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호위 4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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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77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무적호위 405화
한쪽에서 장천운과 탁무겸이 초인경의 공력을 동반한 경천동지의 격전을 벌이고 있다면, 한쪽에서는 무지막지한 적수공권의 대결이 벌어졌다.
쾅! 콰광! 퍼벅! 콰과광!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 괴이했다. 피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피하지 않았다.
마치 누구의 맷집이 더 강한지 내기라고 하는 듯했다.
하지만 삼류무사의 적수공권 싸움과는 차원이 달랐다.
두 사람이 서 있는 주위 반경 이 장의 대지가 충돌의 여파로 움푹 파였다.
한 번씩 충돌할 때마다, 단단하게 굳어진 흙이 발밑에서 모래처럼 풀썩이며 튀었다.
예상치 못했던 싸움을 멍하니 바라보던 구양명이 끝내 탄성을 터트렸다.
“정말 굉장하군!”
이십여 번 권장을 주고받던 싸움이 서서히 한쪽으로 기울었다.
반쯤 잘렸던 독고민의 왼팔은 뼈마저 부서진 듯 덜렁거렸고, 가슴도 움푹 들어간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독기를 뿜어내며 온몸으로 부딪쳐 갔다.
“크아아아아! 죽어라!”
봉두난발의 괴인은 그러잖아도 허름한 장포가 곳곳이 찢어져서 넝마를 걸친 듯했다.
그 모습으로 묵묵히 상대를 공격하는 광경은 보는 이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콰직!
괴인의 커다란 우수가 독고민의 목을 움켜쥐었다.
독고민은 목이 잡힌 상태에서도 부러진 팔과 다리를 휘둘렀다.
“크륵…… 죽어…… 죽…….”
천천히 좌수를 든 괴인이 독고민의 머리를 후려쳤다.
퍽!
독고민의 머리가 괴이하게 이지러지며 흔들렸다.
괴인은 두어 번 더 독고민의 머리를 후려쳤다. 마치 독고민이 철천지원수라도 되는 듯. 확인사살이라도 하려는 듯.
그러고는 독고민의 움직임이 거의 멈춘 후에야 우두둑 소리가 나도록 목뼈를 부러뜨려서 저만치 던져버렸다.
그때 누군가가 독고민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커다란 덩치, 큰 칼을 든 그는 구산이었다.
구산은 바닥에 널브러져서 마지막 몸부림으로 꿈틀거리는 독고민을 향해 칼을 내리쳤다.
“이건 류화 몫이다, 개새끼야!”
분노가 담긴 구산의 일도에 독고민은 목마저 잘려버렸다.
탁무겸은 독고민이 괴인에게 당하는 광경을 정면으로 볼 수 있었다.
그 광경은 그의 부동심을 흔들어 놓았다.
금강불괴나 다름없는 마령체를 저런 식으로 부술 수 있는 자가 있다니.
하늘 아래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은 셋뿐이었다.
자신, 청산자, 그리고 장천운.
그런데 또 다른 자가 나타난 것이다.
‘좋지 않아.’
전력을 다해서 장천운을 밀어낸 그는 뒤로 미끄러지듯 물러섰다.
장천운은 그를 쫓지 않았다.
그도 독고민과 봉두난발의 괴인이 싸우는 건 알고 있었다. 등을 지고 있어서 그 광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을 뿐.
독고민과 싸우는 걸로 봐서 적은 아닌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사마경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봉두난발의 괴인이 축 처진 독고민을 한쪽으로 던진 것은 그때였다.
괴인은 독고민을 던지고 곧장 신형을 날렸다.
그가 향한 곳은 탁무겸 쪽.
탁무겸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봉두난발의 괴인을 보고 쌍장을 뿌렸다.
봉두난발의 괴인은 망설이지 않고 탁무겸의 공격권 안으로 들어가며 마주 손을 뻗었다.
콰르르르릉.
뇌음이 일며 두 사람이 이 장씩 물러섰다.
장천운과 싸우며 진기를 상당히 소모한 상태였음에도 탁무겸이 약간의 우세를 보였다.
하지만 기세만큼은 괴인을 따라갈 수 없었다.
봉두난발의 괴인은 중심을 잡자마자 다시 공격에 나섰다.
노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솟구친 탁무겸은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감히!”
콰아아아아!
어둠이 해일처럼 밀려가더니 괴인을 뒤덮었다.
가공할 기운에 휩싸인 괴인이 전방을 향해서 빠르게 쌍장을 내쳤다.
뇌성벽력과 함께 어둠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괴인도 상당한 충격을 입은 듯 움직임이 둔해졌다.
탁무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암흑천추마공을 장력에 실어서 쳐냈다.
괴인은 일말의 흔들림도 없이 탁무겸의 장력에 맞섰다.
쿠구궁!
둔중한 굉음이 울리면서 괴인이 뒤로 죽 밀렸다.
고랑을 깊게 파며 밀려간 괴인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음에도 아무런 표정변화도 없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봉두난발의 머리카락이 펄럭이고, 두 손에서는 웅혼한 기운이 일어났다.
“지독한 놈!”
탁무겸이 아무리 자존망대한 자라지만 괴인의 바위 같은 태도에는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돌아가는 상황도 좋지 않았다.
약간의 우세가 비세로 바뀐 상황. 게다가 뜻하지 않은 고수까지 나타났고, 장천운마저 건재했다.
선택할 길은 하나뿐.
가슴에서 노화가 들끓었다.
전에는 여유를 부리며 스스로 물러섰다. 그러나 오늘은 힘에서 밀렸다.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게 그때 끝냈어야 했어. 그 멍청한 늙은 말코 때문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랴.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거늘.
“장천운! 사마경을 구하려면 나를 찾아와야만 할 것이다!”
일갈을 내지른 그가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뒤로 날아갔다.
괴인도 땅에 박힌 발을 빼더니 어둠 속으로 몸을 날렸다.
“잠깐 멈추십시오!”
장천운이 괴인의 뒤를 향해 소리쳤다. 괴인은 듣지 못한 듯 멈칫거림도 없이 사라졌다.
‘분명 그야!’
봉두난발에 허름한 장포. 전과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서 처음에는 몰라보았다. 그러다 싸우는 걸 보고서야 괴인의 정체를 눈치 챘다.
그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그가 바로 무 노인과 함께 다니던 중년인이라는 것이다.
‘그가 왜……? 그럼 혹시 무 할아버지도……?’
그는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암천문의 살귀들이 썰물처럼 물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무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괴인을 쫓아가고 싶었다. 그를 쫓아가면 무 노인을 만날 수 있을지 몰랐다. 장철산에 대한 것도 알 수 있을지 모르고.
그러나 상태가 좋지 않은 사마경과 연송하를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이를 악물고 돌아선 그는 사마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소성주! 송하야!”
다행히 연송하는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안색이 창백하고 진기의 흐름도 약했지만 당장 위험하지는 않을 듯했다.
문제는 사마경이었다.
어둠속인데도 그녀의 이마를 물들인 녹색 그림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총사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장천운이 다급히 물었다.
구양명이 대답했다.
“동문 쪽에서 대기하며 상황에 따라 움직이기로 했네.”
“구천금령주로서 명을 내리겠습니다. 구천호령과 구양 형은 흑월대, 흑영대와 함께 소성주를 호위해서 즉시 성으로 돌아가십시오.”
“자네는?”
“저는 한 가지 일을 처리하고 곧장 동문 쪽 마을로 갈 겁니다.”
그때까지도 동문 쪽 마을이 있는 북쪽에서 고함과 비명,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암천을 흔들며 들려오고 있었다.
“어서 가세요. 가서 소성주를 독왕 어르신께 보여드리십시오.”
장천운이 재촉했다. 그제야 구양명은 사마경의 상태를 떠올리고 이동을 서둘렀다.
“알았네.”
장천운은 나머지 무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몸이 성한 분 중 대주급 이상만 저를 따라오고, 다른 분들은 부상자를 수습해서 성으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일개 호위무사가 아닌 구천금령주의 명령이었다.
하지만 지위 이전에 장천운의 명령을 거부할 만큼 배짱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흑월대원들도 고집부리지 않았다.
죽은 사람이 너무 많았다. 부상을 입지 않은 자가 거의 없었다. 따라가고 싶은 자들조차 고집을 접어야 했다.
한쪽에서 있는 듯 없는 듯 행동하고 있던 백리우진은 아예 따라갈 마음이 없었다.
그는 복수보다 사마경이 신경 쓰였다. 어쩌면 지금이 사마경에게 잘 보일 수 있는 기회일지 몰랐다.
‘그래, 너는 죽기 살기로 싸워라. 소성주는 나에게 맡기고.’
그때 장천운이 말했다.
“우진, 너는 나와 함께 가자.”
‘저자식이 진짜…….’
구천성 무사들이 부상자와 사망자를 챙기는 동안 장천운은 바깥쪽에 서있는 자들에게 갔다.
찬강이 금룡장 무사들과 함께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호양청과 왕규, 곽교진, 한경도가 흑월회와 귀룡문 무사들과 함께 서 있었다.
금룡장이야 전부터 암천문의 무서움을 알고 있으니 별반 표정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흑월회 사람들은 질린 표정이 역력했다.
그래도 명색이 일류 수준에 이른 고수들 아닌가. 세 명 이상 힘을 합쳐서 적을 상대하라는 명령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자존심 상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오늘 이후 그들은 자존심을 구석에 묻어두기로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속이 다 시원하군.”
찬강이 먼저 살기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부탁하나 하죠.”
“부탁?”
“금룡장에 뛰어난 정보조직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존재합니까?”
“명안대를 말하나 보군. 전보다는 약화되었지만, 남에게 무시당할 정도는 아니네.”
사실 넘겨 짚어본 것이었다. 이름도 알지 못했고.
금룡장 정도 되면 당연히 정보를 다루는 조직이 있을 테니까.
“다행이군요. 제가 사람을 좀 찾으려고 합니다. 아마 지금 서쪽으로 가고 있을 겁니다. 칠순의 노인과 쉰 살 정도의 중년인, 그리고…….”
장천운은 단목 노인과 장철산, 적상천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다만 단목 노인의 정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가 탁무겸의 제안을 거부한 것은 바로 단목 노인 때문이었다. 그가 정말 탁무겸의 사부라면 마기를 몰아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그들을 찾아야 합니다. 찾거든 제 이름을 대고 즉시 구천성으로…… 아니 전에 함께 지냈던 곳으로 달려오라고 해주십시오.”
구천성으로 오라고 하면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단목노인은 전대의 암천신마, 장철산은 처음부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사람 아닌가.
“만약 반항하면?”
“절대 손을 쓰셔서는 안 됩니다. 무조건 성한 몸으로 모셔 와야 합니다.”
“알았네. 그런데 암천문은 그냥 놔둘 건가?”
찬강이 약간 불만인 표정으로 말했다.
장천운이 그에 대해 대답했다.
“정리가 끝나면 사냥을 시작할 겁니다.”
찬강의 입술이 길게 늘어졌다. 눈가의 주름도 몇 개 더 늘어나며 하얀 웃음이 번졌다.
“사냥이라…… 그거 진짜 마음에 드는 말이군.”
찬강과 이야기를 마친 장천운은 호양청이 있는 곳으로 갔다.
오랜만의 해후는 뒤로 미루었다.
“피해는 어느 정도입니까?”
장천운의 질문에 호양청이 침중한 표정으로 답했다.
“칠백 중 이백 정도 당한 것 같습니다. 그 중 죽은 사람이 오십 명 정도 됩니다.”
왕규의 번들거리는 머리에도 땀방울이 가득했다.
“씨바, 진짜 무서운 놈들이었네. 살귀가 어떤 귀신인지 오늘에서야 알았어.”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기껏해야 반각. 그 짧은 시간에 죽거나 부상을 당한 숫자였다.
그나마 최대한 늦게 나타나라고 해서 그 정도에 그쳤다. 일각만 더 일찍 싸움에 끼어들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을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
장천운은 흑월회와 귀룡문, 광양산장도 성한 사람 중 중간간부 이상만 남게 하고, 나머지는 사상자를 추스른 후 근처 객잔에서 쉬게 했다.
흑월회에 대한 지시를 마친 그는 동문 쪽 마을로 달려갔다.
몸이 성한 무사 중 삼백여 명이 그를 따라갔다.
151장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동문 쪽 마을에서도 아비규환의 참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황군은 꽁꽁 숨어서 고개도 내밀지 못했다.
나극과 공손백이 이끄는 구천성 무사들은 전력을 다해서 청산궁을 막았지만 점점 뒤로 밀렸다.
조금만 더 밀리면 구천성이 코앞이었다.
결국 동문 쪽에 대기하고 있던 우문각이 비령각 무사와 자신이 개인적으로 움직이던 고수들을 전장에 투입시켰다.
묵조와 영조는 물론 옛 친구들까지 모조리 싸움에 나섰다.
그는 공손백과 나극의 피해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장천운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었다.
하지만 청산십목이 모두 합류한 청산궁의 힘은 우문각이 예상한 것보다 더 강했다.
싸움이 벌어진지 반 시진, 마을의 경계선까지 밀린 구천성 무사들은 악전고투를 하며 청상궁을 막았다. 사람들이 얼마나 죽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한때 강호를 질타했던 장로 오종도 죽고, 암혼도객으로 이름을 날린 적두도 팔이 잘린 채 목숨을 잃었다.
십이지부 중 적극적으로 참가한 철기보와 풍운산장 무사들도 절반 가까운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그마나 하후경과 모후 등 젊은 고수들이 무사한 것이 다행이었다.
동쪽에서 일단의 무리가 마을로 진입한 것은 그때쯤이었다.
“뒤쪽에 적이다!”
“남궁세가 놈들이다!”
“청호령은 놈들을 막아라!”
마침내 남궁세가 무사들이 도착해서 전장에 뛰어든 것이다.
“세가의 형제들은 간악한 청산궁 무리들을 쳐라!”
남궁력이 분노의 일성을 내질렀다.