖소?”

“그건…….”

동백이 반박하려 했지만 장천운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더 이상 찾아볼 것도 없는 것 같으니 그만 나가죠.”

 

풍혈곡에서 찾은 단서는 단편적인 것들뿐이었다.

무공의 흔적, 이곳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깨진 그릇, 부서진 가구의 잔해 등.

장천운은 사소한 물건들까지 모두 보따리에 싸서 구천성으로 보냈다. 비령각과 첩밀각이라면 그 물건으로 실낱같은 꼬리를 잡아낼 수 있을지 몰랐다.

때로는 사소한 단서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에서 길을 인도할 수 있는 것이다.

 

* * *

 

독고민이 다시 나타난 곳은 호양이었다.

호양에는 정도문파로 알려진 청기문이 있었다.

청기문은 무사 숫자가 이백 명 정도로 대문파라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 정예무사들로만 이루어져서 어지간한 대문파도 그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아마 그래서 장원을 나서던 무사도 다가오는 독고민을 오만한 표정으로 쳐다봤는지 몰랐다.

“누군가?”

“나? 독고악.”

빠직!

대답 직후 무사의 머리가 반쯤 사라졌다.

픽 쓰러진 시신의 몸을 바라보며 독고민은 장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부터 또 한 편의 지옥도가 펼쳐졌다.

시뻘건 핏빛의 지옥도가.

핏물 위에 널브러진 시신은 여타 시신과 달랐다.

형태를 모두 갖춘 시신이 거의 없었다. 팔다리가 찢겨나가고, 잘려나가고, 머리가 부서진 시신들이 푸줏간에 아무렇게나 널린 동물의 사체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독고민은 이각 정도 장원 안을 누비고 다녔다. 그의 걸음, 걸음마다 붉은 발자국이 찍혔다.

“이 악독한 놈!”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십여 명이 청기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팽도원을 위시한 무림맹의 척살대였다.

목이 뜯겨진 머리를 들고서 태연히 정원을 걷고 있던 독고민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피어났다.

팽도원 등 무림맹 척살대원들은 장원 안의 참혹한 광경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이게 어찌 인간세상의 풍경이란 말인가.

악마가 현세에 재림했다는 소문을 그저 과장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미안할 지경이었다.

“반드시 죽여야 하네! 무슨 수를 쓰더라도!”

팽도원이 입술을 씹으며 살기 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무림맹 고수 중 셋이 신형을 날렸다.

“이놈! 네놈이 사람이더냐!”

“수라귀 같은 놈! 네놈의 머리를 떼어내서 장대에 꿰어 매달고 말겠다!”

독고민은 들고 있던 머리를 그들에게 던졌다.

달려드는 무림맹 고수들 이 장 앞에서 폭발하듯 터졌다.

시뻘건 핏물과 부서진 머리의 잔해가 고수들을 덮쳤다.

특히 잘게 부서진 뼈는 암기나 다름없었다.

종남의 속가제자인 유관학은 다급히 검을 휘둘러서 검막을 펼쳤다.

그럼에도 뼈 두어 조각이 그의 어깨와 다리에 박혔다.

다른 두 사람도 날아드는 뼛조각과 피로 범벅된 머리의 잔해를 쳐냈지만, 생전 처음 당하는 극악무도한 공격에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독고민이 그들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두 손을 내밀었다.

퍽!

이 장이나 떨어진 거리인데도 척살대원 하나가 뒤로 날아갔다.

유관학도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팽도원이 그 광경을 보고 악을 쓰듯 외쳤다.

“합공을 해서라도 잡아야 하네! 놈을 포위하게!”

뒤늦게 정신을 차린 척살대원들이 독고민을 포위했다.

그러나 독고민의 얼굴에는 처음과 다름없이 사악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주인께서…… 세상에 존재를 알리라 하셨으니 너희도 모두 죽어줘야겠다.”

음울하면서도 기이한 떨림이 있는 목소리가 독고민의 목에서 울렸다.

“그 전에 네놈의 목을 쳐주마! 공격해!”

팽도원이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독고민을 노려보며 공격명령을 내렸다.

정의를 위해 악을 멸하겠다고 나선 무림맹 척살대원들이다.

각 문파의 중견고수들로 나름 자신의 무공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들이 힘을 합하면 악마 하나쯤 잡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우드득 소리가 고막을 긁고, 척살대원 하나의 갈비뼈가 생으로 뜯겨져 나오면서 자신들이 얼마나 큰 착각을 했는지 깨달았다.

척살대원들의 공격도 독고민에게 적중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기껏해야 옷자락만 찢겨져 나갈 뿐, 충격은커녕 피 한 방울 구경할 수 없었다.

오히려 득의해 하던 척살대원 하나가 얼굴 반쪽이 부서지면서 즉사했다.

척살대원들의 가슴이 공포로 물드는 데는 일각이면 충분했다.

일각도 안 되어서 스물두 명 중 아홉 명이 죽고, 대여섯 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 대가로 독고민의 머리카락이 풀어헤쳐졌고, 옷자락 대여섯 곳이 갈라지거나 찢겨져나갔다.

조금 창백해진 얼굴이 그나마 몸에 드러난 직접적인 충격의 증거였다.

다시 반각이 지났을 때 다섯이 더 목숨을 잃었다.

남은 사람은 여덟, 그나마도 부상자를 빼면 셋뿐이었다.

그 중 한사람인 팽도원은 아연한 마음이었다.

이미 그도 어깨의 살점이 한 주먹은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악귀…… 저놈은 사람이 아니다.”

그 말을 하는 와중에도, 독고민이 척살대원 하나의 심장에 손을 박고 있었다. 붉게 느껴지는 그의 눈동자에서 사악한 웃음이 피어났다.

팽도원은 칼과 하나가 되어서 독고민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함께 죽자, 이놈!”

 

* * *

 

장천운과 멸천단원들이 청기문에 도착한 것은 미시 무렵이었다.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에 인상을 찌푸리며 장원 안을 들어간 사람들은 말문이 막혔다.

단지 정문을 지났을 뿐인데 인세와 지옥의 경계를 넘어선 듯했다.

심지어 얼음장처럼 차가운 동백조차 참혹한 광경에 이마가 꿈틀거렸다.

그 지옥으로 변한 장원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청기문에서 살아남은 자들이었다.

그들은 공포에 질린 상태에서도 시신들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시신 중에는 가족도 있었고, 동료도 있었다.

한순간 공포에 질려서 도망쳤지만 그들의 시신을 방치할 수 없어서 돌아온 것이다.

멸천단을 발견한 그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일제히 시선을 집중했다.

“이곳을 이렇게 만든 자는 어디로 갔습니까?”

장천운이 그들에게 물었다.

눈치를 보던 청기문 사람들 중에서 한 장한이 겨우 손을 들어서 동쪽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갔소.”

“언제쯤 갔습니까?”

“한 시진쯤 되었소.”

대답을 듣던 장천운의 시선이 한쪽에 고정되었다.

청기문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복장부터가 다른 시신이 보였다.

“무림맹 사람인가?”

그 의문에 답하듯 진명산이 말했다.

“예, 령주. 무림맹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저 사람은…… 아무래도 팽가의 사람 같습니다.”

그가 가리킨 시신은 목이 반쯤 뜯긴 채 뼈가 드러나 있었다.

온몸이 피로 물든 시신은 머리카락까지 흐트러져 있어서 얼굴을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청목이 그 시신을 뚫어지게 보더니 점점 눈이 커졌다.

“칼날의 길이 세 척 다섯 치, 너비 세 치 두 푼, 오른쪽 눈 위에 커다란 점, 중지가 한마디 잘린 오른 손…… 팽가의 장로인 도룡신도 팽도원 대협입니다.”

멸천단원들 대부분이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천하에서 내로라하는 도의 고수. 그가 저리도 허망하게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놈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 시진 전에 떠났다면 멀리 가지 않았을 겁니다. 쫓아갑시다.”

장천운은 무거운 표정으로 말하고 돌아섰다.

독고민이 전보다 강해졌다 하나 도룡신도 팽도원을 저리 죽일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변화가 있었다는 뜻.

아마도 그 변화는 풍령장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놈이 풍령장에서 뭘 얻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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