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3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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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91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382화
그자의 부상은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내부의 경맥이 쇠도 부술 수 있는 거대한 힘에 의해 뒤틀린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도 살아 있다는 것은 앉아 있는 자가 상승 경지의 무공을 익혔다는 뜻.
거기다 외모 또한 특이했다.
그를 바라보던 장천운의 뇌리에 어느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
“백골귀마 공회?”
백골이 고개를 들었다.
장천운을 바라보는 그의 입술이 기묘하게 비틀렸다.
“빌어먹을 놈…… 조금 일찍…… 오지.”
“……?”
장천운은 의아한 표정으로 공회를 바라보았다.
언제 봤다고 저런 말투지? 자신을 아나?
“쿨룩, 쿨룩. 아, 그 색…… 쳐다보지만 말고…… 도와…… 쿨룩…….”
공회가 기침을 하며 피를 뱉어냈다.
장천운이 쳐다만 보는 게 짜증났다. 자신은 어쨌든 그의 목숨을 구해줬지 않은가.
이마를 찌푸리고 있던 장천운은 공회를 향해 우수를 뻗었다. 부드러운 기운이 면면부절 이어지며 공회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잠깐 사이 공회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동방 노인이 이곳에 있었소?”
“먼저…… 떠났…… 놈들이…… 그들을…….”
“저 앞에서 어느 쪽으로 갔소?”
장천운이 있는 곳 바로 앞에서 길이 갈라져 있었다.
“오른……쪽…….”
장천운은 이대로 손을 떼면 공회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았지만 망설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조금만 더 버티고 있으시오. 사람을 보낼 테니까.”
장천운은 공회를 놔둔 채 그가 말해준 오른쪽 통로로 들어갔다.
“나쁜 놈…… 내가 얼마나 고생…… 저를 살려…….”
뒤에서 이상한 뜻의 말이 들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얼마 가지 않아서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보였다. 입구로 보이는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것도 없었다.
장천운은 반쯤 열린 입구를 향해 우수를 뿌렸다.
문이 통째로 터져 나가면서 지상으로 향하는 구멍이 뚫렸다.
장천운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지상으로 솟구쳤다.
뒤이어서 단목화종이 통로를 빠져나왔다.
밖은 객잔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자 마당에 널브러져 있는 십여 구의 시신이 보였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은 걸까.
“저쪽으로 갔다.”
주위를 살펴보던 단목화종이 먼저 몸을 날렸다.
장천운은 의아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그를 따라서 움직였다.
과연 양각동을 벗어나기 전에 암천문의 살귀로 보이는 자의 시신이 한 구 더 발견되었다.
그때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렸다.
쿠구구궁!
구름이 잔뜩 끼긴 했지만 결코 하늘에서 울린 소리가 아니었다.
장천운은 소리가 난 곳을 향해서 쏘아진 화살처럼 날아갔다.
어찌나 빠른지 반사적으로 뒤따라서 몸을 날린 단목화종은 눈을 튀어나올 것처럼 크게 뜨고 혀를 내둘렀다.
자신이 전성기였다 해도 저 정도였을까 싶었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143장 내가 살아온 이유
마을을 벗어나자 흙먼지가 바람에 날리는 드넓은 황무지가 펼쳐졌다.
사람 몸뚱이만한 바위가 곳곳에 깔려 있고, 그 사이사이 자잘한 나무가 자라서 농사조차 지을 수 없는 곳.
그곳에서 강력한 기의 폭풍이 휘돌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
기의 폭풍이 일으킨 흙먼지로 인해서 정확한 상황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천둥소리는 바로 그 가공할 기의 폭풍이 정면으로 충돌할 때 나는 소리였다.
“멈춰어어어!”
일성을 내지른 장천운이 기의 폭풍 속으로 뛰어들며 현월을 뻗었다.
콰과광!
귀청을 터트릴 것 같은 굉음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기의 폭풍이 두 갈래로 갈라지고, 일대가 충돌의 여파에 휩쓸리면서 또 다시 먼지구름이 일어났다.
강력한 일검으로 싸움을 일시지간 멈추게 한 장천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 노인과 함께 있던 두 중년인 중 하나와 회의를 입은 자 아홉이 전부였다.
‘저 자가 장철산?’
무 노인과 또 다른 중년인은 보이지 않았다.
탁무겸과 함께 움직이던 자들, 단목 노인이 암귀라고 했던 자들도 없었고.
“귀하가 장철산이오?”
“……!”
장산은 기겁한 마음이었다.
장천운이 어떻게 자신을 알았을까?
그러나 장천운은 그의 정체보다 무 노인의 상황이 더 궁금했다.
“동방 노인께선 어디로……?’
질문을 마치기도 전에, 회의를 입은 자들이 일제히 장천운을 공격했다.
그들의 검은 은밀하면서도 빨랐다.
질문을 마저 끝마칠 시간도, 답을 들을 시간도 없었다.
어둠과 먼지구름 속에 녹아든 그들의 움직임은 눈으로 쫓을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기괴해서 한시도 방심할 수 없었다.
십이암귀만은 못해도 무시하기에는 지나치게 강한 공격.
“흥!”
냉랭히 코웃음을 친 장천운의 신형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때부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소리 없는 죽음의 검무가 펼쳐졌다.
한편, 장산은 서 있기도 힘든 상태에서 격동을 금치 못했다.
‘천운아…….’
노야를 소천에게 맡겨서 먼저 피신시켰다. 그 후 암천문의 살귀들을 유인해서 상대했다.
암천문의 살귀들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했다. 더구나 그는 아직 내상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 아닌가.
몇 놈을 쓰러뜨리는 사이 내상은 더욱 깊어지고, 심한 외상마저 입었다.
마음 같아서는 장천운을 도와 회의인들을 제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현재 몸 상태로는 장천운에게 도움은커녕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었다.
더구나 아직은 장천운과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은 그였다.
‘미안하다, 천운아.’
이를 악다문 그가 마음을 정리하고 뒤로 빠지려는데, 한 줄기 전음이 귀청을 울렸다.
<정말로 너였구나.>
“누구……?”
<네가 있어봐야 방해만 될 뿐이다. 뒤로 빠져라.>
무척 귀에 익은 목소리.
어쨌든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는 없지만 틀린 말이 아니었다.
장산은 그 목소리에 대답하듯 몸을 돌려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잠시 멈췄다가 움직이자 온몸이 비명을 질러댔다. 살이 갈라진 어깨는 팔이 통째로 떨어져나갈 것 같았고, 두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다.
온통 피에 젖은 옷이 끈적거리며 살에 달라붙었다.
아마 장천운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삼사 초식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을 것이다.
그런데 사오 장쯤 벗어났을 때 한 줄기 강력한 회오리가 그의 몸을 휘감았다.
촤르르르르.
스산한 소리를 내며 몸을 휘감은 회오리의 정체는 쇠사슬이었다.
“무슨 짓……!”
<아무 말 말고 나에게 맡겨라, 산아.>
장산은 반발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항거하기에는 그를 휘감은 기운이 너무 강력했다. 쇠사슬도 꿈쩍하지 않았다.
뇌리 저 구석에 잠들어 있던 어떤 이의 목소리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산아.
자신을 그렇게 불렀던 이는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서, 설마……?”
<그래, 나다. 일단 너의 몸을 다스리는 것이 급하니 이곳을 벗어나자.>
자신의 몸을 억압한 자의 정체를 알게 된 장산은 눈을 치켜떴다.
“어떻게 여길……?”
그는 남은 잠력까지 모조리 끌어내서 목소리 주인의 힘에 반발했다.
<그건 나중에 설명하마.>
“나는 당신을 따라가지 않을 거요.”
<그럼 이곳에서 죽겠단 말이냐?>
“죽어도 어쩔 수 없지요.”
<과거의 일은 미안하다.>
“…….”
장산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아는 목소리의 주인은 마의 절대자. 절대로 남에게 사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과는커녕 오히려 사과하는 사람의 머리를 부숴서 죽일 수 있을 만큼 냉혹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미안하다고?
설마 낮과 밤이 뒤바뀐 것은 아니겠지? 자신이 지금 저승에 서 있는 것은 아니겠지?
다행히 저승은 아닌 듯 목소리가 또 들렸다.
<그래서 나왔다. 죽기 전에 너에게 진 빚을 갚고 싶어서.>
콰르르릉!
뒤쪽에서 나직한 울림이 들려왔다.
장산은 쇠사슬에 몸이 감긴 상태에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기운이 저편 어둠 속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어둠과 하늘의 먹구름이 통째로 밀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암흑천지를 뒤흔드는 목소리.
“하하하하하! 또 너구나, 장천운.”
‘제길, 그도 왔군.’
장천운은 회의인의 심장을 꿰뚫은 현월을 거두며 뒤로 물러섰다.
어둠을 뒤흔들며 파도처럼 너울지는 목소리.
탁무겸, 그가 왔다!
잠깐 사이 회의인 아홉 중 다섯을 지옥으로 보냈다하나, 탁무겸이 온 이상 그들의 죽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이곳에서 너를 만나다니.”
장천운은 소리가 들린 곳을 노려보았다.
어둠이 다시 너울지며 흔들렸다.
한 마디 한 마디 말이 이어지면서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쏴아아아아아.
어둠이 쓸려나가는 소리와 함께 소름 돋게 하는 기운이 전면으로 밀려들었다.
어둠을 계단처럼 밟으며, 뒷짐 진 탁무겸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전과는 다를 겁니다.”
냉랭히 한마디 내뱉은 장천운은 공력을 구성까지 끌어올렸다.
일대일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단목 노인과 장철산이라는 중년인의 목숨까지 책임져 줄 수 있는 상황은 더더욱 아니고.
여차하면 물러서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 장철산이 정말 자신이 이야기 들었던 구천성의 그 장철산일까? 아니면 동명이인?
장천운이 묘한 감정을 느끼고 인상을 찌푸릴 때, 탁무겸이 지상에 내려섰다.
“숨어 있는 도둑고양이를 잡으러 왔다가 호랑이 새끼를 잡게 생겼구나.”
장천운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청산자가 말한 동방무기와 그 일행 하나는 암귀들이 쫓고 있다.
그들의 무위에 대해 청산자가 정확히 말한 것이라면, 부상이 심한 그들 정도는 십이암귀가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으리라.
이제 장천운만 잡는다면 우환거리가 모두 제거되는 셈.
운이 좋은 날이었다.
“물리고 후회하지나 마시오.”
“하하하, 과연 배짱 한번 두둑하군. 내 이래서 네가 좋은 것이니라.”
탁무겸이 환하게 웃으며 장천운을 향해 우수를 내밀었다.
얼굴에 떠오른 웃음만 보면 마치 반가워서 손을 흔드는 행동 같았다.
그러나 어둠이 먼저 비명을 내지르며 그게 아니라고 외쳤다.
장천운도 긴장한 표정을 거두지 못하고 현월을 들어 검강의 막을 형성했다.
떵―!
하늘의 어둠을 뒤흔드는 외마디 북소리.
둘 사이에 있던, 사람 몸뚱이만 한 바위가 경련을 일으키며 모래처럼 부서져서 주저앉았다.
바위만 부서진 것이 아니었다. 삼 장 간격의 모든 것이 가루가 되어 어둠 속에 흩날렸다.
달빛에 비친 탁무겸의 표정이 조금 전과 달리 굳은 듯 보였다.
입가에 떠올라 있던 웃음기도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나뭇잎처럼 바람결에 스러지고, 잔주름이 그어져 있던 눈에서는 냉기마저 느껴졌다.
“그래, 확실히 전과 달라졌구나. 잘못하면 물리겠어.”
장천운은 이를 악물고 충격을 가라앉혔다.
청산자와는 무공의 궤가 달랐다.
탁무겸의 무공은 패도적이면서도 음악한 구석이 있었다.
게다가 강력함은 청산자보다 더해서 부딪친 순간부터 온몸에 전율을 일으켰다.
전에 한번 상대해봤음에도 치가 떨릴 만큼 강했다.
“아마…… 귀하가 생각한 것보다 더 날카로울 거요.”
탁무겸의 눈매가 칼날처럼 늘어지며 눈초리가 위로 살짝 치켜 올라갔다.
“아쉽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제는 너를 포기해야 할 것 같구나.”
포기하겠다는 것은 살수를 망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마음이 바뀐 이상 반드시 죽이려 할 터.
장천운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현월을 가슴 높이로 올렸다.
환술을 쓰면 신법에서 약간의 득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득을 보지 못하면 치명적인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상대는 당대의 암천신마 탁무겸.
천고의 신묘한 환술도 통하지 않는 초인지경의 고수인 것이다.
탁무겸이 그의 마음을 눈치 챈 듯 하얀 웃음을 지었다.
소름 끼치도록 섬뜩한 웃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살소였다.
그 순간, 탁무겸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는가 싶더니 두 손을 내밀며 크게 원을 그렸다.
“너는…… 본좌에게서 도망갈 수 없다, 장……천……운……!”
어둠이 왱왱 울렸다. 가공할 압력이 고막을 터트릴 것처럼 밀려들었다.
금룡신군을 죽음으로 몰고 간 암천의 절대마공, 암흑천신기가 펼쳐진 것이다.
둘 사이의 대지가 들썩거리더니, 그의 손짓을 따라서 허공으로 두어 자 정도 떠올랐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
천지사방의 모든 압력이 자신을 향해 집중되는 듯하다.
‘크읍!’
장천운은 이를 악다물고 현월에 십성 공력을 일으켜서 허공의 탁무겸을 향해 뻗었다.
천명단사. 무적삼검의 첫 번째 초식.
고오오오오오!
어둠에 구멍이 뻥 뚫리며 둘 사이 공간에 진공의 상태가 형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