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하마제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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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77회 작성일소설 읽기 : 혈하마제 22화
혈하-第 22 章 굳은 기개
사군보.
오대산을 벗어난 그는 하북 땅에 들어섰다.
지옥혈제가 무이산으로 향하듯 그 역시 옛 묵혈방 터로 갈 생각이었다.
그가 막 하북 땅을 들어설 때였다.
꽝!
차차차창--!
어디선가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군보는 그냥 지나치려다가 생각을 고쳐 소리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황량하기 짝이 없는 계곡.
치열한 싸움은 계곡 안 너른 공지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공지에는 30세가 갓 넘은 듯 보이는 남색 장포를 걸친 장한이 녹의를 입은 두 노인의 협공을 받고 있었다.
그 한 쪽에는 육순의 애꾸눈 노인이 그들의 격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남의장한은 두 녹의노인의 협공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그들과 싸우고 있었다.
격전이 한창일 무렵,
스슥……
사군보는 귀신같은 신법으로 격전장 10장 가까이 접근했다.
그래도 그들은 사군보가 나타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때였다.
차창-!
남의장한의 장검이 두 녹의노인의 장검을 강하게 밀어내었다.
두 녹의노인이 한 걸음씩 물러서며 힐끔 애꾸눈 노인을 살폈다.
구원을 요청하는 것 같았다.
그 광경에 남의장한은 코웃음을 쳤다.
“흥! 네놈들이 날 우습게 여기는 게로구나.”
남의장한은 싸늘하게 내뱉으며 검신이 유난히 하얀 장검을 공격의 자세로 곧추세웠다.
“권풍진(權風晉), 오늘이 네놈의 제삿날인 줄 알아라.”
애꾸눈 노인이 싸늘하게 내뱉으며 몸을 날렸다.
그의 음성은 몹시 탁해 듣는 이의 가슴이 답답할 지경이었으니.
금정무군(金晶武君) 권풍진.
적하검군(赤霞劍君) 하륜(河倫).
초열도협(焦熱刀俠) 공자립(孔紫立).
이들을 강호인들은 천라삼군이라 칭한다.
천라삼군(天羅三君).
백도무림인도, 흑도무림인도 아닌 정사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걷는 인물들이다.
하나, 한 결 같이 가공한 무공을 지닌 절정고수들이기도 하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인 권풍진이 이곳에서 괴노인들에게 협공을 받고 있는 것이다.
권풍진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팽성귀마, 그래도 난 귀하를 무림 선배라 대우했거늘……더 이상 날 핍박한다면 내 손이 무정하다는 것을 가르쳐 줄 수밖에.”
팽성귀마(彭城鬼魔) 표계(表繼).
30여 년 전에 산서 일대를 휩쓸었던 마두였다.
그는 살인의 동기도 없이 닥치는 대로 살인을 자행하던 인물이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강호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래서 강호에서는 그가 누군가에 의해 피살되었을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그는 묵혈방이 사라지자 재빠르게 모습을 드러내 강호를 놀라게 한 인물이었다.
사실 그가 잠시 은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묵혈방 때문이었다.
그가 왜 묵혈방을 두려워한 나머지 은거한지는 묵혈방의 요직고수와 그 자신밖에 모른다.
팽성귀마 표계가 듣기 거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권풍진, 다시 말하지만 네놈이 본교에 가입한다면 그동안의 잘못을 용서해 주겠다.”
팽성귀마는 제법 의젓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자신이 권풍진의 어른이나 된 것처럼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난 그 어디에도 소속을 받고 싶지 않음은 분명 말했을 텐데.”
권풍진이 얼굴에 노기를 띠우며 잘라 말했다.
보아하니 팽성귀마는 권풍진을 ‘교(敎)’이라하는 곳에 끌어 들이려고 하는 수작이었으나 권풍진이 이를 거절하는 모양이었다.
권풍진의 당당하고 굽힘이 없었다.
그의 태도에 팽성귀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도 네놈은 뉘우칠 줄을 모르는구나.”
팽성귀마는 목구멍이 답답한지 가래침을 뱉어냈다.
권풍진이 싸늘하게 웃었다.
“팽성귀마, 누가 잘못했는지 귀하가 더 잘 알 텐데?”
“저, 저런 뻔뻔스러운 놈, 네놈은 내 딸을 겁탈하고서도 잘못한 게 없단 말이냐?”
팽성귀마는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음성은 커질수록 탁해 무슨 말인지 잘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겁탈!”
권풍진이 싸늘하게 외쳤다.
그의 얼굴에 무서운 살기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니라고 부인할 셈이냐? 이 뻔뻔스러운 놈!”
팽성귀마도 분노를 못 참겠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난 귀하의 딸을 겁탈한 적이 없다. 그보다 당신은 먼저 딸의 소행부터 나무래야 할 거요.”
권풍진은 결연하게 내뱉으며 하얀 장검을 고추 세워 양단 할 자세를 취하였다.
“저, 저 죽일 놈이 어른을 보고 훈계를……”
팽성귀마는 푸르르 얼굴 근육을 떨었다.
챙.
팽성귀마는 검을 뽑았다.
동시에 두 녹의노인도 검을 후려치며 다시 달려 들었다.
3대 1.
그러나 이에 꺾일 권풍진은 아니다.
권풍진의 입에서 하늘이 떠나갈 것 같은 기합성이 터져 나왔다.
“검혼탄(劍渾炭)!”
쌔애액-
권풍진의 장검에서 쏟아지는 검기.
차창-
두 가닥의 검기는 두 녹의노인의 검세를 토막 치듯 잘라버렸다.
그 사이.
쎄애액-
팽성귀마의 검은 어느새 권풍진의 검막을 뚫고 있었다.
권풍진은 급히 검을 회수함과 동시 손목을 틀었다.
창-창-창-
연속 세 번의 검격을 날린다.
그 검격에 팽성귀마와 두 녹의노인의 검이 흐트러졌다.
두 녹의노인은 확실히 팽성귀마보다 한 수 아래였다.
하지만 팽성귀마가 간간히 두 녹의노인의 틈을 막아주고 있어 권풍진이 쉽게 결착을 보기 힘들었다.
‘일단 둘을 먼저 치자!’
권풍진은 시간을 길께 끌면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쌍두역풍(雙頭逆風)!”
쓔가가-
권풍진의 검에서 새파란 검기가 뽑아져 나왔다.
두 마리의 뱀이 아가리를 벌리고 덮치듯, 두 가닥의 검기는 각각 두 노인을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두 노인은 급급하게 검으로 그 검기를 막았다.
창! 창!
불꽃이 튄다.
“큭!”
두 노인은 동시에 답답한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 기회를 놓칠 권풍진은 아니었다.
“타핫-”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땅을 박차 솟구쳐 오르는 권풍진.
일도양단의 기세를 밀어 붙인다.
그 기세는 두 노인 중 오른쪽 노인에게 집중되었다.
왼쪽 노인이건, 팽성귀마건 개의치 않고 오직 한 사람만 죽이겠다는 일 검.
“피햇!”
팽성귀마가 급히 전세 안으로 달려왔다.
팽성귀마의 검이 막 권풍진의 검을 막아서려는 찰라,
팽그르!
권풍진의 몸이 팽이처럼 회전했다.
동시 손에 쥐었던 검도 크게 횡으로 그어졌다.
스앙-
팽성귀마의 검은 그 바람에 빈 허공만 가르고 말았는데.
“죽어!”
삿-
“크악!”
팽이처럼 몸을 날린 권풍진의 검이 왼쪽 노인의 목을 쳐 날렸다.
“허수였구나!”
팽성귀마는 이를 바득 갈았다.
애초 방어를 무시한 채 오른쪽 노인을 노린 것 자체가 미끼였다.
거기에 팽성귀마는 속아 넘어갔고, 왼쪽 노인은 안도하고 있다가 졸지에 목이 날아간 것이다.
“권풍진! 이놈!”
팽성귀마는 대노하며 검격을 날렸다.
그러나 이에 맞아줄 권풍진은 아니었다.
“사음보(蛇陰步).”
어둠속을 기어가는 뱀처럼 은밀하면서 기척을 감추는 보법.
“사학검(蛇虐劍).”
단숨에 먹이의 머리를 삼키는 뱀 아가리처럼 권풍진의 검극이 교묘하게 틀어진다.
타타탕-
챙! 챙!
팽성귀마의 검은 피하고, 혼자 남은 수하를 노리는 수법.
2대 1의 격전은 삽시에 10여 초를 교환했다.
한편,
그들의 격전을 지며보던 사군보는 낮게 중얼거렸다.
‘소문대로 권풍진이 무군이란 칭호를 들을 만하군.’
하지만 오래 버틸 것 같지는 않았다.
문제는 내력이다.
‘너무 지쳤다. 예리함이 많이 줄었다.’
그 순간이다.
“크악!”
오른쪽 노인의 목이 날아갔다.
동시에,
“큭!”
왼쪽 어깨를 스치는 칼침을 받은 권풍진.
살을 주고 뼈를 깍은 대가다.
물러서는 권풍진을 향해 팽성귀마의 공세가 높아졌다.
창! 창!
다시 그들은 30여 초를 더 교환했다.
이때였다.
권풍진의 검기가 차츰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는 이미 내력의 한계에 도달한 것 같았다.
“귀살초(鬼殺招)!”
“탁피운한(倬彼雲漢)!”
쾅-! 꽈-르-르-릉-!
기각(氣殼)을 두른 검기가 폭발하며 엄청난 굉음을 동반했다.
사석이 날았다.
땅이 터지면서 무수한 흙덩이가 솟구쳤다.
그 속에서 선혈을 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욱!”
권풍진이었다.
그의 얼굴은 파리한 게 깊은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
권풍진이 비틀하자 그 모습을 예의 주시하는 팽성귀마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져 흘렀다.
“흐흐흐……그러기에 말을 듣지.”
그러나 팽성귀마의 입언저리에서도 검붉은 선혈이 배어 있었다.
팽성귀마 역시 작지 않은 내상을 입은 것이다.
털썩!
권풍진이 더 이상 주체치 못하고 주저앉았다.
“헉! 헉!”
그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의 발 치에는 검붉은 핏덩이가 흥건하게 땅을 적시고 있었다.
“권풍진, 그래도 내 말을 안 듣겠느냐?”
팽성귀마는 성큼 다가서며 장검을 그의 목에 대었다.
“못한다.”
권풍진은 눈을 치켜떠 팽성귀마를 노려보며 단호하게 못 박았다.
“죽는 것보다는 나을 텐데?”
팽성귀마가 싸늘하게 비꼬았다.
“당당한 죽음은 양심이나 지조를 파는 것보다는 훨씬 깨끗하다.”
권풍진은 결연하게 내뱉으며 아예 눈을 감아 버렸다.
참으로 장부다웠다.
**
한편,
사군보는 만약 자신이 저와 같은 처지에 놓였다면 권풍진처럼 행동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일단 도와줘야겠다!’
팽성귀마와는 아무런 은원은 없다.
하지만 권풍진의 기개가 맘에 든 사군보다.
사군보는 은밀하게 내공을 끌어 올렸다.
**
팽성귀마는 연신 눈알을 굴리며 회유했다.
“잘 생각해 보아라.”
“……”
그러나 이미 죽음을 각오했는지 권풍진은 요지부동, 묵묵부답이었다.
“죽일 놈, 끝까지 죽음을 택하는구나.”
팽성귀마는 잔인하게 내뱉으며 장검을 찔러갔다.
그때다.
쌔액!
한 줄기 지풍이 날아와 팽성귀마의 장검을 쳤다.
쨍그랑-!
팽성귀마의 장검이 부러지며 땅에 떨어졌다.
“누, 누구냐?”
팽성귀마는 흠칫 놀라면서 반사적으로 외쳤다.
그의 두 눈엔 어느새 공포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만년정강으로 만든 장검이 지풍에 가볍게 부러져 나갔다.
이건 그조차 할 수 없는 절기다.
가벼운 지풍으로 검을 단숨에 반 동강이 낸다는 것은 초절정고수가 아니면 흉내 낼 수 없는 고절한 무공이었다.
“팽성귀마, 순순히 물러가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차가운 음성이 3장 밖에서 울려 나왔다.
“누군지 정체를 밝혀라.”
팽성귀마도 물러서지 않고 소리쳤다.
“너는 내 모습을 보는 순간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 보았느냐?”
“……이건!”
팽성귀마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의 음성이 자신의 혼을 앗아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탈명귀음(奪命鬼音)!”
팽성귀마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서너 걸음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