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30화
무료소설 혈하마제: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41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30화
혈하-第 30 章 들끓는 강호
“또한 강호고수이기도 했죠.”
“그렇지, 그분은 유림의 대학사이면서도 무공이 고강해 당시 강호인들은 그분을 창해유왕(蒼駭儒王)이라고도 불렀지……그 분의 후손이라면 목령환주를 가지고 있을 만한데 어쩌다가 그분 가문이 몰락을……”
“그건 창해선생께선 강호의 피바람에 환멸을 느껴 후손들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시지 않은 탓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 그럼 목령환주가 전돈 손아귀에 있단 말인가?”
“아닙니다.”
“아니라면?”
“전돈은 이미 죽었습니다.”
“죽어? 그가?”
“예. 욕심을 낸 탓이지요.”
권풍진의 말에 하륜은 조용히 경청했다.
권풍진은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말했다.
“전돈은 목령환주를 가지고 있어봐야 소문을 듣고 덤벼드는 강호인들을 막긴 커녕 생명까지 위험해 진다는 것을 재빠르게 눈치 채고는 그 즉시 목령환주를 경매했다는 겁니다.”
“경매? 그 답군.”
“그러나 경매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경매 바로 직전에 목령환주를 숨겨준 비밀금고를 여니까 목령환주는 감쪽같이 없어지고 전돈의 모가지만 달랑 남아 있더랍니다.
“누군가가 훔쳐 갔군.”
“바로 그겁니다. 경매에서 목령환주를 산다고 해서 그게 곧 자기 물건이 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신주오보가 어디 보통 물건입니까?”
“그럼 누구인가?”
“영종(影宗)!”
“대도(大盜) 영종!”
하륜은 기겁했다.
권풍진은 다연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말고 누가 사중으로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 비밀금고를 열고 목령환주를 가지고 갔겠습니까? 현 강호에서 그만큼 뛰어난 대도는 아직 듣지도 못했습니다.”
“그럼……”
“아, 끝까지 들으십시오. 영종이 훔치긴 했지만 그 역시 목령환주의 주인은 아닌 듯 싸늘한 시체로 발견이 되었고, 그를 죽인 자는 단숨에 열 자루의 화살을 쏜다는 궁마(弓魔)였습니다.”
“음……”
“그러나 그 역시 생사화(生死花) 여절령(呂折領)에게 죽고……생사화는 다시 악마혈각(惡魔血脚)의 두 다리에 떡이 되었지만 악마혈각은 친 동생인 악마혈도(惡魔血刀)에게……악마혈도는 아버지의 복수를 한다는 조카에게 당했고……”
“잠깐!”
하륜이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아우! 지금 누가 갖고 있나?”
“음……내가 이곳 월성령 입구에서 얼핏 들었을 때는 밀후(密后)가 지니고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그녀야 음탕하기만 했지 어디 무공 실력이 목령환주를 지킬 능력이 됩니까. 그것도 몸뚱아리를 이용해 십절무적(十絶武敵)을 유혹해 빼앗은 것이니 아마 지금쯤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갔을 겁니다.”
“결론은 목령환주를 차지하기 위해 모두 혈안이 되었다는 말 하나군.”
“그렇습니다.”
“그래, 또 다른 하나는 뭐고, 누가 지녔는가? 그것도 서로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이는가?”
“소문이 무성한 신주오보는 벽력신패(霹靂神牌)입니다.”
“패물에서 일어나는 빛 하나로 주위 100장을 불바다로 만든다는 벽력신패말인가?”
“예, 그런데 그게 정확한 소문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목령환주가 나타났다는 말과 함께 벽력신패를 뇌정보주(雷霆堡主)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뜬금없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것입니다.”
“뇌운장(雷雲掌) 국제강(國霽强)!”
“그러니까 소문만 무성하다는 것 아닙니까? 뇌운장 국제강은 백도무림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끼는 백천오성(百天五聖)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렇지.”
“그런데……그 소문을 뒤받침을 하는 내용은 다름이 아니라 그의 독문절기인 뇌운장이 바로 벽력신패의 신비를 빌어 이뤄졌다는 겁니다.”
“음……”
하륜은 권풍진의 말에 검미를 좁혔다.
뇌운장 국제강!
한때 강호는 백천오성이 이끄는 백도 무림과 묵혈대제가 이끄는 흑도 무림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긴장 속의 평화를 누렸었다.
흑도의 하늘은 하나였지만 백도 무림의 하늘은 모두 다섯이었다.
바로, 불(佛), 도(道), 뇌(雷), 옥(玉), 유(儒)로 칭해지는 백천오성이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뇌정보(雷霆堡)다.
뇌운장 국제강은 가공할 열화강기를 이끌어내는 장법으로 백천오성 가운데 한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을 정도로 초절정의 고수다
그런 그에게 벽력신패가 있다니.
하륜은 권풍진을 향해 말했다.
“그 소문의 진상과 진실은 어느 정도냐?”
“그게……”
권풍진이 막 말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덜컹!
문이 열리며 공금연이 창백한 얼굴로 방안으로 들어왔다.
“연아!”
딸을 발견한 용화화가 의자에서 일어나 공금연에게 가려는 순간이다.
공금연이 권풍진을 원망스러운 눈길로 노려보았다.
권풍진은 갑자기 조카가 자기를 원망하듯 바라보자 머쓱했다.
“연아, 이 막내 백부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느냐?”
공금연은 용화화의 가슴으로 달려와 안기며 울음을 토해냈다.
“흑흑흑……갔어요. 그 분이 갔단 말이에요.”
“뭣이라고? 그럼 사 소협이 떠났단 말이냐?”
용화화가 놀라 물었다.
공금연은 슬픈 얼굴로 권풍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흑흑흑……이곳까지 함께 왔는데……막내 백부의 말소리가 워낙 큰지라 방문 앞에서 그 말을 들은 공자님이……공자님이……흑흑흑……!”
“그럼 사공자도 신주오보 때문에……어디로 간다고 하더냐? 묻지 않았느냐?”
“뇌정보……그곳의 위치를 제게 물으셨어요.”
“뇌정보!”
중인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
봉절현(奉節縣).
악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도성.
중앙 대로를 따라 백의 청년이 걷고 있었다.
그는 월영산장을 떠나온 사군보다.
사군보의 눈가에는 그늘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뇌정보에 벽력신패가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뇌정보주가 그것을 쉽게 주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다.
뇌정보주는 백도 무림의 거물이다.
그와 겨루게 되었을 때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내공 증진에 힘을 썼다.
그 길만이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걸을 때 누군가가 그의 등을 툭 쳤다.
“누구?”
사군보는 시선을 돌렸다.
꾀죄죄한 넝마를 걸친 노인이었다.
어디를 봐도 특별한 구석이라고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다만 노인의 눈썹은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쌍미(雙眉)였다.
사군보의 눈에 번뜩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담담한 눈빛. 저 노인의 눈빛은 어디서 한 번 본 것 같은데, 어디서 보았지?’
사군보는 지나가는 눈치로 다시 한 번 노인의 눈을 살폈다.
이때다.
노인은 사군보를 올려다보며 비굴한 웃음을 흘렸다.
“공자님, 점을 보시겠습니까? 헤헤헤…… 꼴은 이래도 아직 틀린 점은 봐준 적이 없습니다.”
다소 천박하기까지 했다.
‘점쟁이? 아니다.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다.’
사군보는 내색은 않고 말을 걸었다.
“정말 확실합니까?”
“틀리면 이 늙은이의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목숨까지는……그럼, 믿어 볼까요?”
사군보는 다시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의도적으로 접근한 냄새가 난다. 어디 기다려보자. 내게 용건이 있다면 조만간 마각을 드러낼 것이다.’
점쟁이 노인이 다시 수다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공자님, 복채는 선불인데요…… 헤헤헤!”
점쟁이 노인을 말을 하면서 얼굴 가득 간사한 웃음을 흘리며 깡마른 손을 불쑥 내미는 것이었다.
사군보는 품속에서 은 한 냥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점쟁이 노인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지고 입은 메기입이 되었다.
“이렇게 많이…… 감사합니다. 공자님! 정말.”
“그만 두시오. 대신 그만한 가치만큼 잘 봐 주세요.”
사군보는 기뻐 날뛰는 노인을 제지하며 빠르게 뇌까렸다.
‘다른 사람은 속여도 내 눈은 못 속인다. 서툰 짓도 자주 하면 버릇되는 법이지.’
그는 내심 코웃음을 치며 노인의 점괘를 기다렸다.
노인은 연신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입에 침을 튀기며 열을 올렸다.
“아이구! 이거 도화운(桃花運)이로군. 공자님, 정말 복도 많으십니다.”
“도화운이라니?”
“공자님은 오늘 안으로 천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미녀를 수중에 품으실 것입니다. 어찌 이것이 대운이 아니겠습니까?”
“허허. 미녀라?”
“그럼 이만! 공자님, 부디 즐거우시길……”
점장이 노인은 예의 간사한 웃음을 흘리며 군중 사이로 헤쳐 나갔다.
사군보는 그의 뒤통수를 응시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선자불래(善者不來), 오는 자는 선하지 않다. 뜻이 있다면 내게 다시 나타나겠지.”
사군보는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천운각(天運閣).
‘하늘의 운이 닿는다.’
정말 사람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름이다.
“이름이 맘에 드는군, 여기 묵을까?”
사군보는 잠시 천운각을 주시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서자 점소이로 보이는 중년인이 그를 반겼다.
“어서 오십시요. 공자님!”
그는 굽실거렸다.
“저희 천운각은 객방과 기방, 주청은 물론 도박장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응? 도박장까지?”
사군보는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거짓이 아니라 그는 진짜 놀랬다.
‘방대한 규모에 객잔, 주루, 기방, 도박장까지 갖추고 있다. 이 정도 규모로 장사를 하는 곳은 흔치 않은데? 혹시?’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한 신비한 방파다.
신녀방(神女幇).
여인들로 구성된 강호 문파.
그녀들은 정보력이 매우 뛰어났다.
천하제일이라는 개방조차 그 정보력을 따라갈 수없다고 할 정도로 확실한 신뢰를 구축한 곳이다.
신녀방의 조직은 강호 도처에 깔려 있다.
고관대작의 첩실에서부터, 홍루의 기녀까지 여인이 있는 곳 어디건 그녀들의 정보망은 구축되어 있다 해도 될 정도다.
삼뇌마자 막여천은 신녀방을 언급하면서 말했다.
-신녀방의 재력은 정보를 파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천하에는 수많은 기방, 주루, 도박장이 있다. 그 중 3할이 신녀방의 것이라 해도 된다.
기녀들의 품 속.
술 한 잔 걸치고 떠드는 소리.
도박에 영혼을 파는 자들의 마지막 발악.
그 안에서 강호의 소문이 시작된다고 삼뇌마자 막여천은 말했다.
사군보는 점소이에게 물었다.
“혹시 이곳의 주인이 여자 아닙니까?”
“공자님도 소문을 듣고 오셨군요. 맞습니다. 저희 천운각의 주인마님은 젊고 아름다우신 분입니다. 사람들은 저희 마님을 미염부인(美艶婦人)이라 부르지요. 하지만……헤헤헤, 주인마님은 혼자십니다.”
“혼자라고?”
“시집을 일찍 가셨다가 시집간 지 한 달 만에 주인어른이 돌아가셔서 졸지에 떼 부자가 되신 미망인이시죠.”
“허허, 그 얘기를 왜 해주는가?”
“공자님 정도의 용모이시면……헤헤헤, 다 아시면서……”
점소이는 교활하게 웃었다.
사군보는 피식 실소했다.
하나 그의 눈은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