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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호위 370화

무료소설 무적호위: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2,87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무적호위 370화

안색이 창백해진 막소광을 향해 수은귀가 입술을 씰룩이며 말했다.

“천기등 대주가 갔다고 한 건데. 크크크.”

‘이 개새……!’

그때 장천운의 몸이 휘청거렸다.

속으로 수은귀를 욕하던 막소광이 제일 먼저 그 모습을 보았다.

“대주?”

“아무 말도 하지 마쇼. 비 때문에 땅이 미끄러워서 그런 거요.”

그게 아니라는 것쯤은 막소광도 모르지 않았다.

뒷짐을 지고 오연하게 서 있는 장천운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바람 때문에 옷자락이 날리는 게 아니었다. 상당한 내상을 입은 듯했다.

막소광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럼…… 봐주는 거요?”

“듣지 못했소.”

씩, 막소광이 웃고는 장천운의 앞을 막고 섰다.

“걱정 마슈. 나도 입이 꽤 무거운 사람이니까.”

근처에 있던 사람 중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한편, 동문 밖의 싸움은 시간이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구천성 무사들은 혈안이 되어서 청산궁 무사들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청산궁 무사들도 살수를 망설이지 않았다.

조금 굵어졌던 빗줄기가 다시 가늘어졌을 때쯤에는 죽은 사람만 이백 명이 넘었다. 거리마다 피비린내가 풍겼다.

끈적한 습기와 함께 흐르는 진득한 살기. 바람에 실린 빗방울이 얼굴을 때릴 때마다 살이 갈라지는 듯했다.

그때 그들이 나타났다.

부슬비가 안개비로 변하며 잦아들 즈음,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대로를 따라서 백여 명이 들어섰다.

그들은 곧장 마을의 중심부를 향해 전진했다.

구천성 무사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몰려갔다.

“청산궁 놈들이다!”

“쳐라!”

“도망가지 못하게 뒤도 막아!”

구천성 무사들이 고함을 질렀다. 이미 피맛을 본 그들은 동료의 복수를 넘어서 상대의 피를 보고 싶어 했다.

청산자의 명으로 청무령을 이끌고 온 운가휘는 이를 드러내며 하얀 웃음을 지었다.

“구천성이 얼마나 대단해서 본 궁에 검을 들이대는지 한번 보자꾸나.”

옆에서 걸음을 옮기던 키가 큰 장한이 조소를 지었다.

“하찮은 자들을 밟으며 살다 보니, 세상이 다 자기들 것인지 아는 모양입니다.”

“저들에게 알려줘라. 하늘 밖의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예, 령주.”

키가 큰 장한이 걸음을 빨리하자 오십여 명이 뒤를 따랐다.

전면에서 몰려오는 구천성 무사의 숫자는 그들에 비해 두 배 이상 되었다.

그럼에도 청산궁 최강의 무력단체인 청무령 무사들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머뭇거리기는커녕 오히려 걸음을 빨리하며 무기를 뽑았다.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땅에 고인 빗물이 튀며 스산한 소리를 냈다.

공력이 외부로 발산되자, 비에 젖은 옷이 뿌연 김을 뿜어내며 허공 가득 안개가 자욱해졌다.

“쓸어버려!”

구천성 쪽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앞서 달려가던 자들이 땅을 박차고 청무령 무사들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139장 하늘 밖의 별이 하나 지고

 

 

장천운은 뒷짐을 지고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구천성 남문을 통과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버틸만했다. 그런데 구천무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가슴부터 시작된 통증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며 숨이 턱 막혔다.

그 동안 참고 참았던 내상이 고개를 내밀면서 극렬한 고통이 밀려든 것이다.

‘제기랄,

그래도 악착같이 참고 구천무원 안으로 들어갔다.

 

사마경은 방 안으로 들어선 장천운을 보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우우우우우, 괜찮아?”

창백한 안색, 무거워 보이는 움직임. 누가 저 모습을 보고 절대 경지를 넘어선 초인경의 고수라 할 수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물었지만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괜찮습니다.”

“설마 금룡신군을 혼자 상대한 건 아니겠지?”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나중에는 모용문태와 고완이 함께 싸우지 않았는가.

그 핑계를 댔다.

“단리 노선배도 나섰고, 북천도왕과 고 대협도 함께 했습니다.”

사마경과 함께 있던 우문각도 장천운의 부상이 가볍지 않다는 걸 바로 알아보았다. 안쓰럽다기보다는 왠지 고소했다.

“그래도 큰 상처는 없는 것 같군.”

그 말도, 크게 다치지 않아서 서운하다는 말투처럼 들렸다.

슬쩍 우문각을 째려본 장천운은 사마경의 잔소리가 터져 나오기 전에 변명부터 해두었다.

“금룡신군도 깊은 내상을 입었습니다. 아마 저보다 더 심각할 겁니다.”

“그 늙은이야 모가지가 잘렸든, 팔다리가 몽땅 꺾어졌든 상관없어. 중요한 것은 천운이 다쳤다는 거야.”

“이삼 일이면 괜찮아질 겁니다.”

이삼 일로는 어림도 없다. 누구보다 장천운 자신이 그 사실을 잘 알았다.

그래도 사마경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아니 사마경의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거짓말이라도 해야 했다.

“정말이야?”

“예, 소성주.”

사마경도 이삼 일에 나을 내상이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그래도 빨리 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믿는 척했다.

“좋아, 그럼 최대한 빨리 나아. 남 노선배님께 부탁도 좀 하고.”

장천운은 조금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았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소성주.”

설마 약 대신 독을 먹이진 않겠지?

독왕 남사명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몸에 보약이 되는 독도 독은 독이니까.

“그리고 무적장의 단리황 대협과 단리승 장주, 모용문태 대협께서 함께 왔습니다. 지금 전청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으로 모셔.”

 

단리황과 단리승, 모용문태는 두 번 놀랐다.

사마경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워서 한번 놀랐고, 그녀의 무공이 자신들과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여서 다시 한 번 놀랐다.

“이 늙은이는 단리황이라 하오.”

“사마경입니다. 삼장무적 단리 대협을 뵙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단리승이오, 성주.”

단리승은 아예 사마경의 지위를 성주라고 칭했다. ‘임시’라는 단어조차 붙이지 않았다. 그녀를 성주로서 인정한다는 뜻.

사마경은 그의 의도를 눈치 채고 화사한 웃음을 지었다

“반갑습니다, 장주님. 진즉 모셨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습니다. 이해해주세요.”

“하, 하, 하, 느닷없이 찾아와서 불청객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그리 말씀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소이다.”

뒤이어 모용문태도 짧게 이름만 말하며 인사를 건넸다.

“모용문태요.”

사마경도 별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포권을 취하고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녀의 미소 짓는 모습은 칠십대인 단리황이나 육십대인 모용문태, 오십대인 단리승의 가슴마저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사마경에 이어서 우문각과 구양명까지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의례적인 인사가 끝나자 커다란 탁자에 빙 둘러 앉았다.

“동문 쪽 상황이 끝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차나 마시며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지요.”

사마경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눈빛이 차가웠다. 그다지 걱정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도도하면서도 차갑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

그녀를 처음 본 단가의 두 수장과 모용문태는 왜 천하의 젊은 기재들이 그녀 곁에 모여드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 * *

 

어스름이 밀려드는 동문 밖은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축축한 거리는 시신으로 가득 찼다. 질척한 땅에 고인 물기가 빗물인지 핏물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도 구천성 무사와 청무령 무사들은 상대의 목을 치고 심장을 가르기 위해서 무기를 휘둘렀다.

이미 쓰러진 무사만 수백 명. 대부분 구천성 무사들이었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죽을지 알 수가 없었다.

뒤늦게 상대의 강함을 알게 된 구천성 무사들은 합공을 해서 청무령 무사들을 상대했다.

그럼에도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사람은 구천성 무사가 대부분이었다.

“힘을 내서 놈들을 쳐라!”

공손백이 일갈을 내지르며 나타났다.

“이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우리가 상대해주마!”

장로들과 간부들이 고함을 내지르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공손백도 한 사람을 노려보며 몸을 날렸다.

놈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구천성 무사들이 볏단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가볍게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놈의 검세에는 백만 근 무게의 무거움이 담겨 있었다.

일반 무사들로서는 일초도 상대하기 힘든 위세!

장로들조차 저자의 검을 받아낼 수 있을까 싶었다.

공손백은 피가 끓었다.

복수심 때문이 아니었다. 무사로서 승부욕이 꿈틀거렸다.

천외삼성 외에 이 정도로 승부욕을 자극한 사람은 한손에 다 꼽을 정도로 적었다.

더구나 상대의 정체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이 더 그를 자극했다.

“대단한 놈이로구나! 나는 공손백이라 한다. 용기가 있다면 이름을 밝혀라!”

공손백이 공격해가며 소리쳤다.

운가휘가 그 말에 차디 찬 냉소를 지었다. 그도 대결을 마다하지 않았다.

“내 이름은 운가휘다. 어디 소문만큼 강한가 보자, 공손백!”

냉랭히 이름을 밝힌 그는 검을 뻗으며 마주쳐갔다. 공손백의 이름을 듣고도 눈빛 한 점 변하지 않았다.

공손백의 검세가 폭풍이라면 운가휘의 검세는 구름이었다.

어스름 속에서 폭풍과 구름이 뒤엉키며 광란의 춤을 추었다.

콰르르릉! 떠더덩!

두 사람 사이의 어둠이 갈가리 찢어지고, 터져 나갔다.

놀랍게도 운가휘는 큰 충격을 받지 않은 듯 서너 걸음 물러선 후 중심을 잡고 공격 자세를 취했다.

공손백도 비슷한 거리를 물러난 후 눈을 치켜떴다.

‘이, 이런……!’

아무리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하나 비등한 결과라니.

은근히 자존심이 상한 그는 공력을 더 강하게 끌어올렸다.

검을 가슴높이로 올린 그는 운가휘를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강맹한 기운이 폭풍처럼 일어나서 그를 따라 이동했다.

운가휘도 차가운 표정으로 검을 들었다. 검첨에서 어둠을 뚫고 검강이 쭉 솟아났다.

다시 폭풍이 불고 구름이 요동쳤다.

절대 경지에 이른 고수의 격전은 일대를 휘감았다.

그렇게 공손백이 운가휘와 싸우는 동안 격전의 양상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려갔다.

장로와 호법, 각 조직의 간부들이 나서자 청무령 무사들도 쉽게 대하지 못했다.

콰과광!

굉음이 터져 나오더니 공손백과 운가휘가 튕겨나듯이 물러섰다.

“돌아간다!”

운가휘가 튕겨난 그대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구천성 무사들에게 에워싸여 있던 청무령 무사들이 전력을 다해서 상대를 물러서게 만들고 땅을 박찼다.

몇 명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포위망에 갇혔다.

그러나 대부분은 포위망을 벗어나서 동쪽을 향해 날아갔다.

 

청무령 무사들이 후퇴하고 난 후 드러난 싸움의 결과에 구천성 무사들은 가슴에 돌덩이가 들어찬 기분이었다.

“기껏해야 백 명밖에 안 되는 놈들에게 이 무슨 꼴인가!”

공손백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무사들이 많이 죽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청산자도 아닌, 청산궁 간부와 대결하고도 승리하지 못하자 분노가 치밀었다.

삼 푼의 실력을 숨겼다 하나 상대는 일개 간부 아닌가 말이다.

“도대체 대장로는 왜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뒤로 빠져 있는 거야? 이제 그도 늙었나?”

나극의 소극적인 행동도 영 마음에 안 들었다.

그가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었어도 청산궁의 피해가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더 짜증나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령주, 장천운이 남쪽에 있는 장원을 공격해서 금룡신군과 금룡장 무사들을 외곽으로 쫓아냈다 합니다.

“뭐야?”

금룡장 공격은 듣지도 못했던 계획이었다. 자신들에게 말도 하지 않고 그들을 공격하다니.

더구나 자신은 청산자의 수하와 싸워서 막심한 피해를 입었거늘, 장천운은 금룡신군을 쫓아냈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금룡신군은 누가 상대했느냐?”

“처음에는 장천운이 직접 상대했다 합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이 상대했고, 마지막에는 또 장천운이 나섰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등한 격전을 벌였다고 합니다.”

추산의 말에 공손백은 절로 턱에 힘이 들어갔다. 바람도 없는데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금룡신군도 이제 늙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아는 천외삼성은 장천운 따위가 상대할 수 없는 하늘이었다.

하지만 금룡신군이 늙어서 당한 것이 아니라는 걸 그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몸서리처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장천운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말이니까.

‘괴물 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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